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인 아내의 조카가 30살 생일을 맞아 토요일 잔치를 열었다. 그는 리투아니아 국가 대표 축구 선수이자 러시아 프로 축구 선수이다. 특이한 사람이다. 보통 운동 선수들은 육식을 즐기는 데 그는 채식주의자다. 오래 전부터 육식은 전혀 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 집에 오면 그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 바로 밥과 김치이다.

유럽 사람들은 30살 생일을 아주 성대하게 치른다. 그는 30이라는 숫자에 맞게 친척과 친구를 포함해 30명을 빌뉴스 텔레비전 탑 19층 하늘 식당으로 초대했다. 

이런 초대를 받으면 선물을 무엇으로 할까가 늘 고민이다. 

여러 가지 궁리 끝에 물질적으로 부족한 사람이 아니므로 의미있는 무엇인가를 선물하는 것이 좋겠다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래서 떠오르는 물건이 그가 우리 집에 왔을 때 가장 잘 먹는 음식인 김치였다. 

알고 지내는 한인에게 전화했다. 마침 김치를 6kg 정도 곧 담글 예정이라고 했다. 김치만 달랑 줄 수 없으니 50도짜리 리투아니아 전통 꿀술도 준비했다. 10년을 1kg로 계산해 김치 3kg를 유리병에 담았다. 그리고 붉은 고춧가루에 어울리는 붉은 열매꽃을 꽃가게에서 샀다. 이렇게 선물이 마련되었다. 

토요일 저녁 7시에 텔레비전 하늘 식당에 도착했다. 빙빙 돌아가는 식당이다. 식사하면서 창 밖에 펼쳐지는 야경을 구경할 수 있다. 그런데 이날 온도가 영상의 날씨라 늦은 오후부터 안개가 깔리기 시작했다. 결국 의도한 것과는 달리 전등빛 도시 야경을 즐길 수 없었다.

"붉은 색 김치, 50도 활활 타오르는 꿀주, 붉은 색 열매꽃처럼 앞으로도 계속 열정으로 살기 바란다."라고 말하면서 조카에게 선물을 건냈다. 뜻밖의 김치 선물에 조카는 몹시 기뻐했다.


"와, 정말 아껴 먹어야겠다. 오늘 식사에 이 김치 내놓으면 최고일 거야."
"뭐 오늘은 여기 고급 음식 먹고... 김치는 네 말대로 집에서 아껴 먹어... ㅎㅎㅎㅎ"

이 색다른 선물에 주위 사람들도 좋은 반응을 보였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아내에게 한마디했다.

"앞으로 선물은 고민하지 말고 선물용 그릇에 김치를 담아주면 되겠다."
"나도 동감이야. 오늘 사람들 반응을 보니 정말이지 앞으로는 김치가 최고일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