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일기예보를 보니 어제 아침 해와 구름이 반반이었다. 이후는 날씨가 흐렸다. 벚나무가 꽃망울을 맺었다는 소식을 며칠 전 신문을 통해 접했다. 온도계를 보니 영상 3도였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카메라 가방을 챙겨 벚나무 있는 네리스 강변 언덕을 향했다. 

한국이나 일본에 자라는 벚나무는 리투아니아에는 자생하지 않는다. 그런데 왜 여기에 벚나무가 있을까?


바로 한 일본인 때문이다. 지우네 스기하라(1900-1986)이다. 와세다대학교 재학중 일본 외무부 관비유학생 시험에 합격해 1919년 중국 하얼빈에 파견되어 러시아어를 배웠다. 1939년 리투아니아 일본 영사관 영사대리로 근무했다.    


1940년 여름 나치 점령 아래 폴란드에서 탄압을 피해 도망쳐온 유대인들은 리투아니아 임시 수도 카우나스에 있던 각국 대사관으로부터 비자를 취득하고자 했다. 그러나 당시 소련은 리투아니아를 병합(1940년 6월)했고, 대사관 폐쇄를 요구했다. 그러자 아직 업무 중이던 일본 대사관으로 유태인들이 몰렸다.

일본 정부는 유대인들에게 비자 발급 조건을 까다롭게 함으로써 사실상 제한했다. 하지만 스기하라는 나중에 자격 조건 미달의 유대인들에게도 제한없이 비자를 발급하기로 결단했다. 그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진 유대인들이 약 6천여명이나 되었다.


스기하라 탄생 백주년을 맞아 와세다대학교가 주축이 되어 2001년 일본으로부터 벚나무 묘목 100그루를 공수해와 빌뉴스에 심었다. 이렇게 해서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도 벚꽃구경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스기하라의 인류애적 감동이 오늘의 벚꽃을 있게 했다. 국가나 민족 지상주의에 빠져 인간과 인류를 저버리는 행위들이 지금도 세계 도처에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 마음 아프게 한다. 이 벚꽃정원은 빌뉴스 중심가 네리스 강변에 있는 라디슨 블루 례투바 (Radisson Blue Lietuva) 인근에 위치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