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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10. 11. 29. 09:26

북동유럽 리투아니아 겨울밤은 길고 길다. 오후 4시면 벌써 어두워진다. 깊은 밤이 된 것 같은데 시계를 보면 이제 저녁 7시이다. 이런 밤에 우리 집 식구들이 흔히 하는 말이 있다.

"심심하네. 뭐 재미난 것이 없나?"

이렇게 겨울철이 되면 지척의 거리에 친척이 다 모여 살고 있는 고향 도시를 아내는 그리워한다. 또한 잔칫자리가 은근히 기다려지기도 한다.

얼마 전부터 우리 집의 화제는 12월 첫 토요일에 있을 아내의 외삼촌 환갑잔치이다. 무슨 선물을 할까 고민하다가 물건을 사기보다는 축의금으로 하는 것이 더 좋겠다고 결론지었다. 더욱이 레스토랑을 빌려서 잔치를 하기로 했으나 축의금이 더 유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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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내가 조카에게 결혼선물을 편지봉투 속에 넣어 건네주고 있다.

물론 능력껏 성의껏 액수를 정하겠지만, 아내는 지방의 작은 도시에 살고 계시는 장모님의 의견을 구했다. 장모님은 보통 잔치에서 대접받는 음식값을 예상하고 그 예상액보다 조금 더 넉넉하게 정한다고 답했다. 그리고 축의금에 얽힌 재미난 일화를 소개했다.

언젠가 장모님은 잘 아는 이웃집 할머님의 팔순잔치에 초대받아 가서 축의금을 전했다. 다음날 잔치를 치룬 할머님이 장모님을 직접 찾아오셨다.

"바쁠실 텐데 어쩐 일로 오셨나요?"
"축의금이 너무 많아서 돌려주려고."
"아니 세상에 축의금이 많다고 돌려주다니!!!"

장모님은 극구 만류했으나, 그 할머님은 축의금 일부가 담긴 봉투를 기어코 돌려주고 가셨다. 축의금 일부를 돌려주고 돌려받았다라는 이야기는 금시초문이다.

"우리도 잔치 후 수지결산해서 돈이 남으면 참가자들에게 돌려주면 어떨까?"라고 아내에게 물었다.
"모두가 축의금으로 선물하면 가능할 수도 있지. 물건으로 선물하는 사람도 있으니 형평을 맞추기가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닐 것 같은데."라고 답했다.

한편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축의금 봉투에 이름을 쓰지 않는다. 또한 축의금 명부를 따로 만들지 않는다.

"그렇게 하려면 일일이 받는 축의금 봉투에 누가 주었다가 표식을 할 필요가 있다."라고 아내가 덧붙였다.

받은 축의금이 너무 많다고 일부를 돌려준 팔순 할머님의 무욕심은 참으로 신선하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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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