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일래2017. 2. 13. 05:31

얼마 전 출장 중인데 중학교 3학년생인 요가일래로부터 쪽지가 왔다.  

"아빠 도와줘."
"뭐?"
"내가 지금 내 컴퓨터에 한국어 자판을 했는데 한국 글자 안 나와."
"자판 언어를 한국어로 바꿔라"
"내가 제어판에 갔고 자판에 (한국어를) 추가했어."
"컴퓨터 화면 사진 찍어 보내라."

그 동안 요가일래는 한국어를 발음나는 대로 로마자로 썼다. 이제 스스로 한글로 쓰고 싶은 마음을 갖게 된 듯했다. 출장에서 집으로 돌아와서 보니 순간적으로 깜짝 놀랐다. 바로 요가일래 노트북 영문 자판(키보드)에 한글이 붙여져 있었다.


이후부터 우리는 주로 한글로 쪽지를 주고 받는다. 틀린 표기는 교정해서 다시 쪽지를 보낸다. 



요즘 취미 하나가 늘어났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전혀 관심이 없었는데 올해부터는 한국 드라마를 즐겨 보고 있다.  "구르미 그린 달빛"도 딸 덕분에 나도 보게 되었다. 한국어 노트를 마련해서 드라마를 보면서 접하는 새로운 단어를 적기도 한다.  



서너 문장을 써서 검사를 부탁하기도 한다. 이 모든 것이 강요나 강제에 의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발심해서 하게 된 것이라 그저 감사할 뿐이다. 



방 벽에는 한국 풍경 사진을 붙여놓았다. 



"좋은 사진이 붙여져 있네."
"이 방은 한국인이 사는 방이라 한국 풍경이 있어야 돼."
"나중에 리투아니아에 이런 집을 하나 지으면 좋겠다."
"꿈을 가져야지."
"이번 여름에 한국에 가니 한국어를 더 잘 하자."
"알겠습니다. 전하~~~!"
Posted by 초유스
기사모음2009. 2. 15. 06:47

집 한 구석에는 운영체제가 윈도우 98인 컴퓨터가 자리 잡고 있다. 하도 오래 쓰지 않아 제대로 작동이 될 지 의문스럽지만, 혹시나 유용할 것 같아 버리지 못하고 있다. 벽창고에는 오래 된 자판과 교체된 컴퓨터 부속품 등이 보관되어 있다.

리투아니아 일간지 례투보스 리타스는 1월 14일 이처럼 오래 된 컴퓨터와 관련 부속품을 활용해서 장식품이나 실용품을 만든 대학생들의 행사를 보도했다.

이 행사는 1월 12일 리투아니아 제2의 도시 카우나스에서 열렸다. 카우나스 공과대학교 정보대학생들이 참가했다. 이들은 자판 글쇠로 귀걸이와 반지, 하드 디스크로 시계, 모니터로 화분과 휴지통, CD로 전등 등을 만들었다.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컴퓨터 등을 이용해 만든 리투아니아 대학생들의 멋지고 흥미로운 작품들을 소개한다 (사진출처: http://www.infosa.lt/infomen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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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자판 글쇠 귀거리가 마음에 든다. 남자 친구가 "한 잔 할래?"라고 물을 때, 큰 소리로 대답하기 쑥스러우면 "enter" 글쇠 귀거리를 살짝 보인다. 집에 가고 싶으면, "home" 글쇠 귀거리를 자꾸 보여준다. 이별을 고하고 싶으면, "end" 글쇠 귀거리를 한다. "우리 다시 시작해!"를 표현하고 싶으면, "back" 글쇠 귀거리를 한다. 재미 있을 것 같다.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