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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모음2010. 3. 15. 05:01

이 글은 해외에서 갑상선 수술체험기 - 진단과 수술결정에 이어지는 글이다. 이 글은 해외에서 갑상선 수술체험기 - 입원과 수술 편이다. 드디어 3월 8일 오전 빌뉴스대학교 수술병원에 속한 보건소 담당의사와 수술병동 원무과를 거쳐 병실이 있는 5층으로 왔다. 병실 배정은 간호사의 몫이었다.

“두 청년이 있는 4인 병실이 어때요?”라고 간호사가 아내에게 물었다.
“아참, 오늘이 여성의 날인데 꽃을 잊었네. 꽃 대신 여기 초콜릿 선물을 받으세요.”라고 옆에서 내가 끼어들었다.

병원에서 있는 동안 혹시 친절한 간호사가 있으면 주려고 서너 개의 초콜릿을 준비했다. 순간적으로 초콜릿이 무슨 힘을 발휘했는지 간호사는 잠시 병실입실표를 살펴보더니 말을 이어갔다.

“비어있는 2인실 병실은 어때요?”
“좋아요.”

이렇게 방을 배정받았다. 화장실과 세면대가 딸린 방이었다. 입원 첫 날은 2인실 방을 독방으로 쓰게 되었다. 아내는 떠나고 홀로 남은 방에서 다음날의 수술을 잊기 위해 책을 쉼 없이 읽었다. 이 날은 식사제공이 없어 병원식당에 가서 밥을 사먹어야 했다.

서류담당 의사로부터 수술에 관한 설명을 들었고, 여러 곳에 서명했다. 수술범위가 갑상선 전체를 제거하는 것으로 적혀있었다. 지난 번 수술의사를 면담할 때는 일단 갑상선 결절을 드러내면서 즉각 세포검사를 하고 악성으로 판단되면 전체를 제거하는 것으로 협의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일단 서명했다. 얼마 후 수술담당 의사가 병실로 와서 지난 번 협의를 확인했고, 서류담당 의사가 새로운 서류를 작성해왔다. 기존에 서명한 서류를 내가 보는 앞에서 찢었다.

오후에 마취의사가 찾아왔다. 그 동안 수술 경험과 마취 경험, 약물 부작용을 확인했다. 병원약국에서 수술 후 다리 근육 보호를 위한 띠 3m와 피부 접착제를 구입했다. 수술하면 봉합용 바늘과 실이 떠오르는 데 이제 접착제를 사용하는 것 같아 몹시 놀라웠다. 간호사는 수술 후 상처 표시가 거의 없을 것이라면서 안심시켰다. 수술과 회복에는 보통 2시간이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다음날 3월 9일 10시 40분에 수술실 침대에 눕혀졌다. 저승사자가 내 침대를 끌고 가는 기분이 들었지만 눈을 부릅뜨고 바라보는 복도의 전등은 밝았다. 누운 침대는 모두 4개였다. 병실 침대, 병실에서 수술실 입구까지 이동 침대, 수술실 입구에서 수술대까치 이동 침대, 그리고 수술대 침대였다. 수술실을 주마간산(走馬看山)해보니 최신식 시설물이었다. 이어서 수술대 바로 위의 전등을 보고 있는데 정신이 몽롱함을 느끼자마자 그 후 기억은 사라졌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는지는 모르겠지만 주위가 산만했다. 내 주위에 사람들이 뭔가를 정리하는 듯했다. 눈을 떠보니 수술대 전등이 아니었다. 회복실이었다. 병실로 돌아오니 수술 시작한 후 4시간 뒤였다.

우리는 정보를 알려줄 수 없어요 - 인상적이었다

수술실 앞 복도에서 기다리는 사람은 아내와 장모뿐이었다고 한다. 수술시간이 길어지자 아내는 수술실에서 나오는 사람들을 붙잡고 “한국인 어떻게 되었나요?”라고 눈물을 글썽이면서 물었다. 모두가 한결 같은 대답을 했다. “우리는 정보를 알려줄 수가 없어요.” 이 대답은 이번 수술 과정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 중 하나였다. 지난 번 2차 조직검사를 했을 때 결과를 전화로 문의했다. 그때도 “담당의사외에는 정보를 알려줄 수가 없어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리고 보건소에서 혈액검사 결과를 물었을 때 “우리는 검사만 하지 분석결과는 담당의사가 한다.”라는 답을 들었다.

회복실에서 나와 병실로 와보니 믿기 어려운 일이 벌어졌다. 병실에 의자가 두 개 있는데 하나는 아내가 앉아있었고, 다른 하나는 시골에 사는 장모가 앉아있었다. 의식이 몽롱한 상태라 헛꿈을 꾸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의문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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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술 회복실에서 병실로 옮겨진 사위의 얼굴을 쓰다듬고 있는 장모님

이 날 장모는 아침 일찍 일어나 250km 떨어진 곳에서 기차를 타고 왔다. 빌뉴스로 오는 중에 아내에게 휴대폰 문자메세지를 보내면서 마치 시골집에 있는 것처럼 격려했다. 수술 받는 동안 수술병동에 도착한 후에야 아내에게 전화해서 정확한 위치를 물었다. 수술결과 불안에 떨고 있는 아내에게 장모의 출현은 큰 힘이 되었다. 사위와 딸에게 먼 길을 멀다하지 않고 깜짝출현으로 힘을 실어주신 장모님이 무척 고마웠다.

수술 직후 의사는 아내에게 암이 없음을 판단해서 한 쪽만 절개했다고 말했다. 앞으로 학술연구를 위해 보건소에 가지 말고 직접 1년간 몇 차례 수술의사한테 와서 향후 갑상선 기능 검사를 하는 데 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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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