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9월 프랑스에서 유럽여성농구선수권대회가 열렸다. 특히 농구에 관심이 있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리투아니아를 조금이라도 알고 있으리라 여겨진다.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 미국을 이기고 소련이 세계농구를 제패할 때 소련팀의 주전 선수 4명이 리투아니아인들이었다. 이는 지금도 리투아니아인들에게 큰 긍지를 주고 있다. 그 당시 승리의 주역인 리투아니아인 아르비다스 사보니스는 오랫 동안 미국 NBA에서 큰 활약을 하였다.
소련에서 독립하여 처음으로 참석한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각각 동메달을 획득하였다. 이처럼 국제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어온 리투아니아는 인구 3백40만명의 소국임에도 불구하고 농구 강국으로 세계인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다. 리투아니아인들은 천주교 다음으로 제 2의 종교를 '농구'라고 부를 만큼 운동경기 중 농구를 매우 좋아한다.
국내외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는 리투아니아 남성 농구선수들의 그늘에 가려 여성 농구선수들은 심지어 1997년 유럽 최강자 자리에 올라섰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로부터 별다른 관심을 끌지 못하였다. 이런 상황에서 여성 선수들은 유럽여성농구선수권대회가 열리기 전 돌발적인 화젯거리를 만들었다.
국가대표선수 네 명이 2001년 9월 11일자 농구잡지 '크렙쉬니스'(농구라는 뜻)의 누드모델로 등장한 것이다. 이들의 누드 사진은 표지뿐만 아니라 내지 여섯 쪽을 차지했다. 근육질의 억척스러운 듯한 여성 농구선수들의 몸매를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모습으로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 남성 팬들을 매혹시키기에 충분했다.
이들 선수 네 명은 그 동안 홀대를 받아온 여성 국가대표팀의 신세에서 벗어나기 위해 비장의 방책을 세우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이들 중 어느 누구도 단지 사람들을 여성 농구에 관심을 끌기 위해 옷을 벗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아무도 지금까지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누드모델이라는 제안을 받아들었다. 나체의 언어로 말하기는 리투아니아 스포츠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 리나 브라즈데이키테 (농구잡지 스캔) ▲ 리나 담브라우스카이테 (농구잡지 스캔)
처음에 이들은 누드모델이 되는 것에 소극적이었지만 막상 카메라 앞에 서니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고 한다. 아마도 자신의 아름다운 몸매를 드러내고 싶어 하는 여성의 마음이 큰 작용을 하였으리라 여겨진다. 특히 이들은 가족과 친척들이 어떻게 나올 것인 지에 대해 가장 걱정을 많이 하였지만 은밀한 부분을 농구공으로 가리는 등 완전한 나체가 아닌 것에 힘을 얻었다고 한다.
물론 당시 대회 초반부터 리투아니아 여성 농구선수들이 큰 인기를 누렸음은 말할 나위가 없다. 비록 아무런 메달을 획득하지는 못했지만 4위를 하여 프랑스, 러시아, 스페인, 유고슬라비아와 함께 2002년 중국에서 열f린 세계여성농구선수권대회에 출전권을 획득하였다. 한편 이런 일이 우리나라 스포츠계에 일어났더라면 한국 사회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리투아니아 사회는 직업적인 누드모델이 표지 누드사진에 등장하는 것을 시비하지 않듯이 이들 농구선수들에 대한 반응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 여성 농구에 관심을 끌기 위해 과감히 옷을 벗은 아그네 압로마이테, 리나 브라즈데이키테, 레다 알렐류나이테, 리나 담브라우스카이테 (좌로부터). 사진출처: 관련잡지 스캔
* 관련글: 럭비 국가대표팀 기습 스트립쇼 파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