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일래2013. 11. 23. 08:08

금요일은 초등학교 딸아이가 학교에 가기 전 준비를 도와주는 날이다.

"아빠, 나 오늘 집에 늦게 올 거야."
"왜?"
"친구들하고 같이 시내로 놀러 가기로 했어."

학년이 높아갈 수록 특히 6학년생이 된 후부터는 집에 오는 시간이 점점 늦어진다. 예전에는 학교 마지막 수업이 끝난 후 20분 안에 꼬박꼬박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이제는 딸아이에게 보내는 쪽지의 대부분 내용이 아래와 같다. 빨리 집에 와야지......


금요일이라 친구들과 시내 중심가로 가서 감자튀김과 햄버거도 사먹고 놀다가 오겠다고 한다.

"그러면 먼저 집에 와서 책가방을 놓고 가. 무겁잖아."
"아니야, 오늘은 내가 가방을 가볍게 했어. 한번 들어봐."
"그래도 집에 놓고 놀러 가."
"아니야. 친구들도 다 책가방을 가지고 가."
"우리 집 옆을 지나가야 시내 중심가로 갈 수 있잖아."
"책가방 안에 지갑도 있어."
"책가방 안에 지갑을 넣어두면 위험하잖아."
"아빠, 내 친구들 도둑이 아니야."

이 말에 "그럼, 알았다. 너 편한 대로 해."라고 대화를 끝냈다. 

30-40여년 전 학교 다닐 때 종종 누군가 책가방 속에 넣어둔 물건을 잊어버려 훔친 이가 나올 때까지 학급 전체가 책상 위에 올라가 무릎 꿇고 벌을 선 적이 떠올랐다.

딸아이의 믿음대로 요즈음 그런 일들이 일어나질 않길 바란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2. 10. 9. 04:52

가을이다. 아침부터 내리는 비는 초딩 5학년생 딸이 수업을 마칠 때까지 그칠 줄 몰랐다. 여름철이라면 한바탕 비가 쏴 내리다가도 이내 해가 방긋한다. 굵직하게 내리는 비를 창문 밖으로 보면서 전화가 올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어린 시절 이런 경우 종종 누나나 형이 우산을 들고 학교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전화 소리가 울렸다.

"아빠, 비가 와."
"알았어. 학교 건물 안에서 기다리고 있어. 아빠가 우산 가지고 금방 갈게."

이렇게 해서 800미터 떨어진 초등학교로 향했다. 학교 현관문 창문으로 보니 딸아이가 친구들과 재잘거리면서 놀고 있었다. 한참을 방관자처럼 지켜보았다. 아빠와 눈이 마주친 후에야 딸아이는 밖으로 나왔다.

"이제 비가 거의 안 오네. 아빠가 올 필요가 없어졌네."
"그래도 아빠가 올 땐 비가 많이 내렸지. 가방 이리 줘. 내가 들고 갈게."
"안 돼. 내가 들어야 돼."
"가방이 너무 무겁다. 아빠가 들고 간다!"
"아빠, 우기지 마. 내가 학생이야!"

이런 선택에서는 누군가 양보해야 한다. "내가 학생이야!"라는 말에 부녀(父女)의 실랑이는 끝났다.

아빠의 믿음직한 존재를 딸에게 보여줄 수 있는 기회였는데 "맞아. 군인은 총, 기자는 펜, 학생은 책가방을 들어야지!"라고 마음 속으로 생각하면 집으로 향했다.


그친 듯한 비가 다시 굵어지기 시작했다.

"봐, 아빠가 오길 잘 했지?"
"고마워."

아무리 생각해도 딸아이의 가방이 무거워 보였다.

"집에 가서 네 책가방이 얼마나 무거운 지 한번 무게를 재어봐야겠다."

* 책가방를 메고 잰 무게(왼쪽), 책가방 없이 잰 무게(오른쪽): 책가방 무게는 4kg
 
이 말이 떨어지자마자 딸아이는 정말 자신의 책가방이 무거운 지를 알았다는 듯이 책가방을 아빠에게 건네주었다. 

"아빠, 무거워?"
"아니, 괜찮아."

책가방을 멘 한 쪽 어깨가 축 쳐지는 듯했지만 대답은 그렇게 했다. 비 덕분에 모처럼 아빠와 딸이 정을 나누는 순간이었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0. 2. 1.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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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밤 다음날 학교에 갈 준비를 한 후 요가일래는 갑자기 스티커 앨범에 있는 스티커를 하나씩 떼내고 있었다.
"왜 스티커를 떼니? 수집하는 데 싫증이 났니?"
"이 앨범에서 다른 앨범으로 옮기려고."
"왜 옮기니? 큰 앨범은 특별히 부탁해서 샀는데."
"선생님이 큰 앨범을 금지시켰어."
"왜?"
"가방이 무거우니까."


지난 해 11월 요가일래는 주위 친구들이 모두 큰 앨범에 스티커를 붙이는 것이 몹시 부러워했다. 사달라고 졸라댔지만 무거운 앨범을 학교에 가져가는 것이 안스러워 사주지를 않았다. 그런데 크리스마스 산타 할아버지에게 부탁한 선물이 큰 앨범이었다. "얼마나 가지고 싶었으면 산타 할아버지에게까지 부탁했을까?"라고 생각하니 사주지 않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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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선물을 받고 아주 좋아하는 요가일래를 보면서 "산타 할아버지한테는 좀 더 거창한 것을 부탁하지 고작 앨범이네."라면서 순진한 딸아이에 웃음이 절로 나왔다.

요가일래는 새로운 스티커를 수집할 때마다 이 큰 앨범을 가방 속에 넣고 학교에 가져간다. 그리고 친구들에게 보여주면서 서로 중복되는 것을 교환한다. 무겁다고 가져가지 말 것을 늘 권하지만, 보여줌과 수집 열정에 부모가 당할 수가 없다. 무거운 가방을 아빠가 들어준다고 해도 "아빠가 학생이 아니고, 내가 학생이다"라고 주장하면서 허용하지 않는다.

이런 요가일래인데 쉽게 큰 앨범을 버리고 작은 앨범을 택했다. 바로 지난 금요일 담임선생님이 학생들에게 큰 앨범을 책가방에 넣어 학교에 가져오지 말라고 했기 때문이다.

부모의 백 마디보다 선생님의 한 마디가 이렇게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자 부모로서 씁쓸한 기분이 든다. 하지만 선생님의 말이 통한다는 것을 알게 되니 다행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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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일이 스티커를 떼어 작은 앨범에 다 붙인 후 요가일래는 소감을 말했다.
"아빠, 이렇게 해놓고 보니 내가 모은 스티커가 정말 더 많은 것 같다."
 
* 관련글:  내 아이의 책가방 무게는 얼마나 될까?   |   책가방 때문에 딸아이와 실랑이

  8살 딸아이가 유명해지려고 하는 이유
  아빠가 한국인이라서 안 좋은 점은
  가장 아름다운 폴란드 여성 10인
  한국에 푹 빠진 리투아니아 여대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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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9. 10. 1. 07:11

최근 리투아니아 제2의 도시 카우나스 시정부의 공중보건국은 어린 학생들의 책가방 무게를 재는 행사를 개최했다. 목적은 학생들이 들고 다니는 책가방의 과대한 무게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주기 위해서다.

지나치게 무거운 책가방은 자라나는 학생들의 등을 구부리게 하는 주요한 요인이 될 수가 있다. 일반적으로 책가방 무게가 학생 몸무게의 10%가 넘지 않도록 전문가들은 권하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한 학생은 몸무게 25kg인데, 책가방이 5kg에 달했다. 이는 권장 무게보다 2배나 더 무겁다. 보통 아이들은 불필요한 물건을 가방에 넣어서 더 무겁게 하고 있다. 부모들의 관심과 주의심이 필요하다.

언젠가 초등학교 1학년에 다니던 딸아이와 책가방을 놓고 실랑이를 벌인 적이 있다(관련글 책가방 때문에 딸아이와 실랑이). 그때 딸아이는 "'아빠, 내가 학생이야! 학생이 책가방을 들고가야지!"라고 실랑이를 종결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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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2학년이 된 딸아이 요가일래는 무겁든 안무겁든 책가방을 자신이 들고 간다. 어제 학교에서 다녀온 요가일래의 책가방 무게를 한 번 확인해보았다. 현재 요가일래 키는 122cm, 몸무게는 22kg이다. 요가일래 책가방의 무게는 2.2kg으로 나타났다. 딱 몸무게의 10%에 해당하는 무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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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자녀를 둔 부모님들은 한 번 이들의 책가방 무게를 달아보심이 어떨까요?

* 관련글: 저울이 있는 특이한 책가방 등장
               책가방 때문에 딸아이와 실랑이

Posted by 초유스
기사모음2009. 8. 6. 15:16

"무거운 책가방을 들고가면 자라고 있는 허리에 좋지가 않아!"
"그래서?"
"그러니까 가방이 무거운 날은 아빠가 들고가야지."
'아빠, 내가 학생이야! 학생이 책가방을 들고가야지!"
"그래. 맞다. 무겁지만 학생인 너가 들고 가자!"

학교에 막 가려고 집을 나서는 7살 딸아이와 함께 한 어느 날 우리집 아침 풍경이다.

리투아니아 일간지 례투보스 리타스 8월 1일자 보도에 따르면 전체 학생 1/3이 자기 몸무게의 30%에 이르는 무게의 책가방을 가지고 학교로 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제 9월 1일이면 유럽 전역의 학교에서는 새로운 학년이 시작된다. 벌써부터 부모들은 책가방이며 학교에 필요한 물건을 하나하나 장만하고 있다.

이 신문보도에 의하면 요즘 스페인에선 새로운 책가방이 등장해 화제를 모우고 있다. 바로 이 책가방은 안의 내용물이 과도하게 무거우면 빨간색 빛과 함께 사이렌 소리를 낸다. 이탈리아 회사가 제작한 이 책가방은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현재 25유로 (4만3천원 정도)에 팔리고 있다.

책가방에는 저울이 내재되어 있다. 작동 원리는 교통신호등과 같다. 학생의 나이에 맞게 적당하게 무거우면 초록색 불이 켜진다. 무게가 약간 넘으면 노란색 불이 빛난다. 나이에 비해 책가방이 과도하게 무거우면 빨간색이 불이 빛나고 사이렌 소리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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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가방을 메고 학교로 가는 딸아이 요가일래

리투아니아 빌뉴스에도 이 책가방을 살 수 있다면 이제 초등학교 2학년이 되는 딸아이에게 꼭 사주려고 한다. 이 새로운 책가방이 책가방을 둘러싼 아빠와 딸의 실랑이에 종지부를 찍어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 관련글: 책가방 때문에 딸아이와 실랑이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9. 5. 28. 13:48

조금 전 7살 딸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주고 왔다.
오늘도 딸아이와 실랑이를 벌인 여러 날 중 하나였다.

이유는 책가방이다.

책가방을 들어보니 다소 무거웠다.
딸아이가 옷을 입고 사이에
이 가방을 어깨에 메고 현관문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옷을 다 입고 방에서 나온 딸아이는
얼른 가방을 낚아채더니 엄마에게 준다.

"엄마, 잘 보관해! 아빠가 가져갈 수 없도록."
"가방이 무거우니까. 아빠가 가져가는 것이 좋겠다."

엄마가 아빠에게 다시 주려는 가방을 놓고
딸아이는 재차 빼앗았다.
 
"무거운 책가방을 들고가면 자라고 있는 허리에 좋지가 않아!"
"그래서?"
"그러니까 가방이 무거운 날은 아빠가 들고가야지."
'아빠, 내가 학생이야! 학생이 책가방을 들고가야지!"
"그래. 맞다. 무겁지만 학생인 너가 들고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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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딸아이의 "내가 학생이야!"라는 말에 책가방을 둘러싼
아빠와 딸아이의 실랑이는 종료되었다.

중학교 다닐 때 한 선생님의 말이 떠올랐다.
'가방이 너보다 더 크다!"
그땐 참으로 무거운 가방을 많이 들고  다녔다.
교과서에다 참고서에다......

이렇게 딸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주면서
수십년 묵은 옛 기억들을 되살려보는 아침이 많다.

* 관련글: 저울이 있는 특이한 책가방 등장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