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에 해당되는 글 49건

  1. 2022.09.30 호두 열매를 심었더니 18년 만에 호두가 열려!!! 1
  2. 2020.08.07 성당 종탑 위에서 정중동을 즐기는 황새
  3. 2020.05.10 양배추 모종 가격은 사람 봐가면서 불러야지 2
  4. 2020.03.28 코로나19 자가격리로 찾은 새 취미가 화장실 예술 놀이
  5. 2019.11.17 스페인 단감은 씨앗이 없다?! 5
  6. 2019.07.09 아, 웃으니 만사가 OK로구나 1
  7. 2019.04.11 첫 알을 낳고 기뻐하는 황새 부부
  8. 2018.10.22 10월 묘 위에 피어 있는 꽃들 - 근래 히스꽃이 인기
  9. 2018.05.28 아파트 발코니에 감자꽃 피고 아침마다 한움큼 채소 수확
  10. 2017.05.03 흙없이도 아파트에서 작은 양파를 기르는 법
  11. 2017.03.27 화장실에서 6개월 선남자가 되어보니
  12. 2016.12.31 손가방으로 도심 화단에 물주는 금발 여인
  13. 2015.03.26 딸 키워서 부모가 처음으로 대접 받은 요리 15
  14. 2015.03.06 유럽인들이 감탄한 우리 집 수도꼭지의 정체는 9
  15. 2015.02.26 벌통에서 곧 바로 꿀 채취하는 획기적인 방법 화제
  16. 2015.02.24 내 생애 처음 걸어본 자락길에 한국이 잘 살아
  17. 2015.02.10 딸의 식생활 변화, 엄마 오늘 고기 사지 마
  18. 2014.11.28 세계 10대 1인당 맥주 소비국이 다 유럽 나라들
  19. 2014.08.29 계단 신발장 덕분에 출근길 고민 해결
  20. 2014.07.24 유럽에서 여름철 사우나 이렇게 좋을 수가
  21. 2014.01.23 스마트폰 하지 않는 조건으로 식당 가기
  22. 2013.11.28 식당에서 거스름돈으로 동전을 수북히 받으니
  23. 2013.11.20 결혼 30주년 선물에 제격인 벌꿀 3리터 2
  24. 2013.09.23 피자집 이쑤시개 쓸쩍하다 발칵된 딸에게 한 마디
  25. 2013.09.05 초등 딸이 알려준 깔끔하게 양말 개는 법 1
  26. 2013.08.08 초등 5학년 딸아이의 즉석 영어 작문 실력은?
  27. 2013.08.01 아이의 관심을 끌려다가 아빠가 대머리?
  28. 2013.07.09 아내가 없으니 컵라면 봉지가 자꾸 쌓여간다
  29. 2013.05.29 헉, 10년 동안 침대 매트리스에 쌓인 먼지 엄청나 2
  30. 2013.05.16 내 이름이 적힌 코카콜라를 사줘요~~~
생활얘기2022. 9. 30. 06:23

맛있는 오렌지나 귤 등을 먹으면서 그 씨앗을 버리기가 참 아깝다. 그래서 종종 자라고 있는 식물의 화분에 심어놓기도 한다. 운 좋게 싹이 돋아 나와 자라면 다른 화분에 보금자리를 마련해준다. 그러다가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잎이 말라 이별하게 된다. 귤이나 오렌지 씨앗을 심어 지금껏 한 번도 방 안에서 자란 귤이나 오렌지를 먹어보지를 못했다.

 

2004년 9월 25일 이웃나라 폴란드 친구의 결혼식에 초대를 받아서 갔다. 그 집 뜰에는 호두나무가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다. 그곳에는 또한 1991년 내가 심은 참나무가 벌써 크게 자라고 있었다. 가을이라 그 옆에 떨어진 호두 두 개를 주워 주머니에 넣어 집으로 가져왔다.이번에도 어김없이 화분 한 구석에 호두를 박아놓았다.

 

1991년 내가 심은 참나무를 뒷배경으로 2004년 9월 기념사진

세 달이 채 지나지 않았는데 12월 11일 호두에서 싹이 나왔다. 

 

씨앗에서 자란 귤나무 화분 구석에 싹이 나온 첫 번째 호두나무
씨앗에서 자란 귤나무 화분 구석에 싹이 나온 두 번째 호두나무

1년을 더 화분에서 키우던 중 아쉽게도 한 그루는 죽고 한 그루가 살아남았다.

 

2005년 5월 8일 귤나무와 호두나무가 한 화분에 공생하고 있다.

2006년 장모님의 텃밭에 옮겨 심었다. 다행히 무럭무럭 자랐다. 그런데 자랄수록 텃밭의 공간을 많이 차지하고 주변 식물을 햇빛을 가려서 옮겨 심기로 했다.

 

 

2013년 가을 장모님 소유 리투아니아 숲의 텅 빈 공간에 옮겨 심었다.

아래 사진은 2014년 4월 모습이다.

새로운 자리에서도 튼튼히 뿌리를 내린 듯하다. 

 

2019년 9월 18일 숲을 방문했다.

무성하게 자랐지만 아직까지 이 호두나무는 한번도 결실을 맺지 않았다. 

실생묘(씨모: 씨에서 싹터서 난 묘목)를 심으면

보통 6-8년 길게는 10년 정도 지나면 결실이 된다고 한다.

그런데 호두 씨를 심은 지 15년이 지났는데도 아직 호두가 생기지 않고 있다.

이제는 유실수로 기대하지 말고 그냥 숲 속 기념물로 여겨야겠다고 생각했다.

 

1년이 또 지났다.

2022년 9월 26일 장모님이 난데없이 사진 한 장을 페이스북 페신저로 보내주셨다.

호두가 생기길 간절히 원하는 사위의 마음을 알아 호두 열매를 보자마자 사진을 찍으셨다.

 

"호두 한 개만 달랑 열렸어요?"

"서 너 개 정도."

"이제 호두가 열린다는 것을 알았으니 잘 관리해주셔야겠어요.

내년에는 더 많이 열렸으면 좋겠습니다."

 

멀지 않은 장래에 2004년 내가 심은 나무에서 열린 호두를

직접 호두까기로 간식을 먹을 수 있길 기대해본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20. 8. 7. 03:56

7월 초순에서 8월 초순 유럽에서는 둥지 안에서 이리저리 움직이거나 날개짓을 하는 황새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영락없이 이런 황새들은 새끼 황새들이다. 8월 하순이나 9월 초순 남쪽나라로 떠나기 위해 부지런히 비행 연습을 해야 한다. 


유럽 황새들은 대부분 농가 마당이나 근처에 있는 나무 기둥이나 전봇대 위에 둥지를 튼다.


황새는 유럽 사람들에게 아이를 물어다 주는 다산과 풍요을 상징하는 길조다. 사람들은 황새가 둥지를 틀 수 있도록 마당에 나무 기둥을 세워 놓기도 하고 감전사를 막기 위해 전붓대 위에 굵은 철사로 더 높은 구조물을 만들어 놓기도 한다.   


얼마 전 리투아니아의 명소 중 하나인 십자가 언덕을 다녀왔다. 이곳에는 방문객이나 순례객들의 소원을 담은 십자가가 수십만 개에 이른다. 주차장에서 십자가 언덕 전체를 아래 영상에 담아봤다. 


십자가 언덕 바로 인근에 있는 성당 종탑에 앉아 있는 황새 한 마리가 발걸음을 멈추게 하고 시선을 끈다. 어미 황새로 보인다. 둥지에 새끼 황새 세 마리를 남겨두고 혼자만의 휴식을 취하고 있는 듯하다. 


들판이나 초원에서 다리 하나로 버티면서 혼자 서 있는 황새는 자주 보지만 이렇게 성당 종탑 위에 앉아 있는 황새를 보는 것은 30년 유럽 생활에서 처음이다. 


정한 듯 서 있지만 끊임없이 부지런히 부리를 이용해 몸매관리를 하고 있다. 그야말로 정중동(靜中動) 삼매에 빠져 있다. 혹시나 긴 날개를 펴고 훨훨 나르는 순간의 장면을 잡을 수 있을까 한 시간 동안 카메라로 촬영을 해 본다. 


결국은 점심 먹을 시간이 이미 훨씬 넘어서 더 이상 허기를 견딜 수 없어 날아가는 장면 촬영은 포기을 해야 했다. 곧 아프리카 대륙을 떠날 유럽 황새를 이렇게 장시간 지켜보기도 이번이 처음이다. 성당 종탑 위 황새 영상을 아래 소개한다.   


황새에 얽힌 유럽 농담 하나를 소개한다.
아들: "엄마, 왜 황새가 아프리카로 떠나?"
엄마: "아들아, 아프리카도 아기가 필요하단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20. 5. 10. 22:26

코로나바이러스로 지난해 크리스마스 이후로 오랫동안 지방에 있는 처가를 다녀오지 못했다. 다행이 인터넷시대라서 리투아니아인 아내는 수시로 메신저 등을 통해 장모님과 소통했다. 5월 첫째 주 일요일 어머니날을 맞이하여 4개월만에 2박 3일로 처가를 다녀왔다.

처갓집 방문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작은 별장을 겸한 텃밭에 가보기다. 이 텃밭에 어떤 식물들이 이맘때 자라고 있는지에 대해는 관련글에서 읽을 수 있다.   


보통 텃밭은 온실이 있다. 모종을 키우기도 하고 상대적으로 추위에 약한 채소를 키운다. 북유럽 리투아니아 텃밭 온실에서 주로 키우는 채소는 토마토, 상추, 고추 등이다. 당근, 오이, 호박, 감자,마늘, 양파, 양배추, 붉은사탕무 등은 밭에서 키운다. 


온실에서 빼곡히 자라고 있는 채소가 시선을 끌었다. 양배추다. 리투아니아에서는 양배추를 곧 바로 밭에서 씨를 뿌려 키우는 줄 짐작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온실에서 먼저 모종으로 키운다는 사실은 이번에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장모님은 양배추 모종에 물을 듬뿍 주신다.  


그리고는 양배추 모종을 골라내신다.
"이 모종을 어떻게 하시려고요?"
"내일 시장에서 가서 팔아야지."
"한 포기에 값을 얼마나 부르시나요?"
"사람 봐가면서 불러야지."


잠시 생각에 잠겨본다.
좀 있어 보이는 사람에게는 더 부르고 
좀 없어 보이는 사람에게는 덜 부르고...
좀 따지지 않을 사람 같으면 더 부르고
좀 따질 사람 같으면 덜 부르고...

"정말 그렇게 하실 것인가요?" 순진하게 여쭤봤다.
"시장가격에 팔아야지."
"모종 한 포기에 얼마하나요?"
"약 10센트(132원) 정도. 열 포기로 한 묶음을 만들어 팔지."
"그러면 한 묶음에 1유로(1320원)..."
"팔리면 팔고 안 팔리면 가져와 우리 밭에 심어야지."


물을 주신 이유가 하나 더 있다. 쉽게 모종을 뽑기 위해서다.
뽑은 열 포기를 합쳐서 흙으로 뿌리를 감싼다.  


이어서 밑부분을 비닐로 덮고 묶는다.


여든 살을 향해 가시는 장모님 참으로 부지런하시다.
이렇게 하지 않아도 되실 형편인데도 근면의 모범을 보이신다.  


이날 다섯 묶음을 만들어 다음날 아침 시장에 가서 다 파셨다. 
수입이 5유로다. 이 돈으로 빵 서너 개를 살 수 있고 혹은 우유 3리터를 살 수 있다.
빌뉴스 구시가지 식당에서 마시는 맥주 500cc 한 잔 값이다.


돈으로 따지면 굳이 이런 고생을 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 평소 몸에 익숙해진 부지런한 삶의 방식 때문에 하는 것일 것이다. 이 부지런함의 만에 하나라도 닮아야겠다고 다짐해본다.
Posted by 초유스
재미감탄 세계화제2020. 3. 28. 05:43

우리집 창문 넘어 눈앞에 보이는 거리는 평소 낮에 사람들의 왕래가 많은 곳이다. 하지만 코로나19 비상사태로 인해 가급적 외출을 삼가하고 있어 거리는 텅 비어 있다. 집에만 있으니 답답하다. 물론 사진정리, 화분정리, 창문닦기 등 평소 잘 하지 않는 일을 찾아서 하고는 있다. 

이런 답답함을 재미나게 풀어가는 사람들도 있다. 그 중 한 사람이 위트니 제 눈앞에 보이는 거리는 평소 낮에 사람들의 왕래가 많은 곳이다. 하지만 코로나19 비상사태로 인해 가급적 외출을 삼가하고 있어 거리는 텅 비어 있다. 집에만 있으니 답답하다. 물론 사진정리, 화분정리, 창문닦기 등 평소 잘 하지 않는 일을 찾아서 하고는 있다. 

이런 답답함을 재미나게 풀어가는 사람들도 있다. 그 중 한 사람이 미국 일리노이주에 살고 있는 휘트니 제이컵(Whitney Jakub)이다. 그는 자가격리 11일째 새로운 취미를 찾았다면서 자신의 취미를 페이스북에 공개했다. 그의 글은 커다란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현재 공유가 8만 이상이고 댓글이 3천 개 이상이다. 


그의 취미는 바로 좌변기에 화장지와 몇몇 소품을 이용해 재미난 화장실을 만드는 것이다.    
* 이미지 출처 Image source: https://www.facebook.com/whitney.miller.777

▲ 흡연하는 화장실 
   
▲ 요리사 화장실

 
▲ 추운 화장실 

▲ 알코올중독 화장실

▲ 취한 화장실
 
▲ 낭만적인 화장실
   
▲ 바보 같은 화장실 

▲ 휴가보내는 화장실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한편에서는 화장지 사재기로 세상 인심이 흉흉하고 또 다른 한편에서는 화장지로 기발한 취미를 찾아서 따분한 일상을 극복하는 사람이 있다. 예술적 재능이나 감각이 둔하니 이런 취미는 할 수 없는 것이 아쉽다. 그저 책이나 읽으면서 글이나 쓰면서 정상적인 세상이 하루속히 오길 간절히 소원하는 바이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9. 11. 17. 05:54

감의 계절이다. 어릴 때 시골집에는 여러 종류의 감나무가 자라고 있었다. 가을이 되면 푸른 감나무 잎사귀 사이 햋빛을 받아서 반짝이는 붉은 홍시를 하나 둘씩 따먹는 재미가 솔찬했다. 

북유럽 리투아니아는 기후 조건이 맞지 않아서 감나무가 자라지 못 한다. 홍시와 단감에 대한 어린 시절 추억 때문에 10월이 되면 상점에 단감이 출시되길 몹시 기다린다. 초기에는 비싸서 살 엄두가 나지 않지만 가격이 떨어지면 왕창 산다. 이맘때 우리 아파트 창틀은 단감으로 장식 된다.        


이곳에서 파는 단감들은 대개가 스페인에서 수입해온 것이다. 딱딱한 단감보다는 물렁물렁한 단감을 선호한다. 이렇게 창틀에 진열해 놓고 한 두 개씩 먹는다.


10월 하순 지중해 몰타 상점에서 단감을 만났다. 사 먹고 싶었으나 비교 물가에 너무 민감한 아내 때문에 꾹 참아야 했다. 그때 몰타의 작은 단감 한 개가 1.2유로였다. 그런데 리투아니아 상점에서 파는 단감은 1킬로그램이 1-2유로다. 일전에 구입한 단감 한 개의 무게가 0.344킬로그램이다. 1킬로그램당 값이 0.90센트였다. 이때다 싶어 많이 구입하게 되었다.



한국에서 먹은 단감은 늘 굵은 씨앗이 여러 개 있었다. 그런데 지금껏 먹어 본 스페인 단감은 씨앗이 없다. 단감 씨앗을 빼내는 수고를 하지 않아서 좋다.


이제 얼마 후면 상점 과일판매대에 단감이 사라질 것이다. 오늘 상점으로 가 보고 가격이 좋으면 또 구입해야겠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9. 7. 9. 06:11

여름철 여기저기 출장을 다니다 보니 가족이 함께 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 
며칠 전 아내가 백화점에 있는 가게에 볼 일이 있다고 해서 동행했다. 
잠깐이면 된다고 했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깜깜 무소식이었다.

슬며시 불평이 꿈틀거렸다. 아내를 찾아 나섰다.
백화점 안으로 들어가는 가니 
우연히 파란 광고 글자가 눈에 띄었다.
마치 웃음웃 자로 보였다.


바로 OK 글자를 수직으로 세워 놓은 것이다.



이날 본 광고다.



이렇게 상상해본 웃를 보면서 마음을 추스려 보았다. 
그렇더니 아내에게 불평하고자 하는 마음이 한 순간에 가라 앉았다. 
"아, 웃으니 만사가 OK로구나"라고 독백했다.
Posted by 초유스
재미감탄 세계화제2019. 4. 11. 05:37

지난해 추운 계절로 서서히 접어드는 8월 늦여름 유럽 황새들은 아프리카로 떠났다. 이제 춘분을 기해 이 황새들은 다시 유럽으로 날아와 새로운 한 해의 삶을 시작하고 있다.

지난 4월 4일 체코 오스트라바 (Ostrava) 지방 보후슬라비쩨(Bohuslavice) 마을의 폐쇄회로 텔레비전 카메라에 황새 부부의 삶이 잡혀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암컷 황새가 둥지에 앉아 알을 낳고 일어나 알을 살핀다. 이에 수컷 황새도 가세한다. 곧 이어 수컷과 암컷 황새가 부리의 상하 부분을 부딪쳐 딱딱딱 소리를 내면서 첫 알 탄생을 기뻐하고 있다. 마치 축하 의식을 펼치는 듯하다. 



보통 황새는 2-6개 알을 낳는다. 약 한 달 간 알을 품으면 새끼 황새가 부화한다. 아래는 폴란드 북부 지방에서 찍은 어린 황새이다.
  

널리 알려져 있듯이 유럽 사람들은 자녀가 탄생의 비밀을 물으면 부모가 "황새가 너를 물어다 주었다"라고 답한다. 황새는 민가 근처에 조용하고 청정한 곳에 둥지를 지어 산다. 유럽 사람들에게 황새는 길조다.  

그해의 첫 황새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를 따라 그해 운세가 정해진다고 믿는다. 예를 들면 그해 처음 본 황새가 날아가고 있는 모습이다면 그해에 결혼을 하거나 여행을 가는 등 생활에 큰 변화가 있다고 한다. 아직 올해 첫 황새를 보지 못했다. 어떤 모습의 황새를 보게 될까...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8. 10. 22. 04:04

대부분 유럽 사람들이 조상들의 묘소를 찾아가는 날인 11월 1일과 2일이 곧 다가온다. 묘를 찾아가서 미리 단장을 하는 이들도 있다. 이번 주말 지방에 있는 묘지를 다녀왔다. 낙엽으로 뒤덮혀 있는 묘를 말끔히 청소하고 촛불을 커놓고 왔다. 

묘지 곳곳에는 단풍나무, 자작나무 등이 자라고 있다.  


이들 나무로부터 떨어진 낙엽이 환절기 갑작스러운 추위로부터 묘나 꽃을 보호하듯 덮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분홍색 아스터(Aster)꽃 사이에 꽂혀 있는 누런 낙엽을 걷어내고 싶지가 않다.  



대부분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묘 위에 꽃밭을 가꾸고 있지만 더러는 이렇게 돌로 덮기도 한다. 돌 위에 내려 앉은 낙엽을 걷어 내고 촛불을 켜놓는다.



여름철 싱싱하게 장식한 화초는 벌써 시들고 그 사이에 피어 있는 페튜니아(petunia)꽃이 군계일학처럼 돋보인다. 



노란 팬지꽃도 리투아니아 묘지에서 흔지 만날 수 있는 꽃이다. 



선명하게 노란 국화꽃은 점점 말라가는 노란 단풍 색을 땅 위에서 계속 이어가는 듯하다. 



노란 다알리아꽃이다.



베고니아꽃이다.



근래 묘지에서 점점 늘어나는 꽃 중 하나가 바로 히스(heather)꽃이다. 노란색, 하얀색, 분홍색, 연두색 등 여러 색이 있다.



이 꽃은 얼거나 말라도 한동안 떨어지지 않고 가지에 붙어 있어 마치 계속 피어있는 듯하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8. 5. 28. 16:04

아파트에 사는 주변 친구들은
집에서 멀지 않는 곳에 보통 600 평방미터 넓이의 텃밭이 있다. 
소련 시대를 거친 부모로부터 물려 받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방 도시에 살다가 빌뉴스로 이사를 와서 우리 집은 그런 텃밭이 없다.
특히 여름철이 되면 텃밭을 가진 친구들이 부럽다.
오후 5시나 6시에 퇴근해도 일몰까지는 아직 서너 시간이나 남아 있어
텃밭에 채소를 키우기에는 시간이 넉넉하다. 

올해는 우리 집 아파트 발코니에 화분 채소 키우기를 해보자고 했다. 
묵은 흙은 버리고 새 흙을 구입해 기다란 화분 네 개를 다 채웠다.
 
먼저 감자를 한번 심어봤다. 식용이 아니라 관상용이다.
부엌 찬장 속에 묵은 감자가 싹을 틔우고 있기에 반으로 쪼개서 화분에 심었다.
큰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며칠이 지나자 짙은 초록색이 돋아났다.
최근 하얀 감자꽃까지 피어났다.


좁은 화분이라서 위로만 자라는 듯하다.

과연 화분 속에 감자가 열릴 지 궁금하다.



지난 여름 한국에서 가져온 들깨씨앗도 

도깨비 보호 아래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다.

비록 삼겹살 구워먹을 때 한 잎 한 잎 그 생명을 마치겠지만...





상추도 잘 자라고 있다.



또 다른 종류의 상추다.



지난해 파슬리가 여전히 잘 자라고 있다.

 


이렇게 아내는 매일 아침 채소 한움큼을 수확한다.

두 식구 아침 식사용으로 충분하다.



아침 저녁으로 규칙적으로 물을 주는 것도 하나의 일이지만
솔찬한 채소량에 아내는 흐뭇해 한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7. 5. 3. 05:59

얼마 전 아내가 흙없이도 작은 양파를 기르는 법을 알려주었다. 바로 톱밥이나 휴지 등을 아파트에서 작은 양파를 쉽게 기를 수가 있다. 딱 2년 전 우리 가족과 2년 4개월을 같이 산 햄스터가 그만 세상을 떠났다. 그때 남은 톱밥을 이용해 양파를 길러보기로 했다.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1. 물을 팔팔 끓여 톱밥에 붓는다 (일종의 소독 효과도 겸한다) 

2. 양파 윗부분을 자른다

3. 비닐봉지에 물기가 약간 촉촉한 톱밥을 넣는다

4. 그 위에 양파를 꾹 눌러 놓는다

5. 비닐봉지 안으로 입김을 불어넣는다

6. 비닐봉지를 밀봉한다



아래는 10일 지난 후 모습이다. 양파 줄기가 비닐봉지 윗부분에 닿으면 비닐봉지를 열어놓는다. 간간히 톱밥에 물을 뿌린다.



아래는 19일이 지난 후의 양파줄기 모습이다. 적은 양이지만 식탁에 오를 채소가 부엌 창가에 파릇파릇 자라고 있다는 것이 신기함과 기쁨을 준다. 


아래는 작은 양파를 기르는 법을 알려준 동영상이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7. 3. 27. 07:06

남녀가 함께 사는 공간에 
화장실을 놓아두고 서로 얼굴 붉힐 일이 없지는 않을 듯하다.
우리 집 네 식구 중 나 홀로 남자다. 
식구가 다 같이 사용하는 화장실에서 
조심한다고는 하지만 어찌 매번 성공하지는 못한다.

때로는 흔적을 내가 남기지 않은 듯한데
아내로부터  바가지를 긁힌다. 

"누가 또?"
"내가 아닌데."
"그럼, 우리 집에 남자는 당신밖에 없잖아."
"어찌 꼭 남자만 흔적을 남길까..."
"한 번만 더 눈에 띄면 이젠 당신이 화장실 청소해야 해!!!"

사실 화장실 청소라면 자신 있다.
20대에 3층 건물에 살면서 
3년 동안 아침마다 화장실 4개를 청소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당신도 이제 우리처럼 한번 앉아서 해봐."
"남자 소변기를 하나 설치하면 좋겠다."
"그냥 당신 습관 하나 고치면 되지. 뭘 돈을 써?!"

우리 집만 그런 것이 아니다.
지난 해 한국에 갔을 때 
남녀가 같이 사용하는 화장실에 이런 안내문을 보았다.

선남자(善南子)는 앉아서 소변봅니다.


화장실 청소 하기가 싫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정말 습관 하나 고쳐보자고 다짐을 했다. 
그래서 지난 6개월 선남자가 되어 보았다.

결론은 서서보다는 앉아서 소변보는 것이 이제는 훨씬 더 편하다.

화장실 문을 열면 바지를 내리기 위해 
두 손이 먼저 바지 양쪽을 잡는다.

앉아서 소변을 보기 시작한 부터는 자주 화장실 전등을 켜지 않는다.
좌변기 위치는 발이 스스로 알고 있으니 굳이 불이 필요하지가 않다.

정말 아내의 말대로 
남자 습관 하나 고치니 
친구 집에 따로 설치된 남자 소변기가 이제는 더 이상 부럽지가 않다.

문제는 우리 집을 찾는 손님 중 남자가 있을 때이다. 
특히 꼬마 남자 손님이다. ㅎㅎㅎ

* 에스토니아 탈린 공항 화장실에서 나가는 문 - 당신을 지퍼(쇠줄닫이)를 확인했나요?

남자 손님 방문시 화장실에
"이 집 주인 남자는 앉아서 봅니다"
혹은
"우리집은 선 남자보다는 앉은 남자를 더 선호합니다"라는 
안내문을 붙일까 고민 중이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6. 12. 31. 07:31

2016년 마지막 날이다. 크리스마스 연휴를 보낸 후 번역일을 계속하기로 했으나 다른 일을 하게 되었다. 하드디스크에 용량이 50기가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그래서 2-3년간 이 핑계 저 핑계로 손대지 못한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정리하기로 했다. 사용 가능한 용량으로 280기가를 확보했으니 보람을 느낀다. 주로 사진과 동영상 정리이다.



누군나 왜 이곳에 사느냐고 묻는다면 스스럼없이 "여름철이 좋아서!"라고 답한다. 이곳의 겨울은 우을증에 쉽게 빠지게 할 정도로 음산하다. 맑은 날이 극히 드물고 하늘에는 낮에도 구름이 잔뜩 끼어 있다. 다행이 동지가 지난 후 해가 어둠의 감옥에서 서서히 탈출하고 있다. 


지난 사진들을 정리하면서 화사하고 날이 긴 여름이 하루라도 빨리 왔으면 좋겠다. 특히 라트비아 수도 리가에서 만난 재미난 순간이 더욱 여름에 대한 기대를 충만시킨다.

베드로 성당 옆에 있는 화단에 금발 여인이 촬영 자세를 취한다. 자신이 들고 있는 손가방으로 화단에 물을 주는 자세다.


공교롭게도 손가방 색이 연두색으로 친자연적이다. ㅎㅎㅎ 어서 빨리 정유년의 여름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2016년 한 해 동안 블로그를 애독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리고 새해에도 건강하시고 행복이 늘 함께 하길 기원합니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5. 3. 26. 08:39

"아, 우리 딸 언제 다 커나?" 
힘든 육아 시절에 가장 흔히 나도 모르게 나오는 말 중 하나다. 그땐 같은 시간이 그렇게 길게 느껴졌는데 요즘 13살 딸아이를 보니 너무 짧게 느껴진다. 이러다가 4-5년 지나 큰딸처럼 외국에 나가 유학이라도 한다면 함께 한 집에서 생활할 시간이 그렇게 많지가 않을 것이다.

며칠 전 학교에서 다녀온 딸아이가 자기가 점심을 만들어 대접하겠다고 했다.
"오늘 점심은 내가 할게."
"뭘 할거야?"
"마카로니."
"네가 할 수 있어?"
"한번 지켜봐."

그 동안 샌드위치 정도 딸아이가 직접 만들어 얻어 먹은 적은 있었지만, 요리를 대접 받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근래에 학교 요리 수업에서 배운 것을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다.

눈물 나오게 하는 양파도 직접 썰었다,


버섯을 어렵게 써는 모습을 보니 안스러웠다. 혹시나 칼에 베일까 제일 걱정 되었다.
"아빠가 도와줄까?"
"아니. 내가 다 할거야."
"칼 조심해라."
"알아. 내가 더 이상 아이가 아니야. 그런 말 이젠 하지마. 나를 믿어줘."
"알았다."


한쪽 불에서는 썰은 채소를 볶고, 다른쪽 불에서는 마카로니를 삶고... 
소스도 능숙하게 만들었다. 이렇게 우리집 부엌에 새로운 요리사 탄생!!!

영국에 있는 있는 언니가 스카이프로 요가일래의 요리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만든 요리를 접시에 담아주었다. 


맛은?

딸 키워 처음 대접 받은 요리 맛은 세상에 유일무이한 맛일 수밖에... 

"처음이라 소스의 양을 잘 몰라서 부족하다. 그렇지?"
"이 정도로도 충분해."

다 먹은 후 딸아이는 설겆이까지 말끔하게 마쳤다.


"앞으로도 종종 이런 요리 부탁해. 오늘 정말 배부르게 잘 먹었다."
"고마워~~~ 맛이 없는 것 같았는데 잘 먹어줘서."
Posted by 초유스
다음첫면2015. 3. 6. 08:20

일전에 유럽 리투아니아 현지인들 15여명이 우리 집을 방문했다. 밖에서 들어왔으니 손을 씻기 위해 이들은 하나 둘 욕실로 들어갔다. 그런데 하나같이 손을 씻지 못하고 그냥 나왔다. 우리 집 수도관에 이들이 지금껏 보지 못한 이상한 물건이 달려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1월 한국에 갔을 때 가져온 물건이다. 지난해 리투아니아인 아내가 우연히 인터넷에서 이 제품을 알게 되었다. 용도는 물절약이다. 한국에서 만든 제품이라서 한국에 가면 꼭 구해오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그래서 미리 한국에 사는 조카에게 부탁했다.   



수도관이 세계적으로 표준화 되어 있을 수 있지만 다소 걱정 되었다. 조카도 부탁을 받고 보니 상당히 실용적이고 경제적이라 자기 집 수도관을 위해 우선 하나 구입했다. 그런데 수도관 크기와 이 제품 크기가 맞지 않아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


아래는 우리 집 수도관의 제일 밑부분이다. 표시는 KK P 278 IB로 되었다. 혹시 구입했다가 안 맞으면 소용이 없어서 선뜻 구입하기가 주저 되었다. 조카가 사용할 수 없는 자기 것을 가져가서 한번 해보라고 했다. 다행스럽게 딱 맞았다.   



그래서 이날 현지인들이 손을 씻기 위해 수도꼭지를 틀었지만 물이 안 나온 이유가 바로 이 물건 때문이다. 하나 둘씩 밖으로 나와서 나에게 물었다.



"도대체 저기 수도관에 있는 물건의 정체는 뭐야?"

"Made in Korea. ㅎㅎㅎ"

"그런 줄은 알지만 용도는?"

"물절약이야." 


이렇게 관심있는 사람들을 욕실로 불러 모아놓고 그 사용법을 알려주었다.



모두들 감탄하면서 다음에 한국에 가면 자기 것도 꼭 사오길 부탁했다. 사람들에게 설명하는 리투아니아인 아내도 덩달아 신이 났다. 




그렇다면 과연 물은 절약 되었을까?
아직 정확하게 비교할 수 있는 상황이 마련 되지 않았다. 하지만 적어도 손을 씻고, 양치를 하는 데에는 전에 보다 확실히 물을 더 적게 사용한다. 전에는 비누로 손을 씻는 동안에도 물이 흘러내렸지만, 지금은 물로 씻을 때만 막대기를 밀어서 물을 사용한다. 한편 이렇게 우리 집 손님들에게 자연스럽게 기발한 한국 물절약 제품을 소개할 수 있게 되었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5. 2. 26. 07:30

요즘 감기로 고생하고 있다. 약을 먹으면 1주일만에 낳고, 약을 먹지 않으면 7일만에 낳는다고 리투아니아 사람들도 말한다. 여기서 감기 치료에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은 다름 아닌 꿀이다. 복분자 차 등을 마시면서 숟가락에 꿀을 뜨서 먹는다. 

* 지금 감기 치료를 위해 먹고 있는 꿀


우선 획기적인 꿀 채취 방법을 소개하기 전에 지금까지의 일반적인 방법을 아래 영상을 통해서 소개하고자 한다. 초유스가 리투아니아 양봉인을 만나 직접 촬영한 것이다. 
 
     벌통에서 꿀판을 꺼낸다.
     꿀판에서 밀랍을 벗겨낸다
     꿀판을 원심력 통에 넣는다



위 영상에서 보았듯이 꿀을 채취할 때 수동이든 자동이든 원심력에 의하여 꿀판에서 꿀을 분리시킨다. 그런데 이런 절차를 전혀 거치지 않고 벌통에서 곧 바로 이 발명되어 화제를 모우고 있다. 영국인 아버지(Stuart Anderson)와 아들(Cedar Anderson)이 발명했다. 꿀판에 관을 넣어서 자연스럽게 꿀이 흘러내리도록 했다. [사진출처 image source link]




이 방법에 따르면 우주복 같은 옷을 입지도 않아도 되고 꿀벌을 안정시키기 위해 연기을 뿜어내지 않아도 된다. 벌꿀을 전혀 괴롭지 않고 깨끗한 꿀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양봉이 취미라면 당장이라도 사고 싶은 물품이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5. 2. 24. 06:53

한국에서 가서 가장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이냐라는 질문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답은 등산이다. 내가 살고 있는 리투아니아에서 가장 높은 산은 해발 300미터도 채 되지 않는다. 여기 사람들에겐 산이지만 1000여미터의 산을 보고 자란 나에게는 산이 아닌 셈이다. 한국에는 흔한 등산화는 여기는 없다.

서울에 머무는 동안 한 지인이 자락길 산책을 제안했다. 두 말 하지 않고 합류하기로 했다. 이렇게 내 생애 처음으로 자락길 산책에 나섰다. 목표는 서울 안산 자락길이다. 독립문 지하철에서 시작했다. 이 자락길은 총 7킬로미터에 이른다.  
 


자락길 밑에서 바라본 안산 정상 모습이다. 



자락길 입구에 도착하기 전에 재개발 지역이라서 그런지 이런 빈집들이 있다. 더 이상 집을 짓지 말고 그냥 자연으로 원상회복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눈길이나 얼음길에 산책하는 시민을 배려하는 정성이 담겨져 있다. 




이디 이뿐인가! 따뜻한 날 정자에 앉아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책장까지 마련되어 있다. 




리투아니아에서는 보기 드문 까치도 이날 만났다. 반가운 손님이 오는 것이 아니라 난생 처음 자락길 산책하러온 유럽 손님을 환영하러 나온 듯하다. 



리기다소나무 한 그루가 산책길을 막아서고 있다. 베어내지 않고 이렇게 자연스럽게 놓아둔 것이 바로 친자연 자락길임을 잘 말해주고 있다. 이 막아섬은 산책객을 막아서는 것이 아니라 개발시 인간의 환경파괴심을 막아서는 것을 웅변하는 듯하다



하늘을 향해 쭉 뻗어있는 메타세콰이어가 하늘 기운을 받아서 산책객에게 전해주는 듯하다.



운동기구들도 잘 갖춰져 있다. 



목재로 길을 만들어놓았다. 사치 같아서 예산낭비로 보이는 듯했다. 그런데 그 순간 오른쪽 빙판길을 걷는 사람이 있었다. 그가 철망을 잡고 걷는데도 여러 번 미끄러지는 모습을 보고서야 이렇게 해놓길 참 잘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락길따라 산책하면서 사방에 보이는 서울의 모습이다. 아파트 단지 저 뒷편에 북한산이 보인다.



남서쪽이다. 뿌여서 제대로 전경을 즐길 수 없는 것이 아쉽다.



맞은편 인왕산과 청와대,백악산이 보인다.  



여기는 서대문 형무소이다.



안산 자락길을 3시간 정도 다 둘러보고 마지막으로 도착한 곳이 서대문 형무소이다. 지난 역사를 되새겨보기 위해 역사관 안으로 들어갔다.



"한국 황제 폐하는 한국 전부에 관한 일체 통치권을 완전차 영구히 일본국 황제폐하에게 양여함에" 피가 끓어올랐다.



고초 겪었던 애국지사들의 수형기록표가 붙여져 있다. 



이번 방문에서 애국지사에 붙는 의사, 열사, 지사 단어의 뜻을 명확하게 알게 되었다. 의사는 무력으로 결행, 열사는 맨몸으로 투쟁, 지사는 항거하는 사람이다.  



외국에 살면 태극기만 봐도 웬지 가슴이 뭉클해지고 머리카락이 쭈삣쭈삣 선다. 



산책길을 마치고 인근 식당에서 어린 시절 즐겨먹었던 수제비를 주문해 맛있게 먹었다.



이렇게 생애 처음 자락길 산책은 끝이 났다. 경제수치뿐만 아니라 이런 사회시설물에서 한국이 잘 산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되었다. 진달래 피는 봄날 다시 한번 가보고 싶다. 내년 봄에 가족과 함께 한국 방문을 계획하고 있는데 그때 이 안산 자락길을 다시 걷기를 바란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5. 2. 10. 08:25

한국 방문을 마치고 돌아온 지 2주일이 지났다. 처음엔 시차 부적응으로 새벽 3-5시에 일어났다. 이제 평소처럼 7시경에 일어나게 되었다. 며칠 전 부엌에는 불이 훤했다. 학교에 등교하기 위해 7학년(한국으로 치면 중학교 1학년)생 딸아이가 밥을 먹고 있었다.

부엌문을 똑똑 두드렀다.

"들어와."

접시에는 빵과 소시지가 아니라 사과 두 쪽이 있었다. 

"오늘 아침 식사는 사과니?"
"그래. 사과 한 개를 네 쪽으로 짤랐어. 벌써 배가 부르네. 아빠가 한 쪽 먹어라."
"배가 고플텐데. 아니 괜찮아."
"우와, 이제 아빠 딸이 과일로 밥을 먹네. 대단하다. 한번 결심한 바를 이렇게 실행하는 것을 보니 너는 자라서 훌륭한 사람이 될 것이다.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했으면 좋겠다."
"그럼그럼 ㅎㅎㅎ"
 
딸아이를 키우면서 늘 마음 속 걱정 되는 바가 하나 있었다. 바로 고기를 너무 좋아한다는 것이다. 과자 군것질 대신 간식으로도 고기를 좋아한다. 좋아하는 고기는 훈제고기나 훈제소시지다. 채소와 함께 먹기를 권하지만 채소는 고기맛을 떨어지게 한다고 주장하면서 듣지를 않았다.

구워 먹는 고기 중에는 삼겹살을 가장 좋아한다. 삼겹살을 먹을 때마다 자기도 한국인임을 느끼고, 이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왜냐하면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한국 사람들처럼 삼겹살을 구워 먹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자녀교육에 있어서 모질 지가 못하다. 육식의 편식이 나쁘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이를 억지로 딸아이에게 주입시키고 싶지 않다. '지금은 어리니 육식을 좋아하지만 크면 좀 스스로 달라지겠지'라는 생각으로 위안 삼기로 했다. 종종 소나 돼지 등을 잡는 과정을 담은 영상을 보여주고자 했지만 참혹한 모습을 보기 싫다면서 거부했다. 

그런데 내가 한국에서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딸아이의 식생활이 확 바꿨다. 믿을 수 없는 상황이 딸아이에게 일어났다.



1월 23일 한국에서 돌아온 후 그 다음날 가게에서 돌아온 아내가 딸아이 이야기를 했다. 봉지에는 과일만 담겨 있었다.
"내가 고기를 사려고 했는데 딸이 말려서 안 샀어."
"이유가 뭐래?"
"어제 고기를 먹었으니 한 동안 고기를 먹지 말자고 했어."
"고기쟁이가 웬 일이야."

방에서 키위 여러 개를 먹으면서 책을 읽고 있는 딸아이에게 다가가 물어보았다.
 
"왜 고기를 덜 먹기로 결심했는데?"
"내가 유튜브에서 봤는데 고기 말고 과일에서도 단백질을 얻을 수 있데, 고기보다 더 건강해질 수 있어."
"그래. 그 유튜브 동영상을 아빠에게 한번 보내봐."

아래는 1월 27일 페이스북으로 딸아이가 보낸 영상이다. 고기 섭취를 줄이고 과일과 채소를 많이 먹기로 결심하게 한 영상이다. 
 


"내가 이 영상에서 나오는 영어를 다 알아들었니?"
"그럼, 그러니까 내가 고기를 덜 먹고 과일을 많이 먹기로 했다."
"아빠, 우리 여름에는 정말 과일만 먹고 살자."
"리투아니아에는 과일이 많지 않아 가능할 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우리 과일 많이 먹도록 하자."

딸아이의 식생활 변화를 보면서 인생에서 획기적인 변화는 한 순간에 찾아오는 것임을 새삼 느꼈다. 그 동안 육식의 편식에 야단치지 않고 스스로 변화되길 바라면서 지켜본 것이 열매를 맺게 되었다. 하지만 그 시기가 이렇게 빨리 올 줄은 상상하지도 못했다.앞으로 딸아이에게 즐거이 과일을 사댈 것이다.
Posted by 초유스
기사모음2014. 11. 28. 08:19

최근 크로아티아 친구와 페이스북으로 대화를 나눴다. 그는 유럽에서 내가 집에서 한국 술을 담그냐고 물었다. 유럽 사람들 중 과일이나 열매 등으로 집에서 술을 담그는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나도 한국 술을 담그냐고 물어본 듯하다. 술도 잘 마시지 못할 뿐만 아니라 술담그기를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그는 25여년 전에 한국을 방문해 처음 먹어본 술을 기억했다.  

"달고 무색인 술이 참 맛있었는데 그 술이 뭐지?"


한국 술 중에 달고 무색한 술이 무엇일까라고 아무리 생각해봐도 답을 찾지 못했다. 혹시 외국 친구들이 좋아했던 매실주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매실주는 무색이라고 하기에는 정답이 아닌 듯하다.


유럽에 살면서 처음 만난 사람들과 술자리에서 대화할 때 흔히 받는 질문이 있다. 

"한국 사람들은 어떤 술을 가장 많이 마시나?"

"아이구, 한국 떠난 지 오래 돼서 모르는데, 소주, 맥주, 막걸리 등등..."


그렇다면 유럽 사람들은 어떤 술을 많이 마실까?

아래 그래픽은 유럽 여러 나라에서 소비량이 많은 술을 표시해놓았다. 

상대적으로 추운 북동유럽은 일반적인 도수가 40도인 보드카이고, 포도가 생산되는 남유럽은 포도주이고, 북서유럽은 맥주임을 쉽게 알 수 있다. 



세계에서 1인당 가장 많이 맥주를 소비하는 나라는 어디일까?

<Euromonitor International> 통계에 따르면 다음과 같다. 


* 이미지 출처 image source link


세계 10대 1인당 맥주 소비국

1위 체코: 143리터

2위 독일: 110리터

3위 오스트리아: 108리터

4위 에스토니아: 104리터

5위 폴란드: 100리터

6위 아이레: 93리터

7위 루마니아: 90리터

8위 리투아니아: 89리터

9위 크로아티아: 82리터

10위 벨기에: 81리터


이렇게 보니 세계 10대 1인당 맥주 소비국이 다 유럽 나라들이다. 참고로 리투아니아에서 흔히 마시는 맥주는 쉬비투리스 엑스타라(Švyturys extra)이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4. 8. 29. 07:35

일전에 오랜만에 리투아니아 현지인 친구 집을 방문했다. 그는 단독주택 2층에 살고 있다. 부인과 딸 셋이 함께 살고 있다. 현관문을 열고 계단을 향해 보니 계단마다 다양한 신발들이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특히 여자 식구가 많으니 신발장이 부족해 놓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계단을 오르내리면서 어떤 신발이 있는지 한눈에 볼 수 있어 좋다. 출근길 어느 신발을 신을 지 큰 고민을 할 필요도 없겠다.


우리 집 신발장은 그 속을 훤하게 들여다볼 수 없다. 그래서 자주 신지 않는 신발 외는 어떤 신발이 신발장에 있는 지 쉽게 알 수가 없다.  더우기 매일 출근하는 직업이 아니라서 신발장 이용횟수가 적다.



계단을 신발장으로 잘 활용하고 있는 친구에게 박수를 보낸다. 잘 정돈된 신발장 계단을 보면서 한자숙어 조고각하(照顧脚下)가 떠올랐다. 신발을 신고 벗을 때 제대로 했는 지 자기 발 밑을 유심히 살펴봐라는 뜻으로 자기 성찰의 의미가 담겨져 있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4. 7. 24. 07:05

보통 사우나라면 겨울철을 떠올린다. 혹한의 겨울 날씨에 뜨거운 사우나에서 땀을 쭉 빼고 달구워진 몸으로 하얀 눈 위에 뒹글거나 차가운 얼음물에 풍덩 들어갈 때 말을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희열감은 느낀다.

일전에 단독주택에 살고 있는 리투아니아인 현지인 친구 집을 방문했다. 그의 집에는 사우나실이 마련되어 있다. 헤어질 무렵 친구가 말했다.

"토요일 저녁에 사우나하러 오지 않을래?"
"여름철에 사우나?"
"여름철 사우나도 아주 좋아."


이렇게 해서 그의 집에서 사우나를 하게 되었다. 이 친구집의 사우나는 이렇게 진행된다. 먼저 이날 사우나를 진행할 사람이 청수를 그릇에 담아 사람들에게 차례로 돌린다. 이때 두 손가락을 물에 집에 넣고 각자의 소원을 빈다. 사우나 진행자가 앞에서 아래와 같은 순서로 진행한다.      

1. 다양한 나무 잎가지 냄새를 맡는다
진행자가 노간주나무, 참나무, 쑥, 자작나무의 말린 잎가지 묶음을 공중으로 돌려서 바람을 일으킨다. 그리고 돌아가면서 잎가지에서 풍기는 냄새를 맡게 한다. 이때 더워서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사람들은 밖으로 나간다. 

2. 천으로 바람을 일으킨다
밖에서 몸을 식힌 후 다시 사우나실로 모인다. 이제는 두 개의 나뭇가지에 묶은 천으로 바람을 일으킨다. 이때 느끼는 공기의 뜨거움은 그야말로 장난이 아니다. 그래서 진행자는 재미난 이야기를 하면서 바람을 일으킨다. 즉 뜨거움에 대한 관심을 이야기로 돌리기 위해서이다.  

* 파란 하늘을 즐기면서 몸을 식히고 있다.

3. 소금 사우나
다시 밖에서 몸을 식힌 후 사우나실로 모인다. 이제는 소금 사우나이다. 반복해서 통에 든 소금을 비어 있는 통으로 옮긴다. 이때 소금기가 공기와 함께 날아온다. 각자 돌아가면서 이 소금 공기를 깊숙이 들어마신다. 

* 서서히 몸을 식히기 위해 천 등으로 덮는다

4. 나무 잎가지로 몸 두드리기 
마지막 단계이다. 진행자가 자낙나무나 참나무 말린 잎가지로 몸 전체를 한 명씩 차례로 두드린다. 이때 체감온도는 사우나 전체 단계 중 최고다. 이 단계가 다 끝나면 잠깐 찬물로 샤워를 한 후 아니면 그대로 실온에서 뜨거워진 몸을 식힌다. 


그런데 잊지 말아야 할 일이 있다. 몸을 그대로 상온에 노출해서 몸을 식히는 것이 아니라 긴 수건 등으로 몸을 감싼 후에 서서히 달구워진 몸을 정상으로 돌아가게 한다. 

* 사우나를 다 마치고 늦은 저녁 식사에 노을이 동반

이날 처음으로 사우나의 모든 단계를 경험한 딸아이 요가일래의 소감이다.

"우와~ 정말 사우나 짱이다. 여름철 사우나가 참 좋다." 
"매주 한 번씩 했으면 좋겠지?"
"당연하지. 우리도 사우나가 있는 단독주택에 살면 좋겠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4. 1. 23. 07:31

일반적으로 유럽인 사람들은 꼭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일상 생활에서 자주 식당에 가지 않는다. 식당에서 먹는 음식값이 집에서 직접 해먹는 것보다 차이가 많이 나는 것이 큰 요인 중 하나이다. 식당에서 한 끼 먹는 비용으로 집에서는 여러 끼를 해먹을 수 있다고 계산하면 아까운 생각이 든다. 

종종 우리 가족은 식당에 간다. 이 경우가 바로 딸아이 요가일래가 노래 공연을 만족스럽게 한 때이다. 이때 우리 가족은 요가일래가 좋아하는 피자를 먹는 날이다. 



식당에 들어가 음식을 시켜놓고 기다리는 동안 우리는 하나 같이 스마트폰를 사용했다. 구형 휴대폰을 사용하고 있는 아내는 스마트폰에 눈을 떼지 못하고 있는 남편과 딸에게 불만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식당에 왔으면 서로 얼굴 마주보면 대화를 해야지. 이럴려면 뭐하려고 식당에 왔나? 그만 집에 가자."
"시켜놓은 음식은 먹고 가야지."


듣고보니 참으로 맞는 말이다. 가족이 오붓하게 식사하면서 대화를 나누는 자리이다. 그런데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이런 정겨운 분위기가 사라지고 있다. 


아내가 제안 하나를 했다.
"앞으로 식당에 가기 전 이렇게 하자. 식당에 있는 동안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기로 하자."


일전에 인터넷에서 접한 사진이 떠올랐다.
"우리는 와이파이가 없어요. 서로 대화하세요."

앞으로는 우리 가족의 경우에서처럼 와이파이가 되는 식당만큼이나 와이파이가 되지 않는 식당도 인기를 얻을 법하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3. 11. 28. 06:42

지갑에 동전이 많으면 무겁다. 그래서 이 동전은 외출하기 전 저금통으로 들어가는 경우가 흔하다. 일전에 빌뉴스 구가가지에 있는 식당을 다녀왔다. 식사를 맛있게 한 후 영수증을 받아서 계산했다. 그런데 거스름돈을 받아야 하는데 당차 가져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재촉한 후에야 종업원이 가져왔다. 거스름돈에는 지폐와 함께 작은 동전이 수북했다. 원래 식당 등에는 작은 동전이 귀할 수 있으므로 가급적 동전이나 지폐로 거스름돈을 줄 것 같은데 말이다.


정말 다른 큰 동전이 없었을까...... 손님들, 특히 외국인이라 작은 동전을 가져가지 않고 그냥 놓아둘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종업원이 의도적으로 작은 동전을 선택했을까...... 


여러 차례 이런 비슷한 일을 겪었다. 좀 불편한 생각이 들어서 약간의 작은 동전만 팁으로 남겨두고 이날은 동전을 기꺼이 지갑 속에 담았다. 

Posted by 초유스
사진모음2013. 11. 20. 06:56

지난 토요일 리투아니아 현지인 친구가 초대했다. 거실에 낯선 물건이 하나 놓여있었다. 위에는 생화가 말라서 건화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병 속에는 한눈에 봐도 꿀이 담겨져 있었다.


"꿀과 건화라. 이거 뭐지?"
"우리 부부가 결혼 30주년을 맞았는데 선물 받았어."


말이 필요없다. 참으로 딱 어울리는 선물이다. 선물 선택하기가 참으로 어려운데 정말 기발한 생각이다. 벌꿀처럼 달콤하고 부지런하게 산 30주년을 꿀 3리터에 다 담아버리다니...... 

이 꿀벌 선물을 보니 "이래서 사람은 자꾸 새로운 것을 접하고 견문을 넓어야 하는 것이다."라는 말이 실감나게 다가왔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3. 9. 23. 06:12

어제 일요일 비가 오지 않을 같아서 점심 후 아내가 부추겨서 식구 셋이가 함께 도심으로 산책을 나갔다. 얼마 후 비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했다. 정형적인 가을비다. 집으로 돌아올까, 아니면 가게에 들러서 올까를 고민하게 하는 중간지점이었다.

이왕 집 밖에 나왔으니 잠시 후에 비가 그칠 기대로 가게까지 가기로 했다. 가게서 필요한 물건을 사고나니 비가 조금 더 굵게 내렸다. 이때 선택하기에 딱 좋은 것은 찻집이나 식당이다. 가게 앞 피자집이 눈에 확 들어왔다. 

피자집 할인카드를 가지고 오지 않았다는 아내의 말은 아버지와 딸의 단결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피자를 다 먹은 후 영수증을 기다리는 동안이었다. 딸아이가 이쑤시개 네 개를 잠바 주머니에 쓸쩍 넣는 것을 보았다.


"아빠 딸, 아빠가 제일 싫어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
"뭔데?"
"바로 지금처럼 네가 남의 것을 함부로 가져가는 것이야!"

딸아이는 "아빠가 그런 말을 하니 내 가슴이 콩당 깜짝 놀랐잖아!"라면서 잠바 주머니에 넣으려고 하던 이쑤시개를 식탁 위 통 안으로 다시 넣었다.

"내가 사용하지 않은 이쑤시개 네 개를 가져가고 싶었어. 하나는 엄마, 하나는 나, 하나는 아빠 것이지. 그리고 하나만 더 가졌다. 그런데 아빠는 왜 호텔에서 샴푸(머리비누)를 가져오는데?"

여름철 발트3국 관광안내사로 일하면서 투숙한 호텔에서 샴푸를 가져오곤 했다. 어릴 때부터 비누로 머리를 감은 데 익숙해져 샴푸를 잘 사용하지 않는다. 딸아이는 아빠의 행위를 통해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하려 했다. 

"아빠는 아빠 몫으로 나온 것을 사용하지 않고 가져오는 것이고, 너는 필요 이상으로 더 가져가려고 하니까 문제이지."
"알았어. 안 가져갈게."

* 딸아이는 다시 이쑤시개를 통 안에 넣었다.

피자집에서 나와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딸아이는 말했다.

"사실 내가 이쑤시개 여러 개를 잠바 주머니에 넣으려고 하는 이유는 바로 이거야. 밖에서 꼬치고기를 먹을 때 보통 이 잠바를 입잖아. 이 잠바에 이쑤시개를 넣어두면, 잘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 네가 그렇게 멀리 내다보는 생각을 하고 있었네. 아빠가 미안해. 하지만 집에 있는 이쑤시개를 그 주머니에 넣으면 더 좋잖아."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3. 9. 5. 06:05

북동유럽 리투아니아엔 벌써 가을이 왔다. 아파트 실내온도가 20도이지만, 6월이나 7월의 20도와는 사못 다르다. 그땐 양말 없이도 지낼 수 있었지만, 요즘은 금방 발이 시리는 것을 느낀다. 어제 피아노를 치고 있는 딸아이를 보니 양말을 안 신었다.

"양말 신어야지! 환절기엔 쉽게 감기가 들 수 있어."
"그럼, 아빠가 내 양말을 줘."
"어디 있는데?"
"옷장 서랍에 있지."

모처럼 딸아이의 옷장 서랍을 열어보았다. 그런데 의외로 양말 정리가 참 잘 되어 있었다.


"엄마가 이렇게 정리했니?"
"아니. 내가 했지."
"어떻게 이렇게 양말을 잘 개었니?"
"내가 한 거야. 아빠도 한번 해볼래? 내가 가르쳐 줄게."

이렇게 초등학생 딸아이가 깔끔하게 양말을 개는 법을 아빠에게 가르쳐주었다. 어릴 때부터 양말을 개는 방법은 이렇다. 양말 두 짝을 포개놓고 위에 있는 짝의 목을 뒤집어 아래에 있는 짝의 목을 감싸는 것이다.

* 어릴 때부터 사용한 방법으로 내가 갠 양말 
 
초등학교 6학년생 딸아이가 가르쳐준 대로 한번 개어보았다. 포개놓고 밑에서 말은 것을 아래 짝의 양말목에 집어넣는다.   

* 딸아이가 가르쳐준 양말 깔끔하게 개는 법

내가 갠 양말
초등 딸이 갠 양말

딸아이의 개는 법과 비교해보니 내가 갠 양말은 부피가 더 크고 공간을 더 많이 차지한다. 이제부터는 딸아이의 양말 개는 법에 익숙해져야겠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3. 8. 8. 07:04

딸아이 요가일래의 근황을 자주 알려달라는 <초유스의 동유럽> 블로그 독자들이 있다. 여름철에는 발트 3국 관광안내사로 일하느라 가족과 함게 시간을 보내는 날이 많지 않다. 지금도 가족과 함께 떨어져 있다. 우리 가족은 나를 제외하고 지금 리투아니아 발트해 해변 도시인 니다(Nida)에서 여름을 즐기고 있다. 어제 늦은 밤에 딸아이에게 전화했다.

"지금 뭐하니?"
"이제 자려고 해."
"아빠는 뭐해?"
"일하지."
"무슨 일?"
"블로그에 글을 쓰려고 해. 얼마 전에 네가 영어로 쓴 글을 아빠 블로그에 올려도 돼?"
"돼. 올려도 돼."
"좀 틀린 데도 있지만, 그래도 너 소식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으니 올리자."
"그래. 그럼, 잘 자!"

이렇게 딸아이의 허락을 받았다. 얼마 전 리투아니아 북동지방 도시 우테나(Utena)에서 국제 에스페란토 행사가 열렸다. 마침 아내와 함께 원불교 성가를 러시아어로 번역하는 러시아인 친구도 참석하게 되었다. 우리 셋이는 행사 기간 중에 따로 시간을 내어서 함께 번역을 다듬었다. 


이때 딸아이는 혼자 시간을 보내야 했다. 요가일래는 삼성 아티브(ATIV) 노트북으로 열심히 무엇인가를 하고 있었다. 컴퓨터 게임을 하겠지라고 생각했다. 서너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아빠, 내가 혼자 뭐했는지 궁금하지?"
"물론이지. 뭐했어? 게임했지?"
"여기 봐!"

우선 아티브의 S노트이다. 지금까지 나는 한 번도 이것을 몰라서 안 사용했다. 하지만 초등학교 5학년생 딸아이는 이를 능숙하게 사용하고 있다는 것에 놀랐다. 두 번째는 영어 작문이다. 사전도 없이 딸아이는 모국어가 아닌 영어로 척척 자신의 생각을 사진까지 넣어가면서 기술한 것에 놀랐다. S 노트의 이미지 보내기 기능으로 딸아이의 영어 작문을 소개한다. 


비록 문법적으로는 완벽하지 않지만, 딸아이의 이런 영어 창작 욕구가 반짝 충동에 그치지 않고 오래 지속되길 바란다. 참고로 아래는 딸아이가 6살 때 직접 영어로 생각해낸 오리 이야기이다.
Posted by 초유스
영상모음2013. 8. 1. 06:48

형제처럼 지내는 폴란드인 친구가 있다. 일전에 그의 초청으로 폴란드 푼스크를 다녀왔다. 40대인 그는 곧 만 1살이 될 아이의 아빠이다. 

사진을 찍는 데 아이가 카메라 렌즈를 보지 않고 엉뚱한 곳으로 자꾸 향했다. 그래서 친구는 아이의 관심을 끌기 위한 자신의 방법을 보여주었다. 바로 물구나무를 서서 발로 소리를 내는 것이다. 


그의 우스광스러운 모습은 '아빠 노릇하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라는 것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 주었다. 아이의 재롱 대신 아빠의 재롱이다. 아이의 재롱을 지켜볼 날을 기대하면서 아직 아빠가 재롱을 떨어야 할 때이다.   



물구나무를 선 후 일어나 머리카락을 만지는 친구에게 우스개 소리로 말했다.

"아이의 관심을 끌려다가 네가 대머리가 되었네!!!" 
"맞다, 맞어! ㅎㅎㅎ."

아이의 관심을 끌려고 이렇게 세상의 아빠는 반푼이, 칠푼이, 팔푼이 노릇도 기꺼이 하게 된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3. 7. 9. 07:46

유럽의 대부분 나라와 마찬가지로 리투아니아 사람들의 생활은 한마디로 가족 중심이다. 가능한 어디를 가든 가족, 혹은 부부가 함께 간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이산 가족이다. 영국에서 유학하고 있는 큰 딸 마르티나 때문이다. 

마르티나는 여름 방학인데도 집에 못 오고 있다. 이유는 방학을 집에서 보내다가 학년이 시잘 무렵 영국으로 돌아가면 아르바이트 자리 구하기가 아주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교 다닐 때 시간제로 일하던 커피숍에서 방학 동안 정식으로 일하고 있다. 궁금한 분을 위해 알리자면 영국 스코트랜드 에딘버러에서 그가 받는 시급은 6.29파운드(한국돈으로 10500원)이다. 단기간 목표는 열심히 일해서 내년에 6개월 동안 중동 두바이에 있는 대학교에 교환학생으로 공부하는 것이다. 

나머지 가족이 방학을 맞아 영국으로 가기로 했다. 아내는 세 식구(나, 아내, 작은 딸)가 모두 함께 갈 수 있는 시간을 찾아봤으나 불가능했다. 결국 아내와 작은 딸 둘이만 영국 에딘버러로 떠났다.

하루 이틀은 그런 대로 견딜만 했다. 식구 각자의 식성이 달라서 함께 있을 때도 같이 밥을 먹는 경우가 많지가 않다. 하지만 그래도 아내가 요리해주는 따뜻한 음식은 모두가 식탁에 앉아 먹곤 한다. 

아내가 없는 동안 밥 때가 되면 더 바빠지는 듯하다. 요리를 해서 혼자 먹는 것보다 어떻게 하면 허기진 배를 빨리 채울 것인가가 떠오른다. 그렇게 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알지만 간이식품으로 눈과 손이 가게 된다. 여름철이 되니 귀한 한국 간이음식들이 우리 집 찬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


사연은 간단하다. 여름철엔 발트 3국 관광안내사(가이드)로 일하고 있다. 한국 관광객들이 먹고 남은 음식들을 한국 음식을 그리워할 것 같은 나에게 선물로 주고 떠나기 때문이다. 


음식 선물을 준 모든 분들에게 이 자리를 빌어 모두에게 감사드린다. 이 음식이 아내가 없는 지금 아주 중요한 먹거리가 되었다. 이렇게 컵라면 봉지가 쌓여간다. 


버리지 않고서라고 핏잔을 줄 사람도 있겠다. 참고로 컵라면 봉지는 시골에 계시는 장모님이 이른 봄철 씨파종을 위해 요긴하게 사용하기 때문에 버리지 않고 모운다. 아내가 그리운 지, 따뜻한 음식이 그리운 지... 아뭏든 잘 있다 오길 바란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3. 5. 29. 09:39

일주일 출장을 다녀온 후 모처럼 집에서 낮잠을 자려고 하는데 아내가 말했다. 

"오늘 저녁에 방문 판매자가 우리 집에 올 거야."
"무슨 물건인데?"
"진공청소기."
"사려고?"
"아니. 동료 교사가 하도 추천하기에 일단 보기로 했어."

물건을 사는 데 엄청나게(때론 짜증나게) 심사숙고하는 아내가 동료 교사의 부탁으로 어쩔 수가 없이 우리 집으로 방문 판매자를 초대했다. 하기야 지금 사용하고 있는 우리 집 진공청소기의 나이가 14세라 교체할 만도 하다.

한참 동안 판매자는 아내와 함께 고향 이야기부터 시작해 여러 가지 대화를 나눴다. 그런 후에야 그는 본격적으로 진공청소기의 위력을 하나씩 보여주었다.

주말에 청소한 현관문 융탄자부터 그는 청소기로 가볍게 밀었다. 속으로 "이틀 전에 청소했는데 과연 얼마나 먼지가 또 나올까?"라고 생각하면서 회의적 반응으로 지켜보았다. 


하지만 그 청소 결과에 대해서는 정말이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충동 구매심을 보이지 않기 위해서 아래와 같이 반응했다.

"우리 집은 바닥이 목재라 융탄자 집보다는 덜 필요할 것 같다."

다음은 침대 매트리스였다. 침대보로 매트리스를 씌우기 때문에 침대보만 주기적으로 교체하고 10년 동안 사용하고 있는 침대 매트리스는 거의 청소하지 않는다.

결과는?

헉! 이렇게 먼지가 많다니...... 당장 사고 싶은 마음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이 청소기 가격은 얼마요?"
"다 보여주고 난 다음에 말해 줄게요." 

이어서 그는 목재바닥, 가죽소파 등을 진공청소기로 먼지를 제거했다. 한마디로 꼭 사고 싶은 제품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그 동안 청소는 청소가 아니였음이 여실히 드러났다. 


"그럼, 얼마요?"
"6000리타스(약 250만원)."

청소기의 탁월한 위력에 놀라고 그 엄청난 값에 한 번 더 놀랐다. 

"이것을 사는 사람이 있나요?"
"있어요. 연금수령자들도 월부로 사요."
"우와~ 정말 부자다. 우리는 아직 형편이 못 돼요."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3. 5. 16. 07:33

우리 집 식구들은 큰 딸을 제외하고는 코카콜라를 비롯한 청량 음료를 거의 마시지 않는다. 영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큰 딸은 성인이 되었기에 어떻게 할 수가 없다.  

피자집이나 느끼한 음식을 먹을 때 간혹 코카콜라를 먹는 경우도 있다. 얼마 전 식당에 가서 딸아이의 간절한 부탁으로 코카콜라를 주문했다. 그런데 상표를 보니 코카콜라는 간 데 없고, "모니카"가 나왔다. 혹시 코카콜라의 변종이 아닐까 의심이 들 정도였다.  


물론 반대편으로 보니 코카콜라가 맞았다.

"정말 좋은 생각이다. 코카콜라 병에 붙여져 있는 이름을 가진 아이는 참 좋아하겠다. 네 이름도 있을까?"
"글쎄. 있으면 좋겠다."
"아이들은 부모에게 코카콜라라 대신 '내 이름'을 사주세요라고 하겠다."


일전에 슈퍼마켓을 혼자 다녀왔다. 딸아이에게 깜짝 선물을 사고자 했다. 판매하고 있는 코카콜라를 모두 확인했지만 딸아이의 이름이 적힌 코카콜라는 발견하지 못 했다. 사지 말까 망설이다가 이왕 코카콜라를 사기로 했으니 좋은 이름을 선택하기로 했다. 


여러 이름들 중 širdelė(작고 예쁘장한 마음)를 선택했다. 

"네 이름이 있는 코카콜라를 사고 싶었는데 드문 이름이라서 그런지 없었어."
"širdelė도 좋아. 고마워~"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