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얘기2013. 2. 5. 07:15

이번 한국 방문은 두 가지 국제행사 참가가 주된 목적이었다. 하나는 원불교 에스페란토회가 주관한 '에스페란토 국제선방'이었고, 다른 하나는 '동아시아 에스페란토 교직자연맹 세미나'였다. 이 두 행사가 모두 익산에 있는 원불교 총부에서 열렸다. 인근을 이동하면서 들판에는 비닐하우스가 적지 않게 눈에 띄었다. '인삼딸기' 푯말이 눈길을 끌었다.

도대체 인삼딸기는 무엇일까? 딸기면 딸기이지 왜 인삼일까? 인삼만큼 가치가 있어서 인삼딸기일까? 아니면 농장이름이 인삼일까? 하지만 사방에 인삼딸기이니 특정 농장의 이름은 아닐 것이다. 무척 궁금했다. 나중에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알아본 인삼딸기의 정체는 이렇다.

인삼딸기는 좋은 유기질(깻묵, 골분, 흙설탕, 아미노산)과 인삼의 줄기와 인삼피(껍데기)를 직접 발효시킨 우량 인삼액비를 만들어 엽면시비 또는 관주하여 재배한 것으로 당도가 일반딸기(11~14)보다 2~3도 높고 생리장애 및 병충해에 대한 저항력이 강한 것이 특징이다. 


원불교 상사원에서 머물면서 인삼딸기 맛을 보고 싶다고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동네에서 방금 딴 싱싱한 인삼딸기 한 상자가 방 안에 놓여있었다. 상큼한 냄새가 침을 흘리게 했다. 유럽 리투아니아에도 온상에서 재배된 딸기가 겨울철에 판매된다. 그런데 딱 한 번 사고는 더 이상 사지 않게 된다. 이유는 간단하다. 빛깔이 아름다워 맛있어 보여서 사지만, 먹어보면 당도가 낮아 입맛만 버리기 때문이다.   


하도 큼직해서 리투아니아 동전을 옆에 놓고 비교해보았다. 


더 신기한 것은 딸기를 씻지 않고 그냥 먹어도 된다고 했다. 비록 깨끗이 씻은 딸기도 많이 먹으면 종종 입안 입술이 헌 경험을 한 터라 몹시 주저되었다. 농약을 치지 않고 유기농으로 재배한 것이라 그렇게 먹는 것이 더 딸기 맛을 즐길 수 있는 설명에 손을 들었다. 

그래서 그냥 먹기로 하고 한 번 깨물었다.

"세상에 이렇게 맛있는 딸기는 난생 처음 먹어본다!!!"

둘이서 딸기 한 상자를 그 자리에서 비우게 되었다. 리투아니아 집으로 돌아와서 이 인삼딸기를 이야기했더니 욕만 얻어먹었다.

"세상에 그렇게 맛있는 딸기를 혼자만 먹고 오다니......"
"기내반입 금지 물품에 농산물이 들어가잖아."

Posted by 초유스
사진모음2012. 5. 25. 06:03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우리나라에도 유리병 속에 든 과일 '배'를 생산하는 농가가 있다. 배는 항암효과에 탁월하다고 알려진 과일이다. 유리병 배는 그야말로 무농약으로 재배된 것일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병목보다 훨씬 큰 배가 유리병 속에 들어가 자랄 수 있을까? 알고보면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5-6월경 어린 배를 입구가 좁은 유리병에 넣고 나무에 고정시켜 재배한다.   


이렇게 수확한 유리병 배는 그 병 속에 꿀이나 설탕, 술을 넣어 과실주로도 만들 수 있고, 또한 관상용 선물로 활용될 수 있겠다. 텃밭에 배를 키우는 사람도 한번 시도해봄직하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08. 5. 19. 06:48

일요일 아침 비를 동반한 번개와 천둥이 올해 처음으로 지나갔다. 고대 리투아니아인들은 천둥을 남성의 힘으로 간주했고, 천둥으로 하늘(아버지, 남성)과 땅(어머니, 여성)이 서로 결합하는 것으로 믿었다. 그래서 첫 천둥이 치고 난 후 여자들은 밭으로 가서 뒹굴면서 풍작을 기원했다고 한다.

오후 들어 날이 개이자 식구들은 일전에 다 못한 씨앗심기를 하려 친척집 텃밭으로 갔다. 지난 번 씨를 뿌린 들깨가 제일 궁금했다. 가보니 들깨 싹이 촘촘히 밖으로 나와 있었다. 고랑을 그렇게 깊지 않게 파서 심었는데도 불고하고 이렇게 싹이 잘 나서 좋았다. 풍작이 벌써 기대된다.

오늘은 강낭콩과 오이 씨앗을 심었다. 친척인 빌마가 먼저 오이 씨앗을 심을 고랑을 깊숙이 파고 있었다. 이를 지켜보면서 씨앗을 심는 일이 고랑을 파는 일보다 쉬운 데 왜 아무런 말없이 여자가 팔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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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랑을 파겠다고 하니 옆에 있던 아내가 끼어들었다. 지난 번 양파 씨앗을 여자들이 심었으니, 오늘은 남자들이 오이 씨앗을 심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 순간 몇 해 전 시골 텃밭에서 양파와 오이 씨앗을 심던 일이 기억났다. 그때 덩치가 가장 큰 여자 친척이 혼자 양파 씨앗을 다 심었다.

당시 이유를 물은 즉 양파가 그것처럼 크게 자라기를 바라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러니 여자가 아니라 남자가 오이 씨앗을 심어야 하는 이유는 말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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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리투아니아 남자들은 속옷을 입지 않고 오이 씨앗을 심었다고 한다. 심지어 오이 씨앗을 다 심고난 후 남자들을 그 오이 밭에 눕도록 까지 했다고 한다. 이 모두 풍작을 위한 의식이다. 오늘 심은 오이가 얼마나 많이 크게 자랄까 벌써 궁금해진다.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