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얘기2016. 2. 23. 06:49

근래 BMW 차량 화재 소식이 드물지 않게 전해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4일 이후 최근까지 한국에서는 8차례 발생했다. 이 기사를 접할 때마다 남의 일 같지가 않다. 바로 우리 집 BMW 차에도 화재가 발생했기 때문이다[관련글: BMW 화재, 현지인 반응 - 한국 차 샀어야]. 화재 발생에 대한 글은 정리해서 올렸지만, 그 후 처리 과정에 대해서 여태까지 쓰지 못했다. 유럽 현지에서는 화재 발생시 어떻게 해결되었는 지 알고 싶은 분들을 위해 기록으로 남기고자 한다. 한마디로 제조회사와 분쟁 없이 잘 처리되었다. 

어느 날 주행한 후 주차 된 우리 집 525D BMW 트렁크에서 갑자기 연기가 피어올랐다. 행인의 신고로 소방차가 긴급 출동해서 불을 껐다. 평소 아는 수리공에게 전화해 어떻게 처리를 해야 할 지를 상의했다. 그는 일단 BMW 센터로 연락해보라고 했다. 혹시 제조회사 결함이 원인일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배보다 배꼽이 훨씬 큰 수리비
BMW 센터는 여러 주 동안 조사한 후 수리 견적 비용을 알려주었다. 부가가치세 21%를 포함한 수리 비용이 62,575리타스(1만8천유로 = 2천5백만원)이었다. 이 비용은 당시 중고차 시세보다 훨씬 높았다. 트렁크 전기 배선 이상으로 화재가 발생했기에 회사가 전적으로 수리를 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센터가 판매 중인 중고차 구매를 제안 
센터는 솔깃한 제안을 했다. 센터가 관리해오던 중고차 구입을 제안했다. 수리 대신에 1만 유로를 할인해줄테니 그 차액만 지불하면 된다고 했다. 그 차액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목돈이라서 우리는 주저했다. 

처음엔 화재가 난 우리 차를 그대로 넘기고 1만 유로를 할인해주겠다고 했다. 여러 차례 의견 조정 끝에 센터가 1만 유로 할인에다가 우리 차를 중고차 시세보다 약간 저렴하게 구입하겠다고 했다. 나쁘지 않은 제안이었다. 1만 유로 할인에 중고차 값도 받을 수 있으니까 말이다.

* 아쉽게도 화재가 발생해 우리 집을 떠난 BMW


보험사는 팔짱 끼고 불구경하듯
한편 보험 회사는 우리와 BMW 센터 간 해결 문제로 인식하면서 그냥 팔짱 끼고 강 건너 불구경하듯 했다. 우리는 설령 1차적인 귀책 사유가 BMW에 있지만, 보험사가 어느 정도 도의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무런 사고 없이 수년 동안 종합보험비를 내었는데 보상을 한 푼도 해주지 않으려고 하다니... 여러 차례 요구 끝에 보험사가 아무런 조건 없이 10,000리타스(4백5만원)를 지불해주기로 했다.

새로 구입할 차를 등록하기 위해 가는데 기존 우리 차를 센터 직원이 주차 자리를 옮기기 위해 시동을 걸었다. 헉, 불난 차를 우리는 견인차를 이용해센터까지 옮겼는데.... 그렇다면 여전히 우리 차가 잘 작동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 우리 집으로 새로운 온 BMW


거의 추가로 돈을 들이지 않고 새로운 BMW를 가지게 되었다. 기존 차는 525D, 새로운 차는 520D이다. 자동차 보유세 도입시 기준 중 하나가 2000cc이다. 만족스러운 점은 아래와 같다. 
1) 연식이 기존차보다 4년이나 더 젊었다.
2) 자동차 보유세 도입시 세금이 더 적다
3) 연비가 100km미터에 2리터가 절감 된다.

이렇게 BMW 화재 발생으로 BMW 센터와 보험사 등과 별다는 갈등이나 실랑이 없이 원만하게 해결되었다. 해생어은(恩生於害, 해에서 은혜가 나온다) 전화위복(轉禍爲福) 한자성어가 떠오른다.  
Posted by 초유스
영상모음2014. 3. 28. 06:30

미국 텍사스주에 있는 도시 휴스턴에 신축 중인 아파트 건물에 최근 화재가 발생했다. 소방대원이 긴급출동해 화재 진압에 나섰지만 불은 삽시간에 번져갔다. 

4층 발코니에 근로자 한 명이 고립되었다. 그를 구출하는 장면이 반대편 건물 거주자의 카메라에 생생히 잡혔다.  지붕을 활활 태우고 있는 불은 그가 있는 발코니 쪽으로 점점 다가왔다. 


사다리를 기다리면서 쪼그리고 앉아 있던 그는 포위망을 좁혀오는 듯한 불에 대항하여 스스로 해결책을 찾았다. 아직 불이 번지지 않은 3층 발코니로 뛰어내리는 것이었다.


자칫 잘못하면 3층 발코니가 아니라 1층으로 떨어져 크게 다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몸을 휘청거리면서 3층 발코니에 안착하는 데 성공했다. 소방대 구조사다리는 보는 사람이 화가 치밀만큼 느리게 접근했다.


마침내 근로자는 사다리를 탔다. 위기에서 구출되었다는 안도감을 느끼는 찰나에 또 한번의 위기가 닥쳤다. 바로 불에 탄 4층 외벽이 밑으로 덥치는 듯 떨어졌다.


다행히 소방관과 근로자가 탄 사다리를 피해갔다. 아직 희생자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고, 소방당국은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화마를 힘들게 피한 근로자, 정말 천만다행이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4. 1. 10. 08:13

고민 끝에 차는 건물 앞에 주차
요즘 곧 한국을 방문하게 되어 무척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수요일 아내는 동료 교사와 딸아이를 차에 태우고 유명 성악 교수를 찾아갔다. 다가올 노래 경연대회를 앞두고 조언을 받기 위해서다. 방문을 마친 후 딸아이를 집에 데려다주고 학교로 향했다.

잠시 고민했다. 차를 아파트 마당에 주차해 놓고 집에서 가까운 학교에 걸어갈 것인가 아니면 차로 학교에 갈 것인가. 동료 교사를 태우고 있는지라 그냥 학교까지 차로 가기로 했다.

학교에 도착해 또 다시 고민했다. 인근 도로가에 주차할 것인가 아니면 학교 건물 앞 좁은 길에 주차할 것인가. 마침 공간이 있어 학교 건물 앞에 차를 주차했다. 그리고 2층에 있는 교감실에서 커피를 마시고 창문으로 내려다보았다. 주차한 후 10여분 정도 지났다. 

믿기 어려운 상황 전개 - 트렁크에서 연기가 새어나와    
눈 앞에 있는 차 트렁크에서 연기가 엄청 새어나오고 있었다. 믿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바로 우리 차였다. 112로 소방소에 즉각 신고했다. 그런데 벌써 소방대가 오는 소리가 들렸다. 행인이 연기나는 자동차를 보자마자 신고했기 때문이다. 

우리 차와 아내는 갑자기 학교의 학생들과 동료 교사들로부터 집중 관심을 받았다. 4명의 소방대원들이 달려와 트렁크에서 막 번지려고 하는 불을 소화기를 사용하지 않은 채 모포로 쉽게 진화했다.


한국 차를 샀어야지
한국 차를 가지고 있는 한 동료 교사의 반응이 인상적이었다. 
"봐! 이런 비싼 차 사지 말고 한국 차 샀으면 아무런 문제없이 잘 굴려갈텐데 말이야!"

아내는 잠시 동안 충격에 빠졌지만, 동료 교사들의 격려에 감사할 사항을 찾았다. 만약 차를 아파트에 주차해 놓았더라면, 만약 차를 학교 건물 코 앞이 아니라 도로가에 주차해 놓았더라면 고스란히 우리 차는 앙상한 뼈만 남았을 것이다. 승용차 한 대가 전소되는 데에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기 때문이다. 


행인의 전화도 도움됐고, 또한 소방소가 바로 인근에 위치해 있다. 더욱 다행스러운 일은 기름통 반대편 트렁크에서 불이 붙기 시작했다. 트렁크에 있는 전기배선에 이상이 생겨 화재가 발생했다.    

심리적 안정을 찾은 아내는 곧 바로 보험사로 전화해 후속조치를 밟아갔다. 종합보험에 들었기 때문에 보험처리가 되고, 또한 수리하는 동안 차량 지원까지 받을 수 있게 되었다. 평소 알고 지내는 자동차 전기 수리사가 순간 떠올랐다. 그로부터 좋은 조언을 얻었다.

BMW 서비스센터로 
"BMW 차 제작결함의 가능성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일단 BMW 서비스센터에 전화를 해서 상의해보는 것이 좋겠다."


그의 조언 덕분에 어제 견인차로 BMW 서비스센터로 우리 차를 보냈다. 이곳에서 빠른 시일내 정밀진단을 한 후 결과를 알려주겠다고 했다. 사고난 차를 많이 견인하는 운전사의 말은 불행을 잊게 하기에 충분했다. "당신 차는 정말 운좋았다."    

이렇게 새해 첫 번째 달에 승용차 한 대를 공중으로 날릴 뻔했다. 불행 속 다행에 감사하면서 잠시 말썽을 피운 지금의 차에 더 애정이 간다. 하지만 "한국 차 샀으면 아무런 문제없이 잘 굴려갈텐데 말이야!"라는 동료 교사의 말이 오랫동안 귓가에 맴돌 것이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3. 12. 13. 06:26

외출하려고 집을 나갈 때는 항상 아파트 문을 잠그기 전에 하는 일이 있다. 먼저 욕실로 간다. 혹시나 수도관으로 물방울이 떨어지지 않냐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화장실로 간다. 변기에 물이 새지 않냐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마지막으로 부엌으로 간다. 가스밸브를 잠그기 위해서다. 

모든 것을 확인하고 나왔지만 그래도 의심이 들어서 다시 한번 집으로 되돌아오는 경우도 드물지만 있다. 과실로 인해 이웃에게 손해를 입히는 경우에 이를 보상하는 보험에도 들었지만, 그래도 늘 확인하고 밖으로 나간다.

최근 폴란드 누리꾼들 사이에 화제가 된 사진 한 장이 다시 한번 이런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발코니 난간이 마치 혹한의 폭포처럼 변했다. 바로 이웃이 수도관 잠그기를 잊어버렸기 때문이다.


종종 아파트에 단수조치가 내려진다. 정확한 시간 안내없이 단수조치가 내려질 때가 있다. 이때가 위험하다. 물이 나오는 것을 확인하고자 수도관을 연다. 물이 나오지 않자 닫는 것을 잊어버린다. 그리고 급한 일로 한 동안 외출하고 집으로 돌아온다. 혹한의 겨울철 바로 이런 낭패를 당할 수가 있다.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겠다.

Posted by 초유스
재미감탄 세계화제2013. 10. 2. 05:03

10월 1일 한국은 국군의 날 거리 행진이 펄쳐졌다. 이날 아침 이탈리아 북부 최대도시 밀라노(Milano)에는 기상천외한 일이 발생해 지나가는 시민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바로 밀라노 도심에 있는 한 상업 거리 지하에서 잠수함이 도로를 뚫고 위로 올라왔기 때문이다. 내륙 지방인 밀라노에 잠수함이 등장하다니 지켜보는 이들이 모두 의아했다. 심지어 잠수함에서 선장와 선원 등이 밖으로 나왔다. [사진출처 twitter.com]


이 희한한 사고를 목격한 시민들은 twitter, facebook 등  SNS을 통해 소식을 전했다.   


하지만 이것은 실제 상황이 아니라 연출된 것으로 밝혀졌다. "Europ Assistance IT" 보험회사가 "생명을 보호하라"라는 광고를 촬영하기 장면이었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3. 5. 14. 14:48

살면서 가장 힘겨운 일 중 하나가 병이다. 수술로 치료해야 하는 병은 더 고생스럽다. 병원을 모르고 살아왔는데 지천명 나이를 전후로 해서 병원 신세를 몇 차례 지게 되었다. 먼저 갑상선 결절 수술이었다. 이 수술 한 번으로 이제 건강하기를 간절히 원했지만, 또 다른 병이 찾아왔다. 


담낭 제거 수술을 지난해 2월 받았는데 그 간접적인 휴유증으로 인해 좀 고생하고 있다. 이야기를 1년 전 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2월 16일은 1918년 리투아니아 독립선언서에 서명한 날로 국경일이다. 아내는 딸을 데리고 지방에 있는 친정으로 갔다. <리투아니아 역사> 시험 공부하느라 혼자 집에 남아 있었다. 이날 오후 잠시 한국 교민 모임에 참가해 맛있게 만두국과 군만두를 원 없이 먹었다. 

17일 혼자 저녁을 먹고 간식으로 기름진 빵을 두 개 먹었다. 그리고 집중도 안 되고 눈도 피곤해 밤 9시 30분경에 취침했다. 그런데 배가 아파 잠에서 깼다. 시간을 보니 밤 12시였다. 조금 후면 사라지겠지 했지만 한 시간이 지나고, 두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견디기 힘든 통증이 지속되었다. 열은 없고, 식은 땀이 나고, 속이 메스껍고, 오른쪽 배와 옆구리가 아팠다.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갑상선 수술을 한 후 정기적으로 병원에 검사를 다녔다. 초음파 검사에서 쓸개에 돌이 있다는 진단을 받았기 때문이다. 고통을 참으면서 아이팟으로 인터넷에서 담석증 증상을 찾아보았다. 일치했다. 혹시나 해서 음식 먹고 체했을 때처럼 바늘로 엄지 손가락, 엄지 발가락을 따보았다. 그래도 통증은 사라지지 않았다. 잠자는 가족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아침이 되도록 꾹 참았다. 하지만 여전히 통증은 지속되었다. 

18일 아침 6시에 아내에게 전화했다. 집에 있는 진통제를 복용했지만, 통증은 여전했다. 결론은 112로 전화해 응급차를 불렀다. 방문 의사는 체온과 혈압을 측정했고,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했다.

"진통제 주사, 아니면 병원행?"

진통제 주사를 맞아 일시적으로 고통을 줄일 수 있지만 근본적인 치유 방법은 아닐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입원시 필요한 준비물을 챙겨서 응급차를 타고 병원으로 향했다.
  
아픈 옆구리를 잡고 혼자 진료 등록을 하고 피 검사와 초음파 검사를 받았다. 초음파 검사에서 3cm 크기의 담석이 발견되었고, 의사는 입원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다시 정밀 피 검사를 받았고, 심전도 검사이어서 입원 수속을 밟았다. 주소와 주민등록번호를 알려주었다. 

"보험되어 있지요?" 
"예."  

환자복을 받아 입원 수속 간호사의 안내를 받아 따라 병동으로 갔다. 4인실에 배정받았다. 11시 30분경 진통제와 링겔을 맞았다. 아내는 이날 저녁 무렵에 병원을 잠시 방문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19일 일요일에는 아침도 없고, 링겔도 안 주고, 점심에는 고작 당근국 하나, 저녁에는 차 한 잔.
 
20일 월요일 10시 위 내시경 검사를 받았다. 엄지손가락 두 개 만한 내시경으로 위까지 검사하는 데 구토 증세를 참느라 미칠 지경이었다. 다행히 별다른 이상이 없었다. 점심은 보리죽과 빵. 저녁은 차 한 잔. 마취의사가 찾아와서 마취제에 대해 과민반응 여부를 물었다.
 
21일 화요일 아침에 샤워를 하고 수술 시간을 기다렸다. 긴 기다림의 연속이었다. 오후 1시에 간호사가 왔다. 아내가 일찍 오기로 했는데 학교 일 때문에 오지 못했다. "혼자 태어나 혼자 살다 혼자 간다."라는 어느 리투아니아 독신 할머니의 말이 떠올랐다. 

수술옷으로 갈아입고 침대에 누워서 실려가는데 수술실 바로 앞에 승강기에서 아내를 만났다. 일원상 서원문을 암송하면서 마음을 편하게 하면서 수술대에 올랐다. 오후 1시에 수술실에 들어가 오후 3시 40분에 병실로 돌아왔다. 복강경으로 수술이 이루어졌다.

의식을 회복한 지 제일 먼저 한 말이 "As gyvas?"(내가 살았어?)이다.

병원에 온 지 7일만인 24일 금요일 퇴원했다. 담석 제거 수술로 인해 몇 가지 부작용이 있었다. 수술 후 상처가 잘 아물지 않아 두 달간 통원치료를 받았다. 또한 수술 후 곧 바로 대학교에서 강의를 해서 성대에 결절이 생겨 수술까지 받게 되었다

갑상선 수술할 때처럼 리투아니아에서 병원 생활하면서 느낀 것은 "보험이 되어 있으면 수술 비용에 별다른 걱정이 없고, 또한 보호자가 참 편하다."는 것이다. 보호자는 일상 생활을 그대로 하면서 방문 시간에만 찾아와 잠시 환자 곁에 머물다가 집으로 돌아간다. 모든 국민이 적어도 의료비와 교육비에 대한 부담만큼은 없이 살아갈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

* 관련글: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3. 5. 6. 06:31

일전에 도로변 주차 자리에 차를 세워 놓았다가 생긴 접촉사고에 대해 글을 올렸다[관련글: 접촉사고 낸 이에게 생일 공동 액땜이라 여깁시다]. 해결 과정은 이렇다. 접촉사고로 우리 차를 긁은 사람은 다름 아닌 보험사의 중견 간부였다. 이 보험사는 수리비로 900리타스(약 40만원)을 현금으로 줄테니 알아서 수리하라고 했다. 


이곳 저곳 수리소에 전화하고 또 방문해서 알아보니 이 금액보다 높았다. 그래서 현금 받기를 거절하고, 보험사가 그 비용을 수리소에 직접 지불하는 방법을 택했다. 이번 주 월요일 수리소를 찾았다. 

"합리적인 견적은 얼마요?"
"1200리타스(55만원)."
"그렇다면 이번에 긁힌 자리뿐만 아니라 전에 누군가 긁고 도망간 자리까지 그 비용으로 수리해주세요. 어디 보험사 지정 수리소가 여기뿐만은 아니잖아요!?"

잠시 생각하더니 담당 직원은 흔쾌히 그렇게 하기로 했다.

덕분에 이번에 생긴 긁힌 자리와 지난 번에 생긴 긁힌 자리를 말끔하게 수리할 수 있었다. 꿩 먹고 알 먹은 셈이다. 아내는 목요일 저녁 기분 좋게 수리된 차를 찾아서 아파트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었다. 이젠 어쩔 수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도로변에 주차하지 말고 공간이 지극히 한정된 아파트 주차장에 놓기로 마음 먹었다.


금요일 오전 어떻게 잘 수리가 되었나 궁금해 주차된 차를 보러 갔다. 두 군데 다 말끔하게 흔적 없이 수리되어 있음을 확인했다. 

그런데 다른 두 군데에 긁힌 자국이 눈에 들어왔다. 하나는 조수석 문이었다. 수직으로 긁혀져 있었다. 옆에 세워둔 다른 차가 문을 열면서 긁은 것으로 추정된다. 다른 하나는 운전석 쪽 문 두 짝이 가운데 일직선으로 긁혀져 있었다. 누군가 못이나 키로 줄을 그어놓았다. 

모두가 야밤과 아침 사이에 일어난 일이다. 어제 꿩 먹고 알 먹은 것에 좋아라 콧노래를 부른 댓가일까...... 처음엔 새롭게 긁힌 자국에 몹시 마음이 상했지만, 돌이켜보면 이것이 바로 삶이다라는 생각으로 마음을 진정시켰다. 작은 자국에 너무 연연하지 말자고 다짐해본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3. 4. 22. 04:42

일전에 우리 자동차 앞 범퍼에 긁힌 흔적을 발견했다. 누군가 차로 살짝 긁고 그냥 가버렸다. 아무리 작은 흔적이라도 마음이 상했다. 하지만 보험으로 수리할 수 있지만,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경우였다. 

자동차 종합보험에 들었지만, 전액 보험 처리가 되지 않고 일정한 액수는 본인이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즉 사고를 낸 사람을 찾을 수 없거나 본인 책임으로 사고를 낸 경우 400리타스(약 20만원)까지는 본인이 부담한다. 수리비가 500리타스이다면 보험 회사가 100리타스, 우리가 400리타스를 부담해야 한다.  

그래서 접촉사고를 낸 사람이 얄미웠지만, 경미해서 그냥 몸에 미세한 상처 자국 하나 남은 셈 치고 그냥 없던 일로 하기로 했다. 

우리 아파트는 전용 주차장이 없다. 주로 도로변 주차 지역에 주차한다. 차선이 따로 표시되지 않은 도로라 특히 출퇴근 시간에는 이런 접촉사고의 위험이 상존한다. 19일(금) 오후 6시 경 아파트 1층 현관문에서 초인종 소리가 들렸다.

"경찰인데 당신 차가 사고 났으니 내려와서 보세요."

당황하면서 내려갔더니 경찰은 바빠서 이미 가버렸다. 차량 번호로 우리 집 주소를 알아냈다. 여자 한 사람이 우리 차 주위에 있었다. 비켜가다가 우리 차 후반부 측면을 긁고 경찰을 불렸다고 했다. 경찰은 접촉사고를 기록한 후 당사자끼리 보험 처리하라고 했다.


이날 낮 창문을 통해 주차 된 우리 차를 보면서 아내와 대화를 했다.

"저 자리는 안전한 자리가 아니야. 더 좋은 자리가 나면 그곳으로 주차를 하는 것이 좋겠어."라고 말했다.
"저 자리도 안전해. 그럴 필요 없어."라고 아내가 답했다.

자동차 관련 서류는 아내가 손가방에 소지하고 학교로 갔기 사고를 낸 사람과 특별히 할 일이 없었다. 그 사람은 자신의 명함을 건네주면서 아내가 돌아오면 서로 연락하자고 하면서 떠났다. 

일전에 긁힌 자국을 생각하면서 이번에 사고를 낸 것에 대한 화냄보다 사고를 낸 후 그냥 가버리지 않고 경찰을 부른 운전자의 행동에 오히려 감사하는 마음이 일어났다. 

학교에서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아내의 첫 반응이다.
 
"낮에 한 당신 말이 정말 맞았네. 천만 다행스러운 일은 내가 주차 허용 범위에 딱 맞게 한 것이다. 아니였다면 영락없이 상방 과실이 되었을 것이다."

비록 보험 처리하고 수리하는 데 시간과 공력을 쏟아야 하지만 아내의 표정이 울상이 아니라서 좋다. 사고를 낸 사람의 명함을 보니 보험 회사에서 일하는 중견 간부였다. 토요일 아내는 접촉사고 서류 처리와 서명을 위해 그 사람을 만났다. 인적 사항을 기록하는 데 두 사람의 생일이 공교롭게도 같은 날짜였다.

"둘 다 생일이 같아요. 우리 생일 액땜이라 서로 여깁시다."라고 아내가 말했다.  

이렇게 이번 접촉사고는 서로 얼굴 붉히지 않고 일단락 해결되었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09. 12. 27. 07:11

지난 20일(일요일) 친척 부부와 함께 우리 부부는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에서 북쪽으로 180km 떨어진 도시를 다녀왔다. 가는 동안 빌뉴스 지역에서는 내내 눈이 내리는 악천후였다. 하지만 이 지역을 벗어나니 눈은 내리지 않았다.

일을 보고 빌뉴스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목적지를 100km 앞에 놓아두고 차가 말썽이었다. "안전을 위해 시동을 꺼겼으니 가까운 서비스 센타에 가서 점검을 받으라"라는 내용의 메세지가 떴다. 가까운 서비스 센타라!!!

4차선 140km 고속도로인데 중간지점에 도시가 하나 있을 뿐이다. 그외에는 정말 허허 벌판이다. 눈은 쏟아지고, 밤은 어둡고, 지나가는 차는 거의 없으니 그야말로 두려움과 공포감마저 일어났다. 경고 메세지를 무시하고 여러 차례 앞으로 거북이 속도로 나아갔지만 지속적으로 경고음이 나오고, 차의 시동은 매번 자동으로 꺼졌다.

어떻게 할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가 보험에 가입되어 있으니 부담없이 일단 견인차를 불러기로 했다. 보험조건 중 목적지까지 견인차로 차를 운반하고, 택시로 사람들을 태워주기로 되어 있다. 하지만 눈오는 밤 8시에 신속하게 견인차가 올리는 만무했다. 보험회사에 전화하니 차분한 목소리로 가까운 지역에 있는 견인차를 수소문하겠다는 답이 왔다. 2시간 이내에 도착한다는 추가 전화가 왔다.

그렇다고 무작정 눈이 펑펑 쏟아지는 도로가에 정차해 기다리는 것보다는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자는 데에 모두 뜻을 모았다. 요령이 생겼다. 경고음이 울리고 난 후 신속히 도로가에 차를 세우고 기어를 d에서 p에 놓으니 차가 자동으로 시동을 끄는 현상이 일어나지 않았다. 엔진과 밧데리에 무리를 줄 수도 있다는 염려가 있었지만 이 요령 터득으로 30km를 더 목적지를 향해 갈 수 있었다.

마침내 중간 지점인 주유소에 도착해 견인차와 택시를 기다렸다. 긴장이 확 풀렸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아직 종합보험에 들기를 꺼려하고, 대부분 책임보험만 든다. 이런 견인의 경우를 당하니 종합보험에 가입해놓기를 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보험회사가 계약조건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음을 확인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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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차가 견인되자 사진기를 꺼내 현장을 찍었다. 이런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아내는 "당신은 우리 차가 견인되는 데 도대체 어린애처럼 사진찍을 마음이 어디에서 나오나?"라고 울화가 치미는 듯 말했다. 서비스 센타에 가서 받을 원인진단과 수리 비용견적을 생각하니 아내의 심정을 십분 이해하고도 남았다.

차만 견인차에 보내고 우리 일행 모두는 택시를 탔다. 택시를 타고오면서 이제는 집에 돌아간다는 안도감에 농담들이 오고갔다. 아뿔싸, 견인차에 대한 정보를 하나도 적어놓지 않았다. 물론 보험회사와 한 통화기록은 남아있지만, 혹시 견인차의 운전수가 나쁜 마음을 먹고 우리 차를 빼돌린다면 어덯게 하나..... 농담 반 걱정 반이 대화 속에 묻어나왔다.

"당신이 아까 사진을 찍어놓길 이제 생각해보니 정말 잘 한 것 같다."라고 아내가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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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