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모음2008. 12. 6. 10:04

블로그를 하면서 생기는 좋은 일 중 하나는 바로 그 동안 잊고 살았던 친구와 다시 연락이 닿는 것이다. 어떤 글로 들어왔는지는 모르지만 종종 방명록에 글을 남긴다. 최근 방명록에서 "대석아 넘 오랜 만이다"라는 옛 친구의 글을 읽었다.

"대석아"라는 반갑게 부르는 말에 그 동안 만나지 못한 15여년 세월이 정감으로 가득 찬 듯하다. 한국 사람들은 친한 친구 사이엔 이렇게 보통 이름에 "아"를 붙이고, 가족 구성원 사이엔 이름 마지막 자에 "아"를 붙인다.

그렇다면 리투아니아에서 어떨까? 딸아이 요가일래를 "요가일래", "요가", "일래야"라고 부른다. 하지만 엄마는 요가일래 이름 대신에 "아기토끼"라고 흔히 부른다. 기분이 좀 좋지 않을 땐 가끔 엄마에게 "요가일래는 사람인데 왜 당신은 자꾸 동물이름으로 불러요?"라고 핀잔을 준다. 그러면 "우리가 지금 어디 살고 있지요?"라고 반문한다.

이렇게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사랑하는 자녀나 애인이나 남편/아내를 동물이름으로 부르기를 좋아한다. 아기곰, 아기토끼, 아기고양이, 아기개구리, 아기제비, 아기캥거루, 아기메뚜기, 아기여우, 아기사슴, 아기나비, 아기물고기 등으로 부른다.

최근 리투아니아 인터넷 뉴스 사이트인 delfi.lt는 "사랑하는 사람을 어떻게 부르냐?"라는 설문을 조사했다. 결과는 단연 아기토끼가 41%로 1위이다. 이어서 아기고양이가 29%로 2위, 아기곰이 9%로 3위를 차지했다.

이와 관련 글을 쓸 생각을 하면서 길을 가다가 대형광고판에 써진 문구가 눈에 확 들어왔다. "Kalbėk su savo zuikučiu" (자신의 아기토끼와 말해라) "Kalbėk su savo kengūryte" (자신의 아기캥거루와 말해라).

자, 오늘은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아기토끼야, 이리 와!", "아기고양이야, 무엇을 먹고 싶니?", "아기곰아, 한 잔 할래?"라고 한번 말해 보세요. 반응이 어떨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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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