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얘기2013. 11. 21. 05:46

지난 주말 러시아에서 손님이 왔다. 에스페란토 친구이다. 페테르부르그에서 동쪽으로 200여 킬로미터 떨어진 티흐빈에 살고 있다. 전기 기술자로 정년 퇴임했지만, 목재소에서 고용 사장으로 일을 하고 있다. 한편 그는 시인, 작곡가, 작가, 번역가, 가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는 기타 하나 들고 세계 각국을 두루 돌아다니는 사람인지라 음식을 가리지 않는다. 생일은 아니지만, 우리 집의 대표적인 한국 국인 미역국을 첫날 끓여서 대접했다. 다음날에는 닭볶음탕을 준비했다. 난생 처음 먹어본 이 요리가 맵지만 맥주와 함께 먹으니 정말 맛있다고 칭찬했다.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그는 며칠 동안 한국 음식을 즐겼다. 이렇게 외국인을 만나면 새로운 문화나 경험 등을 서로 주고 받게 된다. 내가 배운 새로운 것이 하나 있어 소개한다.

이 러시아 친구와 함께 리투아니아인 친구 집을 방문했다. 같이 사우나를 하면서 맥주를 마셨다. 리투아니아인 친구는 다 마신 맥주병을 식탁 위 벽 쪽에 가지런히 놓았다. 이것을 본 러시아인 친구가 한마디 했다.


"우리 러시아에서는 절대로 빈 술병을 탁자 위에 놓지 않는다."
"뭐 특별한 이유는 있나?"
"이는 술을 무시하는 것이라 여긴다. 빈 술병은 탁자 위에 놓지 않고, 반드시 바닥에 놓는다."


이 말을 들으니 순간적으로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절대로 가방을 바닥에 놓지 않는다라는 아내의 말이 떠올랐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가방을 바닥에 놓으면 돈을 잃는다고 믿는다.

또한, 몇 병을 마시고 있나를 확인하기 위해 소주나 맥주 빈병을 마치 전리품처럼 탁자에 하나하나 올려놓던 대학 시절이 떠올랐다. 이런 습관대로 다혈질 러시아 사람 앞에 했다가는 욕 먹을 수 있겠다.  

한편 리투아니아 사람들이 술을 마시는 경우이다. 만약 마지막 술병일 때이다. 따르다가 마지막 잔을 받은 사람이 술을 사러가야 한다.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