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얘기2016. 8. 28. 02:36

발트 3국 관광 안내사 일로 그 어느 해보다도 바쁜 한 해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큰 마음 먹고 세계에스페란토 대회 참가를 빌미로 3주간 가족 여행을 다녀왔다.  세계 에스페란토 대회는 슬로바키아의 니트라(Nitra)에서 열렸다. 


이때 호텔 주차장의 울타리가 무궁화꽃으로 가득 차 있어서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마치 한국의 어느 무궁화 담장을 보내는 듯했다.



차를 타고 슬로바키아에서 헝가리를 내려가는 도로변 민가의 울타리에도 쉽게 활짝 핀 무궁화꽃을 만날 수가 있었다. 



이런 울타리의 무궁화꽃은 "헝가리의 바다"로 불리는 발라톤 호수에 접해 있는 마을 거리에도 흔하게 볼 수 있었다. 



"아빠, 우리가 마치 한국에 와 있는 듯하다. 그렇지?"

"그러게. 곳곳에 무궁화꽃이 활짝 피어있으니 참 좋네."

Posted by 초유스
기사모음2015. 3. 13. 07:56

에스토니아의 사레마(Saaremmaa) 섬 오리사레(Orissaare)에 있는 축구 경기장 안에는 150년 된 참나무가 버티고 있다. 최근 이 참나무는 "2015년 유럽 나무"라는 선정되었다.

체코 환경 파트너쉽 재단이 조직하는 "올해의 유럽 나무" 경연 대회가 2011년부터 행해지고 있다. 이는 관심과 보호를 받을 만한 자연 문화 유산 속에 오래된 나무의 의미를 부각시키고자 한다.   

매년 참가국 4-14개 국가에서 먼저 국내 경연 대회를 거친 나무들이 최종 경연 대회에 참가한다. 2015년 2월 18일 끝난 투표에서 1위는 바로 에스니아 축구장 참나무가 차지했다. 

*구글 위성으로 본 축구 경기장

* 구글 거리보기로 본 축구 경기장 모습


그런데 어떻게 축구 경기장 한 가운데 150년 동안 참나무가 자랄 수 있을까?
사연은 이렇다

예전에 이 참나무 뒤에 운동장이 있었다. 1951년 운동장을 확장하게 되었다. 당시 장애물이 될 이 참나무를 뿌리 채 뽑아내기로 결정했다. 스탈린트랙터 2대가 쇠줄을 이용해 뽑아내기를 시도했다. 그런데 뿌리는 뽑히지 않고 나무에 깊은 상처만 주고 쇠줄이 그만 끊어지고 말았다. 

결국 뽑아내기를 취소하고 그대로 놓아두게 되었다. 축구 경기 중 때론 방해물이 될 수도 있고 때론 좋은 방패막이 되어 줄 수 있다.  

장애물이 되니 어떻게 해서라도 꼭 뽑아내야 한다는 생각에 빠져 실행했더라면 이 "올해의 유럽 나무"는 세상에 있을 수가 없었겠다. 축구 경기에 불편하더라도 함께 세월을 보내다보니 나무와 지역이 그 영광을 얻게 되었다. 이 참나무는 눈앞의 불편만 보지 말고 먼 안목으로 봐야 함을 잘 시사해주고 있다.
Posted by 초유스
영상모음2013. 7. 15. 07:23

얼마 전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 대성당 근처 공원에 다녀왔다. 예전에 이 공원 가운데 거대한 미루나무 한 그루가 우뚝 솟아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벼락을 맞아 쓰러져 있는 것을 보았다. 참 안타까웠다, 그 당시 도시 미관상 이유로 철거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에 보니 철거되지 않고 오히려 의자와 긴의자로 변신해 시민들에게 안락함을 주고 있었다.


위는 미루나무가 서 있던 자리이다.


밑기둥은 여러 사람들이 앉을 수 있도록 평평하게 잘라놓았다.


조금 위에 부분은 이렇게 한 쪽 면을 파서 사람들이 앉을 수 있도록 긴의자를 만들어놓았다.


미루나무 가지이다. 가지의 크기로 쉽게 이 미루나무가 얼마나 거대한 지를 짐작할 수가 있겠다.


비록 뿌리와는 이미 분리되었지만 긴의자로 변신한 미루나무 한 구석에는 이렇게 파릇파릇 싱싱한 잎들이 자라고 있다. 철거해서 화목 등으로 사용하지 않고 공원에 그대로 놓아두면서 시민들에게 안락함을 주게 한 것에 대해 마치 감사하는 듯하다.
 

벼락 맞은 나무를 완전히 베어내서 원래 자리로부터 철거하지 않고 시민들이 앉아서 편하게 쉴 수 있도록 결정한 빌뉴스 시청 관계자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