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얘기2009. 4. 30. 10:16


날씨가 좋은 어느 날 마르티나(17세)는 친구들과 함께 인근 공원에서 신나게 자전거를 타고 놀았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서 아파트 지하창고에 자전거를 갖다놓지 않고 아파트 복도 구석진 곳에 놓아두었다. 또 탈 일이 있으면 손쉽게 아파트에서 자전거를 가져갈 수 있기 때문이다.

주위 사람들에게 불편을 줄 수 있으므로 지하창고에 갖다놓을 것을 권했으나 응하지 않았다. 23세대가 사는 아파트 입구 현관문에는 늘 문이 잠겨 있고 열쇠나 코드번호를 알아야만 열 수 있다. 그래서 별다른 도둑 걱정 없이 자전거 등을 복도에 놓을 수 있었다. 물론 만약을 대비해 자전거에 자물쇠를 채워놓았다.

그렇게 지난 2주 동안 자전거는 아무런 탈 없이 복도에 있었다. 자전거나 놓인 공간에 쓰레기를 버리는 곳이 있었지만, 이웃 사람들도 이해하는 듯 아무런 불평을 해지 않았다. 그래서 자전거를 더 오래 놓아둘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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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로 이 자리에 자물쇠로 자전거를 난방관에 묶어놓았다. 혹시나 되돌아왔나 휠긋 쳐다본다.

그런데 바로 어제 도둑을 맞고 말았다. 잠깐 이었다. 이발소에 가려고 밖을 나갈 때 마르티나는 아파트 문을 닫을 때 분명히 자전거가 있음을 확인했다. 이후 누군가 밑에서 전화를 해서 "승강기 점검원"이라고 문을 열어달라고 한다. 입구 현관문에서는 비디오폰이 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통상적으로 이런 사람들에게는 문을 열어준다.

한 30분이 지난 후 이발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자 마르티나 헐레벌떡 현관문으로 내려오더니 자전거를 가져간 사람을 못 보았나고 물었다. 30분 사이에 자전거 도둑을 맞은 것이다. 격분에 찬 감정을 가다듬고 마르티나는 경찰서에 신고했다.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경찰이 왔다.

경찰과 함께 아파트 내에 집수리를 하고 있는 외지 사람들에게 혹시 자전거를 훔쳐 간 것을 목격하지 않았냐고 물었다. 그리고 경찰서에 가서 조서를 꾸미는 제안을 받았지만, 일을 번거롭게 하는 것 같아 그만두고 말았다. 졸지에 자전거를 도둑맞은 마르티나는 눈물을 뚝뚝 흘렸다. "자전거가 이 세상 어딘가에 있으니 잊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얼마 후 마르티나는 친구와 함께 인근을 돌아다니면서 자전거를 찾아보려고 노력했지만, 결과는 뻔했다. 나중에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온 엄마는 자전거 도둑맞음에 속이 상했지만 어떻게 할 수가 없는 일이라며 관리 소홀에 대해 나무라기보다는 마르티나를 위로해주었다. 요가일래는 슬퍼하는 언니 마르티나에게 "언니보다 더 자전거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가져간 것이니 잊어버려라"라고 덧붙였다.

이런 좀도둑을 겪을 때마다 떠오르는 것이 있다. 하나는 1990년 일본에서 있었던 일이다. 한 일본인 친구하고 다른 친구 집을 방문하는 데 그 일본인 친구는 자전거를 자물쇠로 채우지 않은 채 그냥 길가에 세워두었다. 세 시간이 지난 후에 나와 보니 자전거가 여전히 그대로 있었다.

또 하나는 1992년 핀란드에서 겪은 일이다. 한 지인의 여름 별장에 갔다. 외딴 곳에 있는 별장에는 온갖 가구며 전기제품 등이 구비되어 있었다. 누군가 마음만 먹으면 싹쓸이로 훔쳐갈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별장에서 다시 도시로 돌아올 때 이들은 문을 잠그지 않았다. 혹시 필요한 사람이 있으면 쉬어갈 수도 있으니 문을 잠그지 않는다고 현지인 친구는 답했다. 자물쇠 업계한테는 미안하지만, 온 세상에 이런 사회가 충만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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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