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일래2009. 2. 3. 08:31

오래 전부터 요가일래 언니 마르티나는《심즈(The Sims)》게임을 컴퓨터에 설치해줄 것을 부탁했다. 하지만 사양이 맞지 않아서 그런 지 설치가 안됐다. 이 게임은 생활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특히 리투아니아 여학생들이 즐긴다.

언제부턴가 최신형 노트북을 작은 딸인 요가일래가 거의 전용으로 사용하다시피 한다. 주로 인터넷으로 한국어 교과과정을 공부한다. 거의 매일 빠지지 않고 공부한다. 브라질에 갔다 온 후 아빠의 마음이 누그러진 사이에 언니와 공모해서 그만 《심즈》를 설치해버렸다.

며칠을 두고 보니 온통 이 게임에만 빠져 있었다. 갖은 명분을 갖다 붙이고 용케 여러 날을 넘겼다. 하지만 길면 극에 달하는 이치대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순간이 왔다.

"봐라, 이 게임을 설치해서 노트북 디스크의 여유공간이  얼마 남지 않았지? 아빠가 게임을 지울 거야!"
"할 수 없지 뭐! 아빠, 그럼 지워!"

설치제거 프로그램이 없었다. 그래서 지우지 못했다. 아니, 기회를 한 번 더 주고 싶은 아빠의 마음이 지우지 못하게 한 셈이다.

"아빠, 아직 이 게임 안 지웠네. 오늘 내가 학교에서 공부를 잘 했는데 조금만 놀아도 되지?"
"그래......" 이런 상황이 며칠 더 지속되었다.

지난 일요일 드디어 상황이 악화되었다. 낮 12시부터 놀기 시작해 저녁 9시가 되었는 데도 그만둘 줄 몰랐다. 드디어 가족내 한 바탕 말전쟁이 일어났다. 요가일래는 눈물을 흘리고, 아빠는 당장 지워버리겠다고 큰 소리 치고, 언니는 다른 친구들은 다 하는데 우리 집만 안 되냐고 따졌다.

얼마 후 서먹한 상황이 종료되자, 요가일래는 아빠에게 와서 미안하다고 말했다. 아빠가 왜 지워야하는 지 이유를 잘 이해한다고 말했다. 드디어 그날 밤 시스템 복원을 하고, 프로그램을 지워버렸다.

다음날 학교에서 돌아온 요가일래는 노트북을 켜자말자 한 마디 했다.

"아빠, 심즈 게임을 지워서 사랑해요!"
"아빠를 이해해줘 고마워!"

평소 이 게임이 없었을 때는 피아노, 하모니카 등으로 놀기도 하고, 모델 놀이도 하고, 그림도 그리기도 하고 했는데 이 게임으로 이 모든 것이 사라져버렸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