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일래'에 해당되는 글 495건

  1. 2009.02.14 밸런타인데이에 7살 딸이 준 선물 14
  2. 2009.02.03 "아빠, 게임을 지워서 사랑해요!" 5
  3. 2009.01.29 부모를 그리워하며 그린 딸아이의 그림들 3
  4. 2009.01.26 더워서 한국 싫지만 좋은 것도 참 많아 3
  5. 2009.01.26 경제위기로 아이의 도시락을 챙겨야 한다 3
  6. 2008.12.26 경제위기 감안한 딸아이 산타 편지 1
  7. 2008.12.18 음악학교 딸아이 첫 발표회 7
  8. 2008.12.10 소리쳤다가 출입금지 당한 아빠 15
  9. 2008.12.08 학부모들의 치맛바람은 초콜릿? 1
  10. 2008.12.07 “아빠, 아파?”와 “아파, 아빠!” 10
  11. 2008.12.03 일광욕 놀이로 겨울 극복하는 딸아이 2
  12. 2008.11.29 손잡이 빼내버린 학교 창문들 2
  13. 2008.11.27 딸아이의 깜찍한 요일 이름 제안 3
  14. 2008.11.27 딸아이와 만든 첫 눈사람 3
  15. 2008.11.20 모델 놀이하는 딸아이 순간포착 32
  16. 2008.11.19 아빠, 추운 나무을 한 번 안아줄까 4
  17. 2008.11.18 눈결정체 만들기와 미완성 첫눈 6
  18. 2008.11.13 수를 놓는 여섯 살 딸아이 5
  19. 2008.11.12 딸아이의 투명인간 발명법 16
  20. 2008.11.10 딸아이의 첫 휴대전화 쪽지들 10
  21. 2008.11.10 바위가 보를 이기는 가위·바위·보 놀이 2
  22. 2008.10.31 빠진 유치 베개 밑에 두는 리투아니아 4
  23. 2008.10.31 딸아이의 히말라야 정복 상상 3
  24. 2008.10.30 "아빠, 한국 놀이야! 빨리 와봐!"
  25. 2008.10.17 외국 친구에게 보내는 생일 선물 7
  26. 2008.10.08 "아빠, 설사해. 빨리 가!" 2
  27. 2008.10.05 유리병 조각 줍는 딸아이 1
  28. 2008.10.02 곰인형으로 하나 되는 리투아니아 교실 2
  29. 2008.09.24 버려진 꽃의 아름다운 부활 3
  30. 2008.09.23 내 딸이 “인종개량 결과물”이라니, 그 후 4
요가일래2009. 2. 14. 09:44

7살 딸아이 요가일래는 어제 저녁 물었다.
"아빠, 내일이 밸런타인데이지?"
"그래, 맞아."
"내가 선물 준비할게."

그리고 요가일래는 방문을 닫고 혼자 무엇인가를 한다. 살짝 보니 그림을 그리고 있다. 아빠의 인기척을 느낀 딸아이는 "이건 비밀이야! 보면 안 돼!"라고 말하며 그림을 감춘다.

잠자리에 들기 전 요가일래는 엄마 아빠를 불러 한 줄로 세운다.

"내일 선물인데. 내가 더 늦게 일어나니까 미리 준다."
 
얼른 보기에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그림을 한 장 그려 칼라 복사를 한 듯했다(하트는 스캐너의 불빛 때문에 색이 변해버렸다.) 어미 새가 먹이감을 잡아와 새끼 새에게 주는 장면이다.    

엄마 옷 색이 리투아니아 국기 색과 같아 눈길을 끈다. 리투아니아어로 "엄마, 정말 사랑해!!"라고 썼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빠, 사랑해요 정말!!"라고 발음나는 대로 리투아니아어 철자로 썼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런 하트가 있는 그림을 볼 때마다 요가일래의 그림 하나가 떠오른다.
“아빠, 하늘에 있는 저 큰 사랑의 화살을 맞아야 돼! 이 화살을 맞으면 아빠의 마음에서 사랑이 아주 많이 나와서 우리 모두를 사랑할거야!”
사용자 삽입 이미지

밸런타인데이에 딸아이 요가일래는 이렇게 자신의 사랑을 부모에게 표현했다. 오늘 아침에 일어나면 어떻게 딸아이에게 사랑을 표현해야 할 지 고민스럽다.

* 관련글: 다문화가정의 2세 언어교육은 이렇게
               7살 딸이 아빠와 산책 좋아하는 이유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9. 2. 3. 08:31

오래 전부터 요가일래 언니 마르티나는《심즈(The Sims)》게임을 컴퓨터에 설치해줄 것을 부탁했다. 하지만 사양이 맞지 않아서 그런 지 설치가 안됐다. 이 게임은 생활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특히 리투아니아 여학생들이 즐긴다.

언제부턴가 최신형 노트북을 작은 딸인 요가일래가 거의 전용으로 사용하다시피 한다. 주로 인터넷으로 한국어 교과과정을 공부한다. 거의 매일 빠지지 않고 공부한다. 브라질에 갔다 온 후 아빠의 마음이 누그러진 사이에 언니와 공모해서 그만 《심즈》를 설치해버렸다.

며칠을 두고 보니 온통 이 게임에만 빠져 있었다. 갖은 명분을 갖다 붙이고 용케 여러 날을 넘겼다. 하지만 길면 극에 달하는 이치대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순간이 왔다.

"봐라, 이 게임을 설치해서 노트북 디스크의 여유공간이  얼마 남지 않았지? 아빠가 게임을 지울 거야!"
"할 수 없지 뭐! 아빠, 그럼 지워!"

설치제거 프로그램이 없었다. 그래서 지우지 못했다. 아니, 기회를 한 번 더 주고 싶은 아빠의 마음이 지우지 못하게 한 셈이다.

"아빠, 아직 이 게임 안 지웠네. 오늘 내가 학교에서 공부를 잘 했는데 조금만 놀아도 되지?"
"그래......" 이런 상황이 며칠 더 지속되었다.

지난 일요일 드디어 상황이 악화되었다. 낮 12시부터 놀기 시작해 저녁 9시가 되었는 데도 그만둘 줄 몰랐다. 드디어 가족내 한 바탕 말전쟁이 일어났다. 요가일래는 눈물을 흘리고, 아빠는 당장 지워버리겠다고 큰 소리 치고, 언니는 다른 친구들은 다 하는데 우리 집만 안 되냐고 따졌다.

얼마 후 서먹한 상황이 종료되자, 요가일래는 아빠에게 와서 미안하다고 말했다. 아빠가 왜 지워야하는 지 이유를 잘 이해한다고 말했다. 드디어 그날 밤 시스템 복원을 하고, 프로그램을 지워버렸다.

다음날 학교에서 돌아온 요가일래는 노트북을 켜자말자 한 마디 했다.

"아빠, 심즈 게임을 지워서 사랑해요!"
"아빠를 이해해줘 고마워!"

평소 이 게임이 없었을 때는 피아노, 하모니카 등으로 놀기도 하고, 모델 놀이도 하고, 그림도 그리기도 하고 했는데 이 게임으로 이 모든 것이 사라져버렸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9. 1. 29. 08:10

지난 12월 30일부터 1월 22일까지 3주간 집을 아내와 함께 집을 떠나 브라질을 다녀왔다. 리투아니아엔 겨울방학이 없다. 그래서 초등학교 1학년에 다니는 딸아이 요가일래는 외할머니의 보살핌을 받았다.

요가일래는 떠나기 전만 해도 아주 담담했다. 인터넷 화상 대화도 있고, 또 전화도 자주 할 것이라 말하고, 또한 듬뿍 선물을 사올 것이라고 양념까지 친 결과인 듯했다. 출발일이 새벽이라 고이 자는 딸아이를 깨우지 않고 살짝 볼에 입맞춤으로 안녕을 고했다.

브라질에 도착해 막상 시차도 있고, 또한 첫 주는 여기저기 이동하느라 전화로만 간헐적으로 대화할 수 있었다. 이후 인터넷을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는 곳에 머물렀다. 요가일래와 화상대화를 하자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화상대화였지만 간간히 헤어지기 싫어 딸아이는 눈물을 뚝딱 흘리기도 했다. 서로 대화할 수 없는 날 요가일래는 부모에게 줄 선물로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말했다.

집에 돌아오자 요가일래는 차곡차곡 쌓은 그림첩을 선물로 제일 먼저 건넸다. 집 떠난 부모를 그리워하며 그린 그림을 보면서 딸아이를 집에 두고 둘만 떠난 것이 후회스러웠다. 역시 가족은 다 함께 살아야 그 가치를 발휘함을 새삼스럽게 느끼게 했다.

한편 부모가 집에 없는 동안 일일점검표를 작성하게 했다. 인터넷 학습 사이트 공부, 가정생활, 학교생활로 나누어 스스로 점검하도록 했다. 돌아와서 확인하고 잘 이행했으면 선물을 주겠다고 말했다.

"아빠 딸 정말 잘 했네! 무슨 선물을 받고 싶니?"
"아빠가 원하는 대로. 선물은 받는 사람이 아니라 주는 사람이 결정하잖아!"

사용자 삽입 이미지
     ▲ 엄마가 아주 그리웠어. 밤에 많이 울었어. 심지어 밤에 잘 수가 없었어. 많이 기도했어.
        엄마, 더 이상 떠나지 말아. 엄마와 아빠를 사랑해.  

사용자 삽입 이미지
     ▲ 아빠는 지금 에스페란토로 여름인 나라에서 여행 중
사용자 삽입 이미지
     ▲ 엄마를 사랑해. 사랑해요. 아빠 사랑해요. 엄마, 여기 꽃 선물이예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 햇님아, 엄마와 아빠를 잘 돌봐줘~~~
사용자 삽입 이미지
     ▲ 부모가 집에 없는 동안 요가일래 스스로 점검하도록 한 일일 점검표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9. 1. 26. 15:58

일곱 살 딸아이 요가일래는 최근 3주간 멀리 여행을 다녀온 후 부모 곁에 자주 있으려고 한다. 어제 저녁 내내 딸아이는 심심하다며 아빠와 같이 놀기를 졸라댔다. 여행한 후는 그 여행한 댓가로 미룬 일거리로 평소보다 훨씬 바쁘게 지낸다.

하지만 핑계로 거절하기엔 너무한 것 같았다. 그래서 같이 놀기로 작정을 하고, 컴퓨터 의자를 엄마가 에게 건넸다. 가위 바위 보 놀이를 하자고 하니 시시하다고 거절했다. 무엇으로 놀까?

요가 동작 하나로 시작했다. 두 팔꿈치로 온몸을 지탱하는 동작이다. 그리고 팔굽혀펴기, 윗몸일으키기 등등 요가일래의 상상대로 한참 동안 사실 놀이가 아니라 육체적 운동을 했다. 엄마는 딸아이를 힘들게 하지 말라고 아우성치고, 딸아이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아빠와 같이 한다고 항변했다. 

쉬는 사이에 딸아이는 소파에 앉아 뜬금없이 한국에 관한 이야기를 읊어갔다. 최근 브라질 여행을 다녀온 엄마가 브라질에 관해 사람들에게 얘기하는 것처럼 요가일래는 6개월 전 방문한 한국에 관해 아빠에게 줄줄이 말하기 시작했다.

다문화가정의 딸인 요가일래가 말한 한국에 대한 단상은 아래와 같다.

"이젠 한국에 가고 싶지가 않아. 왜냐하면 너무 더워. 밖에 조금만 나가도 땀이 나고, 또 땀이 나잖아. 내가 비행기에 내려서 밖에 나가니까 너무 더운 공기가 다가와서 깜짝 놀랐다. 그리고 한국에는 침대가 없잖아. 바닥에 자는 것이 싫어."

"한국에서 싫은 것 말고 좋은 것은 없었니?"

"좋은 것도 정말 많았지. 한국에는 전등 불빛이 하얀 색이어서 좋았어(형광등불). 언니들도 아주 예뻤지. 사람들이 친절한 것도 좋았고. 아참, 맴맴맴~ 매미 소리는 정말 좋았어. 빗소리도 좋았고, 비가 오는 풍경도 아름다웠고, 특히 비가 올 때 나는 (상쾌한) 냄새가 너무 좋았어. 방충망 사이로 들어오는 시원한 바람도 좋았다. 그리고 한국의 초록색 교통신호등에 숫자가 나타나는 것도 좋았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나무가 아주 아름다워."

"좋은 것이 참 많은 데 한국에 다시 가고 싶어?"

"가고 싶지만, 더운 여름엔 정말 가고 싶지 않아."

사용자 삽입 이미지
           ▲ 두 팔로 온 몸을 지탱하고 있는 일곱 살 요가일래
사용자 삽입 이미지
           ▲ 2008년 8월 제주도. 더운 여름 날씨로 무척 고생했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9. 1. 26. 15:45

며칠 전만 해도 반팔윗옷과 반바지에 양말 없이 샌들에 브라질 거리를 활보했다. 하지만 오늘 아침 일찍 딸아이를 학교로 데려다 줄 때는 정반대였다. 장갑, 양말은 물론이고 내복에 두툼한 겨울옷을 입고 길에 미끄러지지 않도록 조심조심 걸어야 했다.

이렇게 동일한 시간에 정반대의 삶이 지구에 공존한다. 차가운 북반구 리투아니아에서 따뜻한 남반구 브라질이 벌써부터 그리워진다. 지난 주에 집으로 돌아온 후 한국엔 설날인 오늘 처음으로 초등학교 일학년 딸아이를 학교로 데려다 주었다.

달라진 삶의 모습이 곧 바로 눈앞에 다가왔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딸아이는 아침에 일어나면 요구르트 한 병을 마시고 학교로 갔다. 국가의 지원을 받아 학교에서 아점 식사를 무료로 제공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4학년까지 일괄적으로 제공되었다. 그래서 부모들은 바쁜 출근 준비에 부담 없이 아이들을 학교에 보낼 수 있었다.

세계적인 경제위기를 고스란히 영향을 받고 있는 리투아니아 정부는 국가재정 지출을 억제하기 위기 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저학년 학생들에게 제공하던 무료급식 정책을 올해 초에 바로 폐지해버렸다.

지난 해와는 달리 아침에 일어난 딸아이는 벌써 배가 고프다고 한다. 처음엔 이해하지 못했다. 이젠 학교에서 아점 식사를 더 이상 제공하지 않는다는 엄마의 설명을 듣고야 알게 되었다. 그래서 사과 한 개를 깎아주었다. 그리고 엄마는 부엌에서 샌드위치를 만드느라 분산했다. 이것이 국가 경제위기로 맞은 우리집의 달라진 아이 학교 보내기 모습이다.
 
자라나는 아이들에 대한 급식을 폐지하는 것보다 정부부문 다른 지출을 줄이는 정책을 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등교길 내내 머리 속에 맴돌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지난 해 9월 초등학교에 입학한 요가일래. 연말까지는 요구르트 한 병만 마시고 학교로 갔지만 이제는 도시락까지 챙겨야 한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8. 12. 26. 08:02

"할아버지 혹한, 저는 작은 닭을 원합니다. 저의 소원을 꼭 들어주세요." 이렇게 초등학교 1학년 생 딸아이 요가일래는 크리스마스 며칠 전 산타 할아버지에게 편지를 써서 크리스마스 트리 밑에 놓았다. 참고로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산타 할아버지를 "할아버지 혹한"라고 말한다.

딸아이에게 무엇을 선물할까 고민고민 끝에 딸의 소원을 일단 들어주기로 했다. 산타에게 일년에 한 번 밖에 없는 부탁으로는 너무 소박한 것 같아 선물하기가 아주 미안했다. 하도 신문이나 TV 방송 뉴스 시간에 경제위기, 금융위기라는 말을 많이 들어서 아마 산타도 올해는 돈이 궁할 것이라 여긴 것 같았다.

그래서 일단 딸아이의 소원대로 본상으로 작은 닭인형을 샀고, 부상으로 더 값이 나가는 칠판을 샀다. 아침에 일어난 딸아이는 크리스마스 트리 밑에 작은 닭인형을 발견하고 그렇게 기뻐할 수가 없었다.

"아빠, 역시 산타는 내 마음을 알아. 최고! 최고!!"

크리스마스 내내 딸아이는 칠판에 그리고 써기를 반복하면서 즐겁게 지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8. 12. 18. 07:09

2001년 11월 태어난 딸아이 요가일래는 지난 9월 음악학교에 입학했다. 리투아니아 음악학교는 일반학교 수업을 마치고 가는 방과 후 학교이다. 국가에서 운영하는 정식학교이다.

한국에서는 아주 흔한 피아노나 음악 학원이 리투아니아에는 없다. 부모가 자녀의 음악적 소질을 발견하면 음악학교에 입학원서를 내면 된다. 이 음악학교는 보통 만 5세부터 10세까지 어린이들이 입학할 수 있으며, 최대 10년(보통 8년)간 다닌다.

이곳에는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플루트, 색스폰, 트럼펫, 클라리넷, 기타, 아코디언  뿐만 아니라 리투아니아의 전통악기인 캉클레스, 비르비네 등도 가르친다. 자신이 선택한 악기 학습은 일대일 교육으로 이루어진다.

피아노를 전공한 엄마와는 달리 요가일래는 노래를 선택했다. 피아노는 필수적으로 가르치고, 또한 피아노보다는 노래가 아이에게 덜 부담스러울 것 같아 선택했다. 요가일래는 음악학교에서 일주일에 피아노 1시간, 합창 1시간, 노래 1시간, 창가법 2시간을 배운다. 한 달 수업료는 40리타스(2만2천원)이다.

성탄절을 맞이해 지난 3개월 동안 배운 실력을 부모들에게 선보이는 발표회가 최근 열렸다. 피아노, 합창, 노래 세 분야로 발표했다. 발표회에서 제일 나이가 어린 만 7세 요가일래를 영상에 담아보았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8. 12. 10. 07:40

초등학교 1학년인 딸아이 요가일래는 보통 밤 10시에 잠자리에 든다. 하지만 종종 재미있는 일을 하다가 생기발랄한 정신으로 잠을 청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며칠 전 아침 7시에 너무 힘들게 일어났다. 그래서 어떻게든 제 시간에 잠자기를 종용한다.

어제는 힘든 날이었다. 보기 시작한 만화 영화가 아직 끝나려면 반이 더 남았다. 엄마나 이날따라 아빠보고 딸아이를 재워라 했다. 평소 모질지 못한 성격으로 “이제 자야지!”를 약간의 간격을 두고 여러 번 말했다. 그래도 효과가 없었고, 엄마의 공격성 단어들이 아빠에게 쏟아지자 결국은 큰 소리가 나오게 되었다.

요가일래는 더 보지 못한 아쉬움과 아빠의 큰 소리로 그만 눈물을 흘렸다. 상황은 종료되었다. 방으로 가서 잠을 자기 시작했다.

오늘 학교에 다녀온 요가일래는 방에서 무엇인가를 그린다. “무엇을 그리니?”라고 물으니 “비밀이야!”라고 답한다. 비밀은 당장 비밀이지만, 얼마 후면 절로 모습을 드러낼 것이니 더 이상 궁금증을 나타내지 않았다.

한 참 시간이 흐른 후 욕실로 가는 길에 방문에 붙여진 그림을 보게 되었다. 요가일래가 비밀스럽게 그린 바로 그 그림이었다.

"아빠 출입금지!”

어젯밤 꾸지람 받은 것이 그렇게 마음속에 응어리져 있은 것 같아 미안했다.

보통 화를 내거나 하면 “아빠, 화내지 마세요! 무서워요,” “아빠, 소리치지 마세요. 귀가 아파요”로 답해 더 이상 화나 큰 소리가 앞으로 더 나가지 못하고 멈춘다.

어젯밤 일을 찬찬히 설명하고 악수하며 화해했고, “아빠 출입금지!”는 요가일래의 그림보관함에 들어갔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 일광욕 놀이로 추운 겨울을 보내는 요가일래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8. 12. 8. 08:39

주말 장보고 온 아내와 딸아이가 여러 개의 봉투에 무엇인가 들고 왔다. 이내 딸아이 요가일래는 부엌 탁자에 사온 물건을 꺼내 보여주었다. 사온 것은 다름 아닌 초콜릿이었다.

“이 많은 초콜릿을 왜 샀지?”
“성탄절에 선생님에게 선물주려고.”
“건데 왜 이렇게 많아?”
“이건 담임 선생님, 이건 합창 선생님, 이건 피아노 선생님, 이건......”

리투아니아 학교에서 학부모들의 치맛바람이 있을까? 한마디로 한때 크게 사회문제가 된 한국 학부모들의 치맛바람은 없다. 학부모들이 개별적으로 학교에 선생님을 찾아간다거나 돈봉투를 건네는 일은 없다.

1년에 2-4번 정도 학부모 회의가 열린다. 이때 보통 빈손으로 가서 담임 선생님이 주재하는 회의에 참석한다. 그렇다면 학교 선생님들은 언제 어떤 선물을 받을까?

9월 1일 학년이 시작할 때 학생들로부터 꽃다발 선물을 받는다. 성탄절에는 대개 부모들은 초콜릿 같은 선물을 준비한다. 그리고 학년이 끝나는 날 선물을 받는다. 선물은 대개 꽃다발, 초콜릿, 커피이고, 아주 드물게 술을 받는 경우도 있다.

음악학교 교사 20년차인 아내는 지금까지 학부모들로부터 자기 아이에게 특별히 관심을 가져달라고 따로 부탁을 받은 적도 없으니, 봉투는 생각조차 할 수 없다. 그저 가르치는 학생들의 연주회가 끝나면 학생들로부터 꽃다발이나 초콜릿 선물을 받는 것이 전부이다.

이렇게 초콜릿 한 상자로 담임 선생님에게 답례하는 풍토로 내 아이만 잘 봐달라고 따로 부탁할 필요가 없으니 학부모들이 편하다. 학부모회의 때 교실에 구입해야 할 물건들이 있다면 공동으로 돈을 거둔다. 회계는 담임 선생님이 맡고, 나중에 학부모회의에서 보고한다.

어느 초콜릿을 어느 선생님에게 선물할까 고민하는 딸아이 요가일래를 보면서 초등학교 시절 학교로 찾아와 담임 선생님께 미역을 선물하시던 아버님 얼굴이 떠오른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8. 12. 7. 18:11

얼마 전 잠자기 전에 양치질을 같이 하면서 딸아이 요가일래가 말했다.

"아빠, 아빠와 아파가 정말 닮았다. 그렇지?
아빠, 아파? 아파, 아빠! 아주 재미있다."

대부분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아빠"와 "아파" 발음을 구별하지 못한다. 그들에게는 "아빠"나 "아파"가 같은 말로 들린다. 그래서 이 두 말을 확실히 구별할 수 있는 딸아이가 이날 이렇게 말하게 된 것이다.

"카"와 "까" kara, 카라, 까라
"타"와 "따" takas, 타카스, 따까스
"파"와 "빠" para, 파라, 빠라

위에서처럼 된소리 ㄲ, ㄸ, ㅃ로 발음해도 리투아니아인들은 알아듣는다. 한편 리투아니아인들이 발음하면 사람 따라 우리 귀엔 ㅋ나 ㄲ, ㅌ나 ㄸ, ㅍ나 ㅃ로 들릴 수 있다.

참고로 리투아니아인들이 발음하기 가장 어려운 문장 중 하나이다.
šešios žąsys su šešiais žasiukais
(가까운 한글발음으로 옮기자면 세쇼스 자시스 수 세세이스 자슈커이스.
뜻은 여섯 마리 거위새끼와 여섯 마리 거위)

사용자 삽입 이미지
     ▲  "아빠, 빨리오세요." ㅃ 표기를 익히지 못한 딸아이 쪽지는 "아파 팔리오세요"가 되어버렸네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  요가일래 사진 한 장 올려달라는 어느 독자님의 부탁을 받고 올립니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8. 12. 3. 12:06

딸아이 요가일래의 바램대로 겨울이 사라진 것일까? 12월 초순에도 하얀 눈은 없고, 늘 영상의 따뜻한 날씨가 계속된다. 겨울이 오면 주말에 얼음낚시 기대로 들떠 있던 친구는 울상이다.

두 해 전 영하 20여도로 추운 겨울날 요가일래는 밖에 나가지 못하자 집에서 일광욕 놀이를 즐겨했다. 노랗게 물들어 가는 나뭇잎을 보면서 눈사람을 만들 수 있는 겨울날을 손꼽아 기다렸던 딸아이는 이젠 겨울이 싫다고 말했다.

"아빠, 내가 이렇게 일광욕하면 겨울이 빨리 가고 여름이 올 거야~"

추운 겨울날 딸아이의 깜찍한 일광욕 놀이로 우리 가족은 한바탕 크게 웃었다. 혼자 하기엔 심심했는가 이날 딸아이는 우리 집을 방문한 친척을 놀이 친구로 만들었다.

혹한에 폭염을 꿈꾸는 요가일래의 일광욕 놀이를 영상에 담아보아 추억해본다. 배경음악은 배경음악은 안드류스 마몬토바스 (Andrius Mamontovas)의 노래 "나를 자유롭게 해다오" (Išvaduok mane)의 앞부분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8. 11. 29. 07:14

9월 1일 초등학교 1학년으로 입학한 딸아이 요가일래를 지금도 학교 교실까지 데려다주고 데려온다. 요가일래 말고도 여러 아이들의 부모들이 이렇게 한다.

이번 주는 청소당번이라 다른 아이들보다 20분 정도 늦게 교실에서 나온다. 당번은 남자 아이와 여자 아이가 한 조를 이룬다. 청소당번은 빗자루로 교실 바닥을 쓸고, 먼지떨이로 책상 위를 닦는다.

복도에서 요가일래를 기다리는 동안 손잡이를 빼내버린 창문이 눈길을 끌었다. 왜 손잡이를 빼내버렸을까? 만약 비상사태가 날 경우 2층이면 충분히 창문을 열고 뛰어내릴 수도 있는 데 말이다. 때론 환기를 시키기 위해 창문을 열어야 할 텐데 말이다.

아이들이 자유롭게 복도 창문을 열 수 있는 상태에서 일어날 수 있는 불상사가 손잡이가 없을 때보다 더 클 것이라는 판단에서 손잡이를 빼낸 것이라 이해가 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8. 11. 27. 16:09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딸아이 요가일래는 “아빠, 모레면 내가 닌텐도 할 수 있지?” "어디 한번 보자. 오늘은 수요일, 내일은 목요일, 모레는 금요일이네. 그렇다면 네가 닌텐도를 할 수 이는 날이네. 네가 할 수 있는 날은 금요일, 토요일, 일요일이다."

"건데 아빠, 일요일이라고 하는 데, 왜 월요일을 이요일, 화요일을 삼요일이라고 하지 않을까? 봐봐! 리투아니아어로는 월요일이 pirmadienis(첫째일), 화요일이 antradienis(둘째일) 이렇게 되잖아. 한국말은 요일마다 이름이 틀려서 힘이 든다. 그냥 일요일, 이요일, 삼요일, 사요일, 오요일, 육요일, 칠요일로 하면 정말 좋겠다."

요가일래는 일요일의 일을 태양을 나타내는 일이 아니라 숫자 1을 연상했다. 그래서 요일 이름을 1요일, 2요일, 3요일, 4요일, 5요일, 6요일, 7요일로 하면 어렵게 해 일, 달 월, 불 화, 물 수, 나무 목, 쇠 금, 흙 토를 외우지 않고도 쉽게 알 수 있으니까 말이다.

우리나라는 달이름을 1월 2월 3월 4월... 즉 달이 지구를 한 바퀴 도는 시간을 월이라고 하고 이 앞에 숫자를 붙어 이름을 지었다. 그러니 12달 이름을 굳이 힘들게 외우지 않아도 된다. 요일 이름도 요가일래 생각과 달이름처럼 숫자로 나타내면 특히 아이들에게 수월할 것 같다.

* 참고기사: 유럽언어 12달의 어원은 이렇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8. 11. 27. 10:11

수요일 아침 딸아이를 데리고 학교에 가고 집으로 데려오는 일은 내 몫이다. 엄마가 이날은 음악학교 직장에 가기 때문. 뽀드득 뽀드득 소리를 들면서 눈 위로 걸어 학교에 가는 길은 비록 도심이지만 어린 시절 눈 덮인 시골마을로 생각을 옮기기엔 충분했다.

집으로 돌아온 길에 딸아이 요가일래는 눈사람 만들기를 재촉했다. 다시 음악학교에 가야 하므로 큰 것은 도저히 만들 시간이 나지 않았고, 작은 눈사람을 만들어보았다. 만들다 보니 눈은 리투아니아 사람들의 흔한 표현대로 쌀눈(둥글지 않고 양 옆으로 쭉 찢어진 모양)이 되어버렸다. 쌀눈은 곧 동양인의 눈 모양을 말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8. 11. 20. 09:10

지난 18일 저녁 리투아니아 빌뉴스에 사는 한인들이 모였다. 이날 모인 사람 중 나를 포함해 세 명이 리투아니아인 아내를 두고 있다. 이 중 한 사람이 곧 출산할 아이가 딸이라고 하자 순간 모든 시선이 한 곳으로 집중되는 듯 했다.

셋 중 제일 연장자인 내가 첫 단추를 딸로 끼었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는 농담이 나왔다. 대체로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어느 하나를 선호하지 않는다. 그냥 태어나는 대로 받아들인다.

주위의 사람들을 보면 아들보다 딸이 부모를 더 챙기고 있다. 아들이 출가외인인 듯한 인상을 자주 받는다. 이런 경우 리투아니아에서 딸을 얻은 것이 참 행복하다고 느껴진다. 더욱이 예쁜 짓 잘하는 딸아이를 보면 말이다.

지난 여름까지만 해도 딸아이 요가일래는 혼자 온갖 옷을 입어보면서 모델놀이 하기를 좋아했다. 어느 날 큰 보자기를 가지고 직접 옷을 만들어 사진을 찍어달라고 했다. 이 경우 카메라 셔터는 쉴 틈이 없다. 다양한 자세를 취한다. 사진을 확인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사진은 그 자리에서 삭제하라고 한다.

뭐 꼭 자신이 슈퍼모델이 된 듯하다. "커서 모델이 될래?"라고 물으면 요가일래의 대답은 명쾌하다.

"이것은 그냥 놀이야. 난 절대 되고 싶지 않아."
"왜?"
"텔레비전에서 봤는데 슈퍼모델이 되면 많은 사람들이 몰려와서 사인해달라고 해. 난 그런 것이 싫어."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 관련글: 모델끼 다분한 7살 딸아이의 수영복 포즈들
               슈퍼스타가 안 되겠다는 7살 딸의 변심
               세계 男心 잡은 리투아니아 슈퍼모델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8. 11. 19. 20:15

어젯밤 눈이 내려 쌓였지만 영상 1도 날씨로 녹고 있다. 딸아이 요가일래를 학교에서 들여오면서 대화를 나누었다.

낙엽이 다 떨어지고 앙상한 가지만 남은 나무를 쳐다보면서 요가일래는
“아빠, 나무가 너무 춥겠다. 우리가 옷을 입혀주었으면 좋겠는데...”
“나무가 너무 커서 옷을 입히기 힘들겠다.”

“옷을 밑에서부터 하나하나 입히면 되지.”
“그럼, 우리 집에서 옷을 가지고 와 입힐까?”

“아.... 옷 너무 많이 필요해 힘들겠다. 아빠, 나무를 안아주면 어떨까?”
“좋은 생각이다. 그럼, 네가 안아 줘봐!”

“나는 작고, 아빠는 크니까 아빠가 안아줘!”

그래서 큰 나무를 아빠가 안아주고, 작은 나무를 요가일래가 안아주었다. 주위 사람들 보기에 부끄러워 많은 나무를 안아주지는 못했지만, 딸아이의 엉뚱한 제안에 마음이 따뜻해져왔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2007년 눈사람.
사용자 삽입 이미지
* 곰아이를 안듯이 겨울나무를 안은 요가일래 (그 순간 카메라가 없어 이 사진으로 대신함)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8. 11. 18. 06:37

11월 17일 리투아니아 현지 시각으로 오후 5시 20분 눈이 펑펑 쏟아지기 시작했다. 보통 10월 중순쯤 오는 첫눈이 올해는 한 달이 늦어서 왔다. 그래서 딸아이 요가일래는 첫눈을 기다리면서 종이로 눈결정체를 만드는 놀이를 하곤 했다.

최근 요가일래는 눈결정체 만드는 장면을 촬영하는 것을 허락했지만, 하다가 가위질이 힘들어서 그만 토라지고 말았다. 그래서 종이 눈결정체를 완성하는 장면까지 찍지 못했다.   

이날 첫눈이 펑펑 딸아이 요가일래는 벌써 눈사람 만들고, 눈싸움할 생각에 부풀어있었다. 하지만 온도가 영상 1도라 눈이 쌓이지 못하고 10여분 내린 후 그치고 말았다. "지난 번 눈결정체를 완성했더라면 더 멋있는 첫눈이 내렸을 텐데"라고 속으로 아쉬워했다. 배경음악은 안드류스 마몬토바스 (Andrius Mamontovas)의 노래 "나를 자유롭게 해다오"의 일부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리투아니아 최대 인터넷 뉴스 사이트 delfi.lt가 제가 찍은 리투아니아 첫눈 동영상을 올렸습니다. http://tv.delfi.lt/video/wNKMWc02/

* 관련글: 종이로 눈결정체 만드는 8살 딸아이 (만드는 과정)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8. 11. 13. 20:48

또래의 아이를 둔 한국에서 사는 친구들이나 지인들이 제일 궁금해 하는 것 중 하나가 리투아니아 아이들은 어떻게 하루를 보낼까이다.

아마도 리투아니아 아이들도 한국 아이들이 피아노 학원, 미술 학원, 영어 학원, 태권도 학원, 서예 학원 등으로 빙빙 돌고돌아 배우면서 하루를 보내겠지라고 상상할 것 같다.

답은 간단한다. 그렇지 않다. 학교 가기 전 어린이들은 유치원에 보통 5시-6시까지 보낸다. 학교에 다니는 저학년들은 부모가 원하는 경우 5-6시까지 학교에 남아서 여러 가지를 배울 수 있다.

한국에는 그 흔한 사설 피아노 학원 같은 것은 리투아니아에 없다. 그렇다면 아이들은 어떻게 피아노를 배울까? 만 5살이 되면 국립인 음악학교에 입학할 수 있다. 아주 저렴한 비용으로 7-8년 동안 한 선생님으로부터 일대일 피아노 학습을 받을 수 있다.

한 마디로 리투아니아 아이들은 한국 아이처럼 여러 가지 학습의 중압감에서 자유롭다. 딸아이 요가일래는 혼자서 이렇게 수를 놓으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한국 아이들을 학습이라는 감옥에서 벗어나게 했으면 좋겠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8. 11. 12. 19:07

얼마 전 만 일곱 살이 된 딸아이 요가일래는 2주간의 방학을 마치고 이번 주부터 다시 학교에 가기 시작했다. 방학 동안 학교에 가고 싶어 안달했다.

학교에서 돌아온 요가일래는 제일 먼저 책상이 있지만 찻상에 앉아 아빠가 어릴 때 밥상에서처럼 숙제하기를 좋아한다.

오늘은 숙제를 마친 후 자기 방에서 문을 닫고 한 참 동안 인기척이 없었다. 하도 조용해서 문을 열고 들여다보니 종이 위에 무엇인가 열심히 그리고 있었다.

"아빠, 이건 비밀이야! 보면 안 돼!"라면서 종이를 얼른 감추었다.

도대체 무엇을 그리나 궁금했지만 비밀은 알고싶지 않아야 비밀이 된다.
얼마 후 요가일래는 그린 것을 보여주면서 설명한다.

"아빠, 내가 투명인간이 되고 싶어서 그 비법을 발명했어. 한 번 봐!"

물이 필요하다 -> 컵에 담는다 -> 냄비에 끓인다 -> 양치질 컵에 담는다 -> 그 물을 마신다 -> 투명인간이 된다 -> 벽을 통과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딸아이의 비법이라는 것이 그야말로 우습기 짝이 없지만 그림도 그리고 설명까지 단 그 정성이 대단했다. 

"너, 왜 투명인간이 되고 싶은 데?"
"그러니까, 빙 돌아서 학교 문으로 가지 않고 그대로 곧장 교실로 가고 싶으니까."

"건데, 왜 양치질 컵이 중요해?"
"그 컵에 세균이 있지? 세균 중에는 좋은 세균도 있잖아! 그것이 저 물과 함께 내 몸 속에 들어가면 내가 투명인간이 되는 거야."

많은 발명이 처음엔 엉뚱하고 우스꽝스러운 듯 보이지만 궁리와 궁리, 실험과 실험 끝에 비로소 참다운 발명품이 나온다. 딸아이 요가일래의 황당한 발명 상상으로 웃음 가득 찬 날이었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8. 11. 10. 08:44

11월 5일 딸아이 요가일래가 만 일곱 살이 되는 날이었다. 어느 아이들처럼 생일을 몹시 기다렸다. 솔직히 말해 생일보다는 선물을 기다렸다. 보통 선물이라는 것은 받아서 깜짝 놀라는 것이 되어야 하는 데 이번엔 요가일래가 원하는 선물을 사주었다. 제일 원하는 것은 다름 아닌 휴대전화였다.

이제 초등학교 일학년에 다니는 요가일래는 반 친구들 중 몇몇이 휴대전화가 있어 이를 부러워했다. 그래서 2학년이 되면 사주려고 했던 선물을 1년 앞당겨 사주기로 했다. 사실 기념 고물로 서랍에 넣어 놓았던 몇 년 지난 휴대전화기를 그대로 주고, 단지 "심"카드만 사주면 되었다. 새 것을 고집하지 않는 딸아이가 기특했다.

이날 요가일래는 휴대전화 쪽지 보내는 법을 엄마로부터 배웠다. 그리고 자기 방에서 여러 차례 연습용 쪽지를 보냈다. 이렇게 연습을 하고 드디어 실전에 들어갔다. 오늘은 음악학교에 가는 날인데 갈 때는 엄마가 데러가고, 올 때는 아빠가 데러온다. 그래서 요가일래는 아빠에게 쪽지를 날렸다.

"아빠, 학교에 오세요."

이 쪽지를 읽고, 평소보다 수업이 일찍 끝나나 생각하고 부랴부랴 학교로 달려갔다. 웬걸, 딸아이가 쪽지 보내기에 재미가 들어 성급하게 쪽지를 보낸 것이었다.

이날 아빠는 지인의 생일잔치에 초대받아 갔다. 저녁 자리에 요가일래가 쪽지 한 통을 날렸다. "아빠, 집에 돌아오세요. 하지만 술 취하지 마세요."
 
"그래, 오늘은 너 생일 선물로 맨 정신으로 집에 갈께……. ㅎㅎㅎㅎㅎ"
         
사용자 삽입 이미지
      ▲ "아빠, 뭐 먹을 것 만들어주세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 "아빠, 조금 늦을거예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 "아빠, 집에 돌아오세요. 하지만 술 취하지 마세요."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8. 11. 10. 06:17

누가 먼저 할 것인가, 누가 싫은 일을 할 것인가, 누가 심부름할 것인가 등을 결정지을 때 흔히 사람들은 가위·바위·보로 사용한다.

딸아이 요가일래도 아빠에게 심부름시키고 싶어 할 때, 예를 들면 부엌에 가서 음료수를 가져올 일이 있다든가, 혹은 아빠가 시키는 일을 하고 싶지 않을 때라든가 곧잘 가위·바위·보 방법을 제안한다.

어젯밤 침대에 누운 요가일래는 잠이 쉽게 오지 않자 가위·바위·보 놀이를 하자고 했다. 늘 그렇듯이 딸아이와 놀이할 때 이기고 싶은 마음이 없다. 아빠가 한참을 지고나면, 요가일래는 “이젠 아빠도 이겨봐!”라며 슬쩍 한 찰나 늦게 손을 내민다.

어젯밤엔 많이 이기고 싶어서 그런지 딸아이는 묘수를 찾아냈다. 아빠가 보를 내고, 요가일래는 주먹을 낸다. 당연 아빠가 이겼다. 그런데 요가일래는 엉뚱한 논리로 자신이 이겼다고 한다.

"왜?"
"아빠, 이 내 주먹 바위에 있는 구멍이 보이지?"

"그래 보인다."
"바로 이 구멍으로 아빠가 보를 낼 때 펼치는 손가락을 하나하나 집어넣어봐!"

"그러면?"
"손가락이 부서지지. 그러니까 바위를 낸 내가 보를 낸 아빠를 이긴 거야!"

이 말은 하지 않았지만, 언젠가 크면 요가일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다.

"모두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도 이렇게 달리 바라보는 시각을 가지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러면 이번처럼 바위가 보를 이기는 의외의 결과를 얻을 수가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8. 10. 31. 17:00

곧 만 일곱 살이 될 딸아이 요가일래는 오늘 아침 일어나 아빠 방으로 왔다. 평소와는 달리 많이 삐진 얼굴이었다. 차를 끓이기 위해 부엌을 다녀오는 데 요가일래는 거실에 혼자 앉아 있었다.

이유를 물으니 아무 일도 아니라고 한다. 다시 책상 위에 앉아 아내가 낮은 목소리로 “쥐가 돈을 주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그 순간 어젯밤 일이 생각났다. 어제 저녁 내내 요가일래는 윗에 있는 유치 하나를 이리저리 흔들며 반쪽을 빼는 데 성공했다. 그렇게 빠진 유치를 베개 밑에 두고 곤히 잠들었다.

언제부턴가 리투아니아에 널리 알려진 이야기가 있다. 빠진 유치를 베개 속에 넣어두면 밤에 몰래 쥐가 와서 유치를 가져가면서 돈을 놓아둔다. 그러면 새로운 이가 쑥쑥 자라 오른다.

아이들은 정말 이 이야기를 그대로 믿고 기쁘고 기대하는 마음으로 잠에 든다. 쥐가 놓은 돈으로 좋아하는 것을 살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유치가 사라짐에 대한 걱정이나 두려움을 잊어버리는 것 같다.

엄마: “유치가 반 밖에 빠지지 않아서 쥐가 돈을 안 준 것 같다.”
딸: “그럴 수도 있지만......”

얼른 지갑을 열어 지폐 한 장을 꺼내 요가일래가 눈치 채지 못하게 아직 이불이 그대로 있는 요가일래 침대로 갔다. 베개 밑에는 놓지 않고, 이불 끝자락 밑에 놓았다. 그리고 태연하게 내 방으로 돌아와 일했다.

엄마와 거실에 있던 딸아이는 이불정리를 위해 자기 침대로 갔다. 얼마 후 그 방에서 기뻐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딸: “왜 평소대로 베게 밑에 돈을 놓지 않았을까?”
엄마: “자는 너를 깨우지 않으려고 하는 쥐가 정말 착하다. 건데 너무 많은 돈을 놓았네!”
딸: “내가 어제 이를 빼느라고 너무 고생했기 때문에 쥐가 많은 돈을 놓고 갔을 꺼야.”

하마터면 딸아이의 꿈을 뺏을 번한 아침이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8. 10. 31. 05:33

아이를 키우면서 느끼는 솔찬한 재미에는 아이의 엉뚱한 행동과 그것을 바라보는 아빠의 엉뚱한 상상이 한 몫 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일이다. 그 중 하나를 소개한다.

지난 여름 어느 날 딸아이 요가일래와 함께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의 한적한 교외에 있는 음식점을 간 적이 있었다.

이날 딸아이 요가일래는 잘 마련된 놀이터에서 부산하게 놀다가 한참 동안 그네에 앉아 무엇인가에 대해 꼴똘히 생각하고 있다. 

"아빠, 내가 과연 저 높고 높은 히말라야를 올라갈 수 있을까?"

사용자 삽입 이미지

"히말라야에 올라가려면 암벽등반 연습을 먼저 해야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벌써 연습을 마쳤으니, 히말라야 정복에 나서봐야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빠, 나 히말라야 정복에 성공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8. 10. 30. 04:07

곧 만 일곱 살이 될 딸아이 요가일래는 많은 아이들이 그러듯이 인터넷에서 놀이하기를 즐겨한다. 하지만 지난 여름 한국에서 선물 받은 닌텐도 때문에 인터넷 놀이가 좀 싱거워졌는지 요즘 들어 서거의 하지 않는다.

처음에 닌텐도를 너무 오래 하기에 학교 가기 시작한 9월 1일부터 단지 주말에만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의외로 딸아이가 이 원칙을 고분고분 잘 지켜주고 있다.

어느 날 요가일래는 혼자 리투아니아 인터넷 놀이 사이트에서 열심히 놀다가 갑자기 외친다.

"아빠, 한국 놀이야! 빨리 와봐!"

"베리 베리 통통 왕구슬 껌을 구출하라"라는 한글로 설명된 놀이였다. 리투아니아 웹사이트까지도 한국 놀이가 등장해 있음에 흐뭇했다. 한편 외국 땅이지만 요가일래에게 한국어를 가르친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8. 10. 17. 04:54

딸아이 요가일래는 어린이집에서 만난 아주 친한 친구가 하나이다. 바로 카자흐스탄 사람이다. 아버지가 외교관이라 빌뉴스에 근무할 때 함께 어린이집을 다녔다. 그가 먼저 어린이집을 다 마치지 못하고, 카자흐스탄으로 돌아갈 때 요가일래는 많이 울었다.

그 후 얼마 되지 않아 그 친구 아버지가 다시 유럽 어느 나라에 외교관으로 오게 되었다. 비록 떨어져 있지만 유럽이라는 울타리에서 더 가까이 같이 산다는 마음으로 위안을 삼고 있다. 언젠가 그가 사는 지금 나라를 방문하기를 원하면서 말이다.

러시아어 어린이집을 마친 후 요가일래는 러시아어를 거의 사용할 일이 없어 걱정이다. 하지만 카자흐스탄 친구와 나중에 커서 대화하려면 러시아어를 잊으면 안 된다고 자주 상기시키고 있다. 러시아어 채널에서 러시아어 만화가 나올 때 가능한 보도록 권장하고 있다. 

최근 이 카자흐스탄 친구가 생일을 맞았다. 요가일래는 얼른 종이 위에 크레파스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생일을 맞은 친구에게 노란 꽃 한 송이를 선물하는 그림이다. 이 그림 선물은 스캔을 받아 전자우편으로 통해 곧장 그 친구에게 전해졌다. 인터넷의 초고속 사회는 어린이들의 세상도 이렇게 변화시키고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한다. 요가일래와 그의 우정이 오래 지속되기를 바래본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8. 10. 8. 23:06

살다보니 이런 날이 있구나 하는 것처럼 오늘 맑은 가을 하늘이 이곳 리투아니아 빌뉴스를 기분 좋게 해주었다. 음악학교를 마친 딸아이 요가일래와 함께 시내중심가에 있는 한 일본식당을 찾았다. 빌뉴스에 있는 거의 대부분의 일식당 주방장은 한국인이다.

돌아오는 길에 가게를 들렀다. 어깨에는 사진카메라 가방이 있고, 오른 쪽에는 부항기 가방이  있고, 방금 산 빵은 비닐봉지에 넣었다. 그리고 두꺼운 피아노 책은 그냥 딸아이가 들고 가기로 했다.

옆에 보니 두 손으로 무겁게 들고 가는 것 같아 안쓰러웠다.
"그 책 아빠한테 줘."
"아빠도 무겁잖아! 괜찮아."
"그래도 아빠한테 줘."
"그럼, 아빠가 힘들면 말해. 내가 다시 들께."

중간 중간마다 딸아이는 힘들지 않느냐고 물어본다.

"네가 힘든 것을 볼 수가 없어서 계속 들고 갈께."
"그러면 나한테 줘. 아빠 힘들지?"
 
어디 세상에 쉽게 힘들다고 말하는 부모가 어디에 있으랴!
내 부모도 그랬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죄스러움에 눈을 감는다.

언덕길을 올라오면서 요가일래는 갑자기 화장실을 가야 하므로 빨리 집으로 가자고 한다.
무거운 것을 들고 언덕길을 빠른 걸음으로 걸어야 하다니......

길 옆에 카페에 들어갈까 생각하다 그래도 참을 수 있다고 해서 계속 걸었다.
"하나, 둘, 하나 둘 ……." 빠른 걸음으로 올라왔다.

"아빠, 설사인 것 같아. 더 빨리 가야 해!"

집 가까이에 오자 요가일래는 열쇠를 달라면서 아파트 3층으로 뛰어 올라갔다.
문을 열자 화장실로 직행해야 할 요가일래는 하하하 웃고 있었다.

"내가 아빠한테 정말 큰 농담(거짓말)을 했다. 아빠가 힘들어 천천히 걸었지? 힘들면 빨리 와야 힘든 것이 빨리 사라지지. 그래서 내가 거짓말했지롱~~~ 하하하하!"

사용자 삽입 이미지
      ▲ 음악학교 다닌 지 한 달만에 멜로디와 음표를 직접 그려보는 요가일래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8. 10. 5. 07:50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 시내 중심가에 시민들, 특히 연인들이 좋아하는 곳이 몇 군데 있다. 그 중 한 곳이 모뉴쉬코 광장이다. 이곳에 있는 돌에 사과 반쪽이 그려져 있다. 연인들은 이 사과 위에 서서 입맞춤을 하면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한다.
어느 날 딸아이 요가일래와 여기를 산책하다가 바로 근처에 맥주병 조각들이 흩어져 있는 것을 보았다. 누군가 술을 마신 후 땅바닥에 내리친 것 같았다. 그냥 고이 놓아두었다면 다른 이들이 주워서 공병을 팔 수도 있을텐데......
"누가 병 깨트렸어? 아빠! 이렇게 하면 안 되지, 그렇지? 나쁜 사람들이야!"라고 말하면서 요가일래는 주섬주섬 병조각을 줍기 시작했다. 예리한 병조각에 혹시나 고운 손가락이 다칠까 걱정되었지만, 그의 행동이 기특해서 카메라를 찰칵찰칵 눌렀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8. 10. 2. 15:43

이제 딸아이 요가일래가 리투아니아 초등학교에 입학을 해서 학교에 다닌 지 꼭 한 달이 되었다. 9월 1일 입학식 때 졸업반에 다니는 언니와 누나, 오빠와 형들의 손을 잡고 입학식에 열린 장소에서 교실까지 안내를 받아간 것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교실 칠판에는 예쁘게 장식되어 있는 작은 카드가 주렁주렁 걸려 있었다. 이 카드는 입학하는 모든 아이들에게 4학년을 마치고 5학년에 올라가는 학생들이 준비하는 입학 축하카드였다. 리투아니아 초등학교는 1학년에서 4학년까지 담임선생님이 바뀌지 않는다. 참 좋은 제도인 것 같다.

한 달 사이에 또 하나 인상적인 일이 지난 주말 생겼다. 담임선생님이 예쁜 곰인형을 마련해 교실의 수호신 친구로 삼고 있다. 교실에는 모두 23명의 아이들이 있다. 이 곰인형을 주말마다 돌아가면서 가져가도록 한다. 그리고 월요일 가져와 그 아이에게 주말을 어떻게 보냈는지 이야기하게 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지난 주말 요가일래가 받아오는 차례였다. 이 곰인형을 교실 밖으로 가져나오는 요가일래를 보니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요가일래는 이 곰인형과 함께 어떻게 주말을 보낼 것인지 얘기했다.

집에 오자마자 요가일래는 꼭 친구를 데리고 온 것처럼 대화를 나누면서 집안 곳곳을 소개했다. 그리고 함께 밥을 먹고, 함께 인터넷 하고, 함께 그림 그리고, 함께 닌텐도 했다. 잠을 잘 때 꼭 껴안고 함께 잤다. 주말을 그렇게 행복하게 보냈다. 마치 이 곰인형이 없으면 슬픔에 푹 빠질 것 같아 몹시 걱정스러웠다.

곰인형을 교실로 돌려주어야 할 월요일이 되었다. 슬퍼할 것 같은 요가일래는 전혀 그러하지 않았다. 곰인형과 어떻게 주말을 보냈는지 이야기할 기쁨으로 가득한 듯했다. 이렇게 23명 아이들은 차례차례 보살피는 곰인형으로 인해 서로 하나가 되어가는 것 같다.  

“내 것”이어야만 행복해 하던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게 “우리 것”에 행복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이 교실의 곰인형이 아주 돋보이는 주말이었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8. 9. 24. 15:09

오늘도 어김없이 딸아이 요가일래를 데리고 학교로 갔다. 갈 때는 빠른 걸음으로 가야 하므로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다. 하지만 돌아올 때는 소걸음으로 걸으면서 오늘 할 일을 챙겨보거나 이리저리 두리번 거려본다.

마침 시멘트 바닥 인도에 떨어진 노란색 단풍잎이 눈에 들어왔다. 바로 1년 전 일이 떠올랐다. 지난 해 9월 이맘 때 요가일래를 데리고 어린이집에 갔다. 가는 길에 시멘트 바닥에 버려진 시들어진 듯한 보라색 꽃 한 송이를 요가일래는 얼른 주워서 어린이집 건물 기둥 뒤에 살짝 놓았다.

어린이집 일과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요가일래는 이 꽃송이를 잊지 않고 단풍나무 낙엽과 함께 집으로 가져왔다. 꽃송이를 물병에 넣으니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얼마 후 요가일래는 자기 방에서 몰래 이 단풍잎과 꽃송이로 무엇인가 만들었다.

“아빠, 여기 선물이야!”

이 선물은 다시 물병에 들어가 한 동안 노란색 단풍잎에 둘러싸인 생생한 보라색 꽃을 볼 수 있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8. 9. 23. 05:06

지난 20일 저녁 7시(한국시간)에 “내 딸이 ‘인종개량 결과물’이라!”라는 글을 올렸다. 내용은 人種改良이라는 아이디가 디시인사이드에 내가 올린 동영상을 “인종개량 결과물”이라는 제목을 올렸다는 것이다. 글을 올린 시간이 토요일 저녁인데도 많은 사람들이 읽고 격려와 조언의 댓글을 올렸다. 지난 주말 한국 방송에 제공할 현지뉴스를 촬영하느라 바쁘기도 하고, 또한 자극된 마음을 다스리느라 일일이 댓글에 응하지 못했다. 이 자리를 빌려 위에 글에 댓글과 마음으로 격려한 모든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표한다.

댓글 1
안녕하세요. 맘고생 심하시지요? 인종개량 저놈 아주 개 쓰레기입니다. 이번 기회에 아주 일벌백계를 해주시기를 바랍니다. 항상 행복하시길.
댓글 2
안녕하세요. 잠시 들렀다가 글 읽었네요. 저는 얼마 전에 국제결혼했는데요. 아직 신부가 입국 전이라.... 근데 이런 글 읽으니 사실 기분이 몹시 나쁘네요... 이런 글 이런 상황을 겪으면서 사실 기분 나쁘다 보다 이런 현실이 서글픈 것도 사실이구요...
이런 사람 아마 찾아보시면 젊은 사람일겁니다. 아마도.... 개방된 사고 유연한 사고를 지녀야 할 젊은 사람들이 경직되고 폐쇄적 사고를 할 수 밖에 없는 이 나라가 서글픕니다.
댓글 3
지나가다 한 말씀 드리자면 저도 비슷한 일을 겪어봐서 아는데 "절대로" 그냥 넘어가시면 안 됩니다. 그냥 넘어가면 악플러의 악질적인 습성인 "겨우 이걸로 신고하겠어?"하는 생각에 가만히 있으면 더 한다는 조언을 드리고 싶습니다. 타지에서 기자 생활을 하시면서 인터넷의 이면을 잘 꿰뚫어보시기 어려우실거라 생각합니다. 제 일이 아니라 님께서 결정하실 일이지만, 악플러에게 당하는 여러분들을 보면서 참 안타깝습니다. 검색해보면 사이버수사대 인터넷 홈페이지도 있으니 사이버수사대에라도 신고하십시요.

선의로 동영상을 퍼간 사람들에게는 미안하지만 당시 내가 첫 번째로 취한 것은 디시인사이드 해당 게시물에 올라간 다음tv팟 동영상을 삭제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퍼간 곳에는 그 동영상이 나타는 것을 확인하니 효과가 없음을 알게 되었다. 즉각 “tv팟에 제안하기”에 글을 남겼다. 이틀이 지난 후 삭제를 해주겠다는 답을 받았다.

그리고 대부분의 댓글에서 사이버수사대에 신고할 것을 조언했다. 명예훼손은 본인이 신고해야 한다고 하면서 모두 일벌백계를 권했다. 맞는 말이다. 적어도 내가 당사자가 된 이상 이런 경우에 분연히 일어서는 것도 좋으리라 믿었다. 그래서 사이버수사대에 접속하여 하나하나 칸을 메워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왜 신고를 하는 데 직업을 필수로 기재해야 하나 의문이 들었다. 마지막 칸이 늘 문제이다. 한국내 주소지가 없으니 기재할 수가 없다. 범죄신고를 위해 친척주소를 기재하는 것이 꺼려졌다. 그래서 일단 신고를 접어두기로 했다.

이런 나만의 격정을 모른 채 딸아이 요가일래는 일요일 저녁 아빠에게 한 장의 그림을 그려 선물했다. 요가일래는 그림을 그리고 나면 늘 설명한다.
“아빠, 하늘에 있는 저 큰 사랑의 화살을 맞아야 돼! 이 화살을 맞으면 아빠의 마음에서 사랑이 아주 많이 나와서 우리 모두를 사랑할거야!”   
설명을 듣고, 그림을 보았을 때, 마치 “이번 일을 사랑으로 넘어가라”라는 딸아이의 쪽지를 읽는 것 같았다.

이번 후기 글을 쓰고자 마음을 먹은 후 22일 저녁 디시인사이드 해당 갤로그로 들어가니 글이 삭제되었는지 “잘못된 접근입니다”라는 안내창이 뜨고 있다. 보이지 않는 많은 성원들이 삭제하게끔 한 것 같다. 나에게 큰 힘이 되어준 모든 다음 블로거뉴스 독자들에게 거듭 감사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2008년 9월 21일 요가일래가 그린 그림 "아빠, 사랑의 화살을 맞아야 돼!"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