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음식'에 해당되는 글 59건

  1. 2021.12.15 코로나로 못 먹은 한국음식 한꺼번에 왕창 먹어야지
  2. 2021.02.10 번데기를 먹으니 유럽인 아내가 으악~~~
  3. 2020.07.17 딸까지 가세하니 김치 만들기가 이젠 수월해져
  4. 2020.03.09 이제야 소면 대체품을 찾아서 비빔국수를 해먹다
  5. 2020.02.25 유럽인 장모가 김치를 손수 담가서 내놓다니 4
  6. 2020.02.23 태국 제조 한국산 해조류를 유럽 거실에서 먹다니...
  7. 2020.02.15 유럽인 아내 몰래 사과 속에 마늘을 먹다가 그만
  8. 2020.01.07 유럽 대형 슈퍼마켓에 수북이 쌓인 한국산 김 4
  9. 2019.10.14 모스크바 고려인 집 음식들 - 된장까지 만들어 2
  10. 2019.09.03 한국 깻잎으로 유럽인들에게 삼겹살을 대접하다
  11. 2018.11.19 단풍잎으로 음식 장식하는 한국인 가정에 매료돼
  12. 2017.09.11 딸이 한국에서 꼽은 제일 맛있는 맛집은?!
  13. 2017.05.10 김밥 잘 만드는 이유 - 한국인 피가 있어서 1
  14. 2017.04.10 유럽인 아내 눈에 한국식품이 더 잘 보여
  15. 2016.12.29 30년만에 번데기 먹으니 유럽인 아내가 기겁해 4
  16. 2016.12.26 김치를 학수고대한 유럽인 처가집 식구들
  17. 2016.09.27 고추장 줬더니 유럽 운전사 엄지 치켜 세워
  18. 2016.02.09 설날에 선물 받은 한국 맥주 알고보니 속임수
  19. 2015.09.03 김밥으로 도시락, 내가 정말 한국 사람이다 2
  20. 2015.08.24 리가 한식당에서 짜장면을 먹을 수가 있다니! 1
  21. 2015.06.30 크로아티아 고급 호텔에 한국 음식 등장
  22. 2015.03.05 "한국 당근"으로 불리는 이 음식의 정체는 3
  23. 2015.02.26 유럽 현지인 초대해 한국 관련 10개 질문했더니 7
  24. 2015.02.23 매운 라면 먹으려는 딸아이의 꾀에 웃음 절로
  25. 2015.02.12 세계 친구들이 부러워한 어느 한국 가정의 저녁상 4
  26. 2015.02.09 외국인 손님의 한국 음식 단상 - 또 국이야 15
  27. 2015.02.06 외국인이 한국에서 구입한 뜻밖의 선물 4
  28. 2014.12.23 유럽인 친척에게 딱 좋은 크리스마스 선물은 김치
  29. 2014.12.11 남은 국으로 여전히 유럽인 아내와 실랑이 9
  30. 2014.11.19 스웨덴인이 특이하게 공개한 한국요리 제육볶음 1
생활얘기2021. 12. 15. 06:23

2021년은 한국과 리투아니아가 상호 외교 관계를 맺은 지 30년을 맞는 해다. 그동안 10주년과 20주년을 맞아서는 다양한 대중문화행사를 개최했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서 이런 행사를 개최하지 못했다. 
 
이런 뜻깊은 기념해를 그냥 지나치기가 아쉬워 몇몇 소규모 행사가 이뤄졌다. 그 중 하나가 한국음식 행사다. 한국과 리투아니아 교류와 친선에 기여한 리투아니아 주요 인사들과 한국 교민들이 초대되어 한국음식으로 마련된 저녁식사를 함께 하면서 우의를 다지는 시간을 가졌다. 
 
미콜라스 로매리스 대학교(Mykolo Romerio universitetas) 부설 세종학당과 리투아니아 한인회가 이 행사를 주관했다. 코로나바이러스 방역수칙을 지키면서 이뤄진 이 행사에는 40여명의 사람들이 11월 19일 빌뉴스 레스토랑 쳡쳡(Čiop Čiop)에서 모였다. 코로나바이러스 범유행이 시작된 이후 거의 만 2년만에 처음으로 한인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신미라 폴란드-리투아니아 겸임대사, 한국-리투아니아 의원친선협회 회장 안드류스 쿱친스카스(Andrius Kupčinskas), 미콜라스 로매리스 대학교 잉가 잘레냬네(Inga Žalėnienė), 세종학당장 로라 타모슈냬네(Lora Tamošiūnienė), 리투아니아 한인회 강성은 등이 참석했다. 
 
주요인사들의 인삿말이 끝난 후 이소진 유학생이 한국음식을 소개했다. 음악공연과 더불어 한식뷔페 만찬이 이어졌다. 광천김 리투아니아 공장은 참석자들에게 양념김을 선물했다. 이날 행사를 아래 사진으로 소개한다.

 

왼쪽으로부터 세종학당장, 대학교 총장, 한인회장
리투아니아 겸임 대사
한국-리투아니아 의원친선협회장
한국음식 소개 
음악공연과 함께 한식뷔페 만찬이 행해졌다.

 

평소 집에서 한국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하는 요가일래는 한식만찬이라고 한국인 아버지를 따라 기쁘게 행사에 참가한다. 이날 요가일래는 보통 먹는 음식량의 세 배 이상을 먹는다. 

"우와, 이렇게 많이!"
"또 가져올거야."
"다 먹을 수 있어?"
"물론이지."
"그래도 너무 많다."
"지난 2년 동안 맛있는 한식을 먹지 못했으니 오늘 이렇게 한꺼번에 왕창 먹어야지."
 
맛있는 음식 준비와 분위기 있는 장소 마련에 애쓴 분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한다. 
"모두 감사하고 수고했습니다. 어려운 시기 잘 이겨내고 마음껏 만날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길 바랍니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21. 2. 10. 18:35

코로나바이러스 시대에 꼭 필요하지 않으면 외출을 삼간다. 밖으로 나가는 경우는 딱 두 가지다. 하나는 도보산책이고 다른 하나는 식료품 구입이다. 식료품 구입도 최소한이다. 딱히 먹을 것이 없어야 슈퍼마겟에 간다. 영하 15도의 혹한이라 산책하러 나가는 횟수도 줄어들었다. 주로 산책에서 돌아오면서 식료품 가게를 들러곤 한다.
 
요즈음 리투아니아 사람들이 즐겨 먹는 음식은 빙어다. 이 빙어는 바다와 강을 회유한다. 주로 발트해와 내무나스(Nemunas) 강이 만나는 쿠르슈 마려스(Kuršių marios, 쿠로니아 석호, Curonian Lagoon)에서 잡힌다. 현재 시세는 1kg당 7-10유로다. 며칠 전 리투아니아인 아내는 산책길에 빙어를 사왔다. 빙어는 크기가 작지만 밀가루에 묻혀 튀겨놓으면 살이 졸깃졸깃하다.
 
한편 냉장고에 1년 6개월 전에 한국 손님들이 주고 간 번데기 통조림 세 통이 있었다. 특별히 좋아하지도 않고 또한 눈에 잘 띄지 않아 이렇게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었다.
 
딱히 먹을 것이 없던 참이라 번데기를 한번 먹어보기로 했다. 아내와 딸이 산책을 나간 사이 혼자 있을 때가 기회다. 말하지 않아도 번데기를 먹는 사람을 잠시나마 비호감으로 볼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우선 양배추, 대파, 양파를 썰었다. 
  
프라이팬에 야채를 먼저 볶은 후 그 위에 통조림 번데기를 붓고 조금 더 볶았다.  
 

약간의 고추장을 넣어 밥을 비볐다.
한 숟가락으로 떠서 먹어보면서 드는 생각은 "이렇게 맛있는 것을 왜 진작 먹지 않았지!"
 
번데기 밥을 맛있게 먹고 있는 모습을 유럽인 아내가 보더니 혐오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으악~~~ 어찌 벌레를 먹을 수 있나?"
"누에가 촉감이 부드럽고 고급스러운 비단의 원료가 되는 실을 만들고 바로 이 벌레가 된 거야."
"아무리 그래도 보기만 해도 혐오스럽다. 한동안 당신 보기만 해도 번데기가 떠오르겠다."
부엌문을 닫고 째빨리 나가버린다. 이런 아내에게 단백질 영양분, 혈액순환, 당뇨 등에 좋은 번데기의 효능을 아무리 설명하더라도 그 선입견을 깨부시기가 불가능할 듯하다. 그냥 맛있게 한 그릇을 뚝닥 묵묵히 비우는 것이 상책... ㅎㅎㅎ
이렇게 이번주 3일을 점심으로 번데기 볶음밥을 맛있게 먹게 되었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20. 7. 17. 07:40

외국에 오래 살다보니 특히 우리 집은 다문화가정이라 굳이 김치 없이도 살 수 있겠다. 그런데 우리 집 냉장고엔 거의 늘 김치를 담은 항아리나 플라스틱통이 자리잡고 있다. 한때는 김치가 떨어질 무렵 김치맛에 빠져 있는 유럽인 아내가 김치를 만들자고 성화를 부렸다. 

초기엔 김치 만드는 일은 항상 내 몫이었다. 소금에 배추를 절이고 양념을 만들고 배춧잎마다 양념을 바르는 일체의 과정을 혼자서 해야 했다. 김치 만들기에 다소 게으름을 피우자 아내는 "그러면 양념은 내가 준비하고 나머지만 당신이 좀 해"라면서 거들기 시작했다.

우리 식구가 먹을 김치만 만드는 때보다 주위 사람들과 나눠 먹을 김치를 만드는 때가 더 많다. 그래서 배추 여러 포기를 다듬고 소금에 절이는 데 제법 시간과 수고가 든다. 아직까지 이 일은 내가 한다.   


무, 양파, 마늘, 당근, 생강 등으로 김치양념을 만드는 일은 이제 아내가 맡아서 한다.    


올해 들어서 그동안 김치 만들기에 항상 방관자였던 고등학교 3학년 딸 요가일래가 어느 날 배추에 양념을 바르고 있는데 끼어들었다.


"아빠 내가 한번 해봐도 돼?"
"이거 하고 나면 손가락에 양념이 스며들어서 매운 맛이 있을 거야."
"괜찮아. 나도 이제 성년이 되었으니 직접 한번 해볼래."
"그럼 해봐."    


이렇게 해보더니 그후부터 김치를 담글 때마다 양념 바르기는 요가일래가 전담하고 있다. 특히 요가일래는 밥에다가 김치만으로 만족스럽게 끼니를 때우기도 한다.   


이렇게 식구 세 명이 각자 역할을 분담하니 김치 담그기가 훨씬 수월해지고 귀찮아서 다음으로 미루는 일도 없게 되었다. 하나 더 좋은 점은 협력해서 만들어놓은 김치 맛이 각자 마음에 썩 들지 않아도 누구 하나 선듯 "왜 이렇게 맛없게 담갔니?"라는 투정이 사라졌다. 

아래는 에스페란토로 번역된 <아이유의 한낮의 꿈>을 부르는 요가일래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20. 3. 9. 05:54

유럽에서 30년째 살고 있다. 아내가 유럽 리투아니아인이다. 여기서는 어린 자녀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혼자서만 밥을 준비해 다른 식구들을 위해 차려주는 일이 많지 않다. 서로 다른 직장출근이나 생활양식으로 인해서 보통 각자가 알아서 자기 음식을 해먹는다. 누가 나를 위해 밥을 차려줄 때까지 특별한 일 없이 가만히 기다리는 분위기가 아니다.
 
가족이 집에 다 있는 주말에는 모두가 조금씩이라도 거들어서 함께 밥을 해먹는다. 우리 집 경우에는 밥을 주도적으로 준비한 사람은 설거지에서 열외가 된다. 식사 준비 기여도가 제일 낮다고 스스로 생각하는 사람이 솔선수범해서 설거지한다. 하지만 자기가 먹은 식기류 등은 대체로 자기가 씻는다. 

며칠 전 아내와 딸이 정말 모처럼 스파게티를 만들었다. 그런데 면이 유럽에서 30년 살면서 처음 먹어본 것이라 참으로 신기했다. 집에서 만두류의 음식은 자주 먹지만 스파게티류의 면은 거의 먹지 않는다. 이번 스파게티 면은 굵기가 잔치국수의 소면 같았고, 맛이 한국 분식점의 쫄면 같았다. 부드럽고 쫄깃쫄깃했다.

"이제야 면을 제대로 찾았네!"라는 탄성마저 절로 나왔다.
"아직 면 남아 있어?"라고 아내에게 물었다.
"찬장에 있어."
"봉지와 같이 있지?"
"그래. 왜?"
"상품 이름을 기억해 놓았다가 다 먹으면 또 사 놓으려고."

이탈리아에서 만든 스파게티 면이다. 
듀럼밀(durum wheat)을 부순 밀가루인 세몰리나(semolina)로 만들었다. 듀럼밀의 듀럼은 라틴어로 durum인데 이는 딱딱하다라는 뜻이다. 듀럼밀은 밀 종류 중 가장 딱딱하다는 데서 나온 이름이다. 단백질과 글루텐 함유량이 다른 종에 비해서 상당히 높은 것이 특징이다.

파스타와 스파게티 면 종류 제조회사 그라노로(granoro)가 생산한 "카펠리니(Capellini) 16번"이다. 제품명도 재미있다. 이탈리아어로 "capellini"는 "가는 머리카락"을 뜻한다. 주말 혼자 저녁식사를 해결해야 해서 생각난 김에 이 면으로 비빔국수를 한번 만들어보기로 했다.


면은 끓이기도 쉬웠다. 끓는 물에 넣고 약 3분 정도 끓이면 된다.



카펠리니 면 색깔이나 굵기가 어린 시절 한국에서 즐겨 먹었던 잔치국수나 비빔국수의 소면을 그대로 닮았다.     


냉장고에 남아 있던 자투리 보라색양배추와 쪽파를 활용했다. 마침 지난해 한국 사람이 선물로 준 고추장양념장이 맛을 더해주었다. 


그동안 혼자 해먹을 때에는 거의 대부분이 비빔밥 등과 같은 아주 단순한 일품요리였다. 소면을 쉽게 구할 수 없다는 핑계로 좋아하는 잔치국수나 비빔국수는 아예 내 요리목록에 넣을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최근 아내가 요리에 사용한 카펠리니 면을 알게 된 덕분에 이제 잔치국수나 비빔국수를 해먹을 수 있게 되었다. 좀 더 이 요리 실력을 키워 언젠가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대접해볼 기회가 있길 바란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20. 2. 25. 07:24

일년에 네다섯 번 정도 지방 도시에 살고 있는 유럽 리투아니아인 장모를 방문한다. 부활절, 성탄절, 여름 방학 그리고 가을이다. 빌뉴스에서 북서쪽으로 240km 떨여져 있다. 차로 3시간 걸린다. 옛날에는 라면, 다시다, 미역, 김 등을 챙겨가서 음식을 직접 해먹기도 했는데 이제는 그런 음식을 가져가지 않는다. 유럽인 장모가 해주는 음식을 맛있게 먹고 온다. 

유럽인 장모를 방문할 때 어떤 음식을 얻어 먹고 올까... 
먼저 가장 많이 먹는 음식 중 하나가 감자 요리다. 오븐에 구은 감자와 붉은 사탕무(비트)다. 감자 위에 붙어 있는 검은 것은 캐리웨이(caraway) 열매다. 캐리웨이는 미나리과의 초본 식물이다. 호밀빵, 신양배추(자우어크라우트, sauerkraut, 양배추를 발효시켜 만든 음식) 등을 만들 때 널리 사용하는 향신료다. 닭고기를 양념하는데에도 사용한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주로 닭고기와 돼지고기를 먹는다. 빻은 돼지고기 위에 치즈를 얹어 오븐에 구웠다. 노란색 치즈가 군침을 삼키게 한다.  


붉은 사탕무와 작두콩을 삶아서 만든 요리다. 


고기 먹을 때 빠지지 않는 오이피클이다. 장모가 직접 만들었다. 우리가 집으로 돌아갈 때 이 오이피클 유리병이 늘 차 짐칸에 실려 있다.  


주섬주섬 주어 담은 이날 점심 접시다.


다음 번 식사의 주식은 푹 삶은 돼지고기였다. 신양배추와 함께 먹은 포슬포슬 분이 난 감자가 제일 맛있었다.


장모가 냉장고에서 예전에 우리가 준 고추장통을 꺼냈다.
"사위, 맛 좀 봐. 내가 직접 담근 김치야!"
"뭐라고요?! 장모님이 직접 김치를 담갔어요! 믿기 어려워..."
"맛 봐!"
"우와 먹을만해요."
"어떻게 알고 이렇게 김치까지?"
"딸이 전화로 가르쳐준 대로 해봤어."
"우리 장모 최고!"라고 하면서 엄지척했다.  


양념재료들이 많이 부족했지만 김치라는 이름을 붙이기에는 손색이 없었다. 이 장모표 김치를 고추장과 함께 쌀밥에 비벼 먹으면 참 맛있겠다.  


아래는 유럽인 아내가 직접 담근 김치다. 장모에게 갈 때마다 집에 김치가 있으면 이렇게 유리병에 담아서 선물로 가져간다. 


김치 빛깔부터 다르다... ㅎㅎㅎ


한국인 사위에게 한국의 대표음식 중 하나인 김치를 손수 담가서 맛을 보게 한 유럽인 장모의 정성이 김치의 부실과 맛을 평할 수 없게 만든다. 그냥 최고요!!!

* 몇 분이 댓글로 의견을 주셨습니다. 이 글에서 "장모"를 어떻게 표현할까 저도 고민했습니다. 호칭이나 지칭으로 사용할 때는 "장모님"이라고 해야 예의에 맞습니다. 하지만 이 글에서는 "아내의 어머니"라는 명사로서 "장모"라는 표현을 사용했음을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20. 2. 23. 04:19

우리 집엔 세 식구가 살고 있다. 주말을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 각자가 스스로 식사를 해서 먹는다. 무엇을 해먹을까 생각하면서 찬장 속 식품통을 뒤져 본다. 

그런데 알지 못하는 글자도 섞여 있는 과자봉지가 눈에 뛴다. 오른쪽 상단에 "맛있다"가 보인다. 내가 산 적이 없는데 누가 이걸 샀을까... 
  

"맛있다"를 로마자로 표기한 듯한 "Masita"가 보인다. "맛있다"가 없다면 "Masita"를 "마시타 혹은 마시따"로 읽어 한글을 쉽게 떠올릴 수 없겠다. 내가 알고 있는 "맛있다"의 로마자 표기는 "masitda" 또는 "masitta"다. 한글 서체도 좀 세련되지 않아 보인다. 영어로 한국산 해조류(Korean seaweed)라고 쓰여 있는 것을 보니 적어도 한국하고 관련이 있는 듯하다.  

궁금증이 일어났다. 뒷봉지를 자세히 읽어보니 태국-한국 회사가 한국산 해조류로 태국에서 제조해 유럽으로 수출한 제품이다. 자세한 식품 내용물은 핀란드어, 스웨덴어, 에스토니아어, 라트비아어 그리고 리투아니아어로 설명되어 있다. 
 

거실에 있는 유럽인 아내에게 다가가서 물어보았다.
"내가 이걸 안 샀는데 누가 샀지?"
"내가 슈퍼마겟에서 샀지."
"어떤 것이지 알고 이걸 샀나?"
"한국어 단어가 눈에 들어와서 샀지."
"뭐지 알아?"
"알지. 한국에서 먹어본 맥주 안주잖아."
"우와, 이제 여기 유럽 리투아니아에서도 바삭바삭 구운 해조류 안주를 살 수 있다니 놀랍다!!!"


내친 김에 아내와 함께 맥주 한 잔을 마셔본다. 
 

태국에서 제조된 한국산 안주로 리투아니아산 맥주를 마시니 둘 다 평소보다 맛이 더 좋은 듯했다. 이날 집에 있는 캔맥주도 한 개뿐이고 안주도 한 봉지뿐이었다. 아내도 아쉬워하고 나도 아쉬워 했다. 그렇다고 가게에 갈 수도 없었다. 리투아니아는 오후 8시부터는 상점에서 주류 판매가 금지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걸 한 봉지만 사지 말고 여러 봉지를 사오지 않고서 말이야."
"내가 이렇게 바삭바삭하고 고소하면서 감칠맛이 나는 안주인 줄을 어떻게 알 수 없잖아."
"다음에 슈퍼마겟에 가면 여러 봉지를 사오자. 유럽 현지인 손님들한테도 한번 맛 보여주는 것도 좋겠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20. 2. 15. 05:36

일전에 비닐봉지에 가득 찬 마늘을 까서 플라스틱통에 담아 냉장고에 넣어 놓았다. 그날부터 매일 아침 생마늘을 먹는다. 아무리 남편이 한국인이라고 이해하거나 마늘냄새에 민감하지 않거나 혹은 마늘이 건강에 아주 좋다는 것을 믿는다고 하더라도 자꾸만 마늘냄새가 난다면 마냥 좋아할 사람은 없겠다.


그래서 인터넷 검색을 해보았다. 
마늘냄새를 어떻게 없앨까?
생마늘을 먹은 후 영향을 주는 식품들에 대해 실험한 결과에 따르면 사과가 냄새를 중화시키는 데에 가장 큰 효과를 나타냈다고 한다. 이는 사과에 내재된 효소가 마늘 속 화합물에 반응해 분쇄 작용을 하고 냄새를 제거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올커니 잘됐다.
왜냐하면 오래 전부터 아침 공복에 사과 한 개를 먹는 것이 습관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집 냉장고 보관실에 늘 사과가 보관되어 있다. 
이제 사과를 먹을 때 마늘을 얇게 썰어서 사과 사이에 넣어서 먹어야겠다. 


여러 날 동안 이렇게 생마늘을 먹었다. 유럽인 아내는 아직 눈치를 못한 것인지 아니면 한국인 남편 건강이 우선이라 내색을 하지 않은 것인지 그동안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생마늘과 함께 먹은 사과가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것에 점점 확신하게 되었다. 그런데 일이 생겼다.


모처럼 햇빛이 쨍쨍하기에 아내와 함께 나란히 인근에 있는 공원으로 산책을 나갔다. 서로 이야기를 하면서 거리를 따라 걸어가고 있는데 갑자기 아내가 물었다.

"방금 어디서 독한 냄새가 났지?"
"나도 순간적으로 독한 냄새를 맡았어."
"독한 술냄새 같았어."
"우리 앞에 한 남자가 다가와서 지나갈 때 난 냄새가 아닐까?"
"당신 오늘 아침에도 생마늘 먹었어?"
"먹었지."
"생마늘 몇 쪽?"
"네 쪽."
"뭐라고?! 생마늘을 네 쪽이나!!!"

아내의 목소리가  커졌다.
"내가 국을 끓일 때 넣는 마늘이 기껏해야 두 쪽이야. 그런데 당신은 아침에 생마늘을 네 쪽이나 먹다니 이해할 수가 없어. 어디 한번 내쪽으로 후우 불어봐."

살짝 후우 불어보니 아내의 목소리는 이제 추궁조였다.
"봐, 당신한테서 마늘냄새가 나잖아!"
"인터넷 검색을 통해 냄새 안 나도록 사과하고 같이 먹었는데..."
"이제는 네 쪽이나 먹지 말고 한두 쪽만 먹어!"
"나에겐 마늘냄새가 전혀 나지 않는데 말이다."
"특히 학생들을 가르치는 요일에는 아예 먹지 마!"


이렇게 내 자신과 약속한 "매일 생마늘 네 쪽 먹기"는 기로에 서게 되었다. 사과의 마늘냄새 제거 효과를 과신한 결과가 아닐까... 유럽인 아내에게 마늘냄새를 들킨 날부터는 네 쪽을 한두 쪽으로 줄이고 사과도 더 큰 것으로 먹고 있다. 애궁~~~ 마늘을 마음껏 먹고 싶당~~~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20. 1. 7. 08:05

크리스마스 전후로 유럽 리투아니아 학교는 2주간 방학이다. 이 방학을 맞아 고3 요가일래는 교과서들을 정리했다. 더 이상 필요없는 고1 교과서를 버리기가 아까워 우편 송료만 받고 필요한 사람에게 주고자 나눔장터에 안매문을 올렸다. 금방 원하는 사람이 나타났다. 

우리 집 근처에 있던 우체국이 조금 멀리 떨어진 대형 슈퍼마켓으로 이전을 했다. 산책 겸 딸의 수고를 덜어주고자 우리 부부가 우체국을 향했다. 혹시 분실이 될까봐 등기우편으로 교과서를 보냈다.  

기왕 간 김에 눈앞에 있는 슈퍼마켓에 들어가 필요한 식료품을 사기로 했다. 우리 식구들이 먹는 과일은 주로 내가 고른다. 과일 판매대로 가니 낯익은 포장물건이 눈에 확 뛴다. 바로 "세계의 맛"(Pasaulio skoniai)으로 안내된 상품이다.  


수북이 쌓여있는 상품은 다름 아닌 바로 김이다.


바다 건강스낵 바다나물 간식(seaweed snack)... 


"Product of Korea"(한국산)이 무척 반갑다.



가격은 얼마일까?
4그램짜리 세 상자에 1.53유로(약 2000원)다.
한국에서는 얼마할지 궁금하다.


김과 나란히 판매되는 상품은 유럽 사람들이 맥주 안주로 즐겨 먹는 옥수수칩(옥수수를 튀긴 조각)이다. 이것은 475그램에 4.15유로(약 5400원)다. 


1킬로그램당 가격을 비교하면 
한국산 김은 127.50유로(약 16만 5천원), 
옥수수칩은 8.74유로(약 1만 2천원)이다. 
김이 14배나 더 비싸다.  


한국에서는 김을 주로 밥반찬이나 김밥으로 널리 먹지만 이곳 유럽 리투아니아에서는 해초 전채(jūržolės užkandis, 유르졸레스 우즈칸디스)로 소개되고 있다. 우즈칸디스는 주된 식사 전에 식욕을 돋우기 위해 나오는 요리나 맥주를 마실 때 먹는 안주를 말한다.  

대형 슈퍼마켓에서 본 수북이 쌓인 김을 보면서 한 생각이 든다. 앞으로 한국을 방문할 때 이곳 친지인들에게 줄 선물로 부피가 큰 김을 더 이상 사올 필요가 없겠다. 멀지 않은 장래에 이곳 유럽 사람들도 옥수수칩 대신에 건강식품 김을 안주 삼아 맥주을 마시는 일이 흔할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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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여행2019. 10. 14. 04:56

지난 9월 2주 동안 모스크바를 다녀 왔다. 1990년부터 알고 지내는 폴란드 친구 라덱이 함께 가자고 했다. 그는 아버지가 폴란드인이고 어머니가 고려인이다. 그의 선조들은 1800년대 말 연해주를 거쳐 러시아 볼고그라드에 정착했다. 라덱 이모는 모스크바에 살고 있는 고려인이다. 이미 몇 차례 폴란드와 리투아니아에서 이모를 만난 터라 흔쾌히 따라 갔다. 

유럽에서 30년 살면서 모스크바 여행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많은 기대를 하면서 모스크바행 비행기에 올라 탔다. 밤낮없이 교통체증으로 유명한 모스크바에서 라덱 사촌 갈리나 부부가 우리를 공항에서 반갑게 마중했다.  


공항에서 이모 댁이 있는 모스크바 시내로 이동하는 동안 만나는 도로나 아파트의 엄청난 규모에 압도당했다. 인구 60만명이 사는 도시에 익숙한 내 눈은 1200만명이 사는 도시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흥미로운 이야기 하나를 들었다. 갈리나 오빠는 소련 시대에 지어진 아래와 같은 건물에 있는 방 두개 모스크바 아파트를 임대해서 받는 월세로 카자흐스탄에서 일하지 않고 가족이 편하게 살고 있다고 한다.               


모스크바에서 체류하는 동안 어머니와 함께 사는 라덱 사촌 알로나는 임시 휴가를 내면서까지 우리를 상트페테르부르크와 모스크바를 두루 안내해 주었다. 라덱 이모와 사촌들과 함께 집 근처 공원으로 산책을 나섰다. 


라덱 이모는 모스크바는 물가가 비싸기 때문에 밥은 되도록이면 식당에서 먹지 말고 집에 와서 먹으라고 했다. 체류 기간 내내 일흔 살 이모가 해주는 밥으로 거의 대부분 하루 세 끼를 먹었다. 고려인이 만든 음식은 어떠할까? 몇 해 전 취재 촬영 차 다녀온 칼리닌그라드에 사는 고려인들의 반찬가게(아래 동영상)가 먼저 떠오른다. 



10여일 동안 고려인 집에서 내가 먹은 음식들을 아래 소개한다. 한반도를 떠나서 산 지 150여년 세월이 흘렀지만 이 집 음식들은 여전히 밥과 반찬과 국으로 이루어진 한국식이다. 첫날 점심 식탁에 오른 음식이다. 


생선오이무침이다.


시래국이라고 한다. 먹어보니 내가 알고 있는 시래기가 아니였다. 시래기는 보통 무청이나 배춧잎을 말린 것이다. 
"이 채소는 뭐?"
"민들레잎."
"민들레잎으로 시래기국을?!"
"그렇지. 싱싱한 민들레잎을 끓는 물에 살짝 데친 후 차가운 물에 하루 정도 담가 둔다. 그러면 쓴맛이 줄어든다. 한 끼 분량씩을 비닐에 싸서 냉동실에 넣어 둔다."
"우와~~~ 나도 내년 봄에 한번 해봐야겠다."       


직접 구운 따끈한 사과빵(애플케익)이다.


공원산책 중 간식으로 삶은 찰진 옥수수를 먹었다. 


저녁으로 내놓은 왕만두다. 이모가 직접 집에서 손수 만들어 쪘다.  


하나만 먹어도 배가 불렀는데 맛있어 또 손이 나갔다. 


왕만두는 다음날 상트페테르부르크 여러 박물관 관람으로 시간에 쫓기는 우리들에게 아주 요긴한 먹거리가 되었다.


김치다. 물김치에 가깝다.


상큼한 오이무침이다.


한국당근이다. 고려인들이 배추 대신에 채썬 당근으로 담근 김치다.


닭육수로 만든 국수라 한다. 좋아하는 잔치국수로 보인다. 


아, 저 면이 소면이었더라면 참 좋았을텐데 아쉽게도 스파게티였다. 하지만 맛은 좋았다. 


어느 날 아침 식사다. 빵 윗 부분을 드러내고 그 안에 달걀을 넣고 구웠다.


어느 날 저녁 식탁이다.


애호박무침이다.


내가 아주 좋아하는 가지무침이다.


고추피클이다. 맵지 않게 보이지만 아주 매웠다.


미역된장국이다.


찐 수제 만두다.


소고기 시금치 볶음이다.


닭백숙이다.


고추 소고기 장조림이다.


양념된장이다. 아파트 발코니에서 된장과 간장을 직접 만들어 먹는다. 발효시키고 있는 메주를 보여 주었다.  
 

소(양)곱창 요리다. 양은 소의 첫 번째 위장을 말한다.


삶은 수제 만두다.


이번 여행을 마치고 공항으로 떠나기 전 먹은 저녁 식탁이다. 숙주나물무침도 보인다.   


소고기 필라프다. 필라프는 대체로 고기와 야채를 먼저 볶은 후 그 위에 쌀을 얹어 끓이는 음식이다. 이날 먹은 필라프는 기름지지도 않고 느끼하지도 않고 맛이 아주 담백했다. 유럽에 살면서 여태까지 먹어 본 필라프 중 최고로 맛있는 것으로 기억 된다.


10여일 동안 위에 있는 맛난 음식으로 우릴 아들처럼 대해준 뱔라 이모(가운데), 폴란드 친구 라덱(오른쪽) 그리고 승용차로 우릴 이곳저곳으로 구경시켜 준 뱔라 이모의 둘째 딸 갈리나(왼쪽)다. 


150여년을 한반도에서 벗어나서 산 세대를 이어온 이들은 여전히 한국식으로 음식을 만들어 먹고 있다. 결혼해서 따로 사는 손녀도 된장을 가져 간다고 한다. 작은 아파트 발코니에서 메주를 발효시키는 모습에서 한국인의 정체성을 보는 듯해서 가슴이 뭉클해졌다. 내가 좋아하는 오징어젓갈과 이번에 알게 된 민들레시래기국을 나도 꼭 해먹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이상은 초유스 모스크바 여행기 7편입니다. 
초유스 모스크바 여행기 1편 | 2편 | 3편 | 4편 | 5편 | 6편 | 7편 | 8편 | 9편 | 10편 | 11편 | 1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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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19. 9. 3. 02:46

화창한 지난 토요일 200여평의 텃밭을 가지고 있는 리투아니아 현지인 친구가 초대했다. 2017년 여름 한국을 방문했을 때 선물 받은 들깨 씨앗을 올해도 그는 자기 텃밭에 심었다. 

"텃밭에 들깨가 무성하게 잘 자라고 있으니 언제라도 놀라와." 
"그러면 이번 토요일에 친구들을 불러 함께 한국 음식을 한번 해먹어 보자." 

이렇게 해서 그의 텃밭을 다녀왔다. 텃밭에는 내 주먹보다 두서너 배가 큰 토마토가 아주 탐스럽게 온실에서 자라고 있다. 금방이라도 토마토 한 개를 따서 먹고 싶을 정도로 붉은 색이 유혹한다.

온실 밖에는 한국에서 가져온 씨앗으로 심은 들깨가 무성하게 잘 자라고 있다.


쌈을 싸먹기에 아주 적당한 크기의 잎들이 대부분이다.


함께 초대 받아 온 리투아니아 현지인 친구 한 명이 깻잎을 따고 있다. 상큼하고 향긋한 깻잎 향이 참으로 좋다고 한다.


지난 7월 초 한국인들로부터 만드는 법을 배운 아내가 능숙하게 생깻잎김치를 만들고 있다. 


양념장이 좀 더 많았으면 좋았을 법한데 매운 맛에 익숙하지 않는 현지인들을 위해서다. 



한국에서 가져온 씨앗으로 심은 상추도 생깻잎과 함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에서 가져온 씨앗으로 심은 부추도 오이와 함께 시식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이날 삼겹살은 우리 부부가 준비했다. 고기 굽는 것을 원래 좋아하지 않지만 이날은 현지인들에게 한국 음식을 대접하는 날이기에 내가 맡아서 했다. 불어오는 바람을 피해 사과나무 밑에서 자리를 잡았다.


아내는 생깻잎에 삼겹살을 어떻게 먹는 지를 보여 주고 있다. 집에서 가져온 쌈장도 참으로 요긴했다.


이날 처음으로 먹어본 삽겹살과 깻잎이 아주 맛있다고 하는 친구의 말이 그의 밝은 표정에 그대로 녹아나고 있다. 


튀는 삼겹살 기름에 살갗이 순간 통증을 느꼈지만 한국에서 가져 온 씨앗으로 심은 깻잎으로 현지인들을 한번 대접하는 기회를 갖게 되어 좋았다. 친구는 깻잎을 마음껏 따가라고 해서 한 봉지 가득 따왔다. 덕분에 깻잎김치가 우리 집 밥상에 한동안 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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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여행2018. 11. 19. 15:16

바르샤바에 살고 있는 폴란드인 친구와 함께 둘이서 다시 22년만에 11월 초순 한국을 방문했다. 우리에게 가장 경제적으로 한국에 가는 방법은 독일 항공사 루프탄자였다. 한국으로 갈 때 빌뉴스-프랑크푸르트-뭰헨-인천으로 환승이 두 번이었다. 돌아올 때 인천-프랑크푸르트-빌뉴스 노선이었다. 에어버스 A350-900는 위에서 내려다볼 수 있는 카메라가 있어서 영종도 활주로에 착륙하는 모습을 생생하게 보았다. 


인천공항에 도착하자 출발지 국기와 도착지 국기가 나란히 환영을 하고 있었다.


곧 바로 지인이 살고 있는 경기도 고양시 일산으로 공항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친 누님 같은 지인은 우리가 유럽을 떠나기 전에 그 댁에 머무는 동안 무엇을 먹고 싶은 지를 물었다. 이날 도착해 제일 먼저 한 식사는 점심이었다. 간단한 음식을 부탁했건만 떡볶이, 김밥, 유부초밥, 어묵 등 평소 유럽에서 먹기 힘든 한국 음식을 푸짐하게 준비해 놓았다.   


식사 후 흔한 커피나 녹차 대신 약령시장에서 직접 사온 다양한 약재로 정성스럽게 한국의 전통차 쌍화차를 끓여주었다.  


저녁은 훨씬 더 푸짐했다. 빌뉴스 집에서 한국 음식을 자주 해먹는데 그야말로 단품 식사다. 밥 한 공기에 국이나 반찬 한 두 가지가 전부다. 그러니 이날 지인이 저녁상에 올린 음식에 감탄과 찬사를 연발할 수밖에 없었다. 감사한 마음과 송구한 마음도 가득했다.   


우리를 매료시킨 것이 하나 더 있었다. 여러 음식물 옆에 놓인 단풍잎과 곱게 물든 나뭇잎이었다. 식감에 색감이 더해졌다. 일반 가정집 음식에 이렇게 단풍으로 장식된 것은 처음 보았다.  


지인은 가을이 되면 단풍잎이나 곱게 물든 나뭇잎을 따서 냉장실과 냉동실에 보관해 놓는다고 한다. 음식을 다 만든 후에 접시 빈 자리에 나뭇잎을 올려 시각적으로도 음식을 즐길 수 있도록 신경을 쓴다고 한다. 비닐봉지는 냉장실에 보관하는 나뭇잎이다.  


아래 사진에서 보듯이 플라스틱통은 냉동실에 보관하는 나뭇잎이다. 


지인은 나도 집에서 나뭇잎으로 음식을 장식해볼 것을 권했다. 냉장실에 보관한 나뭇잎은 그 색깔이 쉽게 변하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냉동실에 보관한 나뭇잎은 식사하는 동안 아래와 같이 색깔이 서서히 변한다고 한다.  


지인 아파트 정원에 자라고 있는 단풍나무다. 


밖에서 즐기는 노랑색 빨강색 화려한 단풍잎을 음식물 옆에 장식해서 식사를 하면서도 가을 정취를 느낄 수 있도록 배려해준 지인의 섬세한 예술적 감각이 정말 돋보였다. 정성 듬뿍 담긴 푸짐한 음식에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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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여행2017. 9. 11. 03:37

지난 여름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에스페란토대회에 참가하고자 우리 가족 세 명과 리투아니아 친구들이 3간 한국을 방문했다. 8월 초순 한국에서 돌아오자마자 이어지는 여러 일정으로 1000장이 넘는 사진 정리와 가족 한국방문기를 쓰지를 못했다. 이제서야 사진 정리를 마쳤다. 사진을 본 딸아이 요가일래가 페이스북으로 직접 쓴 글을 보내왔다.    
 
제일 맛있는 맛집?! 

제가 한국 가기 전에 진짜 궁금한 것이 한국 음식이었어요. 
세 번 한국에 갔다왔지만 기억 잘 안 나서 아주 기대했어요. 

집에서도 한국 요리를 종종 하지만 한국에서 맛보기를 원했어요. 
한국에 3주 동안 있으면서 제일 맛있는 곳이 어디일까를 생각해봤어요.

이제 리투아니아로 돌아왔는데 
어디에 제일 맛있는 곳이 있는지를 알 것 같아요.

그 맛집이 너무 갑자기 왔어요. 
어느 날 아침 아버지가 
"우리가 대구에서 울산에 가서 좋으신 분과 식사를 한다"고 말했어요. 

바로 울산에서 제가 제일 기억할만한 맛을 찾았어요. 
아주머니가 다 직접 메뉴를 만들고 아름다운 한옥을 지었어요.
아줌마는 대단하고 훌륭해요. 

이날 먹은 음식을 다 사진 찍었어요. 
그 맛있는 호박 샐러드는 정말 못 잊을 거예요!

식사 후 아주머니는 인근에 있는 통도사까지 
우리를 안내해주셔서 정말 좋았어요. 


한국에 계신 사람들한테 이 맛집을 추천해요!
맛집 이름은 도동산방이에요.

이날 요가일래와 함께 먹은 음식 사진을 올린다.



이날 도동산방 덕분에 

정성과 색깔이 듬뿍 녹아나 있는 한국 음식에 대한 좋은 인상과 경험을 요가일래가 갖게 되었다. 

초대해주신 도동산방 신미화 원장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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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7. 5. 10. 05:02

호주에서 일하고 있는 큰딸 마르티나가 3개월 휴가를 받아서 8개월만에 집을 방문했다. 공항에 환영을 가는데 그냥 가는 것보다 장미꽃 다발을 사기로 했다. 꽃 살 일을 잘 챙기지 않아서 장미꽃 한 송이 가격도 몰랐다.

"이 장미꽃 얼마?"

"한 송이에 2유로."

"저 장미꽃은 1유로 20센트."

 

 

장미꽃 한 송이에 2500원이라니 깜짝 놀랐다.

 

"어디에서 온 꽃?"

"네덜란드"

 

집에 없어서 생일을 챙겨주지 못했으니 나이만큼 장미꽃 송이를 구입했다. 

 

 

예기치 않은 꽃선물에 큰딸은 몹시 기뻐했다.

 

 

이어서 가까운 친척들을 초대해 모임을 가졌다. 손쉽게 만들 수 있고, 또한 사람들이 좋아하는 김밥을 만들기로 했다. 이 담당은 한국인인 내 몫이었다. 그런데 작은딸 요가일래가 자기가 만들겠다고 선뜻 나섰다.  

 

 

"김밥 만들기가 재미있어?"

"그럼, 재미있지."

"참 잘 만든다."

"왠지 알아?"

"만들기를 좋아하니까."

"왜냐하면 내 몸에 한국인 피가 있기 때문이야."

 


좋거나 잘하는 것은 다 "한국인 피"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딸아이에게 부끄럽기도 하고 기쁘기도 하다. 요가일래는 김밥 두 줄을 따로 챙겨놓았다,

 

"왜 따로 챙기지?"

"학교에 가져가 친구들과 나눠 먹으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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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17. 4. 10. 05:41

최근 뜻하지 않게 한국식품 두 가지를 먹을 수 있게 되었다. 하나는 파래자반이고, 다른 하나는 우동이다. 이것을 한국식품 가게가 아니라 리투아니아 빌뉴스 현지 큰가게(슈퍼마켓)에서 구입했다.

큰가게에서 물건을 산 후 아내가 잠시 어디를 다녀왔다. 저기 오는 아내의 손에 뭔가 지어져 있었고 아내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어있었다.

"뭘 또 샀는데?"
"여기 한국식품! 파래자반."
"당신이 어떻게?"
"오는 데 한글이 눈에 확 띄었어. 밥에 뿌려먹으면 맛있잖아."


다른 날에도 함께 큰가게를 갔다. 
과일판매대에 있는 데 아내가 또 손에 뭔가를 들고 왔다.

"이번에는 뭘?"
"봐. 우동이야!"
"아, 이건 대박이다. 내가 좋아하는 면이다. 한국인 내 눈보다 어찌 당신 눈에 더 잘 보이나?"
"그러게. ㅎㅎㅎ"


굵은 우동면을 보니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꼬춧가루를 조금 뿌려 즐겨 먹던 한국에서의 우동이 떠올랐다. 


일반 큰가게에서 남편이 한국인이라 한국식품을 사준 아내에게 감사의 표시로 엉성하게나마 우동을 끓여 대접했다. 막상 사진을 찍고보니 여러 가지 야채를 더 넣어 끊일 것 아쉬움이 들었다. 그래도 이날 모두 맛있게 한 끼를 해결했다고 좋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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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16. 12. 29. 08:56

연말이다. 한 해를 정리하고 새해를 맞이하는 시기다. 우리 집 세 식구는 보통 아침와 저녁은 각자 스스로 챙겨 먹는다. 아침식사를 준비하려고 냉장고를 열어보니 번데기가 눈에 들어왔다. 지난 여름에 한국인 관광객이 술안주를 가져와 남은 것을 선물로 주고 간 것이다. 


언제 마지막으로 번데기를 먹은 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한국을 떠난 지 26년이 되었으니 적어도 지난 30년 동안 번데기를 안 먹은 것은 확실하다. 어렸을 때 길거리에서 번데기를 사서 먹은 것은 기억난다. 친구들과 같이 종이꼬깔에 들어있는 번데기를 입안 가득히 넣어 씹어먹곤 했다. 

한국인이 선물을 주고 간 것을 그냥 버릴 수도 없는 일이다. 그래서 번데기를 주저없이 먹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면서 아내와 딸이 보는 앞에서 먹게 되었다.

"지금 뭐 먹는데?" 아내가 묻는다.
"번데기."
"번데기가 뭔데?"
"일명 비단벌레라고 해."
"뭐?! 벌레!!!"
"왜 안 돼?"
"난 벌레만 봐도 징그럽고 민감한데 당신은 그런 벌레를 먹다니..."  

번데기를 보여주니 아내는 기겁했다. 벌레를 먹는 남편에 혐오감마저 느끼는 표정을 지었다. 잠시 후 아내는 제안을 하나 했다.


"곧 다가오는 새해에 현지인 친구들이 모일 때 한국 음식이라고 내놓으면 좋을텐데..."
"당신이 기겁하는데 친구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 지 뻔하잖아. 괜히 한국인과 한국음식에 대한 좋지 않은 인상을 심어줄 수도 있지. 그러니 지금 먹어버리는 것이 좋지. ㅎㅎㅎ"

그런데 딸아이 반응은 의외였다.
"아빠가 먹고 싶으면 먹을 수도 있지 뭐."
"사실 아빠가 먹고 싶어서 먹는 것이 아니라 있으니까 그냥 먹는 거야."

깡통에 든 번데기는 참 매웠다. 서너 입 먹고 나니 너무 매서워 기침까지 하게 되었다.
번데기만을 더 이상 먹을 수 없었다.


그래서 관광객이 선물한 누렁지를 끓여서 번데기를 다 넣어서 먹었다. 이렇게 "번데기누렁지"로 아침식사를 마쳤다. 매운 맛으로 오전 내내 속이 편하지 않았다. 그래도 냉장고에 있던 깡통번데기 자리를 이제야 비웠다는 것에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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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16. 12. 26. 06:12

유럽의 가장 큰 명절은 크리스마스다. 리투아니아의 크리스마스 공휴일은 24일, 25일, 26일이다. 대부분 학교는 2주일간 겨울 방학이다. 곳곳에 흩여진 가족들이 만나는 날이다. 24일은 가장 가까운 식구들이 모여 함께 풍성하게 저녁식사를 한다 [크리스마스 음식에 대한 글은 예전 글 참조]. 25일은 친척들이 서로 방문하면서 선물을 주고 받는다.   

친척들간 선물을 무엇으로 할까 고민하다가 3년 전부터 우리 집은 김치로 하고 있다. 올해도 평소 필요한 양보다 더 많이 김치를 담갔다. 

크리스마스를 지방 도시에 사는 장모댁에서 보내려고 23일 도착했다. 장모님은 양배추국을 준비했다. 감자와 발효 양배추 그리고 돼지고기를 넣어 푹 삶은 국이다. 먼저 고기를 들어내고 국을 먹는다.


이어 고기를 빵과 함께 따로 먹는다. 


크리스마스 전야음식 식탁에 올릴 김치를 가져왔다고 하니 식탁에 둘러 않은 모두가 빨리 내놓아라고 했다. ㅎㅎㅎ 

큰 처남 왈 "고기와 김치!!! 이것이 최고 맛이지!"
따로 큰 처남 식구를 위해 김치를 큰 유리병에 담아두었다. 


다음날 저녁 장모댁을 방문한 작은 처남의 처가 통에 담긴 김치를 보더니 탐을 내었다. 아주머니는 독일에  일하고 있는데 잠시 휴가를 받아 돌아왔다.
"독일 친구들한테 한국 김치맛을 보여주려고 하니 조금 담아주면 좋겠네."


어설프게 담근 김치이지만 이렇게 고대하고 맛있게 먹는 처가집 식구들이 있으니 매운 맛을 참으면서 김치를 담근 보람을 느낀다. 올해는 이 김치가 몇몇 독일인들 입에까지 오르게 된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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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트3국 여행2016. 9. 27. 07:37

발트 3국에서 주로 리투아니아 버스회사들이 한국 관광객 단체를 태우고 다닌다. 가이드 일을 하다보면 여러 차례 함께 일하는 운전사들도 있다. 이럴 경우 참으로 편하다, 호흡이 잘 맞으니 일 진행이 순조롭다. 친분도 생기니 한국 음식이 생기면 운전사에게도 나눠준다. 

한 운전사가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운다. 이번에는 무엇을 얻었기에...


동료 김수환 가이드가 선물한 볶음고추장이다.



나 경우엔 한국을 떠난 지 벌써 반반세기라 고추장을 먹으면 순간 기침이 나오고 속이 쓰리다.


*  사진제공: 가이드 김수환


 그런데 주변 유럽 운전사뿐만 아니라 지인들은 조금씩 그 매운 맛에 익숙해져 곧잘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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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16. 2. 9. 10:14

거의 매년 설날을 즈음해서 리투아니아 현지인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해 음식을 나눠 먹으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이들은 설날을 '동양 새해'로 부른다. 그래서 동양적인 분위기의 옷을 입고, 동양적인 음식을 각자 준비해서 가져온다. 그렇게 튀가 나지 않지만 중국 등 여행에서 사온 옷 등을 입고 왔다. 옷 색깔은 주로 붉은 색이다. 

* 설날 기념으로 모인 리투아니아 현지인 에스페란티스토들


* 옷은 붉은 색


우리 집은 이날 오는 손님들을 위해 잡채, 만두, 김밥 등을 준비했다. 식구들은 각자 일을 부담했다. 아내는 잡채를 하고, 딸은 김밥을 말고, 나는 만두를 구웠다.



이날의 압권은 친구가 가져온 선물이었다. 먼저 몽골의 말젖 치즈를 꺼냈다. 모두들 신기하면서 환호를 보냈다. 그는 이어서 중국, 일본, 한국 맥주를 차례로 꺼냈다. 대형상점에서 종종 일본이나 중국 맥주를 볼 수 있지만, 아직 한국 맥주를 본 적이 없다. 어디서 샀는 지 물어보았지만, 그는 비밀이라고 한다.


신기함의 취기가 식어가자 모두 한바탕 크게 웃게 되었다. 보기에도 엉성했지만, 캔맥주 상단에 리투아니아어 글자가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 한국 맥주, 알코올 도수 6도

속은 리투아니아 맥주이고, 겉포장만 한국 맥주다. 인터넷에서 사진을 검색하고 칼러로 인쇄하고 또 붙이는데 솔찬히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그의 정성과 아이디에 모두 박수를 보냈다. 가짜 한국 맥주는 내 몫이었다. 세 나라 맥주 중 이름 때문인지 한국 맥주가 더 맛었다. 

음식을 준비하느라 힘들었지만, 설날을 맞아 현지인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내년 설날을 또 기약하면서 모두의 건강과 소원성취를 빈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5. 9. 3. 05:31

발트3국 출장으로 8월 중순부터 거의 집을 비웠다. 다행히 학년이 시작되는 9월 1일 가족과 함께 했다. 리가에서 저녁 버스를 타고 4시간 걸려 빌뉴스 집에 밤 10시경 도착하니 전기밥솥에 솔솔 김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분명히 리가에서 저녁을 먹고 온다고 했는데 밥을 해놓다니... 잠시 후 딸아이가 부엌으로 들어와 음식을 준비하려고 했다.

"아빠, 저녁 먹었는데."
"알아."
"건데 왜 지금 늦은 시간에 음식을 하니?"
"이제 학교에서 밥을 사먹지 않고 도시락을 사서 가져가려고. 김밥해서 가져갈거야."
"네가 직접?"
"그래. 엄마가 조금 도와주고 내가 할거야."


6년 전 초등학교 2학년 때 도시락으로 가져간 김밥이 놀림감이 되었다는 글이 떠올랐다.  

그땐 아빠가 만들어주었는데, 중학교 2학년이 된 지금은 이렇게 스스로 김밥을 사가지고 학교에 가져가겠다고 한다. 지나가면 역시 세월은 참 빠르다. 김 위에 밥을 얹고 그 위에 계란말이, 오이 등을 얹으면서 딸아이의 말은 이어졌다.


"아빠, 내가 정말 한국인인가봐."
"왜?"
"김밥을 좋아하고 이렇게 김밥을 만들고 있으니까, 내가 정말 한국 사람이다."
"그래?"
"아버님, 감사합니다."
"왜?"
"나를 한국 사람으로 만들어주었으니 정말 고맙지."
"아이구... 내일 아침에 아빠가 깨워줄게."

책장에는 벌써 중학교 2학년 시간표가 붙여져 있다. 하루 수업수는 6-7시간이다.


학교 사물함에 놓을 물건을 보니 빗, 머리끈, 비상 간식 등이 잘 정리되어 있다.  



공부와 학교 생활이 재미있다고 하는 딸아이의 마음이 이번 학년 끝까지 쭉 이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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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트3국에 속하는 나라는 위로부터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이다. 각 나라의 수도에는 규모가 각각 다르지만 한국인이 운영하는 한식당이 있다. 에스토니아 수도 탈린에는 <고추>, 라트비아 수도 리가에는 <설악산>,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에는 <맛>이라는 식당이 있다.

8월초 라트비아 리가에 또 다른 한식당이 문을 열었다는 소식을 접한 후 최근 직접 이곳을 다녀왔다. 식당 이름은 "Go! Noodle Bar"이다. 


일단 위치를 알아보자.

Marijas iela 16 (마리야 거리 16)이다. 국제선 버스역에서 이 식당까지 거리는 900미터로 걸어서 10여분이 걸린다. 


식당 바로 앞이 버스정류장이고 입구 왼쪽 옆에는 BENU 약국이 있다.


들어가니 식당이름처럼 바 분위기가 나고 20석을 갖춘 실내는 아주 깔금하다. 


식방 주방이 확 트여 있어 요리하는 모습도 지켜볼 수가 있다.



식당 이름에서 쉽게 알 수 있듯이 메뉴는 복잡하지 않고 아주 간결하다. 라면, 비빕밥, 볶은밥, 잡채밥, 야채만두, 해물만두, 고기만두, 김치만두 등이다. 가격은 3유로에서 5유로 사이다. 


이날 메뉴판에 없는 음식을 주문했다. 바로 짜장면이다. 외국에서의 짜장면이라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런데 색깔부터 그렇게 먹고 싶었던 짜장면 그대로였다. 노란 단무지와 잘 익은 김치가 짜장면의 맛을 돋구워 주었다.



면은 따근따근 쫄깃쫄깃했다.  



아직 인근 건물들이 구시가지에 비해 외벽 단장이 정결하지는 못하지만 아르누보 양식의 건축물들이 주변 곳곳에 자리잡고 있다. 이런 건물들을 살펴보면서 구시가지에서도 충분히 걸어서 올 수 있는 거리이다. 


여행객들이 한 끼 가볍게 해결할 수 있는 식당이다. 여름철 관광안내사 일을 하기 때문에 리가 국제선 버스역을 자주 이용하는 편이라 부담없이 이곳을 이용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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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15. 6. 30. 06:15

유럽 여러 나라의 수도나 대도시 등에 한국 식당을 만나는 일은 이제 어렵지가 않다. 발트 3국에도 한국 식당이 있다.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에는 <맛>, 라트비아 수도 리가에는 <설악산>, 에스토니아 수도 탈린에는 <고추> 식당이 있어 현지인들과 한국인 여행객들 에게 한국 음식을 맛볼 기회를 주고 있다. 

드디어 크로아티아 수도 자그레브에서도 한국 음식을 맛볼 수 있다라는 소식을 에스페란토 현지인 친구가 에스페란토로 어제 알려주었다. 참고로 일전에 문화일보가 <'에스페란토어 공용화' 꺼지지 않은 불씨>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내보냈다. 인터넷판 기사의 댓글을 쭉 훑어보니 대부분 에스페란토는 시간 낭비로 쓸모 없는 언어라고 주장했다. 세상의 어느 물건이든 그 자체의 유용성 여부는 그것을 바라보고 사용하는 사람에 달렸다.

언젠가 발에 걸린 길거리 돌을 주워서 집으로 가져왔다. 며칠 후 이 돌은 우리 집 화분 속 화초 밑가지를 지지해주는 유용한 물건이 되었다. 에스페란토 또한 이와 마찬가지다. 대학교 1학년 때부터 배운 에스페란토는 지금도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언어이자 일상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언어 중 하나다. 바로 다문화 가정인 우리 가족의 공용어가 에스페란토다.

인터넷 덕분에 전세계에 흩어져 있는 에스페란토 사용자들과 각종 사회교제망을 통해 매일 소식을 주고 받는다.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에 살고 있는 오랜 에스페란토 친구가 내가 한국인이라는 점으로 인해 반가울 것 같은 소식을 전해주었다. 

* 한국 음식 소개 잡지 기사


자그레브에 한국 음식 메뉴를 가진 호텔이 있다는 기사를 읽자마자 그는 사진을 찍어 한국인 친구인 나에게 보내왔다. 이 호텔은 바로 그의 직장 앞에 위치해 있다. 한국인이 경영하는 한국 식당이 아니라 고급 특급호텔에서 한국 음식을 메뉴로 제공한다는 것이 믿기지가 않았다. 즉각 인터넷 검색을 해보았다.


* 에스플라나데 호텔 한국 음식 메뉴 사이트 화면

정말이다. 
호텔은 에스프라나데 자그레브(Esplanade Zagreb)으로 5성급이다.
위치는 미하노비체바 1 (Mihanoviceva 1)이고 식당은 Le Bistro이다.

* 에스플라나데 자그레브 5성급 호텔 (사진 인터넷)


* 에스플라나데 호텔 구글 지도


주방장은 놀랍게도 한국인이 아니라 크로아티아인 아나 그르지치 (Ana Grgic)이다.

크로아티아 한국대사관의 협력과 후원으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메뉴를 보니 김치 7유로, 단호박죽 6유로, 불고기 19유로, 해산물잡채 17유로, 비빔밥 13유로, 계절과일과 호박젤리 9유로이다. 적어도 경험상 5성급 호텔 비빔밥 가격 13유로는 과하지 않은 듯하다.    

언젠가 자그레브에 갈 기회가 있다면 이 소식을 에스페란토로 알려준 친구를 이곳으로 초대해 한국 음식을 대접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사람에 따라 이렇게 에스페란토는 세계 도처의 따근따근한 소식을 실시각으로 전해주는 유용한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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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15. 3. 5. 08:00

유럽 리투아니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뉴스 포털사이트인 delfi.lt이다

3월 4일 첫 화면에 한국당근 기사가 올라왔다.

"매운 한국 당근"(Aštrios korėjietiškos morkos)은 음식 이름이다. 

이 "매운 한국 당근"을 만드는 요리법이 소개되어 있다.


* 출처 source link


이 "한국 당근" 음식의 정체는 무엇일까?

여러 해 전 TV 방송을 위해 취재한 적이 있었다. 

당시 대형매점 이끼(Iki)의 수석요리사가 설명해준 바에 따르면 

소련 시대 고려인들이 쉽게 구할 수 있는 식재료인 당근을 이용해 

한국적인 매운 맛을 내는 음식을 만들어 먹은 데서 

이 "한국 당근"이라는 이름이 유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음식은 발트 3국을 비롯해서 옛 소련 공화국에 널리 펴져 있다.  


요리법은 간단하다. 

당근을 채썰어, 후추, 카르다몬, 석탕, 식용유, 식초 등으로 버무려 샐러드처럼 만든다.



이날 기사에 실린 요러법을 소개하면 이렇다.

당근 1kg

백포도주 4 숟가락

마늘 100g

매운 고춧가루

해바리기씨 식용유 100g

고수(빈대풀, coriander, kultiva koriandro)씨앗가루 2 숟가락

소금 약간



대형상점 식품판매대서 쉽게 이 샐러드를 볼 수 있다. 또한 유리병에 든 "한국 당근"도 볼 수 있다. 종종 자기도 한국 음식을 먹어본 적이 있다거나 즐겨 먹는다고 말하는 현지인들을 만난다.


"한국 음식 맛이 어때?"

"매워."

"어떤 한국 음식을 먹었는데?"

"한국 당근."


한국에는 없는 "한국 당근"이 이렇게 여기 유럽 사람들에게 한국 음식으로 여겨지고 있다. 가끔 우리 집도 이 "한국 당근" 샐러드를 가게에서 구입해서 고기 등과 함께 먹는다. 먹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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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15. 2. 26. 07:31

거의 매년 음력 설날이 되면 우리 집에 행사가 하나 있다. 음력 1월 1일은 한인회장님 댁에서 교민들이 모여 떡국을 먹는다. 그리고 설날이 있는 주의 주말에 유럽 리투아니아 현지인 에스페란토 친구들을 우리 집으로 초대한다. 보잘 것 없지만 한국 음식을 마련해 함께 식사하면서 동양의 설날을 축하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갖는다.

올해는 지난 금요일 초대했다. 가급적으로 동양에 어울리는 옷을 입고 온다. 대부분 현지인들은 이날 붉은 색 옷을 입었다. 어떤 이는 인도 여행에서 산 옷을 입었고, 어떤 이는 중국 여행에서 산 옷을 입었다.  


아래는 우리가 마련한 음식의 일부다. 김밥은 원래 내가 만들기로 했으나, 갑자기 감기 기운이 들어서 처음부터 끝까지 13살 딸아이 요가일래가 만들었다. 잡채는 리투아니아인 아내가 만들었다. 2월 초 우리 집에 온 한국 손님이 요리법을 일러주었다. 아내가 직접 잡채를 혼자 요리한 것은 이날이 처음이었다. 다들 맛있게 먹는 것을 보니 성공한 듯했다. 김치는 아내와 내가 함께 담갔고, 닭고기는 아내가 요리했다. 세 식구가 이렇게 분업하여 설 손님 맞이 음식을 준비했다.     



지금까지는 거실 상에 음식을 전부 놓았는데, 올해는 부엌에 놓고 사람들이 각자 먹고 싶은 만큼 가져갈 수 있도록 했다. 거실 상이 좀 빈약해 보였지만, 술이나 음료수, 잔 등을 위한 공간이 있어서 좋았다.



식사를 마친 후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상품이 걸린 문제 풀기가 시작되었다. 사전에 예고하지 않은 프로그램이었다. 긴긴 밤을 그냥 덕담과 잡담으로만 보내기에는 아까웠다. 모임이 좀 더 유익하도록 우리 식구들이 의견을 모아 한국에 대한 질문 10가지를 내고 맞추는 사람에게 한국적인 선물을 주기로 결정했다. 비록 여기가 리투아니아이지만, 한국인을 친구로 두고 있으니, 한국에 대해 최소한 몇 가지 정도는 순간적이라도 알게 하면 좋을 것 같았다.      



어떤 문제를 낼 것인가 참 고민스러웠다. 흥미를 끌어내야 하니 어려운 문제는 피하는 것이 좋고, 한편 꼭 맞히게 하는 것보다 지식을 갖게 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질문은 아내와 내가 의논해서 만들었고, 파워포인트 파일은 딸아이가 만들었다. 


012345678910

열 가지 질문은 다음과 같다.


1. 월력에 따르면 1달은 몇 일이고 1년은 몇 일인가?
   아무도 정확하게 맞추지 못했다. 비슷하게 맞춘 사람이 상품을 받았다. 
2. (오늘 우리 집에서 먹은) 김치는 무슨 재료로 만들어졌나?  
   가장 많은 재료를 말하는 사람이 상품을 받았다.
3. 세계에 널리 알려진 한국 기업 3개를 언급하고 각 기업은 무엇을 주로 생산하나?
   모두 삼성과 현대를 맞췄지만, LG는 첫 자가 L로 시작한다는 암시로 누가 맞췄다.
4. 한국은 언제 세워졌나?
   아무도 정확하게 몰랐다. 한 사람이 기원전 2000년이라 추측했다. 그가 상품을 받았다. 
   모두들 한국이 유구한 역사를 가진 것에 놀랐다.
5. 한국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무술은?
   가장 많은 사람들이 손을 번쩍 들었다.
6. 언제 한국이 공식적으로 둘로 분단되었나?
   한 사람만이 손을 번쩍 들었다. 그리고 정확히 답을 맞혔다.
7. 한국에서 가장 큰 섬이고, 유네스코 자연유산을 가진 섬은?
   정답을 맞혔다.
8. 한국어 철자 이름은?
   아쉽게도 아무도 맞추지 못했다.
9. 언제 한국에서 세계에스페란토대회가 열렸고, 또 언제 한국이 또 이 대회를 유치하고자 하나?
   열린 대회 년도는 몰랐지만, 유치하고자 하는 대회는 알아맞혔다. 
10. 1919년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승인한 유럽 최초 국가는?
   서유럽 여러 나라들이 제일 먼저 언급되었고, 나중에 범위를 좁혀 동유럽, 발트 3국 중에 있다고 하자        그때서야 답이 나왔다. 답은 리투아니아. [관련글: http://blog.chojus.com/4173]
   한국과 리투아니아 사이에 이런 관계가 있었다는 사실에 모두 기뻐했다.  

에스페란토로 번역된 아리랑을 함께 부르면서 한국 관련 질문과 답맞히기는 끝이 났다. 모임을 파하고 집으로 돌아갈 때 친구들은 "오늘 한국 음식도 맛있었고, 한국에 대해 공부도 잘 했다"면서 좋아했다. 우리 집 세 식구가 협력해 준비한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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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5. 2. 23. 07:31

올해는 한국을 떠나 산 지 25년이 되는 해이다. 이렇게 세월을 보내다니 한 가지 생활 변화를 꼽으라면 바로 재치기이다. 이제는 라면을 끓일 때나 김치를 담글 때나 늘 재치기한다. 심지어 고춧가루가 든 매운 음식을 먹을 때도 재치기한다. 바로 매운 고춧가루가 코를 자극해서 이를 유발한다. 한국 방문시 식탁에선 재치기가 나지 않도록 각별히 조심한다.

매운 라면은 외국에 사는 대부분의 한국인에게는 별미 중 별미일 것이다. 아버지만 한국인인 13살 딸아이요가일래는 라면을 좋아하고 잘 먹기 때문에 자기도 완전한 한국인이라고 우겨댄다.

똑 같은 방법으로 엄마가 끓이는 라면은 맛이 없고, 아빠가 끓이는 라면이 맛있다고 한다. 그래서 라면 요리는 늘 내 몫이다. 매울 것 같아 라면스프를 다 넣지 않고 끓여주면 금방 반응이 나온다. 

"아빠, 난 매운 라면을 좋아해. 이번에도 스프 다 안 넣었지?"
"그래"
"앞으로 다 넣어줘."

하지만 건강을 생각해 아주 드물게 라면을 끓여 준다. 지난 금요일 기특하게도 딸아이는 손님 맞이를 위해 큼직한 거실 창문 세 개를 딱는 중이었다. 

"아빠, 오늘 라면 끓여줘."
"매운 것 자주 먹으면 안 좋아."
"반드시 해줘야 돼."
"왜?"
"내가 라면을 먹으면 목 구멍이 따뜻해지고 노래가 더 잘 나와."
"ㅎㅎㅎㅎ 라면을 먹으면 노래를 더 잘 부른다고?! 그럼 오늘 해줘야지."
"내가 음악학교에 갈 때마다 라면을 끓어줘."


라면 꼭 먹으려는 이유를 이날은 노래 부르기에서 찾았다.
 
라면과 노래 부르기라... 

요가일래의 주장대로 정말 매운 라면을 먹으면 목이 트이고 노래를 더 잘 부를 수 있다는 것이 사실로 입증이 된다면 "노래방 가기 전 반드시 라면을 드세요"라는 라면광고가 나올 법하다. ㅎㅎㅎ  

한편 요즘에 요가일래는 매니큐어를 즐겨한다.
"매니규어 안 하면 안 되나?"
"내 친구들이 전부 하고 학교에 와."
"손톱이 숨을 쉰다고 하는데."
"아빠는 나를 사랑해?"
"사랑하지."
"아빠가 나를 사랑한다면 내가 좋아하는 것도 사랑해야지."
"네 손톱은 매니큐어 하지 않아도 예뻐."
"고마운데 그건 아빠 생각이야. 요즘 검은색이 내 스타일이야." 

이렇게 벌써 자기 스타일을 찾아가는 딸아이에게 하지 말라고만 계속 할 수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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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15. 2. 12. 06:04

1월에 3주에 걸쳐 한국을 방문했다. 짧은 일정에 전국 도처에 흩어져 있는 친구나 지인을 방문하기란 쉽지가 않다. 여러 해 동안 보지 못한 지인을 방문해 직접 요리한 푸짐한 저녁식사를 대접받았다. 이날 먹은 음식 사진을 사교망(사회교제망, SNS)을 통해 세계 곳곳에 있는 친구들에게 알려주니 아주 부러워했다.   


유럽에 사는 다문화가정이라 식사를 어떻게 하는지 흔히 질문을 받는다.

답은 간단하다.

"때론 한국식, 때론 유럽식"


막상 한국식이라고 쉽게 답하지만 속으로는 부끄럽다. 바로 반찬 때문이다. 반찬이 빈약한 것이 아니라 거의 없다. 그저 미역국, 된장국, 쇠고기무국 혹은 계란국 한 그릇에 밥 공기가가 전부이다. 그래서 육해공을 망라한 다양한 반찬이 없어 아쉽고 또한 그립다.   


한국의 지인이 정성스럽게 요리한 다양한 반찬을 보니 감동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것저적 젓가락으로 집어먹으니 식사의 속도도 느려지고, 천천히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이날 저녁상에 올라온 반찬을 사진에 담아보았다.    


▲ 두부

▲ 계란

▲ 말린 오징어

▲ 도토리묵

▲ 미역


▲ 콩나물

▲ 돼지고기

▲ 대구국

▲ 후식 - 딸기와 단감


정다운 지인들과 함께 먹으니 더 맛잇었다. 내가 봐도 부러워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날 저녁에 초대해준 지인에게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다양한 반찬이 정결하게 차려딘 이날 저녁상은 사교망을 통해 세계 친구들에게 한국 음식 문화에 대한 좋은 인상을 심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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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첫면2015. 2. 9. 06:44

8일 동안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러시아 에스페란토인과 함께 한국을 돌아다녔다. 특히 그는 세계 에스페란토계에서 문학가(시인, 소설가)과 번역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또한 자신이 지은 시를 노래를 부르면서 그 의미를 전달하는 활동도 하고 있다.    


그는 시인답게 자신의 한국 체험을 짧은 문장에 담아내었다. 아래 에스페란토 문장이다.  

En Koreio 

           Brasiko akra, 

           vodko akva;

En Rusio

           Brasiko dolĉa

           vodko forta.   

번역하면 이렇다.
           한국 배추는 맵고, 술(소주)은 물이요
           러시아 배추(양배추)는 달고, 술(보드카)은 세지요.
 
김치 속 배추는 설명하지도 않아도 외국인들에게는 맵다. 술이라고 나온 소주는 독주를 좋아하는 그에게는 약간 달짝지근한 물맛에 더 가까웠다.

여행지 음식에 잘 적응한다고 말은 하지만 그는 종종 아래와 같은 질문으로 속내를 드러내었다.
"왜 한국 음식에는 빵이 없지?" (산골에서 4일 머무는 동안 빵은 없었다) 
"왜 한국 사람들은 고기를 안 먹지?" (반찬 속 고기는  있었지만 고기가 주된 음식인 경우는 아직 없었다.)

어느 날 레스토랑에 들렀다. 이 집은 연잎밥과 함박스테이크 두 종류를 제공했다. 나는 아무런 주저함도 없이 연잎밥을 선택했다. 찰진 연잎밥이 참 맛있었다.   


연잎밥으로 한국적 별미를 맛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설명했지만, 러시아 에스페란토 친구는 '고기'라는 한 마디 설명에 함박스테이크를 선택했다. 함박스테이크를 앞에 두고 소년처럼 좋아하는 순박한 그의 얼굴 웃음이 아직도 눈 앞에 선하다. 



그가 느낀 또 하나의 색다른 음식 문화는 바로 국(수프)이다. 한국 음식에는 일반적으로 아침, 점심, 저녁 모두 밥상에 국물요리가 나온다. 이에 반해 유럽에서 수프는 하루 식사 중 가장 든든하게 먹는 끼니(보통 점심)에 나온다. 하루 세 끼 때마다 국을 먹는 일은 그에게 전혀 익숙하지 않았다.  



아래는 한국 방문 중 먹은 다양한 국이다. 


▲ 미역국

▲ 홍합국

▲ 매생이국

▲ 대구국


여행 막바지 어느 날 아침 식사에 된장국이 등장했다. 된장국을 바라보면서 그가 던진 한마디가 내 뇌리에 쉽게 각인되었다.

"아, 또 국이야!" 


끼니 때마다 밥만큼이나 국도 외국인들에게는 낯설다. 밥은 먹어야 하지만, 국은 먹지 않을 수 있다. 이번에 그와 함께 다니면서 얻은 소득 중 하나는 앞으로 외국 손님하고 다닐 때에는 적어도 국만큼은 먼저 의향을 물어본 후에 국을 줄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해야겠다는 것이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5. 2. 6. 07:37

이번 1월 한국 방문에는 러시아에 살고 있는 에스페란토 친구가 동행했다. 그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생각으로는 러시아인, 마음으로 유대인, 영혼으로는 우크라이나인이다"라고 말한다. 아버지가 유대인인 그는 지금의 우크라이나에서 태어나 자랐고, 대학을 졸업한 후부터 러시아에 살고 있다. 

8일 동안 익산, 논산, 부산, 서울 등지를 그와 함께 다녔다. 식사할 때마다 그가 안스럽기도 하고, 대단해보이기도 했다. 무엇 때문일까?

바로 젓가락질이다. 



서투른 젓가락질로 그는 힘들게 밥을 먹었다.


"포크를 갖다줄까?"

"아니."

"젓자락질이 불편하잖아. 그냥 포크로 쉽게 밥을 먹는 것이 좋겠는데."

"한국에 왔으니 해봐야지."

"그래도 옆에서 보니 좀 안스럽다."

"내가 언제 또 이렇게 젓가락질로 밥을 먹어볼 수 있겠나!"

"맞아. 차차 하다보면 능숙하게 될 거야."


시간이 지남에 따라 친구의 젓가락질 솜씨는 일취월장했다. 이러다가는 정말이지 멀지 않아서 콩알도 집어서 먹을 수도 있을 듯했다.  



"내가 이렇게 힘들더라도 포크를 사용하지 않은 이유가 또 하나 있지."

"뭔데?"

"내가 이 쇠젓가락을 러시아 친구들에게 선물을 하고 싶어."

"쇠젓가락을 선물로?"

"러시아에 있는 일본식당이나 중국식당은 전부 나무젓가락을 주는데 여기는 다 쇠젓가락이라 신기해."

"그래서?"

"한국 쇠젓가락을 선물하면서 내가 서투르면 안 돼지. 그래서 내가 익숙해지려고 노력하는 거야."

 


그와 함께 부산 국제시장을 들렀다. 그의 마음을 어떻게 알았는지 선물 가게에는 다양한 젓가락이 진열되어 있었다.



러시아 사람들에게 선물할 마음에 드는 쇠젓가락을 여러 개 구입하면서 그는 만족한 미소를 지었다. 


수십년을 외국인들 사이에 살면서 지금껏 한 번도 쇠젓자락을 그들에게 선물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유럽에 있는 아시아 음식점에서는 거의 대부분 일회용 나무젓가락을 준다. 이를 사용하지 않고 기념으로 집으로 가져가는 사람들도 있다. 이렇게 쇠젓가락을 선물하면서 중국과 일본과는 달리 한국은 쇠젓가락을 많이 사용한다는 사실도 알릴 수 있겠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4. 12. 23. 07:28

이제 이틀 후면 크리스마스다. "즐거운 크리스마스"라 서로서로 인사를 나누지만, 어느 때엔 즐거움은 사라지고 고민만 머리 속에 맴돈다.

한해를 마감하고 새해를 맞이하는 시점인데 가까운 친척들에게 "올해는 무엇으로 선물해야 하나?"가 12월 초순부터 우리 집의 화두다. 

어린이들은 순진무구하다. 그저 자기가 받고 싶은 물건을 산타 할아버지에게 부탁하는 편지를 쓰기만 하면 된다. 이 또한 부모로서는 고민거리다. 어떤 아이는 그 편지를 다른 식구들이 뜯지 못하도록 풀로 꼭꼭 붙여놓는다. 이 경우 부모로서 먼저 그 받고 싶은 물건이 무엇인지 파악해내야 한다. 설사 알아내었더라도 그 물건이 황당하거나 값이 부모가 감당하지 못할 때는 역시 고민스럽다.

* 방문에 부모에게 줄 크리스마스 선물을 몰래 포장하니 방해하지 마라는 딸아이의 안내문 


친척들도 자기가 원하는 물건을 살짝 이야기해준다면 좋겠다. 말이 가까운 친척이지 일년에 서너 차례 정도 만난다. 그러니 이 또한 알아내는 것도 쉽지 않다. 결국 '선물은 주는 사람 마음이다'라는 원칙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  

올해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자기가 직접 만든 물건을 선물하는 것이 유행이다. 며칠 전 한국어 종강 수업에 한 학생이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었다. 다른 학생들은 초콜릿 등을 선물했지만, 이 학생은 집에서 직접 만든 사과잼과 토마토잼을 선물했다.

* 빌뉴스대학교 한국어 수강생이 직접 만들어 선물한 사과잼과 토마토잼


자, 그렇다면 우리 집은 올해 어떤 선물을 결정했을까?
12월초 유럽인 아내와 선물에 관해 대화를 나눴다.

"올해 친척들에게 무엇을 선물하지?"
"친척들이 우리 김치가 맛있다고 하니 김치로 하면 어떨까?"
"하기야 지금까지 김치를 선물한 적은 없었지."
"평소보다 더 많이 담그면 되겠네."
"우리만이 할 수 있으니 김치 선물이 딱 좋겠다." 

유럽인 아내의 일가친척들은 결혼 초기에 김치를 냄새가 나는 괴상한 음식으로 치부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조금씩 김치에 익숙해지더니 우리 집에 오면 이들이 제일 먼저 찾는 음식이 바로 김치가 되어버렸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어느듯 김치는 이들에게 신(神)적인 음식이 되어버렸다. 그러니 김치 선물이 딱 좋을 수밖에... 

이렇게 아내와 함께 김치를 넉넉하게 담갔다. 소금을 뿌리고, 양념을 준비하고, 절인 배춧잎에 양념을 바르는데 더 많은 시간과 힘이 들었다. 하지만 전혀 기대하지 않은 선물을 받아 좋아할 친척들을 생각하니 힘들지는 않았다.    


어젯밤 아내는 먹기 쉽게 긴 배춧잎을 입에 넣기 좋을 만큼 잘게 잘랐다. 그리고 유리병에 김치를 담아 포장까지 마쳤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크리스마스 전야 때 12가지 음식을 먹는다. 다가오는 새해의 12달 동안 건강하게 살자라는 염원이 담겨져 있다. 이날은 생선을 제외한 고기 음식은 없다. 


* 유럽인 친척들의 크리스마스 전야 식탁에 오를 초유스표 김치

  

이 식탁에 우리가 만든 김치가 12가지 중 하나가 될 것이다. 겨울철이라 김치에 마늘을 평소보다 2배는 더 넣었다. 매워서 입은 헐 수도 있지만 김치 효능으로 모두 건강한 새해를 맞기 바란다.

Posted by 초유스
다음첫면2014. 12. 11. 07:55

어제 수요일 낮 유럽인 아내는 모처럼 미역국을 직접 끓였다. 간이 약간 밍밍했지만, 그런대로 먹을만 했다. 사실 밍밍한 것이 좋다. 흔히들 북유럽 음식은 짜다고 한다. 그래서 리투아니아 사람들이 즐겨하는 말이 있다. 남편이 짜다고 불평하면 이렇게 말한다.

"짠만큼 당신을 사랑해~~~"

그러니 짜를수록 사랑의 깊이가 더한다는 말이니 화가 아니라 웃음으로 보답해야 되겠다. 사실 음식은 짠 것보다 덜 짠 것이 좋다. 그래야 취향에 맞게 소금이나 간장을 더 넣을 수도 있고, 고추장을 풀어서 먹을 수 있다. 

아내는 오후에 직장에 나간다. 학생들이 일반학교에서 공부를 마친 후 음악학교에 수업 받으러 오기 때문이다. 이날따라 중학생 딸아이도 바빴다. 일반학교 마치고, 잠시 집에 와서 점심 먹고, 미술학교를 갔다가 곧당 음악학교를 갔다. 

나 또한 저녁에 대학교에서 한국어를 가르친다. 수업 들어가지 전 식사를 한다. 그래서 아래가 낮에 끓어놓은 미역국이 식어서 냄비 채로 다시 끓렸다. 


이날따라 아내가 차를 가지고 와서 식구 셋이 다 같이 만나서 집으로 돌아왔다. 옷을 갈아입고 부엌으로 들어간 아내는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당신 또 남은 미역국을 냄비 채로 데웠지?"

대답 대신 내 머리 속에 아래 와 같은 생각이 맴돌았다.
'아. 또 시작이구나!'
'그냥 넘어가면 안 되나...'
'한국인 남편의 고치기 힘든 습관이라 생각하고 그냥 스긍하면 살 되면 되지 않나...'

리투아니아인 아내가 이를 좋아하는 읺는 이유는 간단하다.
국은 반복해서 끓일수록 그 영양분이 점점 감소된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전체 큰 냄비를 데우는 것보다 작은 냄비를 사용하는 것이 에너지 절약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인 나는 국을 끓이고 식힌 후 다시 한 번 더 끓여 놓으면 남은 국을 더 오래 보관할 수 있다는 믿음에 길들여져 있다. 또한 국 일부만을 들어내지 않고 냄비 전체를 데우고 식힌 후 냉장고에 보관하면 더 좋다라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 이것이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인지는 모르겠다.

대체로 주변 사람들은 국을 많이 끓여서 남기는 일이 거의 없다. 그저 그때끄때 먹을 만큼만 끓인다. 그러니 남겨서 이를 데우고 할 일이 없다. 한국인 남편을 만나 살다보니 중간 냄비 대신에 큰 냄비에 끓여 남으면 다음날에 별다른 수고 없이 끼니를 때울 수 있다. 그런데 영양분 감소에는 전혀 관심 없고 냄비 채로 다시 데우는 남편이 못 마땅하다. ㅎㅎㅎ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4. 11. 19. 07:00

세계 여러 나라 음식 요리를 즐겨하는 어느 스웨덴인[처음엔 폴란드인으로 여겼으나 관련인과 직접 접촉을 통해 알아본 결과 스웨덴인]의 제육볶음 동영상이 최근 눈길을 끌었다. 유튜브 사용자 "The Food Emperor"는 자신이 직접 제육볶음을 요리하는 과정을 동영상으로 찍어 11월 14일 유튜브에 공개했다. 현재 이 동영상 조회수는 16만을 넘었다.

동영상 속의 언어는 폴란드어이고  
"제육 볶음"
"최고의 레시피예요"
"기뻐서 강 같은 눈물을 흘릴거에요"라는 한글 자막이 뜨고, 목소리도 나온다.

그의 제육볶음 레시피는 아래 사이트(영어)에 있다.
http://www.foodemperor.com/cooking/spicykorean

어떤 내용이 있기에 그의 제육볶음 요리과정 동영상이 큰 인기를 끌고 있을까?
아래 동영상에서 볼 수 있다.



유튜브 계정의 이름에서 보듯이 그는 자신을 "Food Emperor"라 부른다. 이에 걸맞게 그는 동영상 중간중간에 북한의 뉴스 방송화면을 삽입했다. 아주 특이한 착상으로 그는 한국음식 제육볶음 요리를 누리꾼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