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나라에 처음으로 갈 때 새로움에 대한 기대와 일어날 일에 대한 걱정이 늘 상존한다. 지난 12월 초순 갑자기 브라질 쿠리티바를 방문할 일이 생겼다. 아내가 동해하는 김에 세계적 유명 관광지인 리오데자네이로(리오)와 상파울로도 방문하기로 했다.

쿠리티바와 상파울로에는 친구들이 있어 별다른 걱정이 없었다. 문제는 리오였다. 부부가 같이 가므로 일상에서 더 절약하고 이번 리오에서는 분위기 있게 보내기를 결정했다. 그래서 신나게 인터넷으로 호텔 예약을 시도했다. 무궁화 3개부터 시작해 무궁화 5개까지 모조리 찾았으나 방이 없었다. 새해맞이를 위해 세계와 브라질 각지에서 사람들이 몰려들기 때문에 상파울로나 쿠리티바로 곧장 오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한 브라질 친구가 옳았다.

순간 떠오르는 것이 에스페란토였다. 리오에 사는 에스페란토 사용자들에게 사정 얘기를 하고 도움을 청했다. 세계에스페란토협회가 발행하는 에스페란토 사용자 주소록인 연감에서 몇몇 현지인들에게 편지를 썼다. 새해부터 민폐 끼치기가 부담스러워 호텔 예약을 부탁했다. 큰 기대는 안했지만, 몇 시간 후 세 사람으로부터 답장이 왔다. 안전과 현지적응을 위해 호텔보다는 에스페란토 사용자 집을 권했다. 이렇게 자기 집으로 기꺼이 초대하겠다는 사람이 두 사람이나 있었다.   

12월 30일 파리 공항에 있는 데 브라질에서 국제전화가 왔다. 택시를 잘못 타면 바가지 낭패를 당할 수도 있으니 자기가 31일 아침 공항에 마중을 나가겠다고 했다. 약속대로 작곡가인 아라곤은 차를 가진 아들과 함께 공항으로 마중 나왔다. 손에는 초면의 사람을 찾기 위해 큼직하게 이름을 쓴 종이를 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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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부와 3박 4일간 같이 생활한 마리아는 대학교 교직원으로 퇴임했다. 마리아는 치즈빵을 직접 만들어서 우리 부부를 맞이했다. 내내 관광지를 안내하며 브라질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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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시절 UN 직원으로 일을 했고, 대학교수로 퇴임한 실라(80세)는 우리 부부 점심 초대를 위해 지난 십년 동안 연금을 절약했다면서 인근 일식당으로 초대했다. 같이 있는 동안 내내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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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로 퇴임한 알로이죠는 에스페란토 사무실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이날 우리 부부를 리오데자이네로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폐허 공원"으로 안내했다. 많아도 50대 초반으로 보였는데, 실제 나이가 65세라 한다. 믿지를 않자, 그는 주민등록증을 보여주었다. 에스페란토를 하면 이렇게 젊어지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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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남부 지방 쿠리티바에서 만난 에스페란토 사용자들이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편하고 정이 가는 사람들이었다. 이날 모인 친구(오른쪽 밑 사진, 하얀 티셔츠)가 어느 날 사촌과 함께 대학시절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사촌왈: "내가 꼽는 최고의 교수는 바로 포르투갈어를 가르친 제랄도 교수이지! 너는 모르지?"
친구왈: "그 교수와 난 같은 에스페란토 단체 회원인데!!!"
사촌왈: "부럽다, 부러워~~~" (교수는 왼쪽 윗 사진, 안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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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파울로에서는 서울에서 YTN 리포터 연수 받을 때 같은 방을 쓴 친구이다. 방을 같이 쓴 죄(?)로 이번에 손님 대접 왕창 받았다. 아내는 한국외에서도 한국인의 손님 환대에 감동 받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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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 교전>를 포르투갈어로 번역을 한 친구 제랄도(78세)의 가족이다. 3개 대학교에서 포르투갈어를 가르쳤다. 남들보다 3배나 더 일했으므로 합쳐서 100년을 일했다고 한다. 2주간 옆에서 지켜보았는데 먹고 자는 시간을 빼고는 대부분 시간을 글 쓰는데 바치고 있었다. 제랄도 가족 덕분에 브라질 사람들의 일상 삶을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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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어를 전혀 모르는 우리 부부가 브라질에서 이렇게 마음이 아름다운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도움을 받은 것은 바로
에스페란토 덕분이다. 출발지에서는 바로 위 사진 속처럼 환송을 받았고, 도착지에서는 환영을 받았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이렇게 하나의 언어로 서로 이해하고, 돕고, 형제처럼 지내는 날이 속히 오기를 바라고, 노력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