생활얘기2018. 12. 14. 23:29

북유럽 리투아니아는 감이 자라지 않는다. 하지만 요즘 아직까지도 가게 과일 판매대에는 감이 있다. 바로 스페인에서 수입된 감이다. 이 감을 살 때마다 유럽인 아내의 눈치가 보인다. 수입 초기와 말기에는 값이 비싸기 때문이다. 

어릴 때 뒷밭에는 여러 종류의 감나무가 자라서 가을철로 접어들면 감잎 사이로 보이는 빨간 홍시를 즐겨 따먹었다. 그런 추억이 있기에 장을 볼 때마다 감이 보이면 조금이라도 산다. 값이 적당하면 아내도 크게 말리지 않고 사라고 한다. 아내도 스페인 감맛에 익숙해졌기 때문이겠다. 

어제 가게에 가니 스페인 감 1kg이 2유로(2,560원) 했다. 자세히 보니 25% 할인을 해서 1.5유로에 팔고 있었다. 이때다 싶어 주위의 시선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여러 봉지에 담았다. 그래서 우리 집 부엌 창틀에 위에 올려놓고 감풍년에 자족감을 느껴 본다. 물론 하나씩 줄 때마다 아까워 하겠지만... 


스페인 감은 겉모습이 꼭 한국 대봉감을 닮았다. 어느 때는 크기가 내 주먹 두 배나 되는 감을 산 적도 있었다.   


그런데 맛은 지난 11월 한국에서 먹어본 단감보다 훨씬 달고 부드럽게 씹힌다


하지만 생긴 것은 모두 똑 같지만 극히 드물게 떫은 감이 발견된다.   



어제 구입한 스페인 감 36개 중 그런 떫은 감이 없길 간절히 바란다. 얼마 후면 감이 가게에 사라진다. 이번 주말에 더 할인을 한다면 또 사고 싶어진다. 유럽에서 스페인 감을 아직 맛 보지 않은 사람들에게 강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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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여행2018. 11. 16. 07:30

11월 초중순에 잠시 한국을 다녀왔다. 한국에 머무는 동안 가장 많이 먹은 과일은 다름아닌 감이다. 때론 단감 때론 홍시였다. 잎이 떨어지는 나뭇가지에 익어가는 감은 어디에서나 쉽게 만날 수 있었다.

전북 익산의 한 주택의 좁은 뜰에서 자라고 있는 감나무다. 마치 굵게 묶힌 전선줄이 감이 주렁주렁 달려 있는 얇은 가지를 지탱해주고 있는 듯하다.  

  
경기도 수원 화성에 있는 동북노대(쇠뇌를 쏘기 위해 높게 지은 건물) 밖에서도 감이 점점 자연 홍시로 변해가고 있다. 손이 닿는다면 홍시를 따 먹고 싶은 마음이 꿀떡 같다.


아래는 대구 팔공산 입구 봉무동에서 만난 감나무다. 인기척이 있는데도 새 한 마리가 홍시를 열심히 쪼아 먹고 있다.  비슷한 색상 속에서 어떻게 홍시를 잘 알아볼 수 있는지... 사다리가 있다면 올라가 나도 따 먹고 싶다. 


어린 시절을 보낸 시골 텃밭에는 여러 종류의 감나무가 자라고 있었다. 긴 장대로 아직 잎이 떨어지지 않는 나뭇가지 위에 몰랑몰랑한 빨간 홍시를 찾아 따먹곤 했다. 단감보다 홍시를 더 좋아한다. 어느 날 나와 이번 한국 방문에 동행한 폴란드인 친구는 홍시 한 쟁반을 대접 받았다.   


이 쟁반을 앞에 두고 그에게 물아보았다.
"이것이 무엇인지 알아?"
"보아하니 토마토네!!!"
"정말?"
"그럼 한번 먹어봐." 


"이잉~~~ 토마토가 아니네! 정말 달고 부드럽다. 뭐지?"
"떫은 맛이 사라진 잘 익은 감이다. 이를 홍시라고 해."
"난생 처음 먹어본 홍시 정말 맛있다."


정말이지 이날 대접 받은 홍시는 보기에 딱 잘 익은 토마토를 닮았다. 폴란드인 친구는 단숨에 홍시 하나를 먹어 버렸다. 내가 오물오물 씹으면서 꺼낸 감씨앗에 의아해 했다. 그는 홍시의 단맛과 물렁물렁함에 감씨앗을 느끼지 못한 채 쭉 빨아 먹어 버렸다. 다시 유럽으로 돌아가면 먹기 힘든 홍시를 기회 있는 대로 마음껏 먹었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3. 10. 17. 07:33

이제는 가을이든 겨울이든 봄이든 여름이든 대형상점에 가면 전열되어 있는 과일 종류가 거의 차이가 없다. 예를 들면, 북반구에 수박이 나지 않는 계절엔 남반구에서 재배된 수박이 수입되어 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계절따라 더 자주 먹고 싶은 과일이 사람마다 있기 마련이다. 유럽 리투아니아에 살면서 가을철에 제일 먹고 싶은 과일은 석류, 감, 밤이다. 그런데 이 과일들은 전부 남쪽 나라에서 온 수입품이라서 값이 제법 비싸다. 

그래서 리투아니아인 아내는 "신토불이 과일 사과가 가장 좋다"라고 주장하면서 내 구매 욕구를 묵살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아내가 너그러운 때가 있다. 바로 지금이다. 수입해서 들어오는 과일량이 많을 때 할인판매를 하는 때이다. 

* 리투아니아는 부가가치세가 21%이다.

며칠 전 대형상점(슈퍼마켓)을 가니 단감과 석류가 확 눈에 들어왔다. 아내의 습관대로 우선 가격을 확인해보았다. 스페인 단감은 1킬로그램에 9.99리타스(한국돈으로 약 4300원)이고, 이스라엘 석류는 1킬로그램에 11.99리타스(5200원)했다.


석류를 3개 사니 2킬로그램이나 되었다. 정상 가격은 1만원이나 할인을 받아 4200원을 주었다. 집에 와서 주먹으로 석류 크기를 비교해보니 두 배나 되었다. 


특히 석류는 딸아이도 아주 좋아한다. 

"아빠가 석류를 좋아하는 이유를 알아?"
"알아. 아빠가 벌써 이야기했잖아."
"그래. 아빠가 어렸을 때 우리 집 뒷뜰에 석류나무가 자랐지. 그래서 가을이 되면 많이 따서 먹었다. 그런데 너는 왜 석류를 좋아하는데?"
"아빠가 좋아하니까 나도 좋아하지."
"이를 한자성어로 말하면 부전여전(父傳女傳 아버지가 딸에게 대대로 전한다)이다."


아빠가 좋아하니까 자기도 좋아한다는 딸아이의 말을 듣고보니 웬지 기분이 좋았다. 앞으로 석류를 보거나 먹을 때 '아, 이건 우리 아빠가 좋아하는 과일다'라고 생각하겠지...... 어디 자녀가 과일만 본받겠는가...... 부모가 행동거지를 더욱 조심할 수밖에 없겠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1. 11. 16. 16:29

10월 21일에서 11월 8일까지 한국에 머물다가 돌아왔다. 그 동안 딸아이 요가일래와 두 차례 한국을 방문했다. 딸아이는 세 차례 다녀왔다고 주장한다. 모태에 있을 때 엄마가 한국을 방문한 것도 자기가 한국에 방문한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모두 방학을 이용한 여름이었다. 

2008년 한국의 폭염에 시달린 딸아이는 이렇게 말했다.

"아빠, 이제 나 한국에 안갈 거야."
"왜?"
한국은 너무 더워."
"그럼 시원한 가을은 어때?"
"한번 생각해보지." 

이렇게 이번에는 학교에 알려 양해를 구한 후 딸아이와 함께 한국을 방문했다. 특히 진홍색 단풍과 노란색 은행나무잎을 참으로 오랜만에 보았다.  
 


뭐니해도 딸아이는 리투아니아의 늦은 여름날씨같은 한국의 이번 가을날씨를 좋아했다. 집에서 출국할 때에는 겨울옷으로 무장했는데 인천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더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한국 체류 동안 딸아이는 티셔츠 하나만으로 돌아다니기도 했다. 이렇게 올해는 여름을 두 번 보낸 것 같았다.   


본 것도 많고, 먹은 것도 많지만 제일 인상적인 것은 바로 곶감이다. 북동유럽에 속하는 리투아니아에는 감이 자라지 않는다. 가을이 되면 스페인 등지에서 수입된 단감을 사서 먹을 수 있다. 하지만 곶감은 없다. 그래서 전북 익산 상사원 뜰에서 만난 곶감은 딸아이에겐 참으로 낯설은 풍경이었다. 이는 곧 리투아니아 사람들에게 좋은 이야깃거리인 셈이다.   


감이 설사에 좋지만 변비를 유발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딸아이는 두 개를 따서 먹더니 "이젠 아빠가 먹어"라면서 아랫부분을 아빠에게 넘겼다.

Posted by 초유스
사진모음2008. 10. 16. 05:59

가을이 되면 늘 생각나는 과일이 하나 있다. 바로 감홍시이다. 어린 시절 시골 뒷밭에 감나무 여러 그루 자랐다. 학교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얼른 뒷밭 감나무로 가서 나뭇잎 사이로 홍시를 찾아 따먹곤 했다.

언젠가 집에 돌아오니 부모님은 들에 일을 가고 혼자 집에 남았다. 뒷밭 감나무에 홍시를 발견하고 따기 위해 감나무를 올라갔다. 나무 오르기를 원숭이처럼 한다는 소문이 날 정도로 나무 타기에 익숙했던 나이지만 이날은 실패했다.

키보다 높은 곳에서 감나무 기둥이 큰 가지로 두 개 나눠져 있었다. 이 큰 가지 두 개 사이로 그만 넓적다리가 끼기게 되었다. 아무리 다리를 뺄려고 해도 뺄 수가 없었다. 지금이야 주머니 속에서 휴대폰을 꺼내 긴급구조를 요청할 수 있겠지만, 그때야 들에 간 부모님이 빨기 돌아오기만을 고대할 수 밖에 없었다.

눈 앞에 아른거리는 감홍시를 포기하면서 마냥 기다렸다. 시간이 한 참 흐른 뒤 저 멀리 길에서 우리집으로 오는 사람이 있었다. 큰집에 살고 계시던 할머니가 오셨다. 할머니 도움으로 겨우 다리를 빼낼 수 있었다. 후덜후덜 거리는 다리로 그날은 감홍시를 따먹지 못했다.
 
그래서 가을이 되면 홍시와 할머니가 늘 생각난다. 리투아니아에선 주로 스페인에서 수입한 단감을 살 수 있다. 어찌 이 단감으로 한국에서 먹던 그 달콤한 홍시에 대한 그리움을 달랠 수 있으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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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의 홍시에 반한 리투아니아인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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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 한 시골에서 파는 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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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 한 시골에서 곶감을 만들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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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투아니아 가게에서 팔고 있는 스페인 감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