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일래2013. 1. 21. 07:25

일전에 한국 방문을 하기 위해 빌뉴스 집을 떠나기 전날 밤 초딩5 딸아이는 야무지게 봉한 편지를 한 통 주었다. 그리고 신신당부했다.
 
"아빠, 이 편지 지금 읽으면 안 되고 꼭 한국에서 읽어야 돼"
 
그리고 경유지인 헬싱키에 도착했을 때 딸아이는 몇 번이나 인터넷 대화 프로그램인 스카이프(skype)와 바이버(viber)를 통해 꼭 한국에서 읽어라고 말했다.

 
위 캡쳐화면은 리투아니아어 철자로 쓴 한국어 대화이다.
안녕, (아빠가) 조금 있으면 비행기 탄다
아이구, 조심해. 너무 사랑해... 안녕
그래 내일 봐
알았어
편지 읽기 잊어버리지마!
 
도대체 무슨 내용이기에 딸아이가 이토록 '한국에서 읽으라'고 강요하듯이 할까 궁금했지만 부탁대로 해야 했다. 한국에 도착해 편지를 뜯어보니 딸아이의 부탁을 쉽게 해야 하게 되었다. 이유는 바로 편지를 '한국어'로 썼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사와야 할 물품 목록은 영어로 썼지만[관련글 바로가기], 아빠가 읽을 편지는 리투아니아어 철자로 된 한국어가 아니라 한글로 썼다. 딸아이는 한국에서 한국어 편지를 보고 기뻐할 아빠의 모습을 혼자 상상하면서 무척이나 즐거웠을 법하다.
 
"우와, 너 이렇게까지 한국어를 쓸 수 있어? 아빠가 정말 몰랐다. 어떻게 배웠니? 혹시 구글 번역기를 돌린 것은 아니지?"
"비밀이야."
"아뭏든 아빠가 박수 친다. 아빠가 이렇게 좋아하니 앞으로는 한국어를 말만 하지 말고 한글로 써는 것도 좀 열심히 배워라."
"알았어."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