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모음2009. 3. 20. 17:32

최근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에서 북서쪽으로 150km 떨어진 도시 파네베지스(Panevėžys를 다녀왔다. 이유는 바로 이 도시 근처 한 시골에 악마 100명의 가면을 조각한 할아버지를 만나기 위해서다. 워낙 작은 마을이나 지도상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그래서 물어물어 찾아갔다.

마당 근처 뜰에는 눈 위에 말 한 머리가 군데군데 눈이 녹아 드러난 풀을 뜯고 있었다. 그리고 건초장인 듯한 허름한 건물 안으로 들어가보았다. 좁은 공간의  3면에는 악마 가면으로 빼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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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6년 태어난 스타시스 쉬모넬리스는 올해 만 73세이다. 목재소에 정년퇴임을 하고 시골에서 살고 있다. 농삿일이 없는 여가 시간에는 스스로 익힌 목조각술로 지금까지 악마 가면 100개를 만들었다. 이 100개의 가면은 형상이 각각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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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악마 얼굴을 조각하게 되었나?"
"'포 심쯔 벨뉴'라는 말이 떠올라 그냥 그렇게 하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
리투아니아어로 '포 심쯔 벨뉴' (악마 백명씩)라는 말은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혹은 자기에게 화풀이를 할 때 사용하는 아름다운(?) 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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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는 이 악마 가면뿐만 아니라 지팡이, 담뱃대 등도 만들고 있다
"왜 팔지는 않나?"
"연금으로도 충분한 데 무슨 돈이 더 필요하나?
오늘은 있지만, 내일은 없을 것이 돈이다.
팔지 않고 필요한 사람한테 선물을 주곤 한다."

칠순의 나이에 아직도 건강하게 살아가는 할아버지의 마지막 말이 떠오른다.
"사는 데에는 부지런해야 한다. 게으르면 사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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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할아버지는 자신의 작업실 벽에 걸려있는 말굽을 기꺼이 선물로 주었다. 말굽은 리투아니아인들에게 '행복'을 뜻한다. 이 말굽의 '행복'을 독자분들에게 전해드립니다. "모두 행복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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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