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얘기2015. 12. 28. 09:06

그 동안 대부분 초봄 같은 날씨가 지속된 겨울이었다. 그런데 어젯밤부터 날씨가 영하로 떨어지고, 눈까지 내렸다. 하지만 첫눈은 아니다. 올 겨울 첫눈은 12월 11일 내렸다. 보통 리투아니아에서 첫눈은 10월 중하순경에 내리는 데 많이 늦었다. 그날 한인회 망년회가 열린 날이라 첫눈이 더욱 반가웠다. 사우나에서 달궈진 몸을 눈뜰에 뒹굴면서 식혔다. 무엇보다도 이날의 압권은 바로 자동차였다.

모임을 시작하기 전만 해도 눈이 내리지 않았다. 벽난로에 타오르는 장작불의 열기 속에서 저녁을 먹고 있는데 함박눈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모임 장소와 주차장은 내리막길에 있었다. 어느 사람은 다음날이 걱정이 되어 내리막길에 눈이 쌓이기 전에 재빨리 자동차를 오르막길 위로 올려놓았다. 우리는 금방 눈이 녹겠지라는 생각으로 식사를 계속했다.

그런데 상황은 예상과는 달리 전개되었다. 눈은 그치지도 않았고, 녹지도 않았다. 후륜 구동이라 걱정이 점점 커졌다. 더 이상 기다리지 말고 우리집 차도 위로 올리기로 했다. 아뿔싸, 조금 올라가더니 이내 뒤로 미끄려졌다. 짧고 그렇게 높지 않은 내리막길은 우뚝 솟은 태산 같았다.


사우나에서 몸을 달구고 있는 남자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네 명의 장정이 미끄려지면서 밀고 밀은 덕분에 가까스로 차를 오르막길 위로 올릴 수 있었다. 



최근 폴란드 누리꾼들 사이에 화제가 된 사진을 보니 바로 이날 고생한 일이 떠올랐다. 사진은 눈덮힌 오르막길 위에 있는 주차장에 두 대의 자동차가 있다. 바로 BMW와 Audi이다. 얕은 오르막길임에도 불구하고 Audi는 쉽게 올라갔고, BMW는 힘들게 올라갔다.

* 사진출처: wiocha.pl


이들 두 차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다. 예를 들면 Audi는 전륜 구동이라든지 혹은 4륜 구동이라든지... 단순 비교하기엔 무리가 있지만, 우리 집 후륜 구동 차와 그날의 고생과 웃음을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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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모음2012. 12. 6. 08:37

또 다시 대선이다. 한 때 자주 등장했던 차떼기라는 말이 더 이상 들리지 않는다.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차떼기 대신 이젠 국민 펀드다. 

차떼기라는 말은 2002년 대통령 선거 때 나왔다. 노무현 후보와 대결한 이회창 후보측 서정우 변호사가 LG로부터 받은 현금 100억을 실은 트럭을 직접 운전해서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재정국에 전달한 사건이다. 

최근 유럽에서 엄청난 액수의 돈다발이 승용차에서 발견되어 화제다. LG 트럭에 실린 100억원과는 비교될 수 없지만, 그 액수가 자그만치 180만유로(한국돈으로 25억원)이다. 
 
포르투갈 거주자인 중국인 두 명이 아우디(Audi) A6 승용차를 타고 11월 11일  파리를 향하는 고속도로에서 세관 검문을 받았다. 프랑스 세관은 의자 뒷에 숨겨진 돈을 발견했다. 이 소식은 조사에 영향을 미칠까봐 최근에야 언론에 공개되었다. [사진출처 image source link


20, 50, 100, 200, 500유로짜리 돈다발이 저렇게 많이 승용차 뒷자리에 들어갈 수 있다니 놀랍다. 이들 중국인은 이 돈을 가지고 오스트리아 여행을 가고 있는 중이라 말했지만, 돈의 출처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참고로 쉥겐조약 회원국가 내로 1만유로 이상 휴대하고 반입할 경우에는 반드시 세관 신고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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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모음2012. 10. 31. 06:51

고급차 아우디(Audi) A7과 고물차 라다(Lada)가 펼친 경쟁이 누리꾼들 사이에 화제이다. 한 러시아 거리에서 교통체증 시간에 자동차 카메라에 찍힌 영상이다. 

화물차와 라다 자동차 사이에 생긴 틈새로 새차로 보이는 아우디가 끼어든다. 이때 라다 운전자가 기회를 주지 않고 잽싸게 틈새를 막는다. 아찔한 상황이다. 아우디의 왼쪽 측면과 거의 몇 센티미터 거리다. 고급차를 긁기만 해도 수리비가 엄청날텐데 라다 운전자의 행동은 상식을 초월한다. 

이어서 두 운전자는 화물차 뒤로 다시 쫓는다. 근처에 가자 아우디 운전자가 문을 열고 나온다. 라다 운전자를 혼내주려는 듯하다. 이때 라다 운전자의 반응은? 그냥 운전을 계속해 가버린다. 


고급차 아우디와 고물차 라다가 틈새를 차지하기 위해 펼치는 경쟁을 아래 영상에서 볼 수 있다. 



상대가 아무리 고급차이더라도 교통체증 시간에 자기가 차지하고 있는 화물차 뒤의 틈새로 끼어들고자 하는 아우디 운전자에 맞서는 고물차 라다 운전자의 행동은 무모해 보인다. 하지만 얄미운 끼어들기를 막고자 하는 용감한 저항일 수도 있겠다. 좌우간 특히 교통체증에는 인내와 양보가 상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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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0. 10. 5. 06:02

어제 아내가 딸아이 요가일래에게 음악학교로 출발하라고 한 시간인 오후 2시 30분이 점점 다가왔다. 집에서 음악학교로 가는 길은 복잡하고 신호등이 없는 사거리 한 개와 신호등이 없는 사거리 한 개, 그리고 신호등이 있는 사거리로 이루어져 있다. 벌써 초등학교 3학년이지만 안전을 위해 학교까지 그리고 집까지 동행한다. 일주일에 두 번이니 산책이나 운동 삼아 다녀온다.
 
"빨리 갈 준비해!"
"조금만 (TV를) 더 보고."

이렇게 10분을 말 탁구를 쳤다. 드디어 늦었다고 하는 순간이었다.

"이제 정말 가야 된다."
"알았어!!!"라고 딸아이는 더 보지 못함에 대한 불만으로 큰 소리로 답했다.

신발끈을 묶는 데 정말 굼벵이었다. 하지만 아무 말 하지 않고 묵묵히 기다렸다. 그리고 준비가 되자 빠른 걸음으로 침묵 속에 학교로 향해 혼자 가듯이 걸었다. 딸아이는 못내 불만인 듯 뒤에서 천천히 오다가 거리 간격이 크지면 달려서 따라오곤 했다. 이렇게 아빠와 딸아이는 한 마디도 하지 않은 채 10분을 걸었다.

어제는 수업이 한 시간이었다. 인근 대형가게에서 필요한 물건을 사면서 시간을 보냈다. 수업을 마치고 만난 딸아이의 기분은 벌써 전환이 되었다. 생기가 돌면서 말수가 많아졌다. 도로가에 세워진 자동차를 보면서 대화를 이끌었다.

"아빠, 이 자동차는 엄마가 좋아하는 자동차다. 맞지?"
"그래. 엄마는 세단보다 웨건을 더 좋아하지."
"아빠, 저기 내가 좋아하는 차다. 가지고 싶어."
"네가 훌륭한 가수가 되면 가질 수가 있지."
"내가 가지지만 운전은 하기 싫어."
"세계적인 가수가 되면 운전사, 경호원 등을 다 둘 수 있지."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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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가일래가 가지고 싶다고 한 Audi 자동차

"하지만 네가 부자 가수가 되면 다른 사람들을 많이 도와주어야 돼."
"조금만 도와줄 거야."
"많이 가진 사람이 많이 도와주는 거야."
"아빠, 그런데 내가 크면 가난한 사람이 없을 거야!"

요가일래의 이 마지막 말을 들으면서 "이 세상에 적어도 절대적 가난은 사라지면 좋겠다."라고 기원해보았다. 횡단보도 건너편 성당 계단에서 남루한 옷을 입고 구걸하는 할머니가 눈에 들어왔다.

* 아래는 노래를 전공하는 요가일래가 리투아니아 민속악기 캉클레스의 반주에 공연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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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모음2010. 8. 13. 05:22

8일(일요일) 이른 새벽 리투아니아를 비롯한 라트비아 전역에 폭풍우가 쏟아졌다. 번개와 천둥을 동반한 폭풍우로 많은 낙뢰사고가 도처에 일어났다.

* 관련글과 사진: 불시의 폭풍우가 덮친 일요일 새벽

이날 야영하던 친구는 급히 텐트에 자고 있는 아들 둘을 깨워 차 안으로 불러들었다. 왜 일까? 이미 알려진 대로 차 안이 안전하기 때문이다. 차 외부는 전기가 잘 통하는 도체이고, 차 내부는 잘 통하지 않는 부도체로 되어 있다. 낙뢰가 내리치면 내부의 부도체를 거치지 않고 찰나에 외부 도체를 타고 타이어를 통해 땅으로 흡수된다.

이런 지식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번개가 억수록 치는 날 차를 타고 가고 있으면 두렵고 무섭다. 사실 이때는 차를 안전지대에 세우고 문을 닫고 기다리는 것이 더 좋을 것이다. 만에 하나 낙뢰를 받아 타이어가 손상되면 더 큰 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낙뢰를 맞은 차를 본 적이 없었다. 최근 리투아니아 바로 위에 있는 나라 라트비아에서 차가 낙뢰를 맞았다. 그 사진이 인터넷에 올려져 화제를 낳고 있다. 리투아니아 동쪽 국경과 인접해 있는 도시 다우가브필스(Daugavpils)에서 일어났다.

낙뢰는 Audi 자동차를 내리치고 타이어를 펑크내고 땅으로 흡수되었다. 타이어뿐만 아니라 바퀴 주변과 뒷면 등을 손상시켰다. (사진출처 / source 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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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을 보면서 사실 차는 낙뢰에 절대적으로 안전하다고는 주장할 수가 없게 되었다. 하지만 타이어와 차체 일부만이 손상이 되었고, 전체가 소실되지 않은 점이 눈길을 끈다. 차 내부 사진은 없지만, 일단 안전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듯하다.
Posted by 초유스
기사모음2009. 2. 25. 15:28

영하 15-20도에서 꽁꽁 언 리투아니아 호수에는 다소 날씨가 풀린 요즈음에도 얼음낚시가 성행하고 있다. 겨울철 별미인 얼음낚시의 즐거움엔 늘 크고 작은 사고가 도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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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일요일엔 고급 SUV Audi Q7이 얼음호수 물속으로 가라앉은 사고가 발생했다.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에서 북서쪽으로 약 110킬로미터 떨어진 아닉쉬체이 도시에 있는 면적 1000헥타르의 루비케이 호수에서 일어났다.

차 주인은 리마스 야슈나스로 지역에서 가장 큰 회사 중 하나를 운영하고 있다. 2007년 생산된 이 차는 당시 20만리타스(약 1억 천만원)에 구입한 것이다. 차가 빠진 곳은 호수변에서 1km나 떨어져 있고, 물깊이는 6m이다. 믿기 어려운 것은 주변 얼음두께가 40-50cm인데 반해 차가 빠진 자리에는 얼음두께가 2cm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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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그는 인근 별장에서 호수에 차를 타고 이동하는 사람들을 보았다. 지난 10년 동안 겨울마다 이 호수에서 차로 이동을 하면서 낚시를 한 그는 누구보다도 이 호수의 얼음상황을 잘 알고 있었다. 얼음두께가 40-50cm이니, 안심하고 무게가 3톤인 Audi Q7를 타고 이동했다(사진: 얼음호수에 빠진 차와 동종인 Audi Q7; 출처: autos.canada.com).

그리고 호수 가운데 있는 섬을 60미터 앞두고 그는 아무런 생각 없이 차를 세웠다. 그 순간 차가 밑으로 가라앉고 있는 느낌을 받았다. 차 시동도 끄지 않은 채 그는 문을 열고 밖으로 뛰어내렸다. 그리고 바로 그의 눈 앞에서 고급 SUV는 3초도 걸리지 않고 얼음물속으로 사라졌다.    

황당하고 아찔한 사고를 당한 그는 "만약 바로 뛰어내리지 않고 차 안에서 무슨 일인지 머뭇거렸더라면, 차와 함께 수장되었을 것이다"고 구사일생의 순간을 말했다. 살았다는 기쁨과 아울러 그는 큰 걱정거리를 안게 되었다. 바로 어떻게 비싼 차를 호수에서 꺼낼 것인가?

즉시 소방구조대의 도움을 요청했다. 소방구조대는 보유 장비로는 차를 꺼낼 수 없다고 한다. 아무리 50cm 얼음 강철판 위로 무거운 소방차가 간다는 것은 안전을 보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헬리콥터로 해결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으나 이 또한 실현시키기가 수월한 것이 아니다.

그는 천천히 해결책을 모색하고자 하지만, 환경부가 차의 기름유출로 인한 호수오염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하루 빨리 꺼낼 것을 종용하고 있다. 리투아니아 자동차 전문가에 따르면 물속에 완전히 잠긴 차는 더 이상 사용하기는 힘 든다. 수리한다고 해도 부품이 비싸기 때문에 사용 가능한 부품을 파는 것으로 만족하는 것이 좋다.

목숨과 맞바꾼 듯한 이 고급 SUV를 호수 가운데서 과연 어떻게 꺼낼 지 궁금해진다.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