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원 이메일] 관광상품화 한 '구 소련 상징물'
/최대석, 자유기고가

최근 발트 3국 중 하나인 에스토니아에선 수도 탈린 중심가에 자리 잡은 소련군인 동상의 철거와 이전을 둘러싸고 에스토니아 당국과 이를 반대하는 러시아계 시민 간 마찰이 극심했다. 급기야 러시아인들에 의한 폭력시위로까지 이어져 부상자가 속출했다. 

반면, 리투아니아는 1991년 1월 소련군의 무력진압으로 14명이 목숨을 잃었고, 수백명이 부상당했다. 당시 국민일체감과 반소련 물결이 최고점에 달했을 때 리투아니아는 공산주의 상징인물이나 옛 소련 체제의 위용을 드러내는 조각상을 철거했다.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의 공원이나 넓은 장소에 동상이라도 있을 법한 데 썰렁하게 텅 비어 있는 곳 중 십중팔구는 16년 전까지만 해도 동상들이 우뚝 세워져 있었다. 그러나 옛 소련 체제가 무너지자 레닌, 스탈린 등은 점령자나 매국노로 취급당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이 조각품들은 정부의 골칫거리가 되었다. 

이 때 리투아니아 남부 지방의 사업가인 빌류마스 말리나우스카스는 이들을 수거해 시베리아와 흡사한 자신의 숲에 역사교육용 공원을 설립하는 안을 제시했다. 조각상들을 파괴하거나 없애는 대신, 광장에서 숲 속으로 그대로 옮겨 보존해 후손들이 수치스러운 역사를 반복하지 않도록 다짐하는 역사 교훈의 장으로 삼는 방법을 택했다. 이렇게 2001년 '그루타스 공원-소련조각박물관'이 정식 개관되었다. 


거대한 레닌, 스탈린 동상에서부터 빨치산 대원의 군상에 이르기까지 걸출한 조각가 46명의 84개 작품이 6만평 넓이에 자리 잡고 있다. 또 도서관, 박물관, 미술관이 있어 소련시절의 사회상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으며, 식당에선 그 때의 음식도 맛볼 수 있다. 이 조각공원은 어두운 과거를 역사교육장과 관광상품으로서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런데 이 공원이 올들어 저작권료 때문에 시련을 겪고 있다. 작가들이 전시된 작품에 대해 저작권료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원 측은 철거와 이전 당시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다가 이제 와서야 저작권을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 주장하고 있다. 공원 측은 이들 작품을 관람객들이 볼 수 없도록 검은 비닐로 봉해놓거나 공원 밖으로 이전해 놓았다. 어떻든 이 공원은 벌써 리투아니아의 대표적인 관광명소의 하나로 확실히 자리잡았다. 

빌뉴스( 리투아니아)=chtaesok@hanmail.net  

* 부산일보 2007. 05.23. 1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