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출리스] 해롱거리는 나무판자

▣  빌뉴스=글·사진 최대석 전문위원 chtaesok@hanmail.net 

<한겨레21> 제508호(2004년 5월3일치)에도 이미 소개된 적이 있는 에드문다스 바이출리스(46)씨. 리투아니아의 라트비아 접경지대의 소도시 자가레에 사는 그는 여전히 버리는 냄비를 모으고 있다. 자신의 목조 가옥 지붕과 벽에는 점점 더 냄비가 불어나고 있다. 그의 집은 이제 이 지방의 명물이다. 

그런데 별난 취미에만 빠져 있을 것 같던 바이출리스씨가 근래에 정치·사회 문제를 자신의 독특한 행위예술로 끌어오고 있다. 지난해 국회의원 선거 유세장에 그는 주검을 넣는 관을 등에 메고 나타냈다. 그리고 올해는 뒷걸음질로 자가레의 주요 거리를 걸어다녔다. 그의 가장 최근 작품은 군청 소재지 중심가에 세운 목조각품. 목조각품에는 주소가 쓰인 여덟개의 나무판자가 달려 있다. 매달린 나무판자는 바람이 불 때면 이리저리 흔들린다. 이 조각품이 이정표처럼 보이는지 지나가던 행인들이 갈 길을 묻듯이 다가간다. 

이 여덟개의 주소는 밀주를 제조해 판매하는 곳이다. 그렇다면 이 주소는 어디서 얻었을까. 밀주 파는 곳이라면, 당연히 술 취한 사람이 가장 잘 알 것. 너무 취해 해롱거리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그는 술 취한 사람들에게 어디서 술을 샀느냐고 물어 이 주소를 얻었고, 맥주 반ℓ 값을 치렀다. 어떻게 알았는지 조각품을 세운 지 몇분 뒤 경찰이 들이닥쳐서는 교통 혼란을 초래한다며 철거 명령을 내렸다. 

바이출리스는 “대낮에도 길거리에서 술 취한 사람을 많이 볼 수 있다. 리투아니아 전체가 취해서 돌아가고 있다. 그런데 이런 밀주 제조와 판매는 경찰 등 공권력의 비호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다. 밀주에 관해서라면 마피아들과는 맞장이라도 떠보겠는데 공권력은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를 모르겠다”며 이 작품을 구상하고 만든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이런 반밀주 행위예술에 대해 그를 “정의감에 불타는 사람”이라고 찬사하는 사람도 있고, “미친 사람”으로 취급하는 사람도 있다. “당장 정신과 치료를 받아라. 의료보험이 유료가 되기 전에”라는 험담을 퍼붓기도 했다. 바이출리스씨의 다음 예술작품은 무얼까.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 이 기사는 한겨레21 제567호 2005년 7월 12일자로 이미 보도된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