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모음2008. 11. 18. 05:11

11월 17일 임기 4년 리투아니아 국회가 개원되었다. 지난 10월 12일과 26일 두 차례 실시된 선거로 국회의원 141명이 선출되었다. 이는 71명 지역구 의원과 70명 정당비례대표 의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저조한 투표율인 48.42%로 어느 정당도 과반수를 얻지 못했다.

조국연합당-기독민주당 44석, 사회민주당 26석, 민족부활당 16석, 질서정의당 15석, 자유운동당 11석, 노동당-청년당 연합 10석 등이다. 리투아니아는 과반수를 차지한 정당이 정부와 국회 권력을 장악한다. 이번엔 어렵지 않게 우파와 중도 계열인 조국연합당-기독민주당, 민족부활당, 자유운동당, 자유중도연합당이 연정을 구성해 권력을 나누어 갖기로 했다.

연립정부에서 1위 정당인 조국연합당-기독민주당이 국무총리, 2위 정당인 민족부활당이 국회의장 자리를 맡기로 동의했다. 민족부활당은 이번 선거에서 최대 이변을 낳았다. 총선을 위해 급조된 신생정당으로 예상을 뒤엎고 정당비례대표제에서 2위를 했고, 급기야 의석수 16석으로 국회의장 자리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

민족부활당은 텔레비전 토론과 연예 프로그램 제작과 사회로 유명한 아루나스 발린스카스가 이끄는 당이다. 가수로 활동하는 그의 아내도 정당비례대표로 국회의원에 당선되었다. 이들 외에도 다른 부부 한 쌍도 국회의원에 당선되었지만 아내가 사퇴했다. 발린스카스 부부는 당당하게 국회에 입성함으로써 남편이 국회의장 후보로 지명되었고, 아내는 국회의원이 되었다. 

한 번의 선거로 정치 신인이  정치 거물로 우뚝 서게 되었다. 이는 다선의원이 국회의장이나 상임위원장을 차지하는 한국 풍토에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이렇게 신생정당이 정치의 중심에 서게 된 것은 기존 정당에 회의를 느낀 유권자들이 발린스카스의 유명성, 정당의 참신성, 그리고 앞으로의 기대감 등으로 투표한 결과이다.

신임 국회의장 후보로 지명된 아루나스 발린스카스는 선거 유세 중 “국회의원 월급은 평균연금액을 넘지 말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의 이런 환상적이고 공격적인 공약으로 많은 사람들이 투표했다. 하지만 지난 13일 리투아니아 국회는 경제위기로 불안해하는 국민들은 안중에 없는 듯 다음 임기 국회의원 월급을 인상하는 안을 통과시켰다.

리투아니아 국회의원 실수령 월급
국회의장               14,713리타스(736만원)
수석 국회부의장     13,640리타스(682만원)
국회부의장            13,282리타스(664만원)
야당지도자            13,282리타스(664만원)
상임위원장            12,998리타스(650만원)
정당 원내대표        12,603리타스(630만원)
일반 국회의원        12,030리타스(602만원)

현재 리투아니아 평균 연금액 835리타스(42만원)이다. 일반 국회의원 월급은 이 평균 연금액의 14배나 되는 12,030리타스(602만원)이다. 국회의원 월급이 평균 연금액을 넘어서는 안 된다고 외친 발린스카스의 주장은 벌써부터 빛을 잃기 시작했다.

11월 17일 저녁 실시된 국회의장 임명 투표에서 발린스카스는 찬성 67명, 반대 69명을 얻어 고배를 마시고 말았다. 예상을 뒤엎고 3위 정당이 되었듯이, 예상을 뒤엎고 따놓은 국회의장 자리에 앉지 못하게 되었다. 4개 정당 연정 의석수는 과반수 71석을 넘는 83석이다. 연정의 이탈표로 소련 독립 후 최초로 1차 투표에서 국회의장이 선출되지 못했다. 야당은 연정이 1차 투표 결과를 받아들이고, 발린스카스를 재지명하지 않도록 촉구했다.
 
하지만 연정은 정치적 부담을 감수하면서 발린스카스를 재지명했고, 2차 투표에서 79표를 얻어 국회의장으로 선출되었다. 이제 남편이 국회의장, 아내가 국회의원로 된  리투아니아 국회가 어떻게 나라 사람을 꾸려나갈 지 궁금하다. 한편 발린스카스는 자신의 월급(736만원) 중 평균연금액(42만원)만 취하고, 나머지는 재단을 세워 좋은 일에 사용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런 말들이 정치 현실에서 어떻게 지켜질지도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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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2년 교도소 미인 선발대회를 기획하고 사회를 본 아루나스 발린스카스는 한 번의 선거로
         리투아니아 국회의장이 되었다. 이 이색 대회를 개최해 세상의 이목을 받은 그가 어떤
         개혁으로 리투아니아와 국제 사회의 관심을 끌지 궁금해진다.
        
(관련글: 미스 여죄수 선발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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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가를 사람들에게 돌려주겠다" - 급조된 정당 "민족부활당"의 후보자 선거벽보
         (콧수염 없는 사람이 아루나스 발린스카스)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