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원 이메일] 빌뉴스엔 '언어버스'가 달린다
/최대석, 자유기고가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의 주된 대중교통 수단은 일반버스와 전기버스이다. 시 중심가와 오래된 외곽지대 주거지역은 주로 전기버스 노선으로 연결되어 있고,새롭게 형성된 지역으로는 일반버스가 다닌다. 


낡은 소련시대의 버스는 안락한 최신식 버스로 점차 교체되고 있어 리투아니아의 빠른 경제성장을 실감나게 한다. 

버스 내 오른쪽과 왼쪽 창문 위 벽면은 대부분 텅 비어 있다. 유익한 광고라도 있으면 눈 운동이라도 하고,노선도라도 걸려 있으면 초행길에 도움이 될 텐데 아쉽다. 

하지만 2번과 19번 전기버스를 타면 상황은 달라진다. 이른바 '언어버스'가 빌뉴스 시내를 달리고 있다. 
 

버스 창문 위 벽면엔 리투아니아어,영어,폴란드어의 유익한 회화문장들이 써져 있다. 버스가 이동하는 동안 확성기를 통해 이들 문장을 읽는 소리가 흘러나온다. 승객들은 마치 학교 교실에서 외국어 회화강의를 듣고 있는 느낌이 든다. 이 문장들은 일정기간 후 다른 문장으로 바뀐다. 


버스 내에는 번역 과제를 담은 숙제 전단지도 배치가 되어 있다. 승객들은 버스에서 혹은 집에서 숙제를 해 답을 인터넷으로 제출할 수 있도록 해놓았다. 

이렇게 이동하면서 배우는 언어강좌는 유럽집행위원회의 소크라테스 사업(유럽 교육기관 및 대학생 교류)의 기금을 받아 지난 가을에 도입돼 1년 계획으로 이루어진다. 이 버스강좌를 성실히 마친 사람은 해당 언어로 자기소개를 하고,길을 묻는 등 주요 일상생활 언어를 습득할 수 있도록 짜여 있다. 

현재 영어,폴란드어,리투아니아어 세 나라 말이 가르쳐지고 있다. 이 취지는 단지 외국어를 가르치는 것만이 아니라,사람들에게 다른 문화에 대한 존중을 심어주는 데도 있다. 사람들은 이웃나라인 폴란드어를 배워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고,한편 이 버스를 이용하는 외국인 학생들은 리투아니아어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특히 이들 두 버스는 시내중심가와 시 외곽지대에 있는 대학교를 연결하는 노선이라 대학생들의 반응이 아주 긍정적이다. 시민들의 호응도 좋아 빌뉴스 시는 앞으로 외국어 강좌를 하는 노선을 더욱 확대할 예정이다. 

빌뉴스( 리투아니아)=chtaesok@hanmail.net 

* 부산일보 2007. 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