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얘기2009. 3. 9. 09:40

어제 일요일 온 가족이 모인 저녁 무렵이었다. 낮에 시내 행사장에 갔다 오느라 하지 못한 컴퓨터 일을 열심히 하고 있었다. 그런데 자꾸 딸아이 요가일래가 같이 놀기를 종용했다. 한 차례 놀았지만 성이 차지 않았는지 잠시 후 다시 놀기를 청했다.

"조금 전에 놀았으니 나중에 놀자! 알았지?"
"아빠,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알지?! 여성의 날이니까, 내가 원하는 대로 해야지!"
"그래, 여성의 날이다. 네가 원하는 대로 놀자!"

3월 8일은 국제 여성의 날이다. 특히 이 날은 꽃장수들이 대목을 맞는 날이다. 며칠 전부터 딸아이는 여성의 날을 기대했다. 다른 특별한 것은 없고, 꽃선물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일요일 아침, 꽃가게가 집 근처에 있어 얼른 갈 수도 있었다. 하지만 오후에 밖에 나가는 길 꽃을 사기로 마음을 먹었다. 늦은 아침에 일어난 우리 집 여성 셋은 시무룩한 것 같았다. 꼭 이렇게 날짜를 정해 꽃선물을 주고받아야 하는가라는 반감도 들었다.

딸아이 요가일래는 다시 한 번 상기시켰다.
"아빠가 오늘 중으로 꽃 선물 안하면 엉덩이를 때릴 꺼야......"
엄마가 옆에서 거들었다.
"꽃선물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안에서 여성을 생각하는 마음이 우러나와야지......"

시내 중심가 행사장에 가니 거의 대부분 여성들의 손에는 튜립꽃등이 있었다. 비가 내리는 가운데도 여기저기 간이 꽃가게들이 눈에 들어왔다. 꽃을 살까말까 망설였다. "꽃선물을 하라고 해서 받는 꽃은 가치가 없다"라는 핀잔을 이미 들었고, 또한 산책 중이라 사지 않았다. 두 서너 시간 산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길에 혼자 꽃가게로 행했다.

시내에서 여성들의 손에 든 꽃들은 벌써 힘없이 시들어버린 것 같아 안쓰러웠다. 평소 꺾인 꽃을 선물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곧 시들 꽃을 사고 싶지가 않다. 꽃가게에서 무엇을 살까 고민하다가 결국 꺾인 꽃 말고 꽃화분을 세 개 샀다. 아직 꽃이 피지는 않았지만, 꽃망울이 돋아나기 시작한 꽃을 샀다. 집으로 돌아와 여성 세 분을 일렬로 세우고 신사답게 화분 꽃을 선물했다.

"아빠, 엉덩이 대신 볼 주세요!"라고 딸아이는 입맞춤을 기쁘게 했다.
 
그리고 이날 남은 시간 내내 여성들에게 고분고분한 남성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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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분 꽃을 선물 받은 요가일래 — "여성의 날이니까, 내가 원하는 대로 해야지!"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