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모음2008. 12. 2. 15:42

이제 2008년이 마지막 달을 남겨 놓고 있다. 연말을 앞두고 술자리는 더욱 잦아진다. 오늘은 폴란드에 살았을 때 겪었던 일상에서의 술문화에 대해 조금 얘기하고자 한다.

여기는 종로나 신촌에 즐비하게 있는 생맥주집 골목도 없고, 포장마차도 없다. 레스토랑이나 선술집만이 군데군데 있다. 일을 끝내고 직장동료와 술을 한 잔하는 습관도 없다. 술은 주로 집에서 친구들을 초대하여 마신다.

이곳 사람들은 주로 맥주와 보드카(알코올 농도가 40도에서 50도)를 마신다. 우선 맥주 몇 잔으로 시작하고, 이어서 독한 보드카를 마신다. 다시 맥주로 입가심을 한다.

친구 집에 초대받아 가면 자기가 마실 술을 가져가는 것이 이곳의 습관이다. 보드카 한 병(500ml-750ml)이 보통 가게에서 15,000원에서 35,000원 정도 한다. 3병만 사도 술값이 5만원이 넘어가니, 초대하는 이나 초대받는 이나 모두에게 부담스럽다. 그래서 마음껏 자기가 가져온 술을 마시니 서로에게 심리적 경제적 부담이 별로 없다. 

초대하는 이는 채소무침, 샌드위치, 음료수 등을 준비한다. 여기는 거의 안주를 먹지 않는다. 물론 소시지나 양념고기를 불에 굽어 함께 먹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아주 드물게 있는 일이다. 남자들은 보드카와 함께 식초에 저린 생선을 함께 먹기를 좋아한다. 여자들은 샴페인, 포도주, 과일주 등 알코올 도수가 낮은 술을 선호한다.

보드카를 마실 때에는 우리의 소주잔과 비슷한 잔에 술을 따라 “건강을 위하여”(나즈드로비예)라고 하면서 잔을 비운다. 독한 술이라 이곳의 사람들은 보드카를 마시고 난 다음 즉시 콜라나 사이다를 마셔 중화시키기도 한다. 하루는 보드카가 너무 독해 따로 콜라를 마시는 것보다 함께 섞어 마시면 콜라의 당분으로 인해 넘기기가 쉬울 것 같아 마셨는데 친구가 이것은 반칙이라고 한다.

서로 모르는 남녀들이 함께 술을 마실 때, 존칭으로 상대편을 부르기가 불편하고 또한 서로 가까워졌을 때에는 남녀가 서로 팔을 걸면서 잔을 비우고 입맞춤을 하고, 그리고 상대편의 이름을 부른다. 그러면 더 이상 “최대석씨!”라고 부르지 않아도 되고, “대석아!”라고 부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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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친구들간 일상의 술자리는 보통 이렇다.

언젠가 친구 집을 방문했는데 그의 얼굴이 붉어져 있기에 “야, 네 벌써 몇 잔 했니?”하고 물으니 “난 부자(富者)야!”라고 동문서답했다. “너 완전히 맛이 갔구만!”라고 말하니, 그는 입고 있던 티셔츠를 보여주었다. 티셔츠에는 거품이 가득 찬 맥주  잔과 그 옆에는 다음과 같은 글귀가 쓰여져 있었다.
         
    맥주 1잔: dobrze się czuje (난 기분좋아!)
    맥주 2잔: jestem wesoły (난 기뻐!)
    맥주 3잔: dobrze wyglądam (난 잘 생겼어!)
    맥주 4잔: jestem bogaty (난 부자야!)
    맥주 5잔: kuloodporny (난 난공불락이야!)


요즘같이 어려운 때 맥주 4잔으로 부자만 될 수 있다면 매일이 아니라 시간 단위로 마시고 싶다. 여러분은 오늘 기분이 좋아요, 아니면 부자가 되었습니까?

* 관련글: 유럽에도 술 따르는 법이 있다
               건배할 때 상대방 눈을 쳐다보라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