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누구에게 찾아오는 의미 있는 날이 하나 있다. 바로 생일이다. 일전에 크로아티아 친구과 대화하면서 1년에 내 생일이 3번이다라고 하니 몹시 놀라워했다. 두 번도 아니고 3번이라니... 설명을 해주니 참 재미있어 했다.

먼저 여권상 기재된 태어난 해의 음력 생일이다. 바로 이날 생년월일이 공개된 사회교제망(SNS) 친구들로 가장 많이 축하를 받는다. 더우기 리투아니아 현지인 친구들은 이날을 쉽게 기억한다. 리투아니아 국가 재건일인 국경일이 이날과 일치하기 때문이다. 둘째는 음력 생일인데 이는 해마다 달라진다. 서양력을 사용하고 있는 유럽이라 음력을 일상에서는 거의 잊고 산다. 셋째는 태어난 해의 양력 생일이다. 

축하받을 일이 세 번이라 많을 것 같으나, 실제로는 생일 자체를 별다르게 찾지 않으니 오히려 받을 일이 없게 된 셈이다. 식구들이 손님들을 초대해 잘 챙겨준다고 하면 양력일에 하자고 한다. 양력일이 오면 벌써 여권상 생일이 지났는데 내년에 하자고 한다.

생일 축하 답례로 꼬냑을 준비했으나 도로 가져와 
이 세 생일 중 태어난 해의 양력 생일을 좋아한다. 바로 춘분이기 때문이다. 봄기운 받아 늘 생생하게 살아가라는 의미로 해석하기 때문이다. 마침 이날 현지인 친구들과 탁구 모임이 있었다. 그냥 가려하는데 아내가 가방 속에 꼬냑을 한 병 넣어주었다.

"오늘 모임에서 누군가 당신 생일을 알아보고 축하하면 그 답례로 이걸 나눠 마셔라."
"아무도 축하하지 않으면?"
"그냥 도로 가져와."
"내가 먼저 오늘 내 생일이니 한잔 하자라고 하면 안 되나?"
"그러면 리투아니아 사람들이 좀 이상하게 생각할거야."
"난 한국 사람인데."
"여긴 리투아니아잖아."

아내 말처럼 대개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자기 것을 스스로 드러내지 않으려고 한다. 누군가 알아주길 바라면서도 자기 자신이 먼저 나서지를 않는다.

돌 선물은 은 숟가락
마침 이날 교민 친구 딸이 첫돌을 맞아 초대를 받았다. 저녁을 함께 먹기로 했다. 선물 선택에 평소 많은 고민을 하는 리투아니아 아내는 돌 선물로 무엇을 살까 걱정을 하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주로 은 숟가락을 선물한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돌 선물로 은 숟가락


이 은 숟가락으로 먹는 것이 늘 풍족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날 돌케익이 두 개였다. 하나는 친구 딸의 첫돌 케익 ,다른 하나는 내 생일 케익으로 친구 아내가 배려해주었다. 이렇게 느닷없이 생일 케익과 축노래까지 받게 되었다.

생일 선물로 한국 노래 잘할게
이날 오후 딸아이가 음악학교 노래 경연 대회에 나가는 날이었다. 아침에 딸아이가 물었다.  
"아빠는 왜 생일을 안 하는데?"
"생일이 어제 같으니까 안 하지."
"그게 뭔데?"
"어제는 생일이 아니었잖아. 그냥 평범한 날이었잖아. 오늘이 지나가면 어제가 되잖아. 낳아준 부모에게 감사하고 특히 하루 종일 착한 마음으로 지내면 되지."
"그래 알았다. 내가 오늘 한국 노래 잘 부르는 것으로 아빠 생일 선물을 할게."

* 한국 노래 잘하겠다라는 것으로 생일 선물한 딸아이 요가일래


변성기라는 핑계로 평소 집에서 노래 연습을 안 하던 딸아이가 노래 경연 대회에 나가 한국 노래를 잘하겠다고 하니 의외했다. 

"그래, 오늘 아빠 생일 기운으로 어디 한번 잘해봐라."
"고마워."

아래는 아빠 생일에 노래 경연 대회(참가자: 리투아니아 노래 1곡, 외국 노래 1곡)에서 부른 한국 노래 "바위섬" 영상이다.  



저녁 무렵 선생님이 전화로 결과를 알려왔다. 딸아이 요가일래가 부른 "바위섬"이 "가장 아름다운 외국 노래"로 선정되었다고 했다. 정말 좋은 생일 선물이었다. 아내는 "당신이 탁구 모임에 가니까 내가 영상을 잘 찍는 것으로 생일 선물을 하겠다"고 했다. 촬영물 결과를 보더니 "무대 위 딸아이가 심리적으로 떨 것을 내가 대신 촬영하면서 떨어주었다."고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