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모음2009. 2. 19. 10:26

오는 5월 17일 리투아니아 대통령 선거가 열린다. 일전에 신문을 읽고 있던 아내가  클라이페다에 사는 여자가 이번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것이라는 소식을 전해주었다. 흔히 "개나 소나 다 한다"라는 말처럼 들러 더 이상 듣지 않으려고 했다. 하지만 아내는 계속 듣기를 종용했다.

클라이페다는 발트해에 연해 있는 리투아니아의 유일한 항만도시이다. 이곳에서 공증인으로 공증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는 빌마 워스테가 대통령 출마를 선언했다. 노숙자들을 자기 집으로 데리고 와서 목욕을 시켜주기고 하고, 또 주민등록이 말소된 노숙자들에게 서류를 찾아주는 등 사회적 약자를 도와주는 사람으로 지역 널리 알려진 사람이라고 했다.

리투아니아가 사회주의를 탈피해 자본주의를 도입한 지 거의 20년이 되어간다. 그 동안 괄목할만한 경제발전을 이루었다. 2007년 1인당 GDP는 16,700USD이다. 평균월급은 2,237리타스(112만원)이다. 하지만 길거리 쓰레기통을 뒤지는 남루한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노동자와 사회적 약자 권익보호를 표방하는 노동당 대표는 리투아니아에서 제일 부유한 사람 중 하나이다.

이러한 상황이 머리 속에 겹치면서 노숙자들에게 직접적으로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는 이 공증인이 신선한 지도자감으로 다가왔다. 경제불황으로 더욱 삶이 힘들게 된 사회적 약자층의 지지를 기반으로 돌풍이 분다면 대통령궁으로 입성하지 못하라는 법은 없을 것이라 여겨졌다. 각종 TV 연예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사회를 맡은 아루나스 발린스카스는 지난 해 국회의원 선거 직전에 정당을 만들었고, 정치 초년생으로 국회의장까지 선출된 바 있다. 그러니 기대해볼만했다.  

이런 기대감을 일거에 무너뜨린 사건이 일어났다. 대통령 출마를 밝힌 그가 지난 15일 새벽 클라이페다 시내 중심가에서 음주운전, 정지명령 무시, 과속으로 경찰조사를 받고 있다고 17일 <례투보스 리타스>가 보도했다. 공격적인 반응으로 수갑까지 채워졌다. 그는 바로 이렇게 자신의 대통령 선거 운동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경찰 정지명령을 무시하고 위험운전을 하거나 중한 음주 운전일 경우 1000라타스(52만원) 벌금과 함께 운전면허증을 압수한다. 전국일간지 등이 이 사건을 다루었다. 그야말로 그의 말대로 자신의 이름을 알리는 데 크게 기여하게 된 셈이다. 하지만 많은 누리꾼들은 부정적인 댓글을 달고 있다. 그 동안 지역에서 얻은 명망이 이 사건으로 누가 된 것은 틀림없다. 아직 유세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리투아니아 대통령 선거가 벌써부터 사뭇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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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