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모음2008. 12. 3. 12:03

평균적으로 한 달에 한 번은 이발소에 간다. 머리카락은 좀 억세고,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빨리 자르는 것 같다. 이곳에는 여자들만이 가는 미용실, 미장원과 남자들만이 가는 이발소, 이용원이라는 구별이 따로 없다. 머리를 깎는 곳이면 대부분 남녀 구분 없이 받아들인다. 하지만 종종 남자 고객만, 혹은 여자 고객만을 대상으로 하는 이발소가 있다.   

이발하기 전에 보통 집에서 머리를 감고 간다. 일반적으로 이발한 후에 머리를 감아주지 않는다. 특별히 원할 경우에 이발하기 전에 돈을 더 주고 머리를 감을 수 있다. 몸에 붙어 있는 잘린 머리카락이 그렇게도 근지럽게 하여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반드시 머리를 감아야 직성이 풀린다. 이발 후 머리 감기를 부탁하면 처음에 이발사는 다소 어리둥절하지만 돈을 더 받으니 마다하지 않는다. 지금은 습관이 되어 이발 후 잽싸게 집으로 돌아와 머리를 감는다. 

이곳 유럽인들은 머리카락 굵기가 우선 우리보다 작으며 부드럽다. 머리카락이 몸에 붙어 있어도 그렇게 신경 쓰이지 않는다. 그러니 깎은 후 굳이 머리를 감을 필요가 없는 듯하다. 그저 잘 털어내면 될 뿐이다.

이곳에 이발소를 다니면서 기억에 남는 한 이발사는 머리가 흰 노인이었다. 얼마나 정성껏 머리를 깎는지 거의 한 시간 정도 걸렸다. 이 분의 특징은 이발을 다 끝낸 후 머리카락을 일차적으로 털어 낸 후 물에 적신 솜털을 빗에 발라 일일이 머리를 빗어 깎인 털을 제거해 주었다. 한 번은 아주 예쁘고 젊은 여자 이발사였는데 머리카락이 억센 것이 너무 좋다고 하면서 이발 중 여러 번 자신의 손바닥으로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촉감을 즐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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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이발사들의 손놀림이 엄청 빨라서 그런지 보통 이발하는 데 10분 내지 15분이면 충분하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대체로 30분이 넘게 걸린다.

자주 찾아가는 이발사(거의 대부분 여자이발사)는 머리카락의 성질을 알고 잘 깎아준다. 현지인보다 머리 깎기에 수고로움이 더 덜지만 요금은 현지인과 마찬가지로 받는다. 간혹 어떤 이발사는 기준요금보다 좀 더 높은 값을 요구하기도 한다. 특히 억센 머리카락 때문에 전기 이발기기가 순간적인 굉음을 낼 때마다 기기가 손상되지 않았는지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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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발 요금은 시내중심가와 동네 이발소마다 차이가 있다.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 중심가엔 약 2만 5천원하고, 동네 이발소는 1만원한다. 이곳 사람들은 가족이나 친척 혹은 친구들 중 이발할 줄 아는 사람이 있으면 굳이 이발소를 가지 않고 집에서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