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중순까지만 해도 지리적으로 북유럽에 속하는 리투아니아에는 혹한이 거의 없었다. 평창 올림픽의 추위 소식은 그야말로 강 건너 불구경하는 듯했다. 그런데 2월 하순으로 접어들자 밤 기온이 영하 20도 내외로 떨어졌다. 혹한의 연속이었다. 다행스럽게도 이번 주초부터 날씨가 조금씩 포근해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기온이 영하인지라 쌓인 눈은 녹지 않고 있다. 최근 여러 날 또 다시 눈이 내렸다. 아래 영상은 눈을 밟으면서 강의하러 빌뉴스대학교로 가는 모습이다. 




듣기만 해도 정겹다. 이 소리를 듣자니 1월 초순 가족여행을 다녀온 남반구 호주의 해변 하나가 떠올랐다. 뉴사우스웨일즈(New South Wales)의 저비스(Jervis) 만에 있는 해변이다.


이 일대는 아담한 높이에 거의 수직으로 깎인 절벽따라 하얀 모래 해변이 펼쳐져 있다. 밀물이 오면 잠겨버리는 모래 해변을 따라 우리 가족이 산책하고 있다. 

  


숙소 안내 간판에 하얀 모래라는 글자가 큼직하게 들어갈 정도로 저비스 만의 하이암스 해변(Hyams beach)은 아주 고운 모래로 유명하다. 이 모래는 세계 기록 하나를 보유하고 있다. 바로 세계에서 가장 하얀색을 띠고 있는 모래로 기네스북에 올라와 있다. 



이날 아쉽게도 날씨가 흐리고 싸늘해서 그런지 해변 풍경은 관광 안내 책자의 설명에는 크게 미치지 못 했고 또한 첫눈에 마주친 모래 색깔도 감탄을 자아내지 못 했다.   



하지만 인적이 드문 곳으로 가 보니  모래가 드디어 자기 본색을 드러냈다. 하얗고 하얀 모래 색을 사진에 담아보았다. 쨍쨍한 햇볕이 없어 아쉬웠지만 기네스 기록에 이끌려서 온 보람은 어느 정도 느낄 수 있었다.





갈매기 한 마리가 날아와 바로 내 앞에서 멈췄다.

자기 몸통과 모래 중 과연 어느 것이 더 하얀 지를 나에게 물어보는 듯했다.


답은 물을 필요가 없는 듯하다. 

유유상종하니 근주자적하고 근묵자흑이로다!!! 



아, 날씨가 쾌청했더라면 참 좋았을 법한 장면인데... 내내 아쉬웠다.



북반구 북유럽에서 남반구 호주에 언제 다시 올 기회가 있을까 하면서 

한 컷을 부탁하는 딸아이 요가일래... 



모래 해변 바로 옆인데도 무인도 원시림에 들어온 듯한 분위기다. 



하이암스 해변에서 받은 가장 깊은 인상은 
하얀 모래색이 아니라 바로 이 모래밭을 밟고 가면서 들리는 소리였다. 
마치 북유럽 겨울 눈밭을 피해 온 우리 가족에게 들려주는 새해 선물 소리 같았다. 
그래서 에스토니아 라헤마 습지공원 널판자 오솔길 눈을 밟고 가는 영상과
하이암스 해변 모래를 밟고 가는 영상을 함께 만들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