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브랜드위원회 블로그에서는 국가브랜드에 대한 공감대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또는 일반 국민들이 바라본 국가브랜드의 모습을 담는 참여공간을 운영합니다. 이들이 이야기 하는 국가브랜드 이야기, 함께 공감해보실까요? ^^


[108편] 다문화 가정의 언어 교육, 이렇게 한번 해보세요~ – 초유스



금요일 학교 수업을 마친 딸아이 요가일래는 친구 집에 놀러 갔습니다. 마침 그 근처에 있는 은행에 볼일을 본 후, 딸아이를 만나 함께 집으로 돌아왔죠. 만나자마자 딸아이는 가방에서 공책을 꺼냅니다.



“아빠, 이 공책 친구 동생이 선물을 줬어.”

“왜?”

“여기 봐. 한글이 있잖아. 하무타로.”

“그런데 하무타로가 무슨 뜻이지? 혹시 햄토리가 아닐까?”

“집에 가서 한번 확인해보자.”


공책의 뒷면을 살펴보니 인도네시아에서 제작된 공책이었습니다. 일본어로 햄토리가 일본어 철자가 아니라 왜 한글로 써져 있을까 궁금했지만, 딸아이가 이를 한글로 알아보고, 또한 이 한글 덕분에 공책까지 선물로 받게 된 것에 보람을 느꼈습니다. 이는 딸아이 잉태부터 지금까지 한국어만 사용한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교실에서 유일하게 딸아이만 한국어를 말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커다란 자긍심을 가지고 있죠.


우리는 한국이 아니라, 유럽 리투아니아에 살고 있는 다문화가정입니다. 아내는 리투아니아인이고, 딸아이는 현재 초등학교 5학년생이죠. 우리 가족에 대해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사항 중 하나는 바로 자녀의 언어입니다. 보통 우리 집을 방문하는 한국 손님들은 딸아이에게 무슨 언어로 말을 걸어야 할지 머뭇거리게 됩니다. 영어로 “한국어 할 줄 아니?”라고 물으면 딸아이는 “편하게 한국어로 하세요.”라고 답하는데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깜짝 놀라는 모습을 보여주죠.




이런 원칙으로 5개 언어 구사


외국에 사는 다문화 가정 자녀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은 쉽지가 않습니다. 다행히 딸아이는 구사 능력에 차이가 있지만 5개 언어(리투아니아어, 한국어, 영어, 러시아어, 에스페란토)를 말할 수 있습니다. 아내와는 한국어도, 영어도, 리투아니아어도 아닌 에스페란토로 만났어요. 우리 부부의 일상 언어는 에스페란토입니다. 이런 언어 환경 속에서 딸아이가 5개 언어를 말할 수 있게 된 것은 아래와 같은 원칙에 충실했기 때문입니다.



모태부터 지금까지 아빠는 무조건 한국어로만 말한다. 만 1세경부터 한국어 비디오테이프를 그냥 틀어놓았다. 자연스럽게 보도록 하기 위해서다. 만 3세경부터 한국어 인터넷 학습 사이트를 초등학교 1학년 때까지 활용했다.


모태부터 지금까지 엄마는 무조건 리투아니아로만 말한다(철칙: 부모 중 어느 한 쪽이 절대로 두 언어를 섞어서 말하지 말 것. 즉 아빠가 한국어를 사용하기도 하고 리투아니아어도 사용하다 보면 아이는 자기가 더 편하다고 느끼는 언어만을 쉽게 사용하게 됨. 혹은 한 문장에 두 언어를 섞어서 사용하는 경우도 생김).


소련으로부터 독립한 후 리투아니아에는 탈러시아 정책으로 영어가 러시아어를 대체하고 있다. 하지만 가까운 장래에 러시아어가 다시 중요한 언어로 부각될 것이라 생각해 러시아어 어린이집에 3년을 다니도록 했다.


영어 만화 채널을 아주 어렸을 때부터 자유롭게 보도록 했다. 어린이집에 갔다 오면 잘 때까지 거의 영어 채널만 틀어놓는다. 영어가 자연스럽게 노출되면서 아이가 자연스럽게 익히도록 했다. 이 습관으로 지금도 딸아이는 영어 채널을 즐겨본다.


부모는 항상 에스페란토를 사용한다. 아이는 부모 대화를 들으면서 자연스럽게 이 언어를 습득한다.



아이에게 전해주는 가장 쉽고도 값진 선물은 자신의 모국어


현재 한국에도 다문화 가정이 꾸준히 늘고 있고, 한국인이 다문화 가정을 이루어 해외에서 사는 사람들도 과거보다 훨씬 많아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어디든 다문화 가정이 안고 있는 어려움 중 하나가 바로 외국인 배우자와 자녀의 언어 문제인데요. 아이가 자라면 가르치거나 배울 수 있다고 미루지 말고, 아예 모태부터 한국어만으로 대화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입니다. 그렇게 되면 아이의 모국어는 현지어와 한국어 2개가 됩니다.



예를 들어 엄마가 베트남이고 한국에 산다면, 엄마는 늘 아이에게 베트남어로 말함으로써 자신의 모국어를 잊어버리지 않고, 또한 아이가 자라서 엄마의 부모나 친척들과 대화를 할 수 있게 하는 것이죠. 이런 가운데 아빠도 조금씩 베트남어를 배워갈 수 있습니다. 한국에 산다고 한국어만 아이에게 전하지 말고, 외국인 배우자의 언어도 존중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데 "초유스의 동유럽" 블로그에 한국어가 별로 이득이 없는 불어권에 사는 한 분이 조언을 구해왔습니다. 그는 곧 태어날 아이의 언어 교육을 고민하고 있었는데요. 다음과 같은 조언을 했습니다.


저는 부모가 자녀에게 주는 가장 쉽고도 값진 선물은 바로 언어(모국어)라고 생각합니다. 그 선물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겠지만, 실속도 있어야 하죠. 특히 서양 언어권에 사는 사람이 동양 언어 하나쯤 말할 수 있다면(꼭 경제적인 것만이 아니라), 그 이득은 참으로 많을 것입니다. 부부간 언어는 혼용해도 되지만, 적어도 아이에게는 혼용하지 마시고 쭉 한 언어만 사용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것입니다. 특히 한국에 있는 부모님이 손자나 손녀가 한국에서 사는 아이처럼 한국말을 한다면 정말 기쁘고 자랑스러워할 것이에요. 먼 훗날 아이는 한국어를 모국어로 가르쳐준 엄마에게 감사하리라 믿습니다. 우리 가정의 언어 교육 예가 다문화 가정을 이루는 사람들에게 좋은 참고가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