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얘기2013. 5. 9. 06:33

유럽인 아내와의 생활에 어떤 어려운 점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대답의 첫 마디는 "살다보면 유럽인 아내, 동양인 남편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냥 사람인 아내와 사람인 남편이 살아간다."이다. 

* 아내와 함께 찍은 그림자 사진

굳이 예를 들어 어려운 점을 구체적으로 말하라고 우긴다면 대답은 이렇다. 두리뭉실하고 '좋은 게 좋다'와 '그냥 그렇게 해' 방식에 익숙한 남편에게 유럽인 아내의 따지고 분석적인 성격이 종종 마음에 들지 않을 때가 있다. 

"왜 짜증내?"
"ㄱㄴㄷㄹㅁㅂ......"
"그건 이유라고 할 수 없지. 진짜 이유를 말해 봐. "
"ㅂㅁㄹㄷㄴㄱ......"
"그것도 이유가 안 되는데. 뭐 표면적인 이유는 그렇다 치고 그 뒤에 숨은 진짜 이유는 뭐야?"

이렇게 이어지는 따지기에 짜증 수준이 화 수준으로 급등하게 된다.

아내의 이런 따지고 분석하려는 성격 탓으로 최근 덕을 본 일이 있어 소개한다. 리투아니아는 매년 4월 30일까지 지난 해 발생한 종합 소득을 신고해야 한다. 이를 근거로 주민소득세와 사회보장세를 낸다. 

지난 해 소득 활동은 좀 복잡했다. 우선 고정 소득은 빌뉴스 대학교에서 한국어를 가르친 댓가로 받은 강사료이다. 다음은 여름철 관광 안내사로 받은 소득이다. 이것이 까다롭다. 처음엔 영업허가(verslo liudijimas) 제도로 활동했고, 중간에 이것이 없어지면서 개인활동(individuali veikla, 오른쪽 사진) 제도로 했다.

어떻게 종합 소득을 신고해야 할 지 정확한 정보가 없어 차일피일 미루다가다 4월말에야 리투아니아인 아내가 인터넷으로 하게 되었다.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이겠지만 세금 관련 일은 해결하기가 그렇게 쉽지 않다. 아내는 여기저기에서 유익한 정보를 얻었고, 의문 되는 것은 인터넷 검색을 통해 지식을 습득했다. 어느 정도 준비가 된 후에 인터넷 온라인을 통해 내 종합 소득을 신고하는 데 성공했다.

종합 소득을 신고한 지 불과 3일만에 국립 사회보장기금 기구(소드라: SODRA, 연금 등을 관리하는 정부 기구)에서 전화가 왔다. 요지는 사회보장세를 납부하라는 것이었다. 국세청에 신고한 정보가 그렇게 빨리 소드라로 넘어가다니...... 리투아니아 공무원들의 업무 처리 속도에 새삼 놀랐다.

"원래 세금 거두는 사람은 빠르잖아."라고 아내가 응답했다.  

"소득 신고액 기준으로 000를 납부해야 한다."라고 소드라 직원은 구체적인 납부 금액을 알려주었다.
"어딘가에서 30%를 제외한 금액에서 계산해야 한다고 읽었는데 아는 바가 없나?"라고 아내가 물었다.
"이것은 우리 측 사안이 아니므로 국세청에 문의해야 한다."라고 좀 차갑게 직원은 반응했다. 

아내는 호흡을 가다듬은 후 인터넷에서 얻은 정보를 어느 정도 숙지한 후 국세청에 문의했다. 국세청 직원은 생각보다 훨씬 호의적으로 관련 사항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었다.

내용인즉 개인활동으로 얻은 소득액의 30%는 지출 영수증 없이도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다. 지출 영수증이 있다면 30%이상도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다.   

특별히 이를 위해 영수증도 챙기지 않았고, 또한 100%에서 세금을 계산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30%를 제하는 것이 정답이니 여기에 만족했다. 아내는 마치 공짜 돈을 얻은 듯이 기뻐했다. 
   
총 소득액에서 30%를 제한다. 남은 액수의 70% 중 5%를 주민소득세로 국세청에 납부한다. 또한 그 70%를 반으로 나눈 금액의 28.5%를 사회보장세로 소드라에 납부하고, 9%를 의무 의료보험료로 낸다.

이렇게 계산해보니 소드라 직원이 처음에 제시한 납부 금액보다 훨씬 줄어들었다. 마침 이날 저녁에 아내의 생일잔치가 중식당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그 차액으로 잔치비용을 부담하고도 솔찬한 액수가 남았다.

무엇인가 따지고 분석하려는 유럽인 아내의 성격으로 종종 피곤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날 따라 아내의 이런 성격이 정말 박수칠 만하다.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