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일래2009. 3. 27.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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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동안 한 번도 걸리지 않았던 감기로
최근 여러 날을 고생하면서  
일곱살 딸아이에게 접근금지를 내리곤 했다.  
그래서 안기고 싶어하는 딸아이는
몇 차례 삐지기도 했다.

다행히 주초에 감기로부터 벗어났다. 
어제 저녁은 모처럼 딸아이와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딸아이는 그 동안 못한 말들을 봇물 터지듯 쏟아내었다.

"아빠, 우리가 한국에 갔을 때
어린 아기들을 많이 보지 못했는 데
왜 한국에는 아기들이 없어?"

리투아니아 빌뉴스에는  
인근 공원이나 숲에 유모차를 끌고
산책을 하는 사람들을 언제라도 쉽게 볼 수가 있다.

이것을 기억한 요가일래는 
지난 해 여름 한국에 한 달 있으면서
아기를 데리고 산책하는 사람들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래? 어디 한 번 기억을 더듬어 보자.
날씨가 더워서 아기들이 집에 있었는 것 같네."

"아빠, 한국 사람들이 빨리 결혼했었으면 좋겠다."
"왜?"
"그래야 내가 한국에 가면 아기들을 많이 볼 수 있을 테니까."

"아빠, 아빠가 아기였으면 좋겠다."
"왜?"
"아빠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하니까."

"아빠가 어렸을 때 어떻게 생겼어?"
"아빠가 어떻게 생겼을까? 아마 요가일래처럼 생겼을거야."
"아빠!!!!! 엄마도 그렇게 말하고,
언니도 그렇게 말하고. 도대체 왜 그래?
좀 설명할 수 없어?!"
"그럼, 너가 상상해봐!"
"아빠 머리카락은 지금처럼 딱딱하지 않았고,
얼굴도 작았고, 피부도 부드럽고......"

"아빠, 알아?
우리가 옛날에 하늘에 있는 달에 살았는데, 우리가 죽었어.
그래서 우리가 여기에 태어났어.
달에서는 죽었지만, 여기에 다시 살아 있어.
아빠, 우리가 여기서 죽으면 또 하늘 다른 곳에서 태어날 거야."

아빠의 어린 시절을 설명하라고
책상으로 주먹을 치며 호통하는 딸아이,
죽음과 삶을 공간이동으로
자유롭게 상상하는 딸아이의 변화무쌍한 모습으로
모처럼 유쾌한 저녁을 보냈다.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