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일래2017. 5. 10. 05:02

호주에서 일하고 있는 큰딸 마르티나가 3개월 휴가를 받아서 8개월만에 집을 방문했다. 공항에 환영을 가는데 그냥 가는 것보다 장미꽃 다발을 사기로 했다. 꽃 살 일을 잘 챙기지 않아서 장미꽃 한 송이 가격도 몰랐다.

"이 장미꽃 얼마?"

"한 송이에 2유로."

"저 장미꽃은 1유로 20센트."

 

 

장미꽃 한 송이에 2500원이라니 깜짝 놀랐다.

 

"어디에서 온 꽃?"

"네덜란드"

 

집에 없어서 생일을 챙겨주지 못했으니 나이만큼 장미꽃 송이를 구입했다. 

 

 

예기치 않은 꽃선물에 큰딸은 몹시 기뻐했다.

 

 

이어서 가까운 친척들을 초대해 모임을 가졌다. 손쉽게 만들 수 있고, 또한 사람들이 좋아하는 김밥을 만들기로 했다. 이 담당은 한국인인 내 몫이었다. 그런데 작은딸 요가일래가 자기가 만들겠다고 선뜻 나섰다.  

 

 

"김밥 만들기가 재미있어?"

"그럼, 재미있지."

"참 잘 만든다."

"왠지 알아?"

"만들기를 좋아하니까."

"왜냐하면 내 몸에 한국인 피가 있기 때문이야."

 


좋거나 잘하는 것은 다 "한국인 피"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딸아이에게 부끄럽기도 하고 기쁘기도 하다. 요가일래는 김밥 두 줄을 따로 챙겨놓았다,

 

"왜 따로 챙기지?"

"학교에 가져가 친구들과 나눠 먹으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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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16. 2. 9. 10:14

거의 매년 설날을 즈음해서 리투아니아 현지인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해 음식을 나눠 먹으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이들은 설날을 '동양 새해'로 부른다. 그래서 동양적인 분위기의 옷을 입고, 동양적인 음식을 각자 준비해서 가져온다. 그렇게 튀가 나지 않지만 중국 등 여행에서 사온 옷 등을 입고 왔다. 옷 색깔은 주로 붉은 색이다. 

* 설날 기념으로 모인 리투아니아 현지인 에스페란티스토들


* 옷은 붉은 색


우리 집은 이날 오는 손님들을 위해 잡채, 만두, 김밥 등을 준비했다. 식구들은 각자 일을 부담했다. 아내는 잡채를 하고, 딸은 김밥을 말고, 나는 만두를 구웠다.



이날의 압권은 친구가 가져온 선물이었다. 먼저 몽골의 말젖 치즈를 꺼냈다. 모두들 신기하면서 환호를 보냈다. 그는 이어서 중국, 일본, 한국 맥주를 차례로 꺼냈다. 대형상점에서 종종 일본이나 중국 맥주를 볼 수 있지만, 아직 한국 맥주를 본 적이 없다. 어디서 샀는 지 물어보았지만, 그는 비밀이라고 한다.


신기함의 취기가 식어가자 모두 한바탕 크게 웃게 되었다. 보기에도 엉성했지만, 캔맥주 상단에 리투아니아어 글자가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 한국 맥주, 알코올 도수 6도

속은 리투아니아 맥주이고, 겉포장만 한국 맥주다. 인터넷에서 사진을 검색하고 칼러로 인쇄하고 또 붙이는데 솔찬히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그의 정성과 아이디에 모두 박수를 보냈다. 가짜 한국 맥주는 내 몫이었다. 세 나라 맥주 중 이름 때문인지 한국 맥주가 더 맛었다. 

음식을 준비하느라 힘들었지만, 설날을 맞아 현지인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내년 설날을 또 기약하면서 모두의 건강과 소원성취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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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15. 2. 26. 07:31

거의 매년 음력 설날이 되면 우리 집에 행사가 하나 있다. 음력 1월 1일은 한인회장님 댁에서 교민들이 모여 떡국을 먹는다. 그리고 설날이 있는 주의 주말에 유럽 리투아니아 현지인 에스페란토 친구들을 우리 집으로 초대한다. 보잘 것 없지만 한국 음식을 마련해 함께 식사하면서 동양의 설날을 축하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갖는다.

올해는 지난 금요일 초대했다. 가급적으로 동양에 어울리는 옷을 입고 온다. 대부분 현지인들은 이날 붉은 색 옷을 입었다. 어떤 이는 인도 여행에서 산 옷을 입었고, 어떤 이는 중국 여행에서 산 옷을 입었다.  


아래는 우리가 마련한 음식의 일부다. 김밥은 원래 내가 만들기로 했으나, 갑자기 감기 기운이 들어서 처음부터 끝까지 13살 딸아이 요가일래가 만들었다. 잡채는 리투아니아인 아내가 만들었다. 2월 초 우리 집에 온 한국 손님이 요리법을 일러주었다. 아내가 직접 잡채를 혼자 요리한 것은 이날이 처음이었다. 다들 맛있게 먹는 것을 보니 성공한 듯했다. 김치는 아내와 내가 함께 담갔고, 닭고기는 아내가 요리했다. 세 식구가 이렇게 분업하여 설 손님 맞이 음식을 준비했다.     



지금까지는 거실 상에 음식을 전부 놓았는데, 올해는 부엌에 놓고 사람들이 각자 먹고 싶은 만큼 가져갈 수 있도록 했다. 거실 상이 좀 빈약해 보였지만, 술이나 음료수, 잔 등을 위한 공간이 있어서 좋았다.



식사를 마친 후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상품이 걸린 문제 풀기가 시작되었다. 사전에 예고하지 않은 프로그램이었다. 긴긴 밤을 그냥 덕담과 잡담으로만 보내기에는 아까웠다. 모임이 좀 더 유익하도록 우리 식구들이 의견을 모아 한국에 대한 질문 10가지를 내고 맞추는 사람에게 한국적인 선물을 주기로 결정했다. 비록 여기가 리투아니아이지만, 한국인을 친구로 두고 있으니, 한국에 대해 최소한 몇 가지 정도는 순간적이라도 알게 하면 좋을 것 같았다.      



어떤 문제를 낼 것인가 참 고민스러웠다. 흥미를 끌어내야 하니 어려운 문제는 피하는 것이 좋고, 한편 꼭 맞히게 하는 것보다 지식을 갖게 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질문은 아내와 내가 의논해서 만들었고, 파워포인트 파일은 딸아이가 만들었다. 


012345678910

열 가지 질문은 다음과 같다.


1. 월력에 따르면 1달은 몇 일이고 1년은 몇 일인가?
   아무도 정확하게 맞추지 못했다. 비슷하게 맞춘 사람이 상품을 받았다. 
2. (오늘 우리 집에서 먹은) 김치는 무슨 재료로 만들어졌나?  
   가장 많은 재료를 말하는 사람이 상품을 받았다.
3. 세계에 널리 알려진 한국 기업 3개를 언급하고 각 기업은 무엇을 주로 생산하나?
   모두 삼성과 현대를 맞췄지만, LG는 첫 자가 L로 시작한다는 암시로 누가 맞췄다.
4. 한국은 언제 세워졌나?
   아무도 정확하게 몰랐다. 한 사람이 기원전 2000년이라 추측했다. 그가 상품을 받았다. 
   모두들 한국이 유구한 역사를 가진 것에 놀랐다.
5. 한국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무술은?
   가장 많은 사람들이 손을 번쩍 들었다.
6. 언제 한국이 공식적으로 둘로 분단되었나?
   한 사람만이 손을 번쩍 들었다. 그리고 정확히 답을 맞혔다.
7. 한국에서 가장 큰 섬이고, 유네스코 자연유산을 가진 섬은?
   정답을 맞혔다.
8. 한국어 철자 이름은?
   아쉽게도 아무도 맞추지 못했다.
9. 언제 한국에서 세계에스페란토대회가 열렸고, 또 언제 한국이 또 이 대회를 유치하고자 하나?
   열린 대회 년도는 몰랐지만, 유치하고자 하는 대회는 알아맞혔다. 
10. 1919년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승인한 유럽 최초 국가는?
   서유럽 여러 나라들이 제일 먼저 언급되었고, 나중에 범위를 좁혀 동유럽, 발트 3국 중에 있다고 하자        그때서야 답이 나왔다. 답은 리투아니아. [관련글: http://blog.chojus.com/4173]
   한국과 리투아니아 사이에 이런 관계가 있었다는 사실에 모두 기뻐했다.  

에스페란토로 번역된 아리랑을 함께 부르면서 한국 관련 질문과 답맞히기는 끝이 났다. 모임을 파하고 집으로 돌아갈 때 친구들은 "오늘 한국 음식도 맛있었고, 한국에 대해 공부도 잘 했다"면서 좋아했다. 우리 집 세 식구가 협력해 준비한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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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14. 2. 18. 07:38

1월에 한국 방문한 주된 목적은 에스페란토 국제선방이었다. 내국인 38명과 7개국에서 온 외국인 19명이 참석했다. 선, 종교, 요가 등 다양한 주제로 한 강연들이 열렸다. 한국음식 김밥 만들기 체험도 아주 좋은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요리 선생님의 안내에 따라 외국인들도 적극 동참했다. 김에 밥을 얹고, 다양한 재료를 넣어 좋은 색깔을 내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가 않았다.


중국인: "어렵지만 직접 해서 먹어보는 일은 참 재미있다." 
헝가리인: "내가 만든 김밥은 자꾸 터져버린다. 짤라서 먹는 것보다 통채로 잡고 먹는 것이 더 맛있다."
브라질인: "그냥 구경만해도 배가 부른다."

이날 한국인과 외국인이 서로 어울려 김밥을 만드는 광경을 아래 영상에 담아보았다. 



리투아니아 우리 집에서도 좋은 기회가 오면 유럽인 친구들을 초청해 김밥 잔치를 함께 열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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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12. 1. 30. 06:22

리투아니아 빌뉴스 에스페란토 동아리 "유네쪼"(juneco, 뜻은 젊음)는 매년 음력설을 맞아 모임을 갖는다. 보통 중국집에서 함께 음식을 먹으면서 덕분을 나눈다. 2009년에는 우리 집으로 초대했다.

"올해는 우리 집으로 회원들을 초대하면 어떨까?"라고 아내에게 물었다. 
"20여명의 사람들을 위해 음식을 준비하고 설겆이를 하려면 힘들잖아."

"그러게 식당에 모이면 음식값만 지불하고 맛있게 먹고 오면 그만인데......"
"하기야 우리 집에 초대하지 않은 지 벌써 3년째이네."

"우리가 좀 힘들더라도 우리 집에 모이면 사람들이 편하게 늦게까지 즐길 수 있잖아."
"그러면 당신이 주도적으로 한국 음식을 준비하고 나는 옆에서 보조할게."

이렇게 초대하기로 결정하고 동아리 회장에게 알렸다. 그는 회원들에게 "가급적이면 아시아인풍으로 옷을 입고 오라!"라고 연락을 했다. 27일 금요일 저녁 6시에 모임이 시작되었다.

모임 서너 시간 전부터 김밥 안에 넣을 오이, 소시지, 당근, 달걀, 게맛살 등을 준비한 후 아내와 일찍 온 친구의 도움을 받아 김밥을 만들었다. 모양새가 3년 전보다는 더 좋았다. 이런 특별한 모임 덕분에 김밥을 만들어 볼 수 있게 된다.    


몇몇 회원들은 중국인 복장을 구해서 입고 왔다.


우리가 준비한 음식과 회원들이 가져온 다과와 과일 등으로 푸짐하다. 친구들은 곧 없어질 김밥을 카메라에 기념으로 분주하게 담았다.


김밥과 김치를 맛있게 먹는 친구들을 보면서 힘들지만 초대하길 잘 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날 모임은 마지막 남은 사람들이 생강차를 마심으로써 밤 12시에 끝났다.

"오늘 모임 분위기가 어땠어?"라고 아내가 물었다.
"만족해. 김밥도 동이 나고, 사람들도 좋았어."
  

Posted by 초유스
사진모음2010. 7. 7.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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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세계 에스페란토 대회 참석차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를 방문한 프랑스 친구가 있다. 그는 당시 좋은 인상을 받아 11살 딸에게 빌뉴스를 구경시키기 위해 다시 방문한다고 연락이 왔다.

7월 5일 그의 가족 방문 환영모임을 우리집에서 가졌다. 리투아니아 에스페란티스토를 초대했다. 모임 이름은 "맥주저녁"이었다. 각자가 마실 맥주와 먹을 안주를 가져왔다. 그래도 손님을 초대했으니 뭔가 우리가 더 많이 준비해야 했다. 아내는 맥주안주로 닭고기를 튀겼다.

우리집 손님들은 늘 무엇인가 한국음식을 기대한다. 요리를 못하는 데도 한국음식이라고 하니 한국인 나에게 당연히 임무가 부여된다. 김밥을 하기로 했다. 한국요리에 관심이 있는 두 친구가 미리와서 배우면서 도와주기로 했다.

김밥을 만든 지가 오래 되어서 급히 인터넷에서 김밥 잘 만드는 법을 속성으로 눈으로 익혔다. 오이를 길쭉하게 짜르고, 당근을 잘라 약간 튀키고, 달걀부침을 만들었다. 처음 어떻게 하는 지 시범 아닌 시범을 보여주었다. 그런데 너무 컸다.

"이것은 남자용!!! ㅎㅎㅎ."

이후 유럽인 두 친구가 만들었다. 나보다도 훨씬 능숙하게 만드는 것을 보니 부끄러우면서도 흐뭇했다.
 
"다음엔 오늘보다 더 일찍 와서 재료부터 다 만들어라."
"좋지! 불러만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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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밥을 능숙하게 만들고 있는 욜리타(좌)와 유르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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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욜리타와 유르가가 만든 김밥이 이날의 주된 음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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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맥주저녁" 탁자에 둘러앉은 참가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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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 친구 다니엘(좌)이 자신이 가져온 프랑스 생맥주를 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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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임에 참가한 친구들

이날 모임에서 김밥은 매진되었다. 이렇게 한국음식 세계화의 첫 걸음은 바로 친구들이다. 리투아니아의 다양한 맥주를 맛보았고, 특히 프랑스 친구는 프랑스 생맥주를 가져왔다. 햇살이 여전히 비치는 거실에서 모두가 만족스럽게 맥주저녁 모임을 보냈다.    

* 최근글: 유럽 차에 붙은 초록색 단풍잎의 의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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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10. 5. 17. 06:10

지난 금요일 리투아니아 현지인 친구 알렉사스가 사진과 함께 쪽지를 보내왔다.
"내가 방금 만든 김밥이야. 집에 있을 건가?"
"일 때문에 집에 있어야 돼."
"그럼, 기다려. 내가 따끈한 김밥을 가져다 줄게."
"이잉~~ 너가 김밥을 만들었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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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사스는 한국 음식을 무척 좋아한다. 김치를 잘 먹어서 오래 전에 만드는 법을 가르쳐준 적도 있다(관련글: "한국 김밥 정말 최고여~"). 언젠가 우리집에 와서 먹어본 김밥이 맛있다면서 슈퍼마켓에서 재료를 사서 직접 집에서 만들어보았다(관련글: 유럽인 친구가 직접 만든 김밥).
 
이날 그는 빌뉴스 시내는 자동차보다 자전거가 더 빠르다고 하면서 자전거를 타고 5km 떨어진 거리를 달려왔다. 봉지에는 김밥이 담긴 도시락이 있었다. 한국인인 내가 자기보다 김밥을 더 잘 만들 것이다고 생각하면서 평을 부탁했다. 사실 한국인이라고 해서 다 잘 만드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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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한국인 입에 맞는 쌀이 아니였다. 윤기도 없고 퍼슥퍼슥했다. 김밥 크기도 일정하지 않았다. 소금도 부족하고 내용물도 부실했다. 하지만 이렇게 직접 김밥을 만들어 한국인 친구와 함께 나누어 먹고자 한 친구 알렉사스의 정성에 고마움을 느낀다.

* 최근글: 현지인 아내 없이 방송촬영 간 곳에 생긴 일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0. 2. 20.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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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금요일 학교에서 다섯 시간 수업을 한 후 돌아온 초등학교 2학년생 딸아이 요가일래가 배가 고픈지 물어보았다. 엄마는 직장에 가고 집에는 아빠와 딸아이만 있었다.

"아빠, 먹을 거 있어?
"엄마가 미역국 끓어놓았어요."
"먹을래?"
"아니."
"너가 미역국 좋아하잖아. 안 먹을래?"
"안 먹을 거야."
"그럼, 먹고 싶으면 너가 직접 챙겨 먹으라."
"왜?"
"아빠가 지금 해주고 싶은 데 내가 먹고 싶지 않다고 하니까 나중에 스스로 찾아서 먹어. 알았지?"

이렇게 대화를 나눈 후 복도를 사이에 두고 아빠와 딸은 각자 방으로 헤어졌다.
시간이 조금 지난 후 요가일래가 소리쳤다.

"아빠, 김밥해줘요!"
"미역국 먹어! 엄마가 너를 위해 요리했어."
"아니. 김밥!"
"그럼. 아빠가 하고 있는 일을 다 끝내고 해줄께."


또 얼마간 시간이 흘렀다.

"아빠, 김밥!"
"기다려!"
......
......
"아빠, 김밥 빨리!"
"조그만 더 기다려!!!"
"아빠, 김밥이 울어!!!"
"이잉~~ 김밥이 울어?! 어떻게 울지?"
라고 아빠 혼자 바보같이 자문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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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밥이 운다"는 요가일래의 재미난 표현에 하던 일을 그대로 멈추고 부엌으로 가서 양념김에 밥을 넣어 김밥을 만들었다. 그리고 딸아이게 갖다주었다. (오른쪽 사진: 요가일래)

"너, 조금 전에 김밥이 운다고 말했는데 왜 김밥이 울지?"
"그러니까 내가 오랫동안 김밥을 안 먹었으니까 김밥이 슬퍼서 울지."


오랫동안 먹혀지지 않으니 김밥이 슬퍼서 울기도 하네......
요가일래가 아빠를 재촉하는 방법도 여러 가지구먼. ㅎㅎㅎ

"많이 맛있게 먹어서 슬픈 김밥을 기쁘게 해줘!"

* 관련글: 딸의 건널목 실수를 아내에게 말할까, 말까



Posted by 초유스
사진모음2009. 11. 21. 06:39

북동유럽 리투아니아에서 잘 알고 지내는 현지인 친구 알렉사스(Aleksas)가 있다. 벌써 십년지기이다. 종종 우리 집으로 와서 같이 식사도 하고, 함께 호수 등으로 야영을 가기도 한다. 그의 취미는 등산이다. 산이 없는 리투아니아에 어떻게 취미가 등산일까? 그는 러시아 남부에 있는 대학에서 스포츠여가를 전공할 때 등산, 암벽등반 등을 배우고 지도자 과정을 이수했다.

일년 동안 열심히 일해서 여름과 겨울 휴가철에 높은 산이 있는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남부 폴란드 등으로 여행한다. 암벽등반의 특기를 살려 그는 고층건물 설치물 작업을 직업으로 하고 있다. 요즈음 성탄절을 맞아 고층건물에 장식물을 설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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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알렉사스가 자신이 일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과 함께 자신이 직접 만든 김밥 사진을 보내왔다. 알렉사스는 한국 음식을 무척 좋아한다. 김치를 잘 먹어서 오래 전에 만드는 법을 가르쳐준 적도 있다. 언젠가 우리 집에 와서 먹어본 김밥이 맛있다면서 슈퍼마켓에서 재료를 사서 직접 집에서 만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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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보니 한국인인 내가 만든 것보다 더 예쁘고 잘 만든 것 같았다. 믿기가 어려워서 혹시 슈퍼마켓에서 구입한 것이 아닌냐고 대놓고 물었다. 직접 만들었다고 답했다. 조만간 우리 집에서 김밥 만드는 자기 솜씨를 보여주고 싶다고 한다.

한국요리의 세계화에 있어서 외국에 한국식당 수가 늘어나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일반가정에서 한국음식을 직접 만들어먹는 외국인들이 늘어날 때 더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 관련글: "한국 김밥 정말 최고여~"
               유럽 애들에게 놀림감 된 김밥
* 최근글: 연장이 없으면 이렇게라도 해결한다

               세계 男心 잡은 리투아니아 슈퍼모델들
               가장 아름다운 폴란드 여성 10인
               가장 아름다운 멕시코 여성 10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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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9. 4. 15.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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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 요가일래는 유럽연합 리투아니아 초등학교 1학년이다. 경제위기로 정부 재정 긴축의 불이익을 톡톡히 받고 있다.

경제위기 전까지만 해도 학교에서 무료급식을 해주어서 편했다. 하지만 이것이 폐지가 되자 아침 일과 하나가 더 늘어났다(관련글: 경제위기로 아이의 도시락을 챙겨야 한다).

일어나면 요구르트 작은 한 병만 마시고 학교에 간다. 7시 30분에 집을 나서 12시나 1시에 집으로 돌아온다. 그러니 중간에 도시락을 먹어야 한다.

부활절 휴가를 친정에서 보내고 온 아내는 빵을 사는 것을 깜박 잊고 말았다. 어제는 한국식으로 모두 식사를 했기 때문이다. 자기 전 다음 날 아침 요가일래를 위해 무슨 샌드위치를 할까 생각하다보니 비로서 빵이 없음을 알게 되었다.

"내일 집 앞 가게가 몇 시에 문을 열지? 내가 아침 일찍 일어나서 사올 거야."
바쁘다는 핑계로 자주 이런 일을 피하지만, 비상시엔 이렇게 희생심을 발휘하고자 한다.

"아침 8시에 문을 열지"라고 아내가 답한다.
"이잉~~ 8시면 요가일래가 벌써 첫 수업을 시작하는 시간이잖아!"

결국 요가일래가 종종 김밥을 먹으니 김밥을 해주기로 했다.
수업을 마친 요가일래에게 전화를 했다.

"수업 잘 마쳤니?"
"응~. 아빠, 나 친구하고 집으로 갈 거야. 안녕~" 밝은 목소리였다.

하지만 학교와 집 사이에서 만나는 길에서 맞은편에서 요가일래는 혼자 힘없이 꾸역꾸역 오고 있었다.

"왜 친구하고 안 오고?"
"내가 아빠 전화 받았을 때 친구가 있었는데 금방 사라져버렸어." 시무룩한 표정이 역력하다.

"오늘 김밥은 다 먹었니?"
"다 먹었는데... 시마스한테 주니까 시마스는 먹지 않았어." (시마스는 반 친구)
"왜?"
"내가 '김'이라고 하고 '바다 풀'이라고 설명을 했는데도 먹지 않았어."
"아마, 김이 무엇인지 몰라서 안 먹었을 거야."
 
집에 돌아온 요가일래는 엄마에게 오늘 학교 식사시간에 있었던 일을 소상히 말했다.

"내가 김밥을 먹는데 친구들이 무엇이냐고 묻기에 '바다의 풀'이라고 설명했지.
그런데 애들이 내가 시커먼 것을 먹는다고 막 놀렸어."

"너는~ 바다~ 풀도~ 먹네~, 너는~ 바다~ 풀도~ 먹네~"라고
놀렸다고 말하는 요가일래는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을 것 같았다.

김밥을 처음 본 주위 유럽 아이들은 이렇게 놀림감으로 삼았다. 자기들이 먹는 음식의 종류에만 국한되어 남의 음식을 거부하는 것이었다. 사실 이들도 자라면 시각이 넓어지고, 여러 나라의 음식을 즐겨 먹을 수도 있을 것이다.    

"친구들이 김밥 맛을 몰라서 그려. 우리 집에 오는 친척 아이들 봐! 김밥을 아주 잘 먹잖아! 괜찮아!"
말은 이렇게 하지만, 놀림을 당했을 딸아이를 생각하니 너무 안쓰러웠다. 그래서 엄마는 다음부터 김밥 도시락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또 다시 놀림을 받아 마음의 상처를 깊게 입지 않도록 하기 위한 엄마의 배려였다.

"그래도 또 김밥 해줘. 아이들이 내가 김밥을 먹는 것에 익숙해져 더 이상 나를 놀리지 않을 때까지 김밥을 싸갈 거야!"라고 요가일래는 답했다.

딸의 마음 상처를 고려해 싸가지 말 것을 권고하던 부모는 이렇게 한 방을 크게 얻어 맞았다.
그래 친구들이 아무리 놀리더라도 맛있고 건강에 좋은 김밥을 많이 먹고 무럭무럭 자라라.

* 후기: 많은 댓글로 칭찬과 격려를 해주심에 감사드립니다. 학교를 데려다 주면서 요가일래에게 이 소식을 전했습니다. 딸이 자기를 대신해서 모든 사람들에게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전해주라고 했습니다. 댓글에서 적지 않은 분들에게 누드김밥, 화려한 김밥을 만들기를 권했습니다. 노력해보겠습니다. 하지만 요가일래는 양념 "김"에다 하얀 "밥"만이 오로지 김밥이라고 생각합니다. 처음에 이 김밥에 익숙해져서 아무리 화려하고 맛있는 김밥이라도 잘 먹지를 않으려고 합니다. 크면 달라지겠지요. 

* 최근글: 유럽 중앙에 울려퍼진 한국 동요 - 노을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09. 2. 2. 07:55

지난 토요일 리투아니아 빌뉴스에 사는 에스페란토 친구들이 우리 집에 모였다. 이 친구들은 매년 음력설에 중국식당이나 일본식당에서 모여 동양 음식을 먹으면서 설을 기념한다. 빌뉴스에는 아직 한국식당이 없다. 올해는 각자가 솜씨대로 동양적인 음식을 해가지고 와서 우리 집에서 기념하기로 했다. 더욱이 브라질 방문 때 찍은 사진과 동영상을 양념으로 보기로 했다. 막상 초대를 했지만, 무슨 음식으로 대접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김밥을 만들기로 했다.

아침에 부지런히 김치를 담갔다. 김밥 만든 경험이 일천하지만, 정성껏 만들어보기로 했다. 재료는 당근, 달걀말이, 소시지, 게맛살이다. 자르고, 볶고 하는 등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다. 모임 시작 시간인 저녁 여섯 시에도 아직 준비를 다하지 못했다. 김밥 만드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던 리투아니아 친구들이 배워보겠다고 한다.
 
잠시 동안 우리 집 부엌은 요리강습소로 둔갑한 듯했다. 드디어 큰 쟁반 가득히 담긴 김밥이 거실 식탁에 올려졌다. 이날은 모두 젓가락으로 먹기로 했다. 참가한 사람이 20명인데 하나 같이 모두 젓가락질을 잘 했다. 얼마 가지 않아서 김밥이 그만 동이 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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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한국 김밥 정말 최고여~"라고 칭찬한 리투아니아 친구들은 술 한 잔 들어가자 김밥요리 초보자를 최고의 요리사로 아낌없이 둔갑시켜버렸다. 어쨌든 서툴지만, 리투아니아 친구들에게 한국음식 김밥을 알리게 되어서 흐뭇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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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