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외국에 살면 누구나 흔히 접하는 질문 중 하나가 있다.


"김치는 먹나?"
"먹지."
"사서 먹어 아니면 담가 먹어?"
"담가 먹지."

유럽에 산 지가 제법 되어서 김치 생각은 그렇게 간절하지 않다. 더욱이 매운 음식도 이제는 옛날처럼 잘 먹지를 못한다. 먹고 나면 속이 불편하다. 하지만 종종 라면 먹을 때 김치가 없으면 라면맛을 제대로 즐길 수 없다. 혹은 요리할 시간이 없어 식사해야 할 때 '아, 김치 하나만 있으면 후다닥 먹을 수 있을 텐데......'라고 아쉬워 하곤 한다.

우리 집에서 김치를 담그자고 재촉하는 이는 내가 아니라 리투아니아인 아내와 딸아이다. 딸아이는 김치가 매워서 먹지 않지만, 밥에다 김치를 발라서 즐겨 먹는다. 그래서 자주는 아니지만 이따금 생각날 때 김치를 담근다.    

담근 김치는 리투아니아인 친척들이 오거나 방문할 때 조금씩 선물로 준다. 이들이 우리보다 훨씬 더 김치를 찾는다. 일전에 친척이 방문했기에 조그만한 통에 김치를 담아주었다. 그 다음날 저녁 학교에서 강의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그의 아내로부터 전화가 왔다.

"보내준 김치가 맛있어!"
"정말?"
"정말이지. 부탁 하나 있어."
"뭔데?"
"김치를 담가줘. 꼭 살게."
"김치 팔 정도로 김치를 담그지 못해."
"무슨 소리야! 정말 최고야."
"말은 고맙지만 아내에게 물어볼게."

집으로 돌아와 아내와 상의했다.
"친척에게 돈 받고 김치를 담가주는 것이 우리 성격에 어울리지 않아."
"맞아. 하지만 배춧값 등 원가도 있고, 우리가 따로 시간과 노력을 쏟아야 하니까 받아도 나쁘지는 않지."
"그 말도 맞는 말이다. 더욱이 그 친척 살람도 넉넉한 편이니까."

아내와 함께 난생 처음 팔 김치를 5킬로그램을 담갔다.
배추를 소금에 절이고, 나중에 양념에 배추를 버무리는 일은 내가 하고, 양념 만들기는 아내가 맡았다. 


"그런데 얼마를 받지?"
"주는 대로 받지."
"그래도 기준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맛있다는 전제로 받고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다른 것으로 보상해주면 어떨까?"
"동의!"


친척이 김치를 받으려 왔다. 맛을 보더니 아주 만족했다. 지갑을 열고 값을 지불했다.
아내가 원가를 제하고 나머지를 반반씩 나눠 각자 용돈으로 사용하자고 제안했다.

유럽에서 25년 살면서 이렇게 처음으로 김치 팔아 용돈까지 챙기다니 역시 살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