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모음2013. 2. 19. 06:37

리투아니아에서 영원한 난공불락의 요새처럼 보이던 옛 소련 체제가 1990년 무너지자, 레닌·스탈린을 비롯해 역대 소련 공산당 서기장 등 ‘어제의 지도자’들은 ‘사악한 점령자’나 동족을 핍박한 ‘매국노’로 전락했다. 도심의 중요한 자리에 세워졌던 이들의 동상과 체제를 상징하는 온갖 조각상은 시민과 정부에 의해 하나하나 철거됐다. 이런 상징물 가운데 상당수는 여러 해 동안 교외의 구석진 곳에 방치됐고, 일부는 부서져 폐기되기도 했다. 커다란 사회적 골치거리가 되어버렸다.

조각상들을 파괴하거나 없애는 대신 광장에서 숲 속으로 그대로 옮겨 보존해 후손들이 ‘수치스러운 역사’를 반복하지 않도록 다짐하는 역사 교훈의 장으로 삼자는 여론에 더 힘이 실렸다. 이런 취지로 리투아니아 ‘그루타스 공원’은 세워졌다. 거대한 레닌과 스탈린 동상에서부터 빨치산 대원의 군상에 이르기까지 모두 당대의 걸출한 조각가들이 만든 작품으로 예술성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공원의 한 건물 안에는 크고 작은 레닌, 스탈린 등 흉상이나 두상이 전시되어 있다. 그들 가운데 동양인 모습을 한 조각상이 눈길을 끌었다. 설명을 보니 북한 공산주의자 소녀였다.


이 공원에 전시되어 있는 유일한 북한 관련 조각상이다. 그루타스 소련조각 공원을 둘러볼 때마다 생각케 하는 것이 있다. 바로 체제가 바꿨을 때 기존 체제의 유물을 어떻게 해야 좋을 것인가이다. 파괴냐, 전시냐, 그것이 문제로다.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