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일래2008. 10. 8. 23:06

살다보니 이런 날이 있구나 하는 것처럼 오늘 맑은 가을 하늘이 이곳 리투아니아 빌뉴스를 기분 좋게 해주었다. 음악학교를 마친 딸아이 요가일래와 함께 시내중심가에 있는 한 일본식당을 찾았다. 빌뉴스에 있는 거의 대부분의 일식당 주방장은 한국인이다.

돌아오는 길에 가게를 들렀다. 어깨에는 사진카메라 가방이 있고, 오른 쪽에는 부항기 가방이  있고, 방금 산 빵은 비닐봉지에 넣었다. 그리고 두꺼운 피아노 책은 그냥 딸아이가 들고 가기로 했다.

옆에 보니 두 손으로 무겁게 들고 가는 것 같아 안쓰러웠다.
"그 책 아빠한테 줘."
"아빠도 무겁잖아! 괜찮아."
"그래도 아빠한테 줘."
"그럼, 아빠가 힘들면 말해. 내가 다시 들께."

중간 중간마다 딸아이는 힘들지 않느냐고 물어본다.

"네가 힘든 것을 볼 수가 없어서 계속 들고 갈께."
"그러면 나한테 줘. 아빠 힘들지?"
 
어디 세상에 쉽게 힘들다고 말하는 부모가 어디에 있으랴!
내 부모도 그랬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죄스러움에 눈을 감는다.

언덕길을 올라오면서 요가일래는 갑자기 화장실을 가야 하므로 빨리 집으로 가자고 한다.
무거운 것을 들고 언덕길을 빠른 걸음으로 걸어야 하다니......

길 옆에 카페에 들어갈까 생각하다 그래도 참을 수 있다고 해서 계속 걸었다.
"하나, 둘, 하나 둘 ……." 빠른 걸음으로 올라왔다.

"아빠, 설사인 것 같아. 더 빨리 가야 해!"

집 가까이에 오자 요가일래는 열쇠를 달라면서 아파트 3층으로 뛰어 올라갔다.
문을 열자 화장실로 직행해야 할 요가일래는 하하하 웃고 있었다.

"내가 아빠한테 정말 큰 농담(거짓말)을 했다. 아빠가 힘들어 천천히 걸었지? 힘들면 빨리 와야 힘든 것이 빨리 사라지지. 그래서 내가 거짓말했지롱~~~ 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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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음악학교 다닌 지 한 달만에 멜로디와 음표를 직접 그려보는 요가일래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