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일래2018. 6. 9. 04:29

* 친구 Ema Vai가 최근 찍은 준 사진


지난 5월 어느 날 딸아이 요가일래가 어딘가에 다녀왔다.

"오늘 어디 다녀왔다."
"어디?"
"모델 에이전시"
"왜?"
"모델 지원서에 신청하고 왔다."
"혼자?"
"그렇지. 나 이제 만 16살이야. 혼자 할 수 있어."
"뭘 했는데?"
"여러 자세로 사진을 찍었고 내 연락처 등을 남겼다."

그렇게 시간이 흘렸다.  

요가일래는 또래 아이에 비해 키가 작은 편이다.

"다른 아이들처럼 키가 쑥쑥 자랐으면 좋겠다."
"안 될거야."
"왜?"
"딸은 아빠보다 키가 더 크지 않는다고 해."
"그래?! 그렇다면 (아빠인) 내가 키가 작아서 미안해~~~"
"괜찮아.. 그렇다고 아빠를 이제 바꿀 수가 없잖아. ㅎㅎㅎ"

사실 나도 키가 작아서 어머니가 좀 안스러워하던 때가 있었다.
"네가 키가 조그만 더 컸더라면..."

며칠 전 출장에서 돌아오니
요가일래가 이미지 모델로 활동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소식들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분장사(메이크업 아디스트)들이 연락와서 
두 차례 이미지 모델로 서 신문에도 나왔다.    


사진: J.Stacevičiaus | 사진출처: image source 


지난 금요일에는 지원자 30명 중 최종 모델 한 명에 선정되어 

황급히 분장 장소로 나갔다.

이번에는 어떤 얼굴로 변신해서 돌아올까?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6. 12. 30. 08:59

11월 중순부터 가급적이면 휴대전화기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 계기는 휴대전화를 통신회사 수리소에 맡긴 것이다.  그 전에는 집에서도 휴대전화를 거의 손에 놓지 않고 있었다. 심지어 컴퓨터 옆에 놓아두고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 등 사회교제망을 휴대폰으로 사용했다. 잠에 떨어지기 직전까지도 침대에서 휴대전화기를 뉴스 등을 읽어야 했다.

그런데 휴대전화기가 수리소에 있는 동안 처음에는 없어서 아주 불편했지만 신기하게도 시간이 갈수록 없는 것에 차차 익숙해졌다. 자기 전에는 책을 읽고, 잠시 쉴 때에는 생각에 잠기곤 했다. 12월 중순 통신회사로부터 새 전화기 삼성 갤럭시 S7 엣지로 교체 받은 이후부터는 무선뿐만 아니라 아예 전화기 자체를 꺼서 작업방에 놓고 침실로 간다.

3일 전에 아침에 일어나서 보니 딸아이의 하얀 휴대전화기가 딸아이 방문 앞 복도에 놓여있었다. 휴대전화기 전원도 꺼져 있었다. 


이틀 전에도 역시 방문 앞 복도에 휴대전화기가 놓여있었다. 이유는 묻지 않아도 쉽게 알 수가 있다. 어제도 마찬가지였다.


요구하거나 강요하지 않아도 이렇게 아빠따라 자기 전에 휴대전화기를 방 밖에 놓고 자는 것을 스스로 결심하고 실행하는 딸아이가 훨씬 더 어른스러워 보인다. 아무쪼록 우리 집 세 식구 모두가 이 습관에 익숙해져 앞으로도 쭉 이어가면 좋겠다. 새해부턴 아내도 동참하길 기대해본다. 아래는 아내의 기타 반주에 노래하는 딸아이 영상이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5. 12. 29. 08:49

12월의 상징어 중 하나가 선물이다. 크리스마스와 새해가 있기 때문이다. 유럽에서는 어린 아이를 제외한 가족 구성원들은 각자의 용돈으로 특히 크리스마스 선물을 마련한다. 이 선물을 크리스마스트리 밑에 놓거나 크리스마스 전날 저녁 식사 후 서로 교환한다. 

한편 아직 산타할아버지를 믿는 사람들은 산타할아버지에게 선물을 부탁하는 편지를 써서 크리스마스트리 밑에 놓는다. 그리고 다음날 일어나자마자 선물유무를 확인한다. 우리 부부는 여러 해 전부터 따로 선물을 교환하지 않고 가족 전체를 위해 평소에는 비싸서 사기가 부담스러운 생활용품 등을 구입해 왔다.

하지만 두 딸과는 서로 선물을 주고 받는다. 올해 딸아이로부터 무슨 선물을 받을까 궁금했다. 이제 중학교 2학년생이니 그동안 모아놓은 용돈도 꽤 된다. 

크리스마스 전날 저녁식사에 12가지 음식을 먹은 후 딸아이로부터 선물을 받았다. 조그마한 종이곽이었다. 누런 상자종이를 버리지 않고 재활용해 색종이를 그 위에 붙였다. 


과연 저 안에 무슨 선물이 들어있을까?
열어보니 이렇게 써여 있다.
   "사랑하는 부모님,
    모든 것에 감사 드리고, 계신다는 것에 감사 드립니다.
    행운, 건강, 사랑을 기원합니다. 
    우리는 두 분을 정말 정말 사랑합니다."



있을 법 선물 물건은 없고, 누런 종이에 색종이를 붙인 것만이 10장 있었다.
세상에 이런 선물도 다 있네라면서 하나하나 꺼내보려는 순간 딸아이가 안 된다고 했다.

"여기 10장이 있는데 한 달 동안 한 번에 딱 한 장만 빼야 된다."
"그러면 뭐가 있는데?"
"일단 하나만 빼봐."


이렇게 빼낸 것이 아래와 같다.

     "무엇이든지 부탁하십시오. (제가 들어드리겠어요)"


돈 한 푼 쓰지 않고, 폐품을 재활용하고, 선물 기대감을 한 달 동안 지속시키고, 더우기 10가지 선행까지 하겠다고 하니 이보다 더 한 선물이 어디에 있을까... 설사 딸바보 소리 들어도 귀가 즐거울 수밖에 없겠다. ㅎㅎㅎ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5. 3. 17. 07:42

유럽 리투아니아에 요즘 날씨가 맑아 기분마저 좋아지고 있다. 마침내 하늘이 잿빛 구름을 걷어내고 파란 자기 실체를 드러내는 날이 잦아지고 있다. 이렇게 하늘도 완연한 봄을 맞이할 준비를 서서히 하고 있다.

어제 학교에서 돌아온 중학교 1학년생 딸아이는 현관문을 열자마자 기분이 엄청 좋았다. 두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왜 기분이 좋니?"
"오늘 수학 시험 아주 잘 봤어. 만점 받을 거야."
"지난주에 보고 또 수학 시험이 있었어?"
"여러 명이 다시 시험 봤어."

사연인즉 이렇다.

지지난해까지만 해도 딸아이는 수학을 아주 힘들어했지만 지난해부터 수학에 자신감이 생겼다. 그래서 집에서도 거의 부모 도움 없이도 혼자 쉽게 잘했다. 이 덕분에 반에서 성적도 상위권이다. 

3월 초순까지 1등 하던 딸아이는 중순이 되자 20등으로 내려앉았다. 어떻게 짧은 기간에 1등이 20등이 되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상대평가를 하는데 모두가 성적이 우수하기 때문이다. 3월 전체 과목 평균 성적 90점 이상을 받은 학생이 29명중 무려 22명이다. 

또 다른 이유는 시험 번수가 학생마다 다르다. 어떤 학생은 5번이고, 어떤 학생은 13번이다. 어떤 학생은 5번 시험 쳐서 평균 점수 9.8을 받았고, 어떤 학생은 13번 시험 쳐서 9.5를 받았다. 등위는 전자 학생이 더 위에 있다. 

지난주 백분율를 공부했는데 딸아이는 쉽게 이해하지 못했다. 시험 전날 자기 분에 이기지 못해 눈물을 흘리면서까지 공부했다. 어느 정도 진전이 있었으나, 시험 결과는 좋지 않았다. 반밖에 받지 못했다. 그래서 반에서 등수가 급격히 하락했다.

부모 입장에선 쭉 최상위권으로 그대로 끝까지 가주었으면 좋았겠는데 그렇하지 못해 아쉬웠다. 성적을 인터넷으로 확인한 후 한마디 살짝 했다. 

"네가 반에서 하위권으로 내려가 마음이 좀 아프네."
"나도 마찬가지야."
"이제 텔레비젼도 덜 보고, 인터넷도 덜 하고, 취미생활도 덜 하고..."
"아빠는 학교 점수로 날 사랑해? 아니면 아빠 딸로서 날 사랑해?"
"그거야, 아빠 딸로서 사랑하지."
"아빠 딸로서 날 사랑하면 더 이상 점수에 대해서는 말하지 마. 내가 나중에 좋은 사람이 될 테니까 지금 점수가 중요하지 않아."
"그래, 점수로 더 이상 마음 아파하지 않을 게. 하지만 그래도 좋으면 좋지..."

재시험을 보다
지난주 수학 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못 받은 학생이 비교적 많았다. 그래서 선생님이 이들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주었다. 이는 목적이 성적으로 학생 순위를 매기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지식 습득을 점검하는 데 있음을 잘 보여준다. 이렇게 해서 좋은 점수를 얻으면 지난번 나쁜 점수는 기록에서 삭제된다.

"아빠는 학교 점수로 날 사랑해? 아니면 아빠 딸로서 날 사랑해?"라는 딸아이의 말이 오래도록 내 귀에 남을 것이다. 이날 점수가 낮다고 크게 야단치지 않기를 참 잘했다. 그렇다가는 딸에게 깊은 상처만 줄었을 법하다. 

* 요즘 실팔찌 만들기에 푹 빠진 딸아이 요가일래


공부가 전부인 경쟁 사회에 익숙해진 옛 버릇이 나도 모르게 그날 튀어나와버렸다. 덕분에 딸아이로부터 한 수 배우게 되었다. 어제도 딸아이는 한국 방송을 보면서 공부보다 실팔찌를 만드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5. 2. 23. 07:31

올해는 한국을 떠나 산 지 25년이 되는 해이다. 이렇게 세월을 보내다니 한 가지 생활 변화를 꼽으라면 바로 재치기이다. 이제는 라면을 끓일 때나 김치를 담글 때나 늘 재치기한다. 심지어 고춧가루가 든 매운 음식을 먹을 때도 재치기한다. 바로 매운 고춧가루가 코를 자극해서 이를 유발한다. 한국 방문시 식탁에선 재치기가 나지 않도록 각별히 조심한다.

매운 라면은 외국에 사는 대부분의 한국인에게는 별미 중 별미일 것이다. 아버지만 한국인인 13살 딸아이요가일래는 라면을 좋아하고 잘 먹기 때문에 자기도 완전한 한국인이라고 우겨댄다.

똑 같은 방법으로 엄마가 끓이는 라면은 맛이 없고, 아빠가 끓이는 라면이 맛있다고 한다. 그래서 라면 요리는 늘 내 몫이다. 매울 것 같아 라면스프를 다 넣지 않고 끓여주면 금방 반응이 나온다. 

"아빠, 난 매운 라면을 좋아해. 이번에도 스프 다 안 넣었지?"
"그래"
"앞으로 다 넣어줘."

하지만 건강을 생각해 아주 드물게 라면을 끓여 준다. 지난 금요일 기특하게도 딸아이는 손님 맞이를 위해 큼직한 거실 창문 세 개를 딱는 중이었다. 

"아빠, 오늘 라면 끓여줘."
"매운 것 자주 먹으면 안 좋아."
"반드시 해줘야 돼."
"왜?"
"내가 라면을 먹으면 목 구멍이 따뜻해지고 노래가 더 잘 나와."
"ㅎㅎㅎㅎ 라면을 먹으면 노래를 더 잘 부른다고?! 그럼 오늘 해줘야지."
"내가 음악학교에 갈 때마다 라면을 끓어줘."


라면 꼭 먹으려는 이유를 이날은 노래 부르기에서 찾았다.
 
라면과 노래 부르기라... 

요가일래의 주장대로 정말 매운 라면을 먹으면 목이 트이고 노래를 더 잘 부를 수 있다는 것이 사실로 입증이 된다면 "노래방 가기 전 반드시 라면을 드세요"라는 라면광고가 나올 법하다. ㅎㅎㅎ  

한편 요즘에 요가일래는 매니큐어를 즐겨한다.
"매니규어 안 하면 안 되나?"
"내 친구들이 전부 하고 학교에 와."
"손톱이 숨을 쉰다고 하는데."
"아빠는 나를 사랑해?"
"사랑하지."
"아빠가 나를 사랑한다면 내가 좋아하는 것도 사랑해야지."
"네 손톱은 매니큐어 하지 않아도 예뻐."
"고마운데 그건 아빠 생각이야. 요즘 검은색이 내 스타일이야." 

이렇게 벌써 자기 스타일을 찾아가는 딸아이에게 하지 말라고만 계속 할 수 없겠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5. 1. 30. 08:39

최근 3주 동안 한국을 방문하고 있을 때 딸아이와 아내 둘만 집에 남았다. 물어보니 두 사람이 아주 화목하게 잘 지냈다고 했다. 그런데 한국에서 내가 돌아온 후 며칠 지나지도 않았는데 아내와 딸 사이에 한바탕 고성이 오고갔다. 결국 딸아이는 자기 방으로 가서 흐르는 눈물을 삼키고 있었다.

* 이 사진은 이 글 내용의 옷과는 상관 없음


이유는 옷이다.
마음에 딱 드는 옷이 자기 눈에 확 들어온 딸아이는 그간의 옷 구입 사실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꼭 사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아내는 여러 가지 이유로 권하지 않았다. 

"내 돈으로 살 거야."
"아무리 네 돈이지만, 이미 있는 옷도 있고, 벌써 여러 차례 옷을 근래에 샀잖아."
"그래도 그 옷이 정말 마음에 들어. 엄마는 자기 생각만 하지 말고 내 마음도 좀 알아야 돼."
"알지만 이건 아니다."

자기 주장이 관철되지 않을 것을 확신한 딸아이는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고 눈물로 홀로 지냈다. 이런 경우 서너 시간 그냥 혼자 내버려두는 것이 상책이다.


"그 욕심 하나만 없애면 모든 것이 평화로워질 것인데..."라고 한마디 하고 싶었으나 꾹 참았다. 아내가 계속해서 구입 불가 이유를 설명하자, 딸아이의 언성은 점점 높아졌고, 결국에는 '지금은 보기 싫다'고 아내마저 자기 방에서 나가라고 했다. 

이런 행동은 딸아이의 평소 심성에 전혀 어울리지 않은 듯해서 따끔하게 훈계하고자 하는 마음이 일었다. 하지만 저녁 무렵 미술학교를 가야 하므로 딸아이의 기분을 더 이상 상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또 참았다.

평소 아내가 차로 학교에서 데리고 오는데 이날은 낮에 입은 마음의 상처로 어두컴컴한 밤에 혼자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겠다고 딸아이가 우겼다. 막상 조심해서 오라고 했지만 부모 심정이 허락하지 않았다.

* 갈코야 -> 갈꺼야, 갈거야


중간에 서로 만났는데 딸아이의 기분이 많이 좋아져보였다. 그래서 평온한 마음으로 대화를 시작했다. 

"오늘 낮에 엄마한테 네 마음이 약간 안 예뻤다."
"맞아."
"엄마한테 미안하다고 말하는 것이 좋겠다."
"나중에."
"항상 마음이 예뻐야 하는 것을 잊지 마."
"알아. 하지만 내가 아직 배우고 있는 중이잖아. 그러니 아빠가 이해해줘."
"옷이나 네 욕심보다 너를 낳아준 엄마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훨씬 더 중요해."
"알아. 노력할게."

"배우고 있는 중"이라는 딸아이의 말이 가슴에 와닿았다. 낮에 딸에게 매섭게 훈계하지 않은 것이 참으로 다행스러웠다. 훈계하기를 일단 멈추고 딸아이가 스스로 자기 행동을 되돌아보면서 시비이해를 분석하게 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겠다. 그후 새 옷에 대한 딸아이의 생각은 거짓말처럼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3. 6. 27. 09:25

올해 한국 방문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자 딸아이가 공항에서 반갑게 맞아주었다. 

"언제 아빠가 가장 보고 싶었어?"
"아빠가 한국에 도착했을 때. 그리고 아빠가 집으로 돌아온다고 했을 때. 공항에서 아빠를 기다리면서 내 심장이 너무 빨리 뛰었어."
"아빠가 자주 말했잖아. 아빠를 사랑하되 사랑하지 마. 무슨 말인지 알지?"
"알아."
"뭔데?"
"그러니까 너무 사랑해서 그 사랑 때문에 내 마음이 아프지 말라는 말이잖아."
"그래"

이날  비행기에 오래 앉아 오느라 굳어진 등을 딸아이가 안마해주었다. 
"네가 안마를 해주다니!!! 고마워."
"그런데 앞으로도 내가 원할 때 아빠에게 안마해줄게."
"피아노를 쳐서 그런지 손가락 끝이 아주 맵네".
"엄마 손가락 끝이 더 맵지."

며칠 전 지방 출장을 떠나기 전 곧 영국에 있는 언니를 방문하기 위해 떠날 딸아이와 대화를 나눴다.
"아빠가 많이 보고 싶을 거야. 아빠도 나 보고 싶을 거지?"
"물론이지. 그런데 아빠 말 기억해?"
"알아. 사랑하되 사랑하지 마."
"좋아하되 좋아하지 마. 싫어하되 싫어하지 마. 사람은 집착이 없어야 돼."

* 사진출처: https://www.facebook.com/jogaile.cojute / 
  짐을 싼 후 떠날 준비 인증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린 딸아이

요즈음은 집을 비우는 날이 거의 대부분이라 딸아이와 페이스북으로 대화한다. 오늘 아침 비행기로 영국으로 떠나는 딸아이에게 쪽지를 남겼다.  

"영국에 잘 갔다가 와~~~. 엄마 말을 잘 듣고, 언니하고 잘 놀아라!!! 안녕~~~"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0. 6. 4. 06:12

리투아니아 초등학교 2학년생 딸아이 요가일래는 5월 28일 여름방학을 시작했다. 월요일부터 집에서 놀고 있다. 3개월의 긴긴 방학이다. 9월 1일 초등학교 3학년에 올라간다.

"여름방학은 리투아니아 학교가 끝난 것이고 이제부터는 한국 학교가 시작된다."
"아빠, 무슨 말인데?"
"한글을 읽고 쓰는 것을 매일 배운다. 알았지?"
"아빠, 싫어. 안 할래! 방학이잖아!"
"그럼, 하고 싶을 때 해."

그래도 뭔가는 해야 했는지 어제 요가일래는 천자문 책을 꺼내 한자 다섯 개 쓰기 공부를 했다. 그리고 컴퓨터 놀이,퍼즐맞추기 놀이, 그네타기, 책 읽기 등 이것저것을 했다.

언니가 학교에서 집으로 오자 반가운 짝을 만난 듯이 좋아했다. 하지만 언니도 학년말이라 무척 바빴다. 그래서 자기 방문을 닫고 열심히 정리를 했다.

놀자고 떼를 써도 언니가 안들어주자 요가일래는 묘책을 생각해냈다. 아빠 방에서 종이 위에다가 뭔가를 열심히 그렸다. 그리고 이 종이를 반으로 접어 언니 방의 문 틈새로 밀어넣었다.

조금 후 언니는 하하하 폭소를 터트리면서 요가일래가 있는 발코니로 달려갔다. 요가일래는 이렇게 자신의 놀이터인 발코니로 언니를 유혹하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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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도를 따라 가라)
       (플러스 표기가 있는 끝으로)
       (붉은 점이 있는 곳에 언니가 있다)

이 지도 그림으로 우리 가족은 잠시나마 한바탕 웃음을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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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0. 5. 17. 07:05

일전에 어머니날을 맞아 딸아이 요가일래가 노래 공연을 한 적이 있었다. 최근 그날 공연을 찍은 사진사가 사진을 보내왔다. 리투아니아의 민속옷을 입고 리투아니아의 대표적인 민속악기 캉클레스를 연주하는 사진 모습이 잘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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캉클레스는 리투아니아의 대표적인 민속 현악기이다. 본체는 단단한 통나무로 만들고, 이를 깎아 그 위에 가문비나무 같은 연한 나무판을 올린다. 그 소리판에 꽃무늬나 별 모양을 내서 구멍을 낸다. 철사나 동물의 내장으로 줄을 만든다. 이 캉클레스 선율에 따라 노래하는 딸아이 요가일래(8살)가 인상적이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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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0. 5. 5. 07:25

이제 리투아니아 초등학교는 한 달 후쯤 여름방학에 들어간다. 2009년 9월에서 시작한 학년이 서서히 끝나가고 있다. 일반학교를 마치고 다니는 음악학교는 학년을 마치는 다양한 연주회가 열린다.

음악학교 학생들은 전공이 피아노가 아니더라도 의무적으로 피아노를 배운다. 5월 4일 피아노 비전공 학생들이 연주회를 갖았다. 이날 저학년 학생들은 피아노 선생님이나 피아노를 칠 수 있는 자기 어머니와 함께 연주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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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 요가일래는 엄마와 함께 처음으로 청중들 앞에서 피아노를 쳤다. 엄마와 피아노를 치는 딸아이를 영상에 담아보았다. 연주곡은 러시아 작곡가  드미트리 카발레프스키(Dmitry Kabalevsky)의 어릿광대 갤럽이다.
 

갤럽은 4분의 2박자의 약동적인 원무(圓舞)나 그 무곡을 말한다. 요가일래는 이 곡이 신나는 곡이라 지겹지 않다고 좋아한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0. 4. 16.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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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혹의 나이에 접어드니 특히 건성으로 듣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새벽까지 일하다가 어제 아침에도 비몽사몽간이었다. 일어날 기미를 보이자, 부엌에서 아내가 뭐라고 부탁하는 소리가 들렸다. 요가일래가 10시 45분 학교 앞 모임에 차질 없도록 도와주어라는 부탁이었다.

아빠보다 먼저 일어난 요가일래에게도 아내는 "너가 만나는 시간을 잘 아니까 아빠한테 데려달라고 해."라고 말한 후 일 때문에 외출했다. 아내가 나간 지 얼마되지도 않았는데 요가일래는 빨리 학교로 가자고 아빠를 재촉했다. 아내가 말한 시간을 건성으로 듣고 기억한 터라 요가일래가 정확하게 알 것이라고 믿고 시간을 보지 않은 채 집을 나섰다.

요가일래 학교는 4월 15일 고등학교 졸업시험장이라 임시 휴일이었다. 담임 학교 선생님은 학급단체로 보볼링장에 가기로 결정했다. 학교 앞에 도착하니 9시 30분이었다. 요가일래에 따르면 반 친구들이 하나 둘씩 모여야 할 시간이었다. 하지만 아무도 더 이상 오지 않았다. 뭔가 잘못되었다. 아내에게 전화했다.

"지금 9시 30분인데 요가일래외에는 아무도 없어. 어떻게 된 거야?"
"당신은 참 바보다. 10시 45분이지, 어떻게 9시 30분이야! 그렇게 여러 번 말했는데 기억을 못하다니!"


이어서 요가일래에게 아빠가 한 소리했다.
"봐! 네가 재촉해 빨리 왔더니 아빠가 엄마한테 바보라는 소리를 듣게 되잖아! 어떻게 할 거니?"
"여기서 그냥 기다릴 거야.'
"여기서 1시간 15분 동안이나 혼자 기다린다는 말이야! 그렇게 할 수는 없지."


아침 은행에 갈 일이 있었고, 또 한국에서 소포가 와있다는 우체국 통지서를 가지고 있었다. 두 일을 모두  해도 시간이 남을 것 같았다. 하지만 요가일래는 그래도 있을 것이라고 버텼다. 한국에서 온 소포가 아빠 블로그의 어느 독자가 딸에게 보낸 선물일 수도 있을 것이라는 말로 간신히 설득했다.

은행일을 마치고 우체국에서 무게가 7.4kg 소포를 받아들었다. 이 무거운 소포를 들고 학교로 갔다가 집으로 오는 것이 힘들 것 같았다. 집에 갔다놓고 학교로 가기로 했다. 그때 시각이 아침 10시 10분이었다. 소포의 내용물이 궁금했지만 나중에 온 가족이 같이 열어보기로 했다.

다시 학교로 가는 길에 소포 선물로 싱글벙글한 요가일래에게 말했다.
"뜻하지 않게 선물까지 받았으니 너가 동요 '노을'을 잘 불러 감사인사를 하는 것이 좋겠다."라고 말하면서
"바람이 머물다간 들판에 모락모락 피어나는 저녁 연기~~~"노래를 흥얼거리면서 했다.

마침 반대편에서 키가 크고 얼굴이 잘 생긴 아가씨 한 분이 다가왔다. 그녀는 미소를 지면서 우리를 쳐다보았다. 이런 미소에 무표정으로 답하기는 어색해서 아빠도 미소로 대했다. 아가씨가 막 지나가자 요가일래는 아빠를 향해 들고 있던 신발봉지로 때리는 시늉을 했다.

"아빠, 내가 아빠를 때릴 거야!"
"왜?"
"엄마를 사랑해야지!"(지나가는 여자에게 미소짓는 것만으로 요가일래는 사랑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누구를 사랑해야지?"
"할아버지."
"그리고 또 누구를?"
"할머니."
"그리고?"
"이젠 됐어."
"그럼, 요가일래를 안 사랑해도 돼?"
"아마도."(토라졌네. "아빠가 세상에서 누구를 제일 사랑하지?"라고 평소 물으면 딸은 '나지!"라고 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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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날 "엄마를 사랑해야지!"라고 말한 요가일래

이렇게 요가일래를 학교 앞까지 다시 데려다주고 아파트 현관문을 열고 있는 찰나에 아내가 전화를 했다.
"이제 (10시 30분) 요가일래를 데리고 학교에 가도 돼."
"벌써 데려다 주고 왔는데."
"내가 그렇게 여러 번 시간을 말했는데 그것을 기억을 못해?.........." (또 따지네......)

이렇게 따지거나 잔소리가 시작되면 우이독경으로 대하지만 마음 속에는 "그래도 엄마를 사랑해야지"라는 딸아이 요가일래의 말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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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0. 4. 12.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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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아내는 4월 10일(토) 딸아이 요가일래가 노래공연에 참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사람들 앞에서 그냥 노래하는 것이니 부담없이 평소 하는 대로 하라고 말했다. 행사 시작 한 시간 전에 부랴부랴 일어났다. 그래도 기념이니 촬영하러 같이 가자고 아내와 딸이 제안했다. 무거운 삼각대를 가져가려고 했으나 아내가 제지했다.

단순한 노래공연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가보니 심사위원석이 마련되어 있었다. 리투아니아 음악계에 알려진 사람들 세 사람이 심사위원이었다. 노래전문 음악학교가 작고한 리투아니아 유명 성악가인 비루테 알모나이티테(Birute Almonaityte) 이름으로 개최하는 어린이 및 청소년 가요제였다.

음악학교 노래지도 선생님들 사이에는 권위있는 가요제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자기 제자가 좋은 성적을 거두도록 선생님들간 보이지 않는 경쟁이 치열하다고 한다.

요가일래는 4-10세까지 어린이 부문에 참가했다. 빌뉴스에 소재한 여러 음악학교 대표로 12명이 참가했다. 요가일래는 두 번째로 노래했다. 요가일래가 노래를 마치자 심사위원들이 웅성거리면서 미소를 짓는 모습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았다. 하지만 이어지는 어린이들의 노래솜씨도 대단했다.

모든 참가자의 노래가 끝나자 잠시 휴식 후 수상자 발표가 있다는 안내가 있었다. 그때서야 단순한 노래공연이 아니라 노래경연임을 알게 되었다.

         ▲ 노래전문 음악학교가 주최한 가요제에서 노래하는 요가일래 (2010년 4월 10일, 빌뉴스)  

여러 날부터 요가일래는 피자타령을 했지만 아내의 절약정책 고수에 빈번히 좌절되었다. 수상자 발표를 기다리면서 엄마가 요가일래에게 한 마디 했다.

"오늘 너가 상을 타면 피자를 사줄게."
"고마워. 그런데 상을 타면 엄마가 피자를 사고, 상을 안 타면 내 용돈에서 피자를 사도 돼?"
"물론이지."


엄마와 딸 사이에 앉아있던 아빠가 거들었다.
"요가일래, 너, 오늘 상 타도 피자 먹고, 상 안 타도 피자 먹게 되네. 정말 행복한 날이다!"
수상자 발표를 기다리는 긴장된 순간에 우리 가족은 이렇게 곧 먹을 피자 생각으로 그 긴장감을 해소했다.

12명 중 수상자는 세 사람이었다. 가장 어린 참가자(5세)에게 주는 상 수상자의 호명이 있었다. 요가일래는 8세이니 해당사항이 없었다. 이어서 가장 아름답게 노래한 상의 수상자가 발표되었다. 10세 남자아이가 상을 탔다. 이제 마지막 남은 수상자는 한 사람이었다. 누구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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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을 받는 장면 (왼쪽);                                      ▲ 노래지도 선생님과 함께 (오른쪽)  

예상하지 못했지만 요가일래였다. 노래지도 선생님이 요가일래 볼에 입맞춤함으로써 축하인증샷을 남겼다. 부모보다도 선생님이 요가일래에게 노래를 지도하는 데 더 열성이라 무척 고맙다.      

* 최근글: 꾸밈 없음이 제일 예쁘다는 8살 딸아이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0. 4. 7. 09:07

며칠 전부터 딸아이는 자기 포즈 사진을 찍은 지가 오래 되었고, 사람들에게 최근 사진을 보여주고 싶다고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했다.  
      2009/07/17 모델끼 다분한 7살 딸아이의 포즈들 
     
2008/11/20 모델 놀이하는 딸아이 순간포착

         ▲ 2007년 당시 요가일래 모습

"머리도 빗고 예쁜 옷도 입어야 되지 않나?"
"괜찮아."
"그래도 사람들이 너를 보는데 좀 꾸미는 것이 좋지 않을까?"
"아빠, 그냥 있는 그대로가 제일 예쁘다. 자, 빨리 카메라 준비!"
"엄마가 물어봐." (요가일래 사진은 엄마 검열을 거쳐야 인터넷에 올라갈 수 있다. ㅎㅎㅎ)
"아빠, 일단 찍어놓고 엄마에게 보여주자. 알았지?"

이렇게 해서 찍은 사진이다. 딸아이가 머리도 빗지 않고, 집안에서 입는 츄리닝복을 그대로 입은 채 사진을 찍었는데 엄마는 예상과는 달리 좋다고 말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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찍은 사진을 일일이 보면서 직접 선택을 하고 있는 딸아이에게 엄마가 소리쳤다.
"벌써 밤 10시 30분이다. 내일 학교에 가려면 빨리 자야지!"

"아빠, 내가 자는 동안 영상으로도 편집해서 아빠 블로그에도 올리고 유튜브에도 꼭 올려줘. 알았지?"
"알았다. 어서 가서 자라."


평소 옷을 입을 때도 아주 까다롭고 성깔을 부리는 데 이날은 꾸밈없음이 제일 예쁘다고 말하는 요가일래가 의외였다. 독자들도 그렇게 생각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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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0. 3. 16.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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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박 8일 동안 수술을 위해 병원에 있느라 집을 비웠다. 어제 월요일 아침 퇴원을 해서 집으로 돌아왔다. 오후에 학교를 마치고 돌아온 초등학교 2학년 딸아이는 현관문을 열자마자 아빠에게 달려오려고 했다.

규칙 1 - 집에 오면 무조건 손을 제일 먼저 씻는다에 걸려 방문까지만 왔다.

얼른 손을 씻고 온 요가일래는 아빠에게로 왔지만 갑상선 수술자국이 최근접 접근을 막고 말았다.

"아빠, 상처를 보니 무서워......"
"그래도 아빠잖아."

고개를 뒤로 돌리고 아빠 가까이에 와서 눈을 감고 볼에 입맞춤으로 환영인사를 했다.

병원에 있는 동안 요가일래는 딱 한 차례 방문했지만 아빠와 여러 차례 휴대폰 쪽지로 대화를 나누었다.

우리 집에서 나는 휴대폰 기계치로 알려져 있다. 소리변경이나 전화번호 입력도 아내나 딸에게 부탁하곤 한다. 그런데 병원에 있으면서 길고 무료한 시간에 한 동안 휴대폰를 가지고 놀았다. 쪽지 기능에 익숙하게 되어 요가일래와  쪽지 놀이를 했다.

휴대폰에는 한글 기능이 없다. 요가일래는 아직 한글 읽기와 쓰기에 서투르다. 그렇다면 아빠가 보내는 쪽지를 읽고 다 이해할까? 어떻게 한국말을 리투아니아어 철자로 표기할까?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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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 나 콤부 오딘지 몰라 구리구 나 손에 피가나 솔수 옵소.

어와 으에 상응하는 리투아니아어 철자는 없다. 그래서 요가일래는 이를 오나 우로 표현했다. 위의 쪽지를 고치면 아래와 같다.

아니 나 흥부(와 놀부 책이) 어딘지 몰라. 그리구 나 손에 피가나 쓸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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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 하구 노라요 -> 이는 언니하구 놀아요 이다.

이렇게 한글 없는 휴대폰로 딸아이에게 리투아니아어 철자로 한국말 문자쪽지를 보내보았더니, 서로 의사소통이 됨에 흐뭇했다. 이 계기로 아빠하고는 문자로도 한국말을 쓰야 한다는 인식을 요가일래에게 심어주었다. 이제 점점 요가일래를 자연스럽게 한글 읽기와 쓰기 길로 안내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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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0. 2. 16.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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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은 발렌타인 데이였다. 올해는 그렇게 발렌타인 데이의 분위기를 느끼지 못했다. 특히 우리집은 한인들이 모이는 설날이라 발렌타인 데이를 완전히 잊어버렸다. 그래도 지난 해에는 가족이 저녁에 초콜릿을 먹고, 또한 하트 스티커로 이마나 볼에 붙이고 이날을 보냈는데 말이다. (오른쪽 사진 촬영: Gratia KIM)
 
만 여덟 살 딸아이 요가일래는 북동유럽 리투아니아에서 초등학교 2학년생이다. 올해 연초부터 요가일래는 인터넷 사회교류망인 페이스북과 대화프로그램인 스카이프를 통해서 학교에서 집에 돌아온 후 같은 반 친구들과 실시간으로 놀이를 같이 하거나 대화하는 것을 즐겨한다.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온 요가일래는 반 여자친구와 대화를 나눴다.
"야, 난 그를 좋아해. 그가 (채팅 프로그램에) 나타나면 무슨 말을 해야 돼? 가슴이 두근두근거린다."라고 친구의 도움을 구했다.

"여자아이가 먼저 남자아이에게 사랑해. 좋아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야. 알았지?"라고 옆에 있던 엄마가 훈수했다. 여자는 남자가 고백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미덕이라는 것이 아내의 생각이다.

그후 학교에서 돌아온 요가일래는 그 좋아한다라는 남자와 대화를 소개했다.
"난 너를 좋아해."라고 요가일래가 용기있게 말하자,
"난 다른 애를 좋아해."라고 남자아이가 답했다.

"너 기분이 안 좋겠다."라고 아빠가 말하자,
"아빠, 그렇지만 괜찮아."라고 딸아이는 답했다.
역시 어린 아이는 쉽게 잊는다. 이렇게 희노애락을 마음 속 깊이 두지 않으니 근심걱정이나 불평원망이 눌러앉을 자리가 없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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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빠, 나 한국 나이로 몇 살이지?", "아홉 살"

이후 딸아이는 별다른 마음의 감정없이 그 남자아이와 대화를 나눴다. 이렇게 인터넷 실시간 대화 프로그램은 요가일래가 어쩔 수 없이 혼자 집에 있을 때 무서움을 극복하게 해주는 아주 좋은 친구이다.

한편 인터넷 채팅 프로그램으로 요가일래는 종종 친구들에게 간단한 한국말을 가르치고 한국노래를 들려주기도 한다.

며칠 전 요가일래는 먼저 말하기 전에 이렇게 자문을 구했다.
"아빠, 그 남자친구에게 'labas'(안녕이라는 리투아니아어 단어)가 한국말로 '사랑해'라고 가르쳐줄까?"
"그러면 그 남자친구가 처음 대화를 시작할 때 'labas' 대신 너에게 '사랑해'라고 말하겠네."
"그렇지. 정말 재미있을 거야. 하하하"

 
"나중에 정말 그 친구가 한국말의 '사랑해'라는 진짜 뜻을 알아버리면 어떻게 하니? 그렇게 안 하는 것이 좋겠다."라고 옆에서 엄마가 충고했다.

물론 장난스러움이겠지만 '사랑해'를 듣고 싶은 딸아이에게 너무 합리적으로 충고한 것이 아닐까 후회스럽기도 하다.

* 관련글: 딸아이의 첫 눈썹 메이크업에 웃음 절로
               8세 딸아이의 노래실력 변천사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0. 2. 11. 07:57

유럽 리투아니아 초등학교 2학년에 다니는 딸아이 요가일래는 최근 들어 자주 듣는 노래 중 하나가 바로 "소녀시대의 Oh!"이다. 혼자 중얼중얼 따라부르기도 한다. 이 노래를 리투아니아 친구들에게 채팅 프로그램인 스카이프를 통해 들려주기도 한다.

처음 이 노래를 듣더니 좋다고 다 배워보겠다는 욕심으로 악보까지 구해달라고 했다. 다섯 장의 악보를 받아본 요가일래는 버겨워 포기하는 듯하다. 하지만 여전히 이 노래를 따라 부르곤 하니까 시간이 지나면 "아빠, 촬영 준비해!"라고 큰 소리를 칠 날이 올 수도 있을 것이다.  

어젯밤 모처럼 요가일래의 어린 시절 비디오 테잎을 함께 보았다. 2004년 7월 촬영한 것이었다. 당시 만 2살 8개월인 요가일래의 노래부르기에 한 바탕 웃음을 쏟았다. 지나가는 비행기를 보면서 "날아라, 날아라" 비행기 노래를 불렀고, 엄마가 선창을 하자 "엄마, 하지마!"라고 저지하기도 했다. 이렇게 노래부르기를 좋아하던 요가일래는 음악학교에서 노래를 배우고 있다.    

만 2살부터 찍어놓은 요가일래의 노래하기 영상을 한 자리에 모아보았다. 변천사라고 하기에는 너무 쑥스럽지만 아이의 변화과정을 엿볼 수 있을 것 같아 아래에 소개한다.

         ▲ 2004년 7월 18일 (2살 8개월)
         ▲ 2006년 5월 12일 (3살 6개월)
         ▲ 2008년 2월 27일
         ▲ 2009년 4월 24일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9. 3. 27.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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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동안 한 번도 걸리지 않았던 감기로
최근 여러 날을 고생하면서  
일곱살 딸아이에게 접근금지를 내리곤 했다.  
그래서 안기고 싶어하는 딸아이는
몇 차례 삐지기도 했다.

다행히 주초에 감기로부터 벗어났다. 
어제 저녁은 모처럼 딸아이와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딸아이는 그 동안 못한 말들을 봇물 터지듯 쏟아내었다.

"아빠, 우리가 한국에 갔을 때
어린 아기들을 많이 보지 못했는 데
왜 한국에는 아기들이 없어?"

리투아니아 빌뉴스에는  
인근 공원이나 숲에 유모차를 끌고
산책을 하는 사람들을 언제라도 쉽게 볼 수가 있다.

이것을 기억한 요가일래는 
지난 해 여름 한국에 한 달 있으면서
아기를 데리고 산책하는 사람들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래? 어디 한 번 기억을 더듬어 보자.
날씨가 더워서 아기들이 집에 있었는 것 같네."

"아빠, 한국 사람들이 빨리 결혼했었으면 좋겠다."
"왜?"
"그래야 내가 한국에 가면 아기들을 많이 볼 수 있을 테니까."

"아빠, 아빠가 아기였으면 좋겠다."
"왜?"
"아빠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하니까."

"아빠가 어렸을 때 어떻게 생겼어?"
"아빠가 어떻게 생겼을까? 아마 요가일래처럼 생겼을거야."
"아빠!!!!! 엄마도 그렇게 말하고,
언니도 그렇게 말하고. 도대체 왜 그래?
좀 설명할 수 없어?!"
"그럼, 너가 상상해봐!"
"아빠 머리카락은 지금처럼 딱딱하지 않았고,
얼굴도 작았고, 피부도 부드럽고......"

"아빠, 알아?
우리가 옛날에 하늘에 있는 달에 살았는데, 우리가 죽었어.
그래서 우리가 여기에 태어났어.
달에서는 죽었지만, 여기에 다시 살아 있어.
아빠, 우리가 여기서 죽으면 또 하늘 다른 곳에서 태어날 거야."

아빠의 어린 시절을 설명하라고
책상으로 주먹을 치며 호통하는 딸아이,
죽음과 삶을 공간이동으로
자유롭게 상상하는 딸아이의 변화무쌍한 모습으로
모처럼 유쾌한 저녁을 보냈다.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