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일래2014. 4. 10. 08:41

우리 집 냉장고 벽에도 예외없이 장식용 자석 기념품이 붙여져 있다. 지난 해 아내가 딸아이의 행동에 못마당해 훈계하는 것을 보고 딸에게 부탁하는 내용의 종이쪽지를 붙여놓았다. 그리고 3개월 전 또 다른 종이 하나를 붙여놓았다. 


내용은 하루하루 자신를 살펴보게 한다. 냉장고 곁을 갈 때마다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서다. 지난 3월개월 동안 식구 어느 누구도 이 종이에 눈길을 주지 않았다. 그런데 어제 딸아이가 처음으로 관심을 가졌다.


"아빠, 저 종이 한번 읽어봐."   
"심지에 요란함이 있었는가......"
"아빠, 요란함이 뭐야? 어려워."
"요란하다는 것은 시끄럽다는 것이다."
"그러면 심지는 또 뭐야?"
"마음 땅이라는 뜻이다."
"왜 마음이 땅이지?"
"자, 아빠 말을 들어봐라. 우리가 땅에 꽃을 심으면 나중에 꽃이 피지?"
"그래."
"아무 것도 없는 땅에 무엇을 심느냐에 따라 나중에 그것을 수확하게 된다. 분홍꽃을 심으면 분홍꽃이 피고, 하얀꽃을 심으면 하얀꽃이 핀다."
"아, 알았다. 예쁜 마음을 심으면 예쁜 마음이 피고, 나쁜 마음을 심으면 나쁜 마음이 핀다."
"그래. 그래서 마음을 땅이라고 한다."
"그런데 마음이 어떻게 시끄러워?"
"이거 사고 싶다는 마음, 저거 갖고 싶다는 마음, 남을 불평하는 마음, 미워하는 마음...... 이렇게 많은 마음이 있으니 시끄러울 수밖에 없잖아."
"그러면 어떻게 해야 돼?"
"그런 마음이 일어나면 없애야지."

며칠 전 아내는 냉장고 벽에 하도 많은 것이 따닥따닥 붙여있어서 떼어내려고 했다. 이를 본 딸아이가 아내를 막았다. 
"엄마, 이건 안 돼!"
"왜?"
"아빠가 써준 거야. 내가 이걸 종종 보면서 내 마음을 돌봐야 돼."


이 사실을 알려주면서 딸아이는 말했다.
"아빠, 엄마가 이걸 버리려고 하는 것을 내가 안 된다고 했어. 내가 잘 했지?"
"그래. 그것을 늘 보면서 네 마음을 살펴라."

그냥 휴지로 여기고 버릴 법도 한 데 아빠가 써준 것이라 잘 간직하겠다고 하는 딸아이의 행동이 마음을 찡하게 했다. 이제는 "마음이 시끄러웠나? 안 시끄러웠나?"라는 물음도 알게 되었다.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