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일래2009. 3. 7. 07:44

벌써 3월 초순인데도 리투아니아 빌뉴스엔 눈이 내린다.
어제 금요일 딸아이를 학교에서 데려오는 길에
세찬 바람과 함께 눈이 내렸다.

바람이 많이 부는 넓은 도로를 피해
좀 더 멀지만 주택가 좁은 길을 택해 집으로 돌아왔다.

"벌써 봄인데 이렇게 눈이 내리네!"
"아빠, 내가 이 눈을 다 먹어야 진짜 봄이 온다."

이렇게 말한 딸아이는
어느 새 입을 활짝 열고, 혀를 앞으로 쭉 내밀면서
내리는 눈을 받아 먹기 시작했다.

"먹으면 안 돼. 눈이 더럽잖아!"
"아니, 깨끗해!"

"저기 회색빛 하늘 한 번 봐!"
"하늘에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계시니까 우리에게 깨끗한 눈을 주지."

딸아이는 사람이 돌아가면 하늘 나라에 살고 있다고 믿는다.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존재를 말하면서 눈을 먹어야함의
당위성을 말하는 딸아이를 억지로 제재하고 싶지가 않았다.

"그래, 우리 빨리 진짜 봄이 오도록 같이 다 먹어보자!
그런데 혀를 내밀고 이렇게 눈을 먹으니 다른 사람들이 우리를 바보로 알겠다."
"아빠, 그럼 내가 하라는 대로 한다."

이렇게 사람들이 가까이 올 때는 눈을 먹지 않고,
사람들이 가까이 없을 때는 아빠와 딸이
혀를 내밀고 눈을 받아먹으면서 왔다.

집에 막 돌아오자 딸아이는
"하~~~~~!!!"
"왜, 웃니?"
"우리가 바보 같다고 아빠가 아까 말했지? 그 말이 정말 우스워."

그래, 바보 둘 덕분에 꽃 피는 봄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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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