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리투아니아 "말 달리자"

빙판 마차경주 부활 100주년... 국가적 축제로 자리매김

발트해 동쪽 연안에 접한 리투아니아는 한겨울 빙판 위에서 열리는 전통 마차경기로 유명하다. 리투아니아인들은 올 겨울 이 국가적 행사를 뜻깊게 맞이했다. 1795년 제정 러시아에 합병되면서 금지됐던 빙판 마차경기가 1905년 부활한 지 꼭 100년이 되기 때문이다. 



14~16세기 동유럽의 강국이었던 리투아니아는 제정 러시아의 지배를 거치면서 발트 3국 중 가장 낙후된 국가로 전락했다. 제정 러시아가 마차경기를 금지시킨 것도 리투아니아인의 민족의식을 말살하려는 의도에서였다. 그러나 탄압 속에서도 명맥이 이어져 1905년 부활됐고, 1955년부터는 국가 행사로 자리잡았다.


옛날에는 노동용 말을 이용해 경기를 했지만 근대에 와서는 경주용 말과 가볍게 제작된 이륜마차를 사용한다. 이 마차경기는 호수가 많고 눈이 많이 내리는 리투아니아 북동지방에서 널리 행해졌다. 특히 수도 빌뉴스에서 북쪽으로 150㎞ 떨어진 곳에 위치한 사르타이 호숫가 두세토스에서 열리는 마차경기가 제일 규모가 크다. 지난 2월 5일 이곳에서 100주년을 맞이한 마차경기가 수만 명이 모여든 가운데 성대하게 열렸다. 

퇴비 수레 끄는 특별경기도

한 여인을 차지하기 위해서 농부의 아들과 귀족의 아들이 사르타이 호수 얼음 위에서 마차 달리기를 한 데서 유래했다는 이 대회는 자주 얼음판 위에서 열렸지만, 1997년 경기장을 다듬던 중 트랙터가 얼음 속으로 빠진 이후 매년 호수 옆에 마련된 경마장에서 열리고 있다. 

행사장인 사르타이 호수에는 영하 15℃의 얼얼한 날씨인데도 이른 아침부터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호수 위에는 사람을 실어 나르는 썰매가 왕래하고, 종종걸음으로 행사장으로 가는 사람들의 행렬이 줄을 이었다. 한껏 들떠 있는 관중들의 열기 속에 고적대의 연주와 함께 말발굽 모양의 성화가 점화되었고, 지난해 우승자가 대회 깃발을 게양했다. 

엄청난 속도를 자랑하는 마차들, 드디어 박진감 넘치는 마차대회가 시작됐다. 경기는 이륜마차에 기수 한 사람이 올라타고 1600m를 달리는 방식으로, 차례마다 기록 순으로 각종 상과 상금을 받는다. 이번 대회에는 총 81마리가 출전해 자웅을 겨루었다. 100주년을 기념해 경주용 말이 아닌 퇴비를 담은 수레를 끌며 노동을 하는 말들이 참가한 특별경기도 마련됐다. 이날 나온 최고 기록은 2분4초6. 1937년부터 1600m 달리기가 도입된 후 초기의 3분10초대에서 이젠 2분10초 이내로 기록이 꾸준히 경신되어왔다. 

관람객들이 목에 굵은 건빵을 주렁주렁 매달고 심심하거나 배고플 때 하나씩 떼어먹는 광경이 이색적이었다. 경마도박을 하는 사람들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저 독한 보드카나 보온병 속에 들어 있는 따뜻한 꿀포도주 한잔 마시기 내기를 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전통 마차경기는 끝났지만 축제는 이제부터 시작. 이날 인기상품이자, 이 지방 특산물인 따뜻한 꿀생맥주를 마시면서 사람들은 흥겨운 노래 속에 춤을 추며 즐거움을 만끽한다.

"...하얗게 털 덮인 말들이 바람처럼 달리고 달리니/하얗게 눈 덮인 호수가 동면에서 드디어 깨어나네...." 신나는 노랫말처럼 한바탕 전통 마차경기로 혹한을 잊고 서로의 결속을 다지면서 따뜻한 봄을 기다리는 리투아니아 사람들을 가까이 느낄 수 있는 하루였다.

빌뉴스(리투아니아)/최대석 통신원

뉴스메이커 613호 2005년 3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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