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금단속 강화된 개정안 등 유럽 교통사고 사망률 최고라는 불명예를 벗기 위한 노력들 

▣ 빌뉴스(리투아니아)=글·사진 최대석 전문위원 ds@esperanto.lt 

발트해의 동쪽에 연해 있는 리투아니아는 2004년 유럽연합 회원국으로 가입됐다. 발트3국 중 가장 큰 나라인 리투아니아는 인구가 340만 명이고, 면적은 6만5천㎢로 한반도 면적의 4분의 1이다. 인구밀도는 1㎢당 53명에 불과하다. 한국(남한)의 인구밀도는 474명이다. 

“교통사고가 국가 안전을 위협” 

2007년 1월 기준 리투아니아의 고속도로는 1750km다. 국도(4948km)와 지방도(1만4627km)를 합한 전체 도로 길이는 2만1325km다. 인구가 적고 땅이 넓어 도로가 한산할 것 같으나, 현재 리투아니아는 ‘도로 위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유럽연합 27개국 중 리투아니아는 교통사고 사망률이 가장 높다. 지난 2006년 리투아니아에선 모두 6658건의 교통사고가 났다. 8334명이 다치고 760명이 사망했다. 인구 100만 명당 사망자 통계에서 리투아니아는 유럽에서 최악이다.


△ △ 지난 10월1일 리투아니아 국회의사당 광장에서 열린 교통사고 사망자 추모 집회에는 교통사고로 찌그러진 차량 14대로 만든 ‘추모탑’이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올해 들어선 상황이 더욱 나쁘다. 지난 8월 말 현재 교통사고 발생건수는 2006년보다 4.2% 증가했고, 무면허 운전도 52%나 늘었다. 또 보행자 124명이 차에 치어 목숨을 잃었다. 옛 소련에서 독립한 뒤 지난 17년 동안 리투아니아 도로에선 약 1만4천 명이 사망했다. 이 수는 리투아니아 한 중소도시의 인구와 맞먹는다. 2001~2006년 유럽연합 평균 교통사고 사망율은 22.2%가 감소했지만, 리투아니아는 되레 사망률이 7.6% 늘어났다. 리투아니아 교통사고의 주된 원인은 음주운전, 무면허 운전, 속도위반, 안전띠 미착용, 보행안전 소홀이다. 사망 사고를 낸 운전사 3명 중 1명은 음주 또는 무면허 운전을 한다. 일부에서 음주운전으로 사고를 낸 사람의 차를 몰수하자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행법상 리투아니아에선 무인 카메라에 운전자의 얼굴과 자동차의 번호판이 모두 찍혀야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하지만 앞으로 도로교통법이 개정되면, 단속과 벌금이 한층 더 가혹해질 예정이다. 내년 3월까지 사고빈도가 높은 지역에 속도위반 무인감시카메라 150여대를 설치할 계획이다. 또 현재 경미한 음주운전의 경우 벌금 1천~1500리타스(약 38만~57만원)나 면허증 압수 처벌을 받지만, 개정 법률안에선 벌금 1천~1500리타스를 부과함과 동시에 1년에서 1년 반까지 면허증을 압수하기로 했다. 

음주 사고로 부상자를 낸 경우에도 현행은 벌금 2천~3천리타스(약 76만~114만원) 또는 2~3년 면허증 압수에 불과하지만, 개정안은 벌금을 4천~5천리타스(약 152만~190만원)로 올리는 한편 추가로 15~30일 구류와 함께 3~5년 면허증을 압수할 수 있도록 했다. 더군다나 무면허 운전인 경우 벌금은 현행 3천~5천리타스(약 114만원~190만원)에서 5천~5500리타스(약 190만~209만원)로 올리는 것은 물론 자동차 몰수나, 10~20일까지 구류형을 추가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전무했던 도로 안전 교육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유치원과 학교에선 안전 교육

최근 리투아니아에는 주요도로 군데군데 형광색 대형 광고판이 설치됐다. 안전운전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해당 도로에서 지금까지 일어난 교통사고와 사망자 수를 큼직하게 써 놓았다. 또 학교 앞이나 교통 사고 다발 지역에도 이전보다 훨씬 큰 크기의 형광색 교통안전표시판을 설치해 멀리서도 쉽게 볼 수 있도록 했다. 

지난 2005년 현재 리투아니아의 승용차 보유대수는 모두 145만7954대로, 이는 인구 1천 명당 427대 꼴이다. 리투아니아 자동차 10대 중 7대는 연식이 15년 이상 된 오래된 차들이다보니, 교통사고 발생시 치명적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리투아니아 정부는 안전성 높은 새 차 보급을 위해 차 구입 때 부가가치세를 면제하는 방안까지 논의하고 있다. 리투아니아에서 교통사고는 이미 ‘국가적 비극’이다. 

* 이 글은 한겨레 21 제683호 11월 1일에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