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얘기2011. 9. 12. 10:40

추석이다. 이국땅에 살다보니 한국에서 일가 친척들과 한가위를 보낸 지가 벌써 꽤 오랜된다. 리투아니아에도 한 해의 수확에 감사하는 날이 있다. 양력 8월 15일로 국경일이다. 이날 사람들은 고향을 방문하지는 않지만 주로 성당 미사에 참가하고 야외로 나가서 자연 속에서 시간을 보낸다.

한국과 리투아니아 시차는 6시간이다. 오늘 한국의 일기예보를 보니 전국이 흐리다. 달 뜨는 시각은 오후 6시 20분이다. 흐린 날씨가 빨리 확 개여서 보다 더 많은 지역에서 보름달을 볼 수 있기를 바란다.

어제 빌뉴스 날씨는 아주 맑았다. 어느 때보다도 많은 열기구들이 빌뉴스 구시가지 상공을 날았다. 특히 노란 열기구가 마음 속에 다가왔다. 마치 둥근 8월 대보름달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더욱이 열기구는 서쪽에서 동쪽으로 날아갔다. 마치 내 고향생각을 싣고 동으로 동으로 나아가는 것 같았다.



보름달를 떠올리게 하는 열기구를 사진과 영상 속에 담아보았다. 모든 이들에게 즐겁고 풍성한 한가위를 기원한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0. 10. 8. 06:54

9월초 "시력저하로 벌 받고 있은 딸아이의 변화"라는 글에서 초등3 딸아이가 시력저하 진단을 받은 것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날부터 딸아이는 하루에 TV나 컴퓨터를 한 시간 동안만 사용할 수 있다. 처음에는 딸아이가 이 제한조치를 얼마나 잘 지킬지 궁금했다. 어제 저녁 우리 집 네 식구가 모두 함께 영화를 보고 왔다. 학교에서 돌아온 딸아이에게 말했다.

"오늘 저녁 우리가 영화를 보려가니까 빨리 숙제를 마치고 컴퓨터를 한 시간 동안 사용해."
"아빠, 오늘은 컴퓨터는 안 돼."
"왜?"
"컴퓨터 대신 영화를 보잖아. 나 안경 쓰는 것 싫어."

이렇게까지 철저히 지키고자 하는 딸에게 동정심을 가진 나 자신이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다. 벌써 한 달이 넘었지만 딸아이는 제한조치를 아주 잘 준수하고 있다. 예전에 컴퓨터를 하고 텔레비전을 보았던 시간을 지금은 그림을 그리거나 책을 읽거나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데 쏟고 있다.

엊그께는 놀이용 찰흙으로 송편을 만들면서 한참 동안 놀았다. 송편을 다 만든 후에 아빠 블로그 독자들에게 소개하라면서 사진 촬영을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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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이 송편 안에는 무엇이 들어있는지 한번 맞춰봐!"
"글쎄. 무엇이 들어있을까......"
"아빠는 정말 모를거야. 그럼 내가 열어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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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편 안에는 내용물 대신 쪽지가 접해 있었다. 이것을 펼치자 "감사합니다" 문구가 나와서 인상적이었다.

"잘 생각했네. 이 송편을 감사합니다표 송편이라고 부르자."
"아빠, 이젠 나비표 송편을 만들어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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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해서 알록달록 나비표 송편이 탄생했다. 텔레비전과 컴퓨터 없이는 아주 지겨워할 것 같았는데 딸아이는 나름대로 새로운 놀이꺼리를 찾아서 잘 놀고 있어 다행이다. 이런 결과로 딸아이의 시력(현재 0.9와 0.8)이 1년 전대로 회복되길 바란다.

* 최근글: 박칼린 계기로 알아본 리투아니아계 미국인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