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얘기2012. 7. 27. 07:59

6월 29일 한국에서 온 손님 일행과 리투아니아를 떠나 이웃 나라 라트비아를 방문했다. 바로크 건축물로 유명한 룬달레 여름궁전을 찾았다. 궁에 들어가기 전에 점심을 먹으러 인근 식당에 들렀다.

아내는 혹시나 해서 방석 가방을 차에서 꺼내 들고 갔다. 식사하는 동안 이 가방을 내 옆에 놓아두었다. 식사를 하고 뜰에 있는 버찌를 보니 탐스럽고 먹음직스러워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뒤 이어 일행이 하나 둘씩 일어섰다. 식탁으로 되돌아가지 않고 곧장 궁전으로 들어갔다. 

여러 동안 우리 가족의 여름 일광욕을 편하게 해준 방석이 담긴 가방을 이렇게 까맣게 잊어버리고 여름궁전 구경을 마쳤다. 라트비아 수도 리가를 거쳐 해변도시로 유명한 유르말라에 도착했다. 저녁 무렵이라 해수욕과 일광욕을 할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유르말라 해변에서 사용하기 위해서 방석을 집에서 가져갔는데 사용할 일이 생기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와서 며칠이 지난 후에야 방석이 떠올랐다. 식구 모두 그때까지 방석이라는 존재를 잊고 있다. 어디에 놓았을까? 모두들 쉽게 기억했다. 바로 룬달레 식당이었다.

"누가 가져갔겠지."
"가치도 없는데 누가 가져갔겠어? 
"식당에서 버렸을까?"
"그래도 당신이 이번에 가니 식당에 가서 물어나봐."

관광 안내를 하느라 7월 24일 룬달레 궁전을 방문했다. 방문을 마친 후 버스 타기 전 약간의 자유시간이 있었다. 그렇게 기대를 하지 않고, 닫힌 식당 문을 열고 들어갔다. 

"한달 전에 저 바같 식탁 의자에 방석을 놓아두었는데......"
"방석? 잠깐만."


종업원은 부엌에 들어가더니 라트비아어로 대화를 나눴다. 그리고 나오더니 의자 방석을 놓는 가구에서 여러 방석을 뒤적거렸다. 그 방석 사이에 우리 방석 가방이 눈에 확 들어왔다. 

"거의 한 달이 다 지나가는데에도 보잘 것 없는 것을 보관하고 있다니!" 
기쁨과 감탄이 교차되었다. 


딸아이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앉았던 방석을 되찾게 되었다. 아직 되찾은 사실을 모르는 딸아이가 이 블로그 글을 본다면 제일 기뻐할 것 같다. 버렸을 것이라는 절망감으로 찾아갔는데 이렇게 되찾으니 기쁨이 배가 되었다. 이제 여행갈 때는 물건에 명함이나 이메일 주소를 붙여놓아야 할 것 같다. 요즘은 인터넷 세상이니 약간만이라도 선의를 가진 사람이 먼저 찾는다면 메일로 쉽게 연락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