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얘기2015. 2. 17. 08:40

주말이 지나고 새로운 한 주를 시작하는 월요일이다. 리투아니아어로 월요일은 'pirmadienis'(첫 째일)이다. 토요일 꽃가게에는 길다란 줄이 이어져 있었다. 대부분 잔치가 토요일에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우리 집도 잔치에 다녀왔다. 빌뉴스에서 250km 떨어진 곳에 살고 있는 처남의 생일 잔치였다. 50주년을 맞이하는 뜻 깊은 날이라 집에서 하지 않고 음식점을 빌렸다. 가족과 가까운 친척, 그리고 친구들을 초대했다. 또한 연주 겸 노래하는 가수도 한 명 불렀다. 


이곳 사람들의 기념적인 생일잔치는 어떻게 진행될까 궁금한 사람들을 위해 소개한다. 
먼저 저녁 7시에 시작한 잔치는 다음날 새벽 3시에 끝이 났다.
상에는 찬 음식들이 술 안주 겸 놓여 있다. 
따뜻한 음식으로 저녁을 먹고 이어서 축하 건배를 돌아가면서 한다. 
한 사람씩 자리에 일어나 축하 인사를 건배를 제의한다.


술이 조금씩 들어가면서 자리에서 나와 음악에 맞춰 춤 추는 횟수가 잦아진다.
기타 치고 노래하는 사람들이 있으면 사이사이에 노래도 한다(홀로 부르기는 없고 전부 함께 부르기). 
춤추다 지치면 자리에 돌아가 다 함께 잔을 채운 후 건배한다.


혼자 술을 마시지 않고 건배를 제의하면서 같이 마신다.
다른 사람의 잔을 채운 후에 자기 잔에 술을 따른다.
술을 마시고 싶으면 옆 사람의 잔을 채운 후에 자기 잔에 술을 따르고 건배를 제의한다.

리투아니아인 아내에 앞에 앉은 나이가 더 많은 친척이 술을 따르자 
아내는 잔을 든 오른손을 앞으로 내밀고 왼손을 그 오른팔을 받쳤다.
그 순간 주위의 시선들은 아내의 이상한 술잔 받기 모습에 집중되었다.


이를 의식한 아내는 웃으면서 곧장 설명에 들어갔다. 
"한국인 남자와 살다보니 내가 이렇게 변했어. ㅎㅎㅎ 한국 사람들은 연장자에게 술을 따르거나 연장자로부터 술잔으로 받을 때 이렇게 해. 내가 이렇게 해보니 이렇게 하는 것이 내 마음이 더 편해. 이렇게 하니 연장자에 대한 내 존경심이 우러나오는 것을 확인하는 것 같아서 좋아."
"우와~ 설명이 멋지네. 한국 속담에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지. ㅎㅎㅎ"

* 좌: 일반적으로 술을 받는 모습, 우: 이날 아내가 자기도 모르게 술을 받는 모습


이렇게 두 문화 속에 살다보면 자기도 모르게 어느 한 문화에 저절로 익숙해질 수 있다. 그 덕분에 주변인들에게 다른 문화를 설명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고, 또한 나아가 상호 문화에 대한 이해에 기여하게 된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4. 2. 10. 07:02

유럽인 아내의 조카가 30살 생일을 맞아 토요일 잔치를 열었다. 그는 리투아니아 국가 대표 축구 선수이자 러시아 프로 축구 선수이다. 특이한 사람이다. 보통 운동 선수들은 육식을 즐기는 데 그는 채식주의자다. 오래 전부터 육식은 전혀 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 집에 오면 그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 바로 밥과 김치이다.

유럽 사람들은 30살 생일을 아주 성대하게 치른다. 그는 30이라는 숫자에 맞게 친척과 친구를 포함해 30명을 빌뉴스 텔레비전 탑 19층 하늘 식당으로 초대했다. 

이런 초대를 받으면 선물을 무엇으로 할까가 늘 고민이다. 

여러 가지 궁리 끝에 물질적으로 부족한 사람이 아니므로 의미있는 무엇인가를 선물하는 것이 좋겠다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래서 떠오르는 물건이 그가 우리 집에 왔을 때 가장 잘 먹는 음식인 김치였다. 

알고 지내는 한인에게 전화했다. 마침 김치를 6kg 정도 곧 담글 예정이라고 했다. 김치만 달랑 줄 수 없으니 50도짜리 리투아니아 전통 꿀술도 준비했다. 10년을 1kg로 계산해 김치 3kg를 유리병에 담았다. 그리고 붉은 고춧가루에 어울리는 붉은 열매꽃을 꽃가게에서 샀다. 이렇게 선물이 마련되었다. 

토요일 저녁 7시에 텔레비전 하늘 식당에 도착했다. 빙빙 돌아가는 식당이다. 식사하면서 창 밖에 펼쳐지는 야경을 구경할 수 있다. 그런데 이날 온도가 영상의 날씨라 늦은 오후부터 안개가 깔리기 시작했다. 결국 의도한 것과는 달리 전등빛 도시 야경을 즐길 수 없었다.

"붉은 색 김치, 50도 활활 타오르는 꿀주, 붉은 색 열매꽃처럼 앞으로도 계속 열정으로 살기 바란다."라고 말하면서 조카에게 선물을 건냈다. 뜻밖의 김치 선물에 조카는 몹시 기뻐했다.


"와, 정말 아껴 먹어야겠다. 오늘 식사에 이 김치 내놓으면 최고일 거야."
"뭐 오늘은 여기 고급 음식 먹고... 김치는 네 말대로 집에서 아껴 먹어... ㅎㅎㅎㅎ"

이 색다른 선물에 주위 사람들도 좋은 반응을 보였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아내에게 한마디했다.

"앞으로 선물은 고민하지 말고 선물용 그릇에 김치를 담아주면 되겠다."
"나도 동감이야. 오늘 사람들 반응을 보니 정말이지 앞으로는 김치가 최고일 듯."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3. 11. 8. 06:53

유럽에 살면서 사귄 좋은 친구들 중 한 명이 폴란드 바르샤바에 살고 있다. 아버지는 폴란드인이고 어머니는 중앙 아시아 출신 한국인이다. 1991년 1월에 처음 만나 지금까지 서로 왕래와 연락을 주고 받고 있다. 이 블로그에도 여러 번 직간접적으로 소개했다. 

이름은 라덱(라도스와브, 라도스와프)이다. 어머니는 그래도 이름에 한국인의 흔적을 남기기 위해 두 번째 이름을 "동일"로 지었다. 그래서 여권에는 첫 번째 이름과 두 번째 이름이 함께 기재되어 있다. 이는 "동쪽에서 온 한 사람"(東一)이라는 뜻이다. 

결혼을 늦게 한 친구는 지난해 10월에 첫 아들을 낳았다. 아내는 폴란드 북동지방 출신으로 리투아니아인이다. 이 지방 주민들은 대부분 리투아니아인이다. 친구는 자신의 어머니처럼 아들에게 한국명으로 두 번째 이름을 선물하고자 했다. 

열심히 궁리하다가 나에게 부탁했다. 여러 가지 이름을 짓느라 나도 고민하다가 어느 한 순간에 친구의 한국어 이름이 떠올랐다. 아버지가 "동일"이니, 아들은 "동이"로 하면 어떨까...... 대대로 "동삼", "동사", "동오"...... 친구는 아주 만족했다. 동쪽에서 온 1세대, 2세대, 3세대 등 두 번째 이름을 통해서 쉽게 자신의 정체성을 알 수가 있겠다.

그리고 1년 뒤인 지난 10월 하순 "동이"는 첫 돌을 맞았다. 비록 반쪽 한국인이지만 친구는 아들에게 한국인의 돌잔치 흉내를 내고 싶어했다. 9월에 우리 집을 방문했을 때 그는 돌잔치 상에 놓을 물건들이 무엇인냐고 나에게 물었다. 정말 한국식으로 흉내라도 낼 수 있을까......

최근 친구는 돌잔치 사진을 여러 장 보내왔다. 한마디로 대단했다. 탁자에는 검은콩과 흰콩으로 "축돌", "동이"으로 멋지게 장식 기념물을 만들었다. 


아들은 돌잔치 옷까지 입고 있었다. 아마 한국에 사는 지인이 보내준 듯했다. 


탁자에 놓은 돌잔치 물건 중 동이는 제일 먼저 책을 집었다. 그런데 더 깜짝 놀랄만한 사진이 있었다. 


친구가 돌잔치 옷을 만들고 있는 것이 아닌가!!! 누군가 선물했을 것이라고 믿었는데 그것이 아니고 이렇게 직접 만들다니!!! 참으로 대단한 정성이다. 폴란드에서 아들의 한국식 돌잔치 옷을 쉽게 구할 수가 없다는 이유로 포기하는 대신 가위로 천을 자르고, 재봉틀로 옷을 박았다. 


반쪽 한국인의 상상초월 한국 사랑을 느끼게 한다. 12년 전 해외 출장으로 딸아이의 돌잔치를 제대로 챙겨주지 못한 내 자신을 돌아보니 초라하고 부끄럽기 짝이 없다. 폴란드 친구에게 박수를 보낸다. 사진을 보자마자 "만세~~~"라고 친구에게 문자쪽지를 보냈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3. 10. 8. 06:26

자주는 아니지만 종종 집으로 손님을 초대한다. 주로 생일이나 특별한 손님이 왔을 때이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초대 빈도가 줄어들고 있다. 딸이 어렸을 때는 생일 때마다 일가 친척을 초대했다. 하지만 10살이 넘어서자 친척은 커녕 부모와도 함께 생일잔치를 하는 것을 꺼린다.


또한 나이가 드니 자기 생일 챙기려는 마음도 예전 같지가 않다. 보통 유럽 사람들은 특히 50주년 생일은 아주 성대하게 치른다. 그런데 차일피일 미루다가 이마저도 생략하게 되었다. 

집에 잔치하려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걱정은 
무슨 음식을 준비하지
설겆이는 어떻게 하지다.

보통 소규모는 10명 내외, 대규모는 20명 내외다. 이런 부담감 때문에 허물없는 친구들을 초대할 경우는 '맥주 모임'을 열곤 한다. 이는 각자가 마실 술이나 먹을 간단한 음식을 가져오는 것이다. 우리는 커피나 차, 그리고 약간의 음식만 준비하면 된다.

* 현지인을 초대해 2012년 설을 함께 보냄 

집에서 큰 잔치를 한 지 오래되어서 그런가 최근 아내가 집으로 초대한 한국 손님과 유럽 손님간 차이를 기억하면서 한마디 했다. 우리 집에는 현지 유럽인들뿐만 아니라 한국 손님들도 더러 온다. 그렇다면 가장 큰 차이가 무엇일까? 

부엌일 협력이다.

유럽 손님들은 초대한 시각에 맞춰 온다. 그리고 끝나면 식탁에서 그대로 일어나 집으로 돌아간다.
한국 손님들은 잔치가 끝날 쯤 식탁에 있는 음식이나 그릇 등을 우리와 함께 정리한 후에 돌아간다.
물론 이는 절대적인 차이는 아니다. 우리 가정이나 주변에서 겪은 경험일 뿐이다.

특별히 부탁하지 않은 이상 아주 가까운 친척 손님도 마찬가지이다. 음식 준비와 뒷정리는 초대한 집 주부가 혼자 다 한다. 왜 그럴까? 남의 집 부엌에 들어가서 함부로 하지 않는 것이 습관화되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 괜히 거들다가 남의 집 부엌을 오히려 어지럽힐 수도 있겠다.

그런데 이것이 꼭 나쁘지만은 않다. 왜냐하면 우리가 초대받아 갈 경우 우리도 조력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제시각에 가서 끝나면 곧장 집으로 돌아오면 된다.

"한국 손님이 좋아? 아니면 리투아니아 손님이 좋아?"라고 아내에게 물었다.
"한국 손님들은 우리 부엌을 꼭 자기 부엌처럼 여겨서 음식을 준비하고 설겆이를 하는 것을 도와주니까 좋아. 마치 주인처럼."
"그럼, 요가일래(딸)는 어느 쪽을 더 닮으면 좋을까?"
"물론 한국 쪽이지."

부엌을 좀 어지럽히고, 잠시 주인 행세를 하더라도 음식 준비와 설겆이 등을 즐겁게 도와주는 한국 손님들이 리투아니아인 아내에게 더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Posted by 초유스
영상모음2013. 8. 21. 06:33

발트 3국을 여행하는 중 특히 여름철 주말이면 똑 같은 복장을 하고 시내를 돌아다니는 여자들이나 남자들을 만날 수 있다. 이들은 때론 노래를 부르면서, 때론 구호를 외치면서, 때론 집단 놀이를 하면서 행인들의 관심을 끈다.

이들은 다름 아닌 결혼일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신랑과 그 남자친구들, 신부와 그 여자친구들이다. 미혼의 즐거움을 마음껏 만끽할 수 있는 기회이다. 이를 흔히 총각파티, 처녀파티라 부른다. 일전에 탈린에서 처녀파티 일행을 거리에서 만났다. 
 


발랄한 일행이다. 이날의 즐거움처럼 결혼을 맞이하는 여성에게 늘 밝음과 쾌활함이 함께 하길 바란다.

Posted by 초유스
사진모음2011. 10. 5. 06:47

유럽 리투아니아 사람들이 성대하게 치르는 생일은 30세, 40세, 50세 등이다. 요즘 생일잔치를 편하게 인근 레스토랑이나 교외 행사용 숙박시설 등에서 행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친척 중 한 사람이 최근 50세 생일을 맞이했다. 


초대받아서 참가해 모처럼 처음에는 해먹기 어려운 음식을 맛있게 먹었다. 레스토랑이 마련한 음식이다. 유럽인 잔치 음식은 어떨까 궁금하는 사람들을 위해 이날 먹은 음식을 사진에 담아보았다. 

▲ 연어
 

▲ 수육

▲ 강꼬치고기

▲ 닭고기 

▲ 토마토와 가지

▲ 청어

▲ 달걀

▲ 소혀 

특히 평소에 자주 먹을 기회가 없는 수육과 소혀가 참 맛있었다.
 
Posted by 초유스
영상모음2010. 5. 22. 16:25

우리집 바로 앞 좁은 거리는 주말이 되면 자동차로 더 붐빈다.
바로 결혼식을 올리는 관청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사람들은 결혼에 서약하고 반지를 교환하면
공식적으로 부부로 인정받게 된다.

그리고 끝나면 호숫가의 별장 등에서 가까운 친척과
친구들을 초대해 보통 1박 2일로 피로연을 연다.
 
최근 결혼 잔치 중 일어난 황당한 동영상을 접했다.
신랑 신부와 함께 목조 다리 위에서 십여명의 사람들이
사진 찍는 사람을 향해 자세를 취하고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때 한 아이가 움직이자 다리는 더 이상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물 속으로 그대로 풍덩 내려앉고 말았다. 사람들도 모두 물에 빠지고 말았다.
물이 앑아서 다행이었다. 


이번 주말에 처조카의 결혼 피로연에 초대받아 곧 떠난다.
별다른 사고없이 끝까지 유쾌한 결혼 잔치가 펼쳐지길 바란다.  

* 최근글: 딸아이가 생각해낸 아기와 애기의 구별법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09. 8. 24. 12:27

주말 동안 혹시 윗층이나 아랫층 아파트의 잔치 등으로
잠을 잘 수 없었던 사람이 있을 법하다.
소리 나는 집을 찾아가 경고한 사람도 있을 있고 법하다,
분에 이기지 못하고 주먹 다짐을 한 사람도 있을 법하다.
정말 견디지 못해 고성방가나 행복추구권 위반 혐의로
경찰을 부른 사람도 있을 법하다.

사람 사는 곳이 다 그렇듯이 리투아니아에서 가끔 이런 일이 일어난다.
하지만 이웃집 잔치 소란은 대체로 양해를 하는 편이다.
왜냐하면 언젠가 자기집도 잔치 소란을 피울 일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윗층에 살고 있는 독일인 남편과 리투아니아인 아내는
잔치를 개최하는 날에는 어김 없이 아랫층에 살고 있는 우리집을 찾아온다.

종이 목도리를 두른 포도주 한 병을 들고와 양해를 구한다.
이웃간 상호 왕래는 없지만 늘 만날 때마다 인사를 주고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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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 양해 없이도 잔치로 아랫층에 폐를 끼치는 것이 수긍되는 사회인데,
이렇게 포도주까지 들고 사전 양해를 구하니 웃음으로 잔치를 축하할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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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날은 집을 비우고 시골을 가는 날이다. 포도주를 받는 것이 미안했지만, 이웃의 성의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물론 쉽게 살 수 있는 포도주이지만, 이렇게 양해를 구하는 모습 속에 이웃간 교류와 신뢰를 느낄 수 있었다.

* 관련글: 아파트 복도에 자전거 도둑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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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