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리투아니아의 전통 현악기 캉클레이를 연주하는 악사, 캉클레이 축제에 참여한 어린이들과 한국예술단의 민속놀이 행진
                                            

EU(유럽연합)의 강소국이자 자연이 아름다운 나라 리투아니아의 봄은 공원이나 학교, 숲의 나무들에 새집들을 달아주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봄이 되면 남쪽에서 날아오는 새들을 보호하기 위해 ‘새들의 날’을 정해 철새들이 자신들의 고향으로 다시 돌아오는 날을 기념하고 있다.


그날은 3월 10일. 올해도 국민들은 혹시나 꽃샘추위가 닥쳐 찾아온 철새들이 번식하는데 지장이 있을까 염려하면서 새 새집들을 만들어 나무에 매달아 주며 안전하고 편하게 둥지를 틀고 알을 낳게 배려했다. 또 이 즈음부터 달아두었던 헌 새집들을 찾아보고 부서지거나 너무 낡은 것을 보수해주기도 한다.

이렇게 자연을 사랑하는 국민들이 사는 나라 리투아니아이지만 아직 한국에는 그렇게 잘 알려진 곳이 아니다.

새 새집을 달아주는 봄맞이 행사

발트해의 동쪽에 접해 있는 리투아니아는 1009년 처음으로 유럽 역사 연대기에 등장했다. 14세기 말 발트해에서 흑해에 이르는 넓은 영토를 차지해 유럽에서 가장 큰 나라가 되기도 했지만, 1795년 러시아·프러시아·오스트리아가 주도한 3국 분할 때 러시아와 프러시아에 점령된 후 세계지도에서 잠시 사라지기도 했다. 그러다가 1918년 독립하지만, 다시 2차 대전을 계기로 1940년 소련에 편입돼 반세기 동안 지배를 받는 불운을 겪는다.

1990년 재독립을 선언하고, 1991년 유엔과 2004년 EU 회원국으로 가입했다. 발트해 연안 3국 중 가장 큰 나라지만 면적은 6만5천 평방킬로미터로 한반도 면적의 1/3보다 조금 작고 인구는 340만 명이다.

국토 대부분이 평야와 구릉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숲과 강, 호수들로 이루어져 무척 아름답다. 특히 0.5헥타르 이상의 면적을 지닌 호수가 2천830개로, 호수의 나라로 불린다.

손에 닿을 듯한 뭉게구름이 떠있는 파란 하늘과 그 아래 펼쳐진 푸른 초원 그리고 작은 언덕 위의 집들은 이곳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기후는 해양성과 대륙성이 혼합돼 한국에 비해 겨울은 좀 더 춥고, 여름은 훨씬 덜 더운 편이다.

수도 빌뉴스는 1989년 프랑스 국립지리연구소의 발표에 의하면 지리적으로 유럽 대륙의 정 중앙에 위치해 있다. 인구는 55만 명, 리투아니아인, 폴란드인, 러시아인, 벨로루시인 등이 사는 다민족 도시다.

1323년 게디미나스 대공에 의해 수도로 정해졌는데, 수세기 동안 동과 서를 잇는 교차점에 위치한 빌뉴스는 전쟁, 점령, 파괴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1991년 독립한 후 문화유산을 복원하는 한편 마천루를 세워 고대와 현대가 조화된 도시로 변모를 거듭하고 있다.


                      
고대와 현대가 조화된 도시

빌뉴스 구시가지 359헥타르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될 만큼 고풍스럽고 아름답다. 1천500여 개 건물이 거리와 골목길, 뜰로 연결돼 있는데, 동유럽에서 가장 큰 규모로 알려졌다.


나폴레옹이 호주머니에 넣어 가져가고 싶다고 한 후기 고딕 건축의 걸작인 ‘안나 성당’을 비롯해 성지순례지로 손꼽히는 르네상스식 ‘새벽의 문’, 내부 장식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베드로-파울로 성당’, 고딕·르네상스·고전 양식 등이 조화를 이룬 ‘빌뉴스 대학교’ 등 볼거리가 즐비하다.

3월이면 이런 아름다운 고건물에 쌓인 하얀 눈이 녹고, 고드름이 떨어지고, 어김없이 봄이 찾아온다. 봄이 오면 맨 먼저 숲 속에 새집을 달아 준 국민들은 다음엔 극장으로 몰려간다. 3월 말~4월 초 2주간 ‘키노 파바사리스(영화의 봄)’라는 국제영화제가 열리기 때문이다.

1996년부터 매년 열리는 이 영화제는 관객들에게 예술적으로 높이 평가된 비상업적 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유명 국제영화제에서 상을 받은 영화 중 논란을 일으킨 영화를 일반인들에게 소개하고자 마련됐다. 현지 언론, 영화비평가들 사이에 좋은 평판을 받고 있는 이 영화제는 해마다 양적·질적 성장을 꾀하고 있다. 올해는 총 61편 영화가 초청됐고, 한국 영화 ‘친절한 금자씨’도 상영돼 호평을 받았다.

빌뉴스의 봄은 ‘스캄바, 스캄바 캉클레이(캉클레이가 울리고 울린다)’ 민속축제로 절정에 이른다. 캉클레이는 리투아니아의 대표적인 민속 현악기다. 노란 민들레꽃이 푸른 풀밭을 빽빽이 수놓고, 하얀 너도밤나무꽃과 보라색 라일락꽃이 사방에서 향내를 풍기는 5월 하순에 열리는 이 축제는 1973년부터 시작돼 매년 열리는 중요한 문화행사다.

봄의 절정 5월 현악기 민속축제

많은 리투아니아의 전통 예술단뿐만 아니라 외국 단체들도 참가해 다양한 민속공연을 펼친다. 행사 내내 빌뉴스 구시가지의 고풍스럽고 아담한 뜰 곳곳에서는 노래와 춤이 끊이지 않는다.

아직 한국에서 리투아니아로 오는 직항노선이 없다. 대한항공의 직항 취항지인 프라하, 상트페테르부르크, 모스크바 등지를 경유해서 들어올 수 있는데, 관광이 목적이라면 발트 3국의 다른 나라인 라트비아의 리가, 에스토니아의 탈린을 함께 묶어서 하는 것이 좋다.

리투아니아에 오면 수도 빌뉴스를 비롯해 호수 위에 떠있는 듯한 트라카이성, 소련시대 조각상을 모아 놓은 그루타스공원, 유럽의 지리적 중앙에 위치한 유럽공원, 제2의 도시 카우나스, 모래 언덕으로 유명한 니다, 여름철의 수도 팔랑가 등을 꼭 보기 바란다. 
             
<최대석 / 한겨레21 빌뉴스 전문위원>
▶서울~프라하 대한항공 주 4회(월·화·목·토) 운항(11시간 25분 소요)
▶프라하~빌뉴스 체코항공 매일 운항(1시간 40분 소요)

* 이 기사는 대한항공 스카이뉴스 제181호 5월 6일에 거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