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얘기2013. 10. 15. 05:53

여름철 관광안내사 일로 발트 3국을 돌아다니느라 집에 있는 시간이 별로 없다. 종종 아내가 도울 일이 생긴다. 그렇게 간곡하게 부탁했음에도 불구하고 여행객들 중 투숙한 호텔에 겉옷이나 안경 등을 놓고 온 사람들이 더러 있다.

이때 해당 호텔로 전화하고 물건 유무를 확인하고 또 찾아와서 한국으로 보내는 일은 주로 아내가 한다. 언젠가 어느 분이 잠바를 챙기지 않고 호텔에 놓아두고 떠났다. 이 옷을 챙겨 한국으로 보냈더니 꼭 작은 성의라도 표시하고 싶다고 주소를 물었다. 사양은 했지만 여러 차례 연락이 오기에 알려주었다. 

얼마 후 한국에서 소포가 도착했다. 뜯어보니 바이오 화장품이었다.   

사실 40대 중반인 아내는 대부분의 유럽인 여성들처럼 화장을 아주 가볍게 한다. 입술과 눈 화장, 그리고 약간의 로션(문화여 살결문), 향수이다. 사용해보지 않은 새로운 화장품에 대한 호기심도 별로 없다. 가끔 한국에서 오는 화장품 선물은 진열용으로 전락하게 된다. 


이번에도 그렇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웬일인지 아내는 며칠 후 설명서를 꼼꼼하게 번역해달라고 했다. 그리고 아내는 여러 주 동안 지속적으로 이 바이오 화장품을 사용하고 있다.

며칠 전 아내는 이 한국 화장품 효과에 스스로 놀랐다고 기뻐했다. 


"내가 좀 더 젊어진 것 같지 않아? 내 얼굴 한번 봐. 주름이 전에 보다 훨씬 줄어들었어."
"한국 화장품을 사용한 효과야?"
"그렇지. 이럴 줄 알았으면 비교하기 위해서 화장품 사용하기 전 내 이마를 사진 찍어 놓을 걸 말이야."
"그냥 착시 아닐까? 지속적으로 사용하다보니 그렇게 느끼는 것뿐이 아닐까?"
"매일 거울 보는 내 얼굴인데, 내가 잘 알지. 확실히 주름이 줄어들었어."
"선물한 사람에게 고마워 해야겠네."
"당신이 젊어지는 것은 참 좋은데 앞으로 계속 한국 화장품 사달라고 할까봐 걱정스럽다."


아뭏든 결혼해서 살면서 유럽인 아내가 한국 화장품에 대해 처음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해주니 기분은 좋았다. 그래, 이제는 한국의 전자제품, 자동차만이 아니라 화장품까지 세계로 펴져나가길 바란다. 물론 최근 공개된 아모레퍼시픽 영업팀장이 대리점주에게 한 욕설과 폭언 녹음파일에서 보듯이 저질스러운 '갑의 횡포' 문화는 사라져야겠다.
Posted by 초유스
기사모음2011. 3. 15. 06:34

리투아니아 대형마트 막시마(Maxima)에 한국산 버섯이 판매된다는 이야기를 지난해 어느 날 전해들었다. 막시마에 갈 때 한번 확인을 해보겠다고 싶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버섯 요리에 재주가 없고 또한 리투아니아 버섯이 있는데 값이 비쌀 것 같은 한국산 버섯을 구입할 필요성을 그렇게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편 지난 가을 여기저기에서 받아놓은 리투아니아산 버섯이 아직 우리 집 냉장고에 남아 있다.

일전에 몇몇 교민들을 만났는데 한국산 버섯이 화제에 떠올랐다. 이번에는 꼭 가서 직접 확인하기할 것을   확인해봐야지라고 다짐했다. 드디어 기회가 왔다. 정말 여전히 막시마 식품판매장에 한국산 버섯이 팔리고 있을까 궁금했다.

첫눈에 한글이 들어왔다. 세 종류의 한국산 버섯이 있었다. 팽이버섯, 새송이버섯, 황금송이버섯이었다. 아내의 습관대로 늘 원산지와 유효기간을 해보았다. 경북 청송에서 재배된 진짜 한국산 버섯이었다. 반가웠다. 옆에 있던 아내는 "한국에서 정말 왔다면 신선도가 얼마나 잘 유지되고 있을까?"를 물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경북 청송에서 재배되어 유럽 리투아니아에서 팔리고 있는 팽이버섯
 

일반적으로 리투아니아 상점에는 사진촬영이 금지되어 있다. 그래서 매장 현장 사진 찍기가 힘든다. 언젠가 찍다가 경호원에게 쓴소리를 들은 적이 있었다. 이를 핑계 삼아 한국산 버섯을 사게 되었다.

그런데 팽이버섯 리투아니아어와 에스토니아어 제품설명표를 보니 한국산이 아니라 북한산으로 기재되어 있다. 한국인들에게는 한글이 있고 또한 제배사가 경북에 있으니 당연히 한국산으로 인식한다. 하지만 이를 모르는 사람들은 이 제품설명표만을 보고 북한산 버섯이라 당연히 믿을 것이다. 물론 사실과 전혀 다르지만, 이렇게 북한이 발트 3국에 버섯수출국으로 등장하게 되었다.

한국인 지인이 막시마 회사에 이를 수정할 것을 부탁했다는 일이 떠올랐다. 아직 변경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새송이버섯의 원산지는 마치 통일 한국을 연상시킨다.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세 나라 다 "Koreja(Korea)"로 표기하고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 팽이버섯 원산지는 리투아니아어 북한, 에스토니아어 북한, 라트비아어 Korea로 표기하고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 새송이버섯 원산지는 세 나라 모두 Koreja(Korea)로 표기하고 있다.
 

현장 인증샷을 찍지 못한 덕분에 구입한 팽이버섯으로 국을 끓여먹었다. 이제 새송이버섯이 자신의 때를 기다리고 있다. 조만간 해당 회사에 오류를 지적해주어야겠다.  

* 최근글: 폴란드판 개똥녀 봉변 - 살아보면 이해 간다
Posted by 초유스
사진모음2008. 11. 3. 07:02

가을이 되자 딸아이 요가일래는 “아빠, 언제 또 한국 배 사줄 거야? 한국 배는 정말 맛있잖아! 난 한국 배를 아주 좋아해!”라고 말했다.

몇 해 전 한국에 갔을 때 아주 크고 둥근 한국 배를 우리 식구 모두 먹었다. 그 때 그 맛을 잊지 못해 지난 해 한 지인이 리투아니아에서도 한국 배를 살 수 있다고 해서 두 말 없이 얼른 사서 먹었다. 얼마 전 요가일래는 올해도 사줄 것을 종용했다.

하지만 엄마는 가격이 지난 해보다 높을 뿐만 아니라 가급적 신토불이 과일을 먹어야 한다는 입장을 폈다. 더군다나 한국에서 이곳 리투아니아까지 오는 동안 신선도가 떨어졌을 것이고, 또한 각종 농약을 쳤을 것이기 때문에 사지 말자고 했다.

이 한국 배 가격은 5kg에 50리타스(2만5천원)이다. 리투아니아 배는 5kg에 15리타스(7천5백원)이다. 높은 가격이지만, 요가일래가 워낙 졸라대고 또한 일년에 딱 한 번 이곳에서 사먹는 한국 과일이라 결국은 사기로 했다. 지난 해 먹었던 바로 그 배 맛이었다. 사근사근 씹히는 맛이 일품이었다.

지난 해와 마찬가지로 배 상자 윗면 "very nice foods and very nice people", “햇살담은 햇배”, “Korean variety pears", "very special pears"라고 적혀있다. 이 문구들을 보면 안에 들어 있는 내용물이 분명 한국 배이다.

오늘도 한국 배를 달라고 하는 요가일래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배 상자를 여는 순간 깜짝 놀랐다. 원산지가 "한국"임을 철석같이 믿었건만 측면에 써진 원산지 표시를 보니 “중국 China"였다. 신토불이 한국 배가 중국에서 생산이 되다니! 속지주의와 속인주의란 말이 요즈음은 식품에도 적용이 된다는 말인가!

아내가 옳았다. 구입을 반대하던 아내의 얼굴을 떠올리면서 사려 깊지 못한 내 자신의 행동을 책망해 본다. 이 사실을 가족에게 알리고 못하고 스스로 냉가슴이 되고 말았다. 이제 짝퉁 한국 배를 사는 일은 없을 것이다. 물론 사고 싶어도 살 수가 없을 것이다. 아내의 현실적 반대를 극복할 최고의 명분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중국에서 생산된 배가 버젓이 한글 표기로 유럽까지 수출됨으로써 세계에서 인기 좋다고 하는 진짜 한국 배가 피해를 보고 있다고 생각하니 더욱 마음이 상했다. 아니 어떻게 중국에서 생산된 제품이 한글 표기와 한국 배라는 설명으로 수출될 수 있단 말인가! 국가적 차원에서 배 재배기술 및 품종보호 조치가 시급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상자에 "햇살담은 햇배"와 "Korean variety pears" 표기가 선명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원산지 "중국 china"
사용자 삽입 이미지
      ▲ 아쉽게도 이젠 한국에서만 한국 배를 먹을 수 밖에 없는 요가일래......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