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얘기2020. 2. 11. 06:59

유럽에는 영하의 날씨인데도 유모차를 끌고 산책을 하는 부모들을 도심이나 공원에서 자주 만난다. 소련 시대를 추억케 하는 사진 한 장이 관심을 끈다. 유아원 정원에 간이침대을 놓고 낮잠을 재우는 모습이다. 1958년에 찍은 사진이다.     

사진출처

신선한 공기가 충만한 밖에서 아기들은 잘 자고 이는 아기의 면역성을 강화시켜 준다고 알려져 있다. 이 사진을 보고 있으니 현재 고3 딸의 아기 시절이 떠오른다. 11월에 태어났다. 태어난 지 3주째부터 매일 낮에 아파트 발코니나 공원에서 잠을 재웠다.  


체온을 보호하기 따뜻한 옷을 입히고 아기 침낭 속에 재웠다. 얼굴만 밖으로 노출시켰다. 


공원으로 아기와 함께 산책하는 날 가끔 집에 남을 듯한 빵을 가져가 새들을 위한 나뭇가지에 주렁주렁 걸어놓기도 했다.


이렇게 집 근처 공원에서 산책하면서 아기를 재우는 것이 한동안 중요한 일과였다.  


영하의 날씨라 걱정 되기도 했지만 딸아이는 새록새록 참 잘 잤다. 아기시절 그 흔한 감기도 한번 걸리지 않았다. 옷을 따뜻하게 입히고 규치적으로 야외에서 아기를 재워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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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16. 12. 29. 08:56

연말이다. 한 해를 정리하고 새해를 맞이하는 시기다. 우리 집 세 식구는 보통 아침와 저녁은 각자 스스로 챙겨 먹는다. 아침식사를 준비하려고 냉장고를 열어보니 번데기가 눈에 들어왔다. 지난 여름에 한국인 관광객이 술안주를 가져와 남은 것을 선물로 주고 간 것이다. 


언제 마지막으로 번데기를 먹은 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한국을 떠난 지 26년이 되었으니 적어도 지난 30년 동안 번데기를 안 먹은 것은 확실하다. 어렸을 때 길거리에서 번데기를 사서 먹은 것은 기억난다. 친구들과 같이 종이꼬깔에 들어있는 번데기를 입안 가득히 넣어 씹어먹곤 했다. 

한국인이 선물을 주고 간 것을 그냥 버릴 수도 없는 일이다. 그래서 번데기를 주저없이 먹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면서 아내와 딸이 보는 앞에서 먹게 되었다.

"지금 뭐 먹는데?" 아내가 묻는다.
"번데기."
"번데기가 뭔데?"
"일명 비단벌레라고 해."
"뭐?! 벌레!!!"
"왜 안 돼?"
"난 벌레만 봐도 징그럽고 민감한데 당신은 그런 벌레를 먹다니..."  

번데기를 보여주니 아내는 기겁했다. 벌레를 먹는 남편에 혐오감마저 느끼는 표정을 지었다. 잠시 후 아내는 제안을 하나 했다.


"곧 다가오는 새해에 현지인 친구들이 모일 때 한국 음식이라고 내놓으면 좋을텐데..."
"당신이 기겁하는데 친구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 지 뻔하잖아. 괜히 한국인과 한국음식에 대한 좋지 않은 인상을 심어줄 수도 있지. 그러니 지금 먹어버리는 것이 좋지. ㅎㅎㅎ"

그런데 딸아이 반응은 의외였다.
"아빠가 먹고 싶으면 먹을 수도 있지 뭐."
"사실 아빠가 먹고 싶어서 먹는 것이 아니라 있으니까 그냥 먹는 거야."

깡통에 든 번데기는 참 매웠다. 서너 입 먹고 나니 너무 매서워 기침까지 하게 되었다.
번데기만을 더 이상 먹을 수 없었다.


그래서 관광객이 선물한 누렁지를 끓여서 번데기를 다 넣어서 먹었다. 이렇게 "번데기누렁지"로 아침식사를 마쳤다. 매운 맛으로 오전 내내 속이 편하지 않았다. 그래도 냉장고에 있던 깡통번데기 자리를 이제야 비웠다는 것에 만족한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4. 11. 17. 08:12

이맘때가 되면 제일 먹고 싶은 과일 중 하나가 단감이나 홍시이다. 어린 시절 시골 마을 뒷밭에는 다양한 종류의 감나무가 여러 그루 자라고 있었다. 학교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장대를 들고 뒷밭 감나무에 가서 홍시를 찾아내 맛있게 먹곤 했다. 

아쉽게도 지금 살고 있는 북동유럽 리투아니아에는 감나무가 자라지 않는다. 하지만 요즘 대형상점 과일 판매대에서 감을 흔히 볼 수 있다. 이 감은 단감이다. 대부분 스페인산이다. 초기에는 가격이 비싸서 선뜻 사고 싶은 마음이 일어나지 않는다. 많이 쏟아져 나와 값이 떨어질 경우에는 자주 사서 먹는다. 다행히 딸아이도 단감을 아주 좋아한다.

* 스페인산 단감


"너는 왜 단감을 좋아하는데?"
"이유는 간단하지."
"뭔데?"
"내가 아빠 딸이잖아. 아빠가 좋아하는 과일은 나도 좋아한다."
"그래 좋은 것만 아빠 닮아라. ㅎㅎㅎ"

단감이라고 하지만 막상 사서 먹어보면 떫은 맛이 있는 단감도 더러 있다. 일전에 맛있게 생긴 단감을 여러 개 사왔다. 딸아이가 한번 깨물어 보더니 이내 퇴퇴하면서 뱉어냈다.     

* 스페인산 단감,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홍시로 먹어야겠다


"왜?"
"감이 안 달아. 이런 감 못 먹어."

주말이다. 아내와 딸아이는 지방 도시에 사시는 장모님을 방문하러 떠났다. 아무리 가격이 떨어졌다 하더라도 경제권을 잡고 있는 아내는 "비싼 수입품 단감보다는 지금은 신토불이 리투아니아 사과를 많이 먹을 때야!"라면서 단감을 많이 사는 것에 분명히 반대할 것이다.


혼자니 마음대로다. 아내가 떠난 후 대형상점으로 직행했다. 단감을 양손에 들 수 있을 정도로 샀다. 스페인 단감을 홍시로 만들 생각이었다. 홍시로 만들어 놓으면 떫은 맛이 달콤한 맛으로 변하기 때문에 딸아이가 맛있게 먹을 것이다. 영수증을 보니 5킬로그램이었다.   

* 스페인산 단감 현재 시각 가격은 킬로그램당 4천원

단감은 값이 얼마일까?
단감은 킬로그램당 7.99리타스 + 부가가치세 21%이다. 이날 구입한 5킬로그램 단감 가격은 50리타스다. 한국돈으로 20,000원(킬로그램당 4천원)이다. 

* 스페인 발렌시아 지방에서 재배된 단감
      
Persimon Bouque는 스페인 발렌시아(Valencia) 지방에서 재배되는 단감이다.

"단감 홍시 만들기" 인터넷 검색을 통해 정보[관련글: 제철 대봉감, 빠르게 홍시 만드는 법]를 얻었다. 스티로폼 상자에 단감을 넣고, 그 사이에 사과를 쪼개서 놓았다. 사과에서 발생하는 에틸렌가스가 식물의 노화와 부패를 촉진시킨다고 한다. 

* 스페인산 단감과 사과를 스티로폼 상자에 담았다 

단감을 담은 상자를 거실 한 구석에 놓았다. 일요일 집에서 돌아온 딸아이는 그것이 무엇인지 몹시 궁금해할 것이다. 1주일 후 열어보면 정말 단감이 홍시가 되어 있을까?! 말랑말랑 달콤한 홍시에 딸아이가 기뻐하는 모습을 상상해본다.  

* 거실 구석에 놓아둔 상자

이번에 성공한다면 상자 가득히 홍시를 만들어 냉동실에도 넣어 놓아야겠다. 얼린 홍시가 별미일 것이다. 이렇게 되면 리투아니아인 아내도 단감을 많이 사는 것에 찬성할 듯하다.

'단감아, 홍시 돼라'

* 단감 홍시 만들기 후기: 스페인 단감 10일 후 달콤한 홍시로 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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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모음2012. 6. 2. 06:11

최근 빌뉴스 중심가를 산책하다가 하얀꽃이 눈에 확 들어왔다. 

무슨 꽃일까? 
바로 아카시아꽃이다. 

이국 땅에서 이 꽃을 볼 때마다 어린 시절의 추억이 떠오른다. 친구들과 뒷산에서 놀다가 배가 고프면 아카시아꽃으로 허기를 때우기도 했다. 

돌로 화덕을 만들고 위에는 평평한 돌을 놓는다. 그리고 밑에 불을 지펴서 돌이 뜨거지면 아카시아꽃을 그 위에 얹어서 지져 먹는다. 


가위바위보로 아카시아 잎을 손가락으로 튕겨서 떼어내던 놀이도 참 많이 했다. 종종 유럽에서도 이 놀이를 하지만 돌 위에 아카시아꽃을 지져먹는 것만큼은 흥이 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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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모음2012. 4. 26. 05:37

어릴 때 강가에 하던 놀이 중 하나가 돌 튕기기이다. 누가 던진 돌이 가장 많이 물 위에 튕기느냐이다. 모난 돌보다 조금 둥글고 넓적한 돌이 잘튕긴다. 

리투아니아에 살면서 이 놀이를 잊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해변이나 강변에 던질 만한 돌이 없기 때문이다. 리투아니아에는 모래와 사토가 대부분이다. 돌이 흔하지 않다. 그래서 옛부터 벽돌집이나 목재집이 주를 이룬다.

일전에 영국 웨일스 애버리스트위스(Aberystwyth)를 방문했는데 해변에는 돌이 엄청 많았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에게 정말 진풍경이다. 

해변에 돌이 있다니!!!!

잔잔한 바닷물 위로 튕기기에도 안성맞춤이었다. 여기저기에서 사람들이 돌을 튕기고 있었다. 딸아이에겐 이국적인 풍경이었다.


아래는 유튜브에 올라온 돌 튕기기 영상이다. 이쪽 강변에서 던진 돌이 물에 튕겨 저쪽 강변까지 도달하는 장면이다. 


리투아니아에는 돌 튕기기 연습장이 없으니 이 분을 따라잡을 수는 없겠다. 정말 조작 의심이 들 정도로 환상적인 돌 튕기기 실력이다. 박수 짝짝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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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0. 7. 13. 0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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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옷을 다 벗고 집안에서 지낸 지 벌써 3일째다. 어제 낮 온도는 33도였다. 이번에 가장 더운 날씨였다. 병원을 가는 데 우리 집 식구가 모두 동행했다. 창문을 열어놓으면 들어오는 벌레가 무서워 8살 딸아이는 혼자 집에 있을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얼마 지나 않아 푹푹 찌는 더위에 딸아이는 녹초가 되었고, 아내는 머리가 아파온다고 했다. 리투아니아 여름온도는 보통 20도 내외인데 이렇게 30도가 넘으니 금방 기진맥진하게 된다.

"리투아니아에도 여름이 이젠 정말 덥다."라고 말하자
"그래도 한국에는 습기가 많지만 여긴 건조하다."라고 옆에 있던 아내가 말했다.

"우리 여름에 한국에 가지 말자. 더워서 구경도 하나도 못하잖아."라고 말하자
"그래 맞아. 봄이나 가을에 가자."라고 딸아이가 맞장구쳤다.
"그땐 너는 학교에 다니잖아. 아빠 혼자 갈 게."
"안 돼!!! 나도 데려가!!!"


요즘 요가일래의 최고 군것질거리는 옥수수이다. 수퍼마켓이나 재시장을 갈 때마다 요가일래는 옥수수를 사달라고 성화이다. 그런데 이 옥수수가 아내가 생각하기엔 비싸다. 그렇게 크지 않은 옥수수 두 개에 보통 4리타스(약 2천원)한다. 헝가리에서 수입한 옥수수이다. 리투아니아에는 옥수수가 잘 자라지 않고, 대부분 가축사료용이다.

일전에 딸아이는 마치 숨어서 혼자 재빨리 먹으려는 듯 발코니에서 게갈스럽게 옥수수를 먹고 있었다. 살며시 가서 사진을 찍으면서 말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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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에게도 좀 줘~"
"안 줄 거야."
"좀 줘~ 맛 한 번 보자."
"내가 맛 보니까 정말 맛있어. 그러니 아빠는 맛볼 필요가 없어."
"알았다. 혼자 맛있게 다 먹어."
"고마워~~~, 안녕!"

한 입 뺏어먹고 싶은 마음이 일어났지만 자식 밥을 뺏어먹는 부도덕한 아빠로 낙인찍히고 싶지 않았다. 이럴 때 제일 좋은 방법은 그저 일어나는 욕심을 놓아버리는 것이다. 이날따라 한국에 살 때 텃밭에 가꾼 옥수수를  실컷 삶아주던 어머니와 그때의 추억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너는 옥수수를 게걸스럽게 먹고, 아빠는 추억을 게걸스럽게 먹으련다."라고 속으로 말하면서 발코니에서 컴퓨터 책상으로 돌아왔다.

Posted by 초유스
영상모음2010. 5. 26. 07:02

5월 15일 가족의 날을 맞아 리투아니아 야외 민속박물관을 다녀왔다. 리투아니아 제2의 도시 카우나스 근교에 위치한 룸쉬쉬케스에 위치한 이 박물관은 가족을 위한 다양한 행사를 마련해 방문객을 즐겁게 했다.

이 박물관에서 새총을 들고 지나가는 어린이들을 만났다. 어릴 적 시골에 살면서 특히 겨울철 새총을 만들어 친구들과 맞추기놀이를 하던 때가 떠올랐다. 요즈음도 새총을 만들어 노는 한국 어린이들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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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투아니아 아이들은 내가 새총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면서 열심히 사용법을 손수 보여주었다. 오랜 세월 동안 잊혀진 새총을 이곳 유럽 리투아니아에서 만나게 되니 반갑고 정감이 갔다.  


* 최근글: 엄마는 신중, 딸아이는 말없이 항생제 복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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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
사진모음2009. 5. 5. 14:54

어릴 적 시골에서 자라면서 두 가지 종류의 토끼풀을 알게 되었다. 하나는 동그랗고 좀 두툼한 하얀 꽃을 피우는 토끼풀이다. 이 토끼풀 꽃 하나의 줄기를 가르고 그 사이로 다른 토끼풀 꽃 줄기를 넣어 시계 등을 만들어본 추억은 누구나 다 가지고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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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하나는 주로 나무 밑 응달에 자라는 토끼풀로 봄이 되면 그 잎을 따서 먹던 새콤한 토끼풀이다. 맛이 새콤해서 이를 "새콤한 토끼풀"로 불렸다.언젠가 "리투아니아 타잔"을 취재하면서 이 사람도 이 "새콤한 토끼풀"를 자주 먹는다고 했다. 그때 이 풀을 동서양이 다 먹네라며 한국의 어린 시절을 얘기해주었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을 이 풀을 "토끼배추"라 부른다. 한국이나 리투아니아나 이 풀을 "토끼"와 관련해서 부르는 것이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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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 공원 숲에서 아주 신기한 것을 발견했다. 지금껏 "새콤한 토끼풀"의 꽃을 본 적이 없었다. 이날 "새콤한 토끼풀" 위에 자라는 하얀 꽃을 처음 보았다. 그래서 처음엔 혹시 "새콤한 토끼풀"과 함께 자라는 꽃일 것이라 여겼다. 궁금해서 풀을 헤치고 밑으로 살펴보았지만, 둘 다 한 뿌리에서 나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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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콤한 토끼풀"의 꽃을 지천명의 나이 무렵에 처음 보게 되었다. 이 꽃을 보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카메라에 담아보았다. (이 "새콤한 토끼풀"의 원래 이름을 아시는 분은 댓글로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댓글에 사랑초라고 해서 확인을 해보니 맞네요.)      

* 관련글: - 리투아니아 타잔을 만나다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